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 규모별 창업 성공기
돈도 점포도 없다고요? 그럼 이런 건 어떨까요?
창업시대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자들이 쏟아지고, 미래가 불안한 샐러리맨 생활 대신 자기사업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무경험자가 의욕만 갖고 뛰어들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창업전문가들은 사업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시장진입에 어느 정도 성공한 프랜차이즈 분점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무점포 소자본형 노래방 전자드럼 설치업
자동차 세일즈맨인 김종훈(35)씨는 지난해말 ‘노래방 전자드럼 설치’라는 새로운 사업거리를 발견하곤 무릎을 쳤다. 노래방 전자드럼은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음악에 맞춰 두드리는 신종 음악기구.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할 때 옆에서 직접 두드리며 흥을 돋울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 창업자본도 적게 들고 저녁에 할 수 있어 부업으로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김 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인 해피드림과 계약, 성남점을 차리고 성남시 소재 노래방 10곳에 기계를 설치했다. 총 비용은 1670만원. 수입은 노래방측과 5대5로 나눠갖는다. “500원짜리 동전도 많이 모이면 꽤 돈이 됩디다. 한 달에 150만~170만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기계 관리에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동전이 가득찼다고 연락이 오면 노래방에 가서 동전박스를 열기만 하면 된다. 기계 수리에도 큰 기술이 필요없다는 것이 김 사장 얘기다.
김 사장의 창업 Tip 창업 아이템은 많이 있지만 초보자들은 적은 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택한 경우엔 직접 본사를 방문해서 정상적인 회사인지 파악해야 한다.
5000만원 안팎 캐릭터아동속옷 전문점
14세까지 아동을 위한 내의 전문점이다. 유명 브랜드인 무냐무냐 춘천점을 경영하는 김명옥(40) 사장은 IMF 사태로 직장을 잃으면서 사업을 시작한 케이스. 김 사장은 “퇴직 후 10개월을 놀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사업을 알게 되었을 때 한 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99년 9월 오픈 당시 총투자액은 2500만원. 춘천시 중앙로 지하상가의 8평짜리 상점 임대와 내부 인테리어, 초기 상품 조달 등에 든 비용이다. 비용은 퇴직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임대보증금 등이 올라 초기투자금 수준이 50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금융기관에서만 일을 해서인지 처음엔 고객 상대가 무척 힘들었어요. 손님들이 가게에 들어오면 무서워서 제대로 말도 못할 정도로 쩔쩔맸어요.”
지금은 고객의 비위를 맞출 정도로 장사꾼이 다 되었다. 내의 장사는 초보자가 하기 좋다는 것이 김 사장 얘기다. 겉옷 장사는 손님들이 워낙 까탈스럽게 꼼꼼히 따져 초보자가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혼자 장사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없어 수입이 꽤 짭짤하다. 비수기엔 월 200만~300만원, 성수기엔 2배 가량 늘어난다. 설, 어린이날, 추석, 크리스마스 대목 때는 장사가 즐거울 정도로 바쁘다. 다만 주말에 장사가 더 잘되기 때문에 주말에 여가를 즐기기가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김 사장의 창업 Tip 사업지역과 사업아이템의 관련성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주변 거주인구수, 소득수준, 젊은 주부들이 많이 사는지 여부 등 지역 특성이 하고자 하는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 또 고객의 비위를 맞출 정신적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
1억원 안팎 가격파괴 피부관리점
“일반가게는 종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해 가격이 5만~6만원으로 비싼 반면 우리는 4000원짜리 기본관리, 영양공급, 잔주름 개선 등으로 세분화해 가격이 무척 저렴합니다.”
또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체지방관리프로그램, 복부관리프로그램처럼 세분해서 제공한다. 다이어트관리 기계는 판매도 한다.
33평짜리 가게를 차리는 데 든 비용은 1억원. 임대보증금과 인테리어, 기계 설치비 등이다. 사업초기의 어려움은 새로운 형의 사업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사업 경험이 없어 일하면서 하나 하나 배워나가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고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현재 하루 고객은 20~30명선. 1인당 월 300만원 정도 수입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1인당 월 500만원까지 수입을 늘린다는 목표다.
장 사장의 창업 Tip 동업을 할 때는 동업 관계 유지를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가령 모두가 교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동업자간에 불평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억원 안팎 쭈꾸미삼겹살 구이집
위씨의 성공은 사업 아이템 선정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위씨는 남편이 중소기업에서 명예퇴직한 3년 전 미장원을 그만두고 남편과 함께 식당업에 뛰어들었다. 초기 사업은 보리밥집. 하지만 음식점이 잘된다는 얘기만 듣고 덜컥 했다가 실패했다. 보리밥집으로 1년만에 7000만원이나 적자를 보았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은 끝에 쭈꾸미와 삼겹살을 구워먹는 사업아이템을 찾았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신중하게 상권을 분석하고, 가게 인테리어도 다르게 꾸미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우선 지역 특성을 꼼꼼히 살폈다. 상동 신도시엔 나이트클럽이 있을 정도로 젊은층이 붐빈다. 젊은층 고객은 신발 벗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보통 음식점에 있는 마루식 식탁을 모두 없앴다. 대신 몽땅 의자가 있는 테이블 25개로 꾸몄다. 내부 인테리어도 젊은층이 좋아하도록 깔끔한 인상의 퓨전식으로 꾸몄다.
