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베이 대학 방문, 그리고 인도 영화 Kyonki(=Because) 감상기
인도 영화가 제법 유명하다고 들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 몇몇 나라가 제작한 영화를 제외하면, 지난날 한동안 홍콩 영화가 유일하게 서구권 국가들에 씨알이 먹힐 정도였지만, 요즘은 거의 헐리우드 영화가 전세계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국 영화도 우리나라에게는 관객 점유율 50%를 상회하고 있으니 거의 유일하게 자국 영화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점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한 형편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사실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진짜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는 인도다. 인도 영화시장을 가리켜 Bollywood라고 부르는 이유은, 믿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연간 800여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 전세계에 배급하는 인도 영화의 힘을 상징하는 용어이다. 참고로 요즘 우리나라는 연간 약 50편 정도의 영화를 생산한다. 인도 영화는 서구권 뿐만 아니라, 특히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에서는 상당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가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우리 영화가 안방에서만 놀고, 시장 점유율도 국내시장의 50~70%를 점유한다는 말이지, 해외 보급율은 지극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우리나라 문화상품 중에서 영상물 수출 현황은 아시아권의 몇 나라를 중심으로 텔레비전 드라마 몇 편이 인기리에 방송되는 것일뿐, 인도처럼 자국시장 95% 점유, 해외시장 수출실적 수 백편...뭐, 이런 기록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의 여정을 우선 남쪽의 바닷가로 가서 좀 쉬며 인도 남부 지역의 문화를 관찰하기 위해 고아(빤짐) 방면으로 잡았기 때문에 긴 여정을 생각해서 오늘 밤 야간열차를 예약해 둔 만큼, 아직 뭄바이에서 볼 것이 많지만-예를들면, '세계 최대 규모의 빨래터'라고 알려진 도비 가트(Dhobi Ghat)의 '최하층민의 삶의 모습'과, 아시아권에서 태국과 마찬가지로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는 '뭄바이 사창가' 등- 오늘 하루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뭄바이 유일의 종합대학인 봄베이 대학을 구경한 다음에 그 유명하다는 인도영화를 현지에서 한 편 보기로 했다.
먼저 봄베이 대학에 들렀다. 1857년에 건립된 봄베이 대학(Bombay University)은 이 곳 지명이 영국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씻어내기 위해 뭄바이로 바뀌었지만, 전통의 유지와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 대학명은 옛명칭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다. 델리가 뉴델리로, 켈커타가 꼴카타로 지명을 바꾸었으면서도 델리대학, 켈커타 대학이라는 교명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발상이리라. 아무튼 이 대학은 매우 넓은 터에 유럽풍의 품격있는 건물로 지어져 외관은 명성에 걸맞다. 특히 시계탑 건물은 이 지역과 일대의 상징물이 될만큼 위용이 우뚝했고 79,2m 높이의 꼭대기에 있는 시계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우리나 서구 사회의 여느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캠퍼스에는 학생들이 책을 들고 걸어가고, 때로는 벤치나 잔디밭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몇 몇 무리의 학생들에게 그들의 전공과 학교생활, 그리고 꿈과 희망에 대해 물었더니, 모두들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우리네와 다른 점은 외부에서 볼 때와는 달리, 강의실이나 내부 구조물들이 너무나 낡았고 시설 수준은 매우 낙후되었다. 또 한가지는 학생들이 남녀가 함께 어울리지 않아 성별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이건 추측이지만, 계급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그들은 결코 어울리거나 교유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민감한 질문에는 학생들이 내 질문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기준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제기로 받아들여져서 이해가 되지 않는지 즉답을 하거나 특별한 논쟁을 하지 않으려는 느낌을 받았다.
