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넘긴 남성들이 불현듯 자신을 돌아보며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는 자동차다. 어렸을적 장남감 자동차에 푹 빠져본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동차는 여전히 눈 돌아가게 만드는 훌륭한 장남감이다. 이들 경제력 있는 40대들에게 클래식자동차업자들이 추억을 파는 마케팅전략으로 들고나온 게 바로 클래식자동차를 지칭하는 올드타이머(Oldtimer)와 비교되는 영타이머(Youngtimer)라는 개념이다. 영타이머는 종종 정통영어 고수자들에게 적대시되는 “겉보기 영어( Pseudo-Anglicism)” 단어지만 짜장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는데야…
영타이머는 영어의 "모던 클래식"에 해당된다. 물론 영타이머가 존재한다는 것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의 이야기다. 영타이머는 30년이 채 안된 자동차를 말하는데, 곧 30년이 되어 올드타이머로 인정받는 준비된 클래식자동차다. 클래식업체는 전통과 역사를 팔고 고객들은 어릴 적 추억을 산다. 추억과 젊은 시절의 문화가 자동차에 실려 거래되는 장소가 바로 클래식자동차 시장이다.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전체에 30년 이상 된 소위 “역사적인” 자동차는 1백50만대가 넘게 굴러다니고 있다. 이는 물론 정식으로 등록된 숫자이고 박물관에 있거나 등록하지 않고 개인 차고에 있는 소장품까지 따진다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의 클래식자동차의 시장규모는 연간 약 60억 유로(한화로 약 9조원), 유럽 전체는 약 160억 유로 정도다.
해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매주 유럽의 각 나라 각 도시에서 펼쳐지는 각종 클래식자동차 전시회는 물론 올드타이머 그랑프리, 클래식자동차 이벤트 등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비용, 클래식자동차의 유지, 보수, 부품거래, 복원 등에서 파생하는 경제적인 효과는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이다. 이렇듯 규모가 커지니 이제 자동차메이커들도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벤츠사가 클래식 센터를 만들고 박물관을 세우면서 먼저 나서자 BMW, 폭스바겐 등 메이커들도 박물관, 클래식센터 등을 만들면서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이들 메이커들이 만든 클래식센터와 더불어 독일의 각도시에서 개최되는 각종 클래식 모터쇼는 단순하게 오래 된 중고자동차와 부품들만 거래하는 게 아니라 전통과 역사도 함께 판매하고 있으며 최신 모델의 이미지도 함께 구축한다. 바야흐로 자동차시장에도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마케팅이 펼쳐지는 자동차문화콘텐츠(ACT)시대가 온 것이다.
클래식자동차가 단순하게 자동차로서 지나간 구형 혹은 구식모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통과 역사가 스며들어 인간의 추억과 함께함으로써 더 높은 가치가 부여돼, 예술품이나 소장품 혹은 문화상품이 되고 이러한 자동차문화상품의 시장이 점점 더 확대돼가고 있는 추세다.
독일의 자동차클럽의 하나인 독일의 자동차클럽(AvD)과 프랑스에 본부가 있는 FIA에서는 “클래식” 라는 매우 폭넓은 개념아래 세부적으로 클래식자동차를 A에서부터 G까지 7단계로 다음과 같이 구별해놓았다.
클래식 A는 자동차가 발명된 초창기부터 1904년 말까지 생산되었던 모델을 지칭하며 엔서스터(Ancestor)라 하기도 한다. 말뜻 그대로 원형 혹은 선구자로 자동차의 선조인 셈이다.
이들 모델들은 대부분 유럽의 유명 브랜드인 자동차회사들이 소유하고 있거나 자사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자동차시대에 역사적으로 자랑할만한 모델들이니 이런 선조 모델을 갖고 있다는 것은 메이커로서는 대단한 자부심인 것은 분명하다
벤츠가 특허를 낸 최초의 자동차 모터바겐, 원본은 사라지고 특허를 바탕으로 한 복제품만 존재한다.