음식전략도 새로 짰다. 반찬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피클류로 승부를 걸었다. 느끼한 고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새콤달콤한 오이피클, 배추피클을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또 요즘 젊은층은 냄새나는 된장을 좋아하지 않아 찍어먹는 고기소스도 산뜻한 맛이 나는 것으로 했다.
이처럼 삼겹살집은 으레 술 마시고 왁자지껄하다는 인상을 없애자 공무원, 회사원 등 중년층 직장인과 의사 같은 전문직, 가족단위 고객들도 늘었다.
총 투자금액은 1억5000만원. 100평짜리 가게는 임대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나머지 1억원은 인테리어와 설비 등에 투자했다. 농협에서 연 6.7%짜리 창업자금을 4000만원 빌려 본인자금부담을 줄였다.
현재 월매출은 4000만원. 이익은 40%선이다. 세금 등을 제하면 수입은 월 1000만원 수준이다. 과거 남편이 직장 다니고 본인이 미장원을 할 때 수입 월 700만~800만원보다 늘었다. 앞으로 월 매출을 1억원까지 올린다는 포부다. 또 동생이 있는 미국이나 중국 등 외국으로 진출하는 꿈도 가꾸고 있다.
위 사장의 창업 Tip 명퇴자들은 대개 요식업을 하는데 체인점이 하기 쉽다. 체인점은 무엇보다 본사의 노하우를 곧바로 전수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3억원 안팎 퓨전 포장마차식 주점
우선 최근 불황을 고려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고 있다. 한 접시 7000원짜리 회 안주를 개발하고, 소주는 1잔에 400원 잔 단위로도 판다. 잔술을 팔아 손님이 혼자와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오래 전부터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사내결혼한 아내와 함께 지난해 명예퇴직하면서 꿈을 구체화해 나갔다.
요식업을 한다는 목표를 세운 뒤 감자탕집 등 여러 음식점을 찾아다니면서 장단점을 비교했다. 꼬박 두 달 간 돌아다닌 끝에 홍대앞에 있는 퓨전식 포장마차 주점을 보고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총 투자액은 3억4000만원. 부부의 퇴직금 2억원과 모아놓은 돈을 투입했다. 37평의 내부를 장식하는 데만 1억6000만원을 쏟아부었다. 가게 임대보증금은 1억5000만원. 지난해 11월 오픈한 이후 현재 하루 평균 매출 150만원으로 이익은 35%선이다. 앞으로 하루 평균 매출을 25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장 어려운 점은 종업원 인력관리. 업종 성격상 종업원 이직률이 높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는데 직원들이 말도 없이 나오지 않는 등 두 달 만에 전직원이 교체될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회 안주를 직접 만드는 등 가게에서 하는 일을 모두 익혀야 했습니다.”
하지만 샐러리맨 시절보다 만족감은 더욱 커졌다. 우선 수입이 늘어 직장생활 당시 부부가 월 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두 배 가량이 됐다. 또 앞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일 아침 새로운 의욕이 생긴다.
다만 저녁에 하는 장사라 아이들과 저녁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박 사장은 “점포수를 5개로 늘린다는 목표가 달성되면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자리에서 한발 물러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사장의 창업 Tip 무엇보다 사전 조사를 많이 해야 한다. 의욕만 갖고 하면 큰코 다친다. 요식업의 경쟁력은 맛이지만 요즘은 맛으로만 승부할 수 없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인테리어 등 시대적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 자금규모별 유망 창업 아이템
1000만원 안팎
홈스쿨은 가정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하루에 반나절 정도 근무로 월 100만~200만원 안팎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주산을 통해 암산식 수학교육 능력을 길러주는 주산홈스쿨과 레고를 이용해서 놀이교육을 하는 레고 홈스쿨 등이 있다.
스팀을 활용해 물 없이도 세차가 가능한 친환경 사업인 스팀세차 사업, 알레르기의 원인균인 집먼지 진드기와 먼지를 제거해주는 알르레기 클리닝 사업, 특수처리를 통해 낡은 타일을 새 것처럼 바꿔주는 타일재생업 등 소호(SOHO)형 사업도 가능하다.
설치형 사업은 최근에 많이 등장하는 사업으로 주로 자판기나 기계를 활용한다. CD 교체가 가능해 신 게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오락기가 인기다. 이 기계는 문방구 비디오가게 앞 등에 설치하는데 대당 170만원선.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 인화를 해주는 디카폰카 인화 자판기도 인기다. 젊은이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한다. 노래방의 흥을 돋워주는 노래방 물방울 연출기도 있다.
