견 문 록 (2) : 쓰시마 견문
1993년 8월 3일
2박 3일 예정으로 대마도를 다녀오기 위해 회운동 국제여객선터미널로 갔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11시 20분에 대마 Ferry호를 탔다. 아쉬운 것은 날씨였다. 쾌청하기를 바랐건만 구름이 잔뜩 끼였고 간간이 가랑비가 내렸다. 온통 회색빛으로 시야가 흐릿한 바다 위를 배는 장장 5시간을 달려야 하는 뱃길이다. 호진스님은 멀미가 오는지 계속 눈을 감고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중간에 배 안에서 도시락을 사 먹고 책을 읽다가 혹은 의자에 기대 잠을 청하다가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채워 이즈하라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반이었다. 알고 보니 오늘이 처음 마산-이즈하라를 개통하는 날이었다. 배에서 내리니 신문기자들인지 몇몇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내리는 승객들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TV카메라도 우리들을 찍고 있었다. 인근 항만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승객들을 안내하더니 개통하는 날이라 이곳 이즈하라 관광협회에서 베푸는 간단한 환영식이 있었다. 나와 호진스님은 곧장 밖으로 나와 가까운 민박여관으로 들어가 방을 배정 받아 우선 좀 쉬었다. 외부 관광객이 갑자기 몰려와서 그런지 방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우리 두 사람은 다른 팀에 끼여 4명이 함께 자는 방을 같이 쓰게 되었다. 아직 관광개발이 미흡한 상태라 숙박시설이 부족하여 거의가 민박을 하는 실정이었다. 일식으로 차려진 저녁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일본식 다듬이 방에 폭신한 이불을 깔고 누워 쓰시마의 밤을 느끼다 잠이 들었다.
8월 4일 자고 일어나니 아직도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다. 날씨가 개이기를 바랐는데 실망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침공양을 마치고 8시 10분 민박여관을 나와 이즈하라 관광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다. 섬의 명소를 도는 관광버스를 타고 곳곳을 돌아볼 참이었다. 버스 출발시간이 10시 10분이라 하여 우리는 버스시간이 될 때까지 볼거리를 찾다가 인근에 있는 박물관을 구경하였다. 쓰시마의 역사를 말해 주는 여러 가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섬 마을 주민들의 생활 풍습을 엿볼 수 있는 특이한 유물들도 있었다. 버스시간을 맞추어 다시 정거장으로 와 1일 코스의 관광을 따라 했다. 먼저 들린 곳이 만송원이란 곳이었다. 우람한 수목이 즐비하게 서있고 층계가 가운데 길다랗게 경사지게 놓여 있었다. 쾌적한 분위기가 맘에 드는 곳이었다. 다음으로 전망대를 갔었는데 쓰시마의 원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공항에도 가 보았다. 일본열도 곳곳으로 가는 항공편이 있었다. 날씨가 조금 맑아지고 있었다. 이즈하라와 쓰시마 전체의 인상은 무척 깨끗하다는 느낌이었다. 인구가 많지 않은 조그마한 항구라서 그런지 몰라도 시가지 사이로 흐르는 하천에 물이 깨끗하여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환경이 쾌적하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보호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는 비행장에도 가 보았다. 대형 여객기가 아닌 중소형 여객기 몇 대가 앉아 있었다. 일본열도 전역의 중요 도시로 가는 노선이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바닷가에 있는 유적지로 가게 되었다. 원군(元軍)과 조선 연합군이 대마도를 정벌하였던 전적유적지였다. 몇 장의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8월 5일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 들려 수선사(修善寺)로 가는 길을 물었더니 어떻게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지 감동할 지경이었다. 돌아갈 배 시간이 11시로 되어있어 그전에 수선사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최익현 선생의 유적비가 있는 곳이다. 한말의 애국지사 최익현 선생이 이곳에서 옥사를 했기 때문에 그의 충절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 한말의 대학자 이항로의 문하에서 수학한 그는 만년에 항일 척사운동을 주도하다 74세의 고령으로 대마도에서 옥사하였다.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청토오적소(請討五敵疏)란 상소를 올려 조약의 무효화와 당시 오적(五敵)으로 지목 받던 박제순 등을 처단할 것을 주장하여 의분을 드러내었다. 그 숭고한 애국충정에 경의를 표하면서 잠시 묵념을 올리며 기도를 드렸다. 절 경내에는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납골탑을 만든 부도들이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둘러보고 시간을 맞추어 부두로 나왔다. 배는 정시에 출발하여 이즈하라를 빠져 나왔다. 잔잔한 바다 위를 달리는 배 여행이 육로의 여행과 사뭇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바다 위에도 떠있고 육지에 있는 먼 산들이 아스라하게 보여진다. 오후 4시가 넘어 마산에 도착하였다 하루 더 묵고 가라는 나의 제안을 뿌리치고 호진스님은 경주로 바로 가겠다 하여 헤어져 돌아갔다. 여행이었다기 보다는 소풍을 갔다 온 셈이지만 대마도의 관광은 그런대로 기억에 남을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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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호진스님과 함께 대마도 다녀오셨네요.*^^*
추억이 담긴 대마도 소풍이야기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