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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3일 한국 천주교 여성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왼쪽부터) 막달레나 공동체 이옥정 대표, 천여공 김선실 전 공동대표, 가여연 표영은 연구원, 장상연 김영미 수녀, 가톨릭여성신학회 허귀희 수녀, 우신연 이미영 연구실장, 박정우 신부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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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한국 천주교 여성운동을 역사적으로 성찰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13일 오후 3시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이 심포지엄은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공동대표 김진희·최금자, 이하 천여공)가 주관했으며,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이하 가여연),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이하 장상연), 가톨릭여성신학회, 막달레나 공동체 등이 함께해 지난 20여 년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모색했다.
연구소, 단체 등 1990년대 이후 교회 내 여성들의 다양한 활동 조명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선실 천여공 전 공동대표는 1993년 천여공의 창립 과정과 교육 · 연구, 여성 전례 기획과 진행, 본당 사목회의 여성 비례대표제와 같은 여성사목 관련 제안 등 천여공의 활동을 정리해 발표했다. 천여공은 여성인권을 위한 활동을 펼치며 2004년 이주여성들을 위한 미리암 이주여성센터를, 2007년 현재 가톨릭 여성심리상담소가 된 가톨릭 여성의 전화를 설립하기도 했다.
가여연 표은영 연구원은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의 활동을 소개한 뒤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가여연은 가톨릭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인 최혜영 수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공의 여성 교수와 강사들이 “조화로운 교회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됐다. 1998년 첫 연구 프로젝트인 ‘한국 여자 수도회 성소자 및 수도자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꾸준한 연구 활동을 전개해왔다. 2006년 서울 중구 정동에 문화공간 ‘품사랑’을 열고 다양한 중년기 영성 워크숍, 모녀관계 워크숍 등 여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모임을 진행 중이다.
장상연 생명평화분과장인 김영미 수녀(천주섭리수녀회)는 1969년 로마 교황청의 정식 인준을 받은 장상연의 활동을 사회사목분과와 여성분과로 나누어 발표했다. 사회사목분과는 2000년대 새만금 개발에 대한 대응을 시작으로 4대강 사업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등 환경과 평화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으며, 밀양 송전탑 저지 운동을 중심으로 탈핵 활동에 적극 참여해왔다.
김영미 수녀는 장상연의 이런 ‘예언적 소명의 실천’을 정치적 또는 세속적인 것이라 보는 부정적 견해가 많으며, 사회적 활동을 ‘영성과 관상의 결여’로 보는 경향도 있음을 지적했다. 김 수녀는 이런 견해에 대해 “수도자의 사회 참여는 복음적 철저함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수도 생활의 본질인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상연은 또한 여성수도자들이 사회의 여성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수도자 자신이 여성으로서의 의식을 계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1993년 여성분과를 설립했다. 2000년 주교회의 추계 총회에 장상연이 올린 여성위원회 설립 요청이 수용되어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산하에 ‘여성소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분과는 2010년 위원이 없어서 활동이 중단되었고, 2012년 사회사목분과와 여성분과를 통합해 ‘생명평화분과’로 재탄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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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효숙 기자 |
교회, 떠나는 여성들에게 응답하라
각 단체의 활동에 관한 성찰과 평가를 마친 후,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이하 우신연) 연구실장과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는 교회 여성 운동의 현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이미영 연구실장은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여성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교회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에 주목했다.
“2005년 인구센서스에서 ‘천주교 신자’라고 답한 수와 교회 통계에 드러난 신자 수를 비교하면 여성의 교회 이탈 현상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 남성들은 교회 통계의 신자 수보다 인구센서스에서 현재 신자라고 답한 사람의 수가 훨씬 많은 반면, 여성들은 교회 통계의 신자 수보다 현재 신자라고 답한 수가 현저히 적다. 또, 한 교구의 이향 신자(행방불명 냉담 신자) 통계에서도 여성 이향 신자 수가 남성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이는 여성들에게 가톨릭교회가 매력을 잃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이며 한국 천주교가 여성사목을 시급히 고민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연구실장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교회 안 여성의 정체성은 뒤에서 조용히 일하는 ‘협력자’ 혹은 ‘봉사자’로 각인됐다고 전했다. 또, 주도적으로 사도직 활동을 기획하기보다 사제의 권위에 순종하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한국 천주교회 여성사목 방향 정립을 위한 의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사목은 가정 사목의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53.3%가 동의했다. 교회의 여성에 대한 가르침이 주로 가정 안의 역할에 치우치고 이를 따르는 신자들이 여성사목을 가정사목의 일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이 연구실장은 “교회 안 여성들의 사회 참여 인식이 남성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여성 문제에 관한 관심도 함께 낮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실장은 18세기 말 천주교는 여성들에게 ‘유교적 전통가치관을 전복하는 해방의 복음’이었다며, 최근 교회 안에서 여성신학 논의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여성운동이 목표로 하는 다음 과제를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성체분배, 성인 복사 등 전례를 비롯한 모든 사목활동을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우리끼리의 모임’을 넘어 더 많이 소통하고 연대해야
2004년 미국 포담대학교에서 <한국 가톨릭교회와 페미니즘: 4개의 한국 가톨릭 페미니스트 단체와 그 회원들에 관한 연구>로 종교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박정우 신부는 “여성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소수의 의식 있는 여성들만의 게토화된 단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양성이 동등한 존엄성을 지니고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라는 의식을 확산시키고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라 강조했다. 이어 “남성들, 특히 사제들과도 협력하고 동참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교도권과 소통하고 본당의 많은 여성 신자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박 신부는 평신도가 주도하는 단체가 지속해서 영향력을 갖기 위해 ‘리더십이 권위 있게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학문적 · 사회적 성취를 통해 힘을 기르는 한편, 인재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튼튼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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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효숙 기자 |
발제에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하유설 신부(메리놀외방선교회)는 “오늘 심포지엄과 같은 가톨릭 여성들의 장기적인 연대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고 물었고, 이에 김선실 천여공 전 대표는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2000년 발족됐으나 현재는 활동이 중단된 ‘가톨릭여성단체연대’의 재건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김수태 교수(충남대 국사학과)는 “제언과 전망에 앞서 위축된 현재 상황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미영 연구실장은 “‘센 여성’들은 이미 교회를 나갔다. 지금 교회 안 여성들은 너무 착하고, 부당하다고 느껴도 순명하고 참는다”면서 “지금의 침체는 끊임없이 바위에 계란 치기를 해온 여성들이 지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선실 전 대표는 “본당 여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을 철저하게 인정한다”면서 “본당이란 벽도 우리가 넘기엔 너무 강하고 한국 교회의 보수성도 매우 견고하다. 초기에는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교회로 들어갔지만, 사제단도 여성문제에 관한 의식은 사회문제에 관한 의식과 달랐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막달레나 공동체 백재희 부대표는 “막달레나 공동체에서 가톨릭의 힘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했지만 신자가 되기는 주저하게 된다”면서, 그 이유로 “성매매와 연관된 피임, 낙태 등의 문제에 관해 가톨릭은 분명한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는 조짐이나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가톨릭이 내일을 말하기 위해서는 10대 여성들에 집중해야 한다”며 “본당에 수많은 청소년 모임이 있는데 양성평등 교육을 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심포지엄에 보낸 축사에서 “예수님이 부활의 첫 증인으로 논리와 권위를 갖춘 남성이 아니라 연약하고 힘없는 여성을 보내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여성이 받은 억압과 차별, 폭력의 역사가 부활의 증인이 되기 위한 오랜 준비의 여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하느님께서 여성들을 통해 펼치실 구원의 경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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