클래식 B는 1905년 초부터 1918년 말까지 생산되었던 모델들을 말한다. 이 시기엔 자동차가 왕족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세속적으로 영국에서는 에드워드시대여서 그랬는지 에드워디언(Edwardian) 독일에서는 카이저시대(Kaiserzeit)라고 불리지만 정식으로는 베테랑(Veteran)으로 불린다. 숙련된 전문가 혹은 노련한 숙련가를 지칭하는 뜻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겐 전혀 뜻밖일수도 있겠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영국에서 자동차분야에 사용되던 단어이다. 이 시기의 자동차들은 배기량도 10리터 혹은 20리터로 맘모스급에 해당돼 자동차가격은 차치하고라도 연료소비 역시 일반 백성들은 물론 웬만한 귀족들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해마다 8월 둘째 주 주말이면 독일의 F1서키트인 뉘르부르그링에서는 독일의 자동차클럽인 AvD 주최로 개최되는 올드타이머 그랑프리에 카테고리 에드워르디언 챔피언전이 열리는데 이런 맘모스급 자동차들이 박물관을 뛰쳐나와서 왕왕거리며 트랙을 질주하는 장면은 올드타이머 그랑프리대회의 최고의 압권이다.
에드위디언시대의 롤스로이스 모델.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던 에드워드는 이 시기의 영국의 왕으로서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면서 왕관을 버린 것으로 유명한데, 요즈음은 돈 좀 있는 젊은이들이 결혼할 때 이 에드워디언 롤스로이스모델을 웨딩카로 대여해 왕가의 결혼식 흉내를 내기도 한다.
클래식 C는 1919년 초에서부터 1930년 말까지의 모델들을 지칭하며 빈티지 (Vintage)라 한다. 포도수확 혹은 포도 풍작이었던 해의 포도주를 지칭하는 뜻도 있지만 영국식 영어 특히 오래된 자동차에서도 빈티지란 단어를 사용한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 날, 잘 복원된 프랑스의 빈티지 모델인 드디옹을 몰고 빈티지와인을 시음하러 포도밭 사이를 내리 치달리는 기분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드 디온 부통을 타고 포도밭 농장으로 포도주 사러가시는 독일의 멋장이 영감님. 오토바이와 클래식 카브리올레 타시는 남성들에게 폼나는 고글과 바람에 날려줄 수염은 필수.
클래식 D는 소위 포스트 빈티지 시대로 불리며 1931년 초부터 세계 제 2차대전이 끝나던 해인 1945년 말까지의 모델들이다. 이 시기엔 거의 자동차의 고향이랄 수 있는 유럽이 2차 대전으로 인해 전쟁터가 되는 바람에 민간 자동차의 공급과 수요는 거의 제로상태였지만 전쟁용 자동차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각종 장갑차나 수륙양용자동차, 사열용 무개차, 지프형자동차, 화물자동차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자동차 역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독일의 명차 비틀이 탄생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참혹한 전쟁을 통해 인간이 비로소 철학적으로 깊은 인간성을 되돌아볼 수 있는 성찰을 제공받았다는 점과 전쟁수행과정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각종 교통 및 수송, 무기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폭스바겐 비틀을 개조해 만든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장갑차 퀴벨. 엔진이 공냉식이어서 사막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1946년 초부터 1960년 말까지 생산되었던 클래식 E는 소위 전후시대(post war)라고 한다. 세계대전이라고 하지만 사실 곰곰 따져보면 전쟁터가 유럽이었던만큼 전쟁 전과 전쟁 후에 인류 특히 직접 전쟁을 겪었던 유럽사람들과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했던 미국사람들과의 생활에 변화와 차이가 무척이나 심했으므로 지역적인 차이에 따른 자동차모델에서도 많은 차이와 변화가 있었다. 이 시기의 모델들이 비로소 클래식자동차의 대중화시대를 연 진정한 선구자일 것이다. 사실 2차 대전 이전 모델들은 거의 모두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 개인들이 소장하기 어렵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2차 대전 이전 모델들이 그 희소성으로 인해 눈으로만 만족하던 것에서 점차 자동차가 대중화 됨에 따라 사람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고 타 볼 수 있는 그러니까 좀더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최초의 클래식모델들인 셈이다.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스카글리티에서 제작한 1957년형 페라리 250 테스타로싸, 50년대 들어서면서 영원한 드림카가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클래식 F는 1961년 초부터 1970년 말까지의 모델들인데 이 시기에 독일은 물론 미국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하여 경제기적(wirtschaftwunder)의 시대로 불린다. 사실 이 시기의 모델들이 소위 클래식자동차를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형 캐딜락 카브리올레, 60년대 미국 경제의 상징이었다.