5000만원 안팎
외식업 중에서는 동네에서 도전해 볼 수 있는 배달사업이 이 자금대로 가능하다.
치킨배달점, 치킨 피자 복합배달점, 간식배달점 등이 그 예. 최근에는 1000원대에 판매하는 가격파괴형 만두 판매업도 등장했다. 아파트단지 등에서 할 수 있는 세탁편의점 체인점, 잉크충전방, 자동차 외장관리 전문점도 도전해 볼 만한 업종. 교육 사업 중에는 지사 지국형 사업이 많다. 아동미술 방문지도 사업, 피아노 방문지도 사업 지점, 놀이홈스쿨 지국 운영, 외국인 가정교사 파견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1억원 안팎
일반 점포 업종을 창업하기에 무난한 자금. 가령 일식도시락배달 사업은 기존의 도시락 배달을 업그레이드한 사업. 고급 일식과 우동 돈가스 초밥 등을 다양하게 배달하는 게 특징이다. 기계초밥전문점은 기계를 이용해 초밥을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돈가스 초밥 등을 판매하는 전문 분식집도 가능하다. 김밥 우동전문점은 A급 입지는 안되지만 B급 입지에서는 창업할 수 있다. 시설비가 저렴한 외식업이라면 30평대 창업도 가능하다. 3초 만에 삼겹살을 초벌구이 해주는 삼초삼겹살전문점, 10분 만에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셀프 우동전문점, 퓨전순대요리전문점도 창업할 수 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최근에 새로 나온 셀프 다이어트방이나 가격파괴 피부관리실 사업이 인기다.
2억~3억원 안팎
초대형 점포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점포 사업이 가능하다. 주점업 중 포장마차 카페는 안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잔술 판매도 하는 게 특징이다. 테이크아웃 주점도 등장했다. 와인 등을 간단하게 테이크아웃할 수 있으며, 소주 칵테일 등을 맞춤형으로 만들어주는 게 특징이다. 외식업으로는 1인 샤브샤브전문점, 퓨전닭요리전문점, 토종김치요리전문점, 샌드위치 카페 등 대부분의 업종이 창업 가능하다. 교육사업으로는 영유아 창의력교육센터, 어린이 영어유치원, 놀이교육센터 등을 창업할 수 있다. PC방, DVD방, 독서실 등 시설 장치형 업종도 창업 가능하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외식업, 한 달 내 손익분기점 달성돼야”
창업시 가장 중요한 요인이나 중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입지 선정에서는 발로 뛰는 조사가 필수다. 상권은 물론 입지 여건, 앞으로의 상권 전망 및 변동사항까지 체크해야 한다. 업종과 관련한 점포 인허가 사항도 필수열람 요소다. 주변점포들의 영업 현황이나 시세 조사를 해야 하며, 경쟁업소를 파악, 경쟁력지수도 체크해야 한다. 유사 업종을 통한 매출 예측도 필요하다. 시간대별 유동인구 조사와 상권 내 가구수 및 상주 인구도 조사해야 한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때까지 기간은 어느 정도 잡는 것이 좋은가.
업종마다 손익분기점 도달 시기가 다르다. 외식업의 경우 보통 한 달 이내에 손익분기점이 달성돼야 하며, 판매업은 3~6개월, 서비스업 중 시설장치업은 1~3개월 내에 손익분기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 초기 조건(상권이나 입지, 시설 규모 경쟁력)이 좋다면 많은 업종들이 개점 초기부터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하다. 손익분기 도달 기간이 느린 업종이라면 3개월 이내에 점포 영업을 활성화 시킨다는 전략으로 조기정착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한다. 조기정착 프로그램이란 매출 활성화 및 목표 매출 조기 달성을 위해 다양한 판촉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과학적으로 품질과 서비스, 점포, 종업원 관리를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자기자본 수익률 목표는 어느 정도로 잡는 것이 적정한가.
일반적으로 5000만원 이하는 투자비의 4~5%, 1억원 내외는 투자비의 4%, 2억원 이상은 투자비의 3.5~4%를 월 표준 소득액으로 본다. 그 정도를 번다면 비교적 성공한 점포라는 뜻이다. 다만 비슷한 소득이라고 해도 평당 매출액, 종업원 1인당 매출액, 감가상각비 등은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례별로 수익성을 검토해야 한다. 수명이 짧은 업종이라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려야 하고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드는 업종도 마찬가지다.
외부투자자의 도움을 얻을 땐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무리한 외부 자금 유입은 부실 경영의 원인이 되기 쉽다. 총투자비에서 외부 자금이 30%를 넘어서는 것은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업종 성격을 고려해 전체 자금 중에서 약간의 운영자금을 준비해 놓되 경쟁력을 갖출 정도로는 투자를 해야 한다.
이거산 주간조선 차장대우(bigm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