오후에는 번화가로 나가서 <Kyonki>라는 영화를 보았다. 쿈키가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극장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더니 '러브 코미디(코메디)'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나 러닝타임 180분짜리 영화를 다 보고나서 내가 느낀 기분은 코메디물이라기 보다는 '슬픈 러브 스토리'였다. 아마도 극장 직원은 외부인인 내가 보기에, 인도 영화의 외형적 특성인 뮤지컬 양식의 영화 흐름을 코믹하게 본 모양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슬픈 러브 스토리가 맞는 것 같다. 인도 영화는 거의 100%가 뮤지컬 양식을 지향한다. 즉, 스토리 전개나 장면 전환, 시사점의 표현이 필요하면 어김없이 춤을 추거나 노래로 의사를 표현한다. 예를 들면, 어떤 남녀가 만나 첫눈에 반했다면 갑자기 배경이 들판이나 꽃동산으로 바뀌면서 춤을 추면서 사랑의 설레임을 노래하고, 만약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랑에 빠진다면 역시, 배경이 파티장으로 바퀴면서 춤과 노래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테크닉을 쓴다. 분노나 슬픔도 그런 방식의 표현기법을 쓴다.
인도의 극장에서 발견한 특이한 점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매우 소란하고 영화에 몰입하는 정도가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면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궁지에 몰리면 관객들이 해소책을 미리 제시하기도 하고,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가해자를 향해 분노하고, 슬픈 일이 벌어지면 함께 슬퍼하며 그 감정을 그 자리에서 바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텔레비전이 많이 보급되기 전에 <여로>라는 인기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이 환호하고 분노하고 소리치고, 심지어 악역을 맡은 주인공을 거리에서 발견하면 심하게 질책하던 '몰입과 일체화 현상'이 재현되는 듯 한 모습이다. 참고로 인도의 극장은 뒷 편 좌석일수록 입장료가 비싸진다. 따라서 비용을 아끼려면 1층 맨 앞쪽 좌석을 사면 평균 입장료의 반 값으로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다.
저녁 식사는 Chinise 스타일의 메뉴가 맨 위에 굵고 붉은 글씨로 쓰여진 레스토랑에 들어 갔는데, 홍콩식 치킨'을 주문했더니, 무척 매워서 한국 사람만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나를 혼나게 만들었다. 물론, 왠만큼 매운 정도야 잘 적응할 수 있지만, 치킨에 곁들여진 소스며 향취가 내 미각을 자극하여 맥주 한 병을 곁들여 포식을 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몸에 반점이 생기고 가려운 증세가 나타난다. 아마도 극장에서 빈대에 물렸거나 이 음식점에서 모기에 물렸는 알 수는 없다. 그도 아니라면 생소한 음식으로 인한 알러지인지도 모르겠다. 실재로 지난 여름 필리핀에 체류할 때 음식 알러지로 몇 일 고생한 적도 있었다. 밤 11시 조금 지나 고아행 밤기차에 몸을 실었다.
<봄베이 대학 전경>
<봄베이 대학의 유명한 시계탑 근경>
<캠퍼스에서 만난 봄베이 대학생들>
<점심 식사는 튀김과 베지터블 감자커리 소스로 때우고>
<인도 영화 Kyonki 감상 후에 포스터 앞에서>
<성 토마스 성당 내부 모습>
첫댓글 튀김과 감자는 깨끗하고 먹음직 하네요
이 즈음은 감자와 버무린 커리의 독특한 향과 맛도 입에 맞기 시작했지요.
빈 라덴 같아요........ㅎㅎㅎㅎ
아직 빈 라덴 수염 될려면 멀었지요! ㅎㅎㅎ
몸은 지쳐 보이는데 눈빛광채만은 여전히 빛나네요...
인도에 가서 코 안 배일려면 눈빛이라도 살아 있어야...ㅋㅋㅋ
원태아우는 참좋겠네...글쓰니라 수고많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할배 폼 딱이다 조사람들이랑 ...합류하면 될시더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니...뚜껑열린당 신임 당의장하고 자세가 닮았지요? ㅋㅋㅋ 현지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는데, 디카 촬영을 잘 못하길래 몇 번만에 자세 잡느라고 기울었지요! ㅎㅎㅎ '조 사람들'이라 하심은 피부 가무잡잡한 뭄바이 대학교 여학생들 말이시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