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내가 흥미롭게 보는 TV프로가 있다. 히든 싱어다. 히든싱어는 기존가수를 모창할 수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왕중왕을 뽑는 프로이다. 신승훈, 임창정, 휘성, 윤도현, 주현미, 남진...... 많은 가수들과 모창 가수들이 매주 누가 제일 잘 불렀는지 경연을 벌인다. 경연을 벌이는 가수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내 목소리는 아주 독특해서 흉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창가수들이 원 가수의 노래를 똑 같이 부를 때 사람들이 소름이 돗힌다고 말한다.
오늘은 한 해 후반기에 불렀던 왕중왕으로 뽑혔던 가수들의 결승전을 하는 날이었다. '공대생 휘성', '논산가는 조성모', '용접공 임창정' 세 사람이 올 해 최고의 왕중왕을 뽑기 위해 대결했다. 정말 세 명 모두 기존 가수들이 깜짝 놀랄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 어느 한 사람을 우승자로 뽑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자가 공대생 휘성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모창가수 세 사람 모두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선천적 능력은 모두 비슷하게 타고 난 것 같았다. 그러나 최고의 결전이 점점 다가 왔을 때 그들의 실력은 조금씩 조금씩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틈은 지금까지 그들의 삶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들이 부른 노래 속에는 그들이 살았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 삶의 흔적으로 인해 그들의 노래는 부를 때 마다 점점 더 큰 틈이 생겨났다. 그리고 결국에 공대생 휘성이 우승했다.
논산가는 조성모는 자기가 타고 난 능력만으로 노래를 불렀다. 조성모와 음색이 똑 같은 정도의 모창능력은 가지고 있었지만 무늬만 따라 부른 느낌이었다. 그에게서는 그의 삶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용접공 임창정은 어떤 삶이던 자기의 삶이 주어지면 묵묵히 열심히 성실히 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리고 공대생 휘성은 타고난 능력에 최선을 다해 자기의 삶이 어떠한지를 호소하듯이 불렀다. 세 명 모두 원 가수보다 훨씬 원가수 같이 부른 사람이지만 그들의 노래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그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최종 우승자는 공대생 휘성이었다. 공대생 휘성은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을 다니고 그리고 이로 인해 원하지 않는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것에 고심을 했다고 한다. 그런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 휘성의 노래는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에 2시간 이상은 듣고 따라 불렀다고 한다. 얼마나 불렀던지 학교 시험에 빠질 정도로 불렀으며 부모님까지 따라부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불렀다고 한다. 그가 휘성의 노래를 불렀던 것은 삶이 힘들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할 때 힘을 주는 노래였다고 한다. 그런 마음을 실고 휘성의 노래를 10년이나 불렀다고 한다. 공대생 휘성이 우승한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최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최고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한 그의 삶이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아부와 거짓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삶을 지탱하기에는 삶은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오랜동안의 좌절과 그 좌절을 인내하는 삶이 없다면 그 누구도 자기가 최고라고 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내 삶을 앞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뒤돌아보고 쉬어서 둘러도 보는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첫댓글 와!!! 죽은 고목 나무에 꽃이 핀듯. 홈피에 글이 올라온 것이 얼마만인가. 우연히 들렀다가 흔들림이 올린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