클래식 G는 1971년 초부터 1980년 말까지의 모델을 말한다. 50대 이후의 세대들에게는 어릴 적 향수(Young timer)를 일으키는 모델들로 주로 자수성가한 중장년층에서 소싯적에 고생하던 시기를 추억하는 소재로 소유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자수성가한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클래식자동차가 따로 있을 수야 없지 않겠는가.
르노가 70년대 스포카로 내놓은 알핀 A 310 V6모델, 바디가 플라스틱이어서 차체가 매우 가벼웠다. 포르쉐와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서 마케팅에 나섰다. 한때는 마니아층까지 형성하면서 성공하는듯 했으나 결국 80년대 중반 단종되었다. 그래서 더 아쉽고 아련한 7080 추억의 스포츠카 모델이다.
다음 단계인 클래식 H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첫 모델인 1981년도 모델들이 클래식자동차의 기본 조건인 30년이 넘었으므로 조만간 클래식 H는 아마 새로운 카테고리로 등장할 것이다. 이미 클래식 시장에선 1982년도 모델들이 이미 당당하게 클래식 자동차로 대접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올드타이머에 대한 정의가 확실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건 정식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독일에서 자동차 번호판의 고유번호 다음에 H 자가 있으면 1979년 7월 이전에 생산된 모델이거나 적어도 30년 이상 된 올드타이머로 등록된 자동차이다.
역대 벤츠모델 중 최고의 투자가치를 지닌 SL 벤츠 걸윙 모델, 번호판 맨 뒤에 H 자가 있어 멀리서도 한 눈에 클래식자동차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H는 영어와 비슷하게 독일어에서도 히스토리쉬 (Historisch) , 즉 “역사적”이란 뜻이니 단순한 공산품이자 소모품에 지나지 않던 자동차에 지나간 시간이 점착되어 소위 역사성이 부여된다는 의미이다. 자동차에 역사성이 부가됨으로써 H자 자동차는 이전에 갖고 있던 가치와는 전혀 다른 가치와 평가를 받게 된다. 물론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가치가 부여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H자가 붙어 공인된 올드타이머 역시 자동차이니만큼 자동차의 보관상태와 오리지널리티 즉, 얼마나 원형에 가까운가에 따라 그리고 디자인과 기술의 혁신성 모델에 따른 인기도에 따라 정한 일정한 평가기준이 확립되어 있다.
이를 점수로 일반화하여 표시하는데 독일에서는 점수(Note) 1 에서부터 점수 5 까지 평가하도록 되어있다. Note 1은 흠집 없는 최고의 상태를 말하는데 물론 완전무결하게 복원된 모델도 포함된다. 점수(Note) 5는 아주 형편없는 상태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차적증명서나 잠재적인 복원가치가 있는 경우이다.
자동차는 분명 문명의 산물이지만 자동차문화라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형식의 행동양태다. 오래된 자동차를 아끼고 보존하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간의 역사와 함께 숨쉬며 공존하는 클래식자동차 문화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한지도 어언 50여 년이 넘었다. 초기 생산되었던 모델들은 이미 유럽기준으로 보아도 당당한 클래식자동차다. 溫故而知新의 찬란한 유교문화를 전통으로 내세우며 자동차생산국 세계5위의 위풍당당한 우리나라엔 어찌하여 아직도 클래식자동차문화가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첫댓글 아유 여기 훌륭한 차들에 비교하면 제34는 신품 공장출시 z급 이군요~~^^ 좋아라~~
전 사진만 봐도 가슴이 두근 거립니다 ㅠㅠ
멋있는 차량들을 보니.. 우리나라도 많은 차량들이 생겨 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꿀꺽~꿀꺽 침만삼킵니다...ㅜㅜ
좋은자료네요~~
올드타이머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너무 좋은 자료네요..
좋은 자료, 멋진 사진들 감사합니다
음...좋은 자료 잘 봤습니다
제 차도 언젠가 클래식카가 되는 날이 오길 바래봅니다
페라리 250 사고싶다ㅋㅋㅋ
마지막의 SL은 지금 신차로 나왔다해도 어색하지 않을 디자인같습니다 +_+
정말 옛날 클래식카 디자인은 멋집니다...
읽으면서 공부 마니 하고갑니다.
공부 많이 해야 되네요....
멋잇씁니다 ㅠㅠ
멋집니다
퀴벨에 혹 갔습니다.
드림카네요
good
잘봤습니다.^^
굿~~
멎진사진 입니다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멋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