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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그 에코토피아의 길 스크랩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관람기
남궁효 추천 0 조회 26 10.09.25 18:0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릴 적 추석이면 동네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씩 보았던 추억이 있다. 나 살던 영등포 시장앞에는 유독 영화관이 많았다. 영보, 연흥, 경원, 서울극장 등등...명절이면 고향으로 내려가지 못한 주변 공단의 노동자들이 몰려들어 영화 한 편으로 심신의 피곤과 고향의 꿈을 대신하지 않았던가 싶다. 나 역시 그들 틈에 섞여서 주로 중국 무협 영화를 즐겨보았다. 고등학교를 동대문 밖으로 나다니게 되면서 종로쪽 피카디리, 단성사, 국제극장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신촌의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를 보았다.  언젠가 한겨레신문에 영화평을 본 적이 있어서 한 번 봄직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추석 연휴 기념으로 관람케 되었다. 극장은 이대 안에 있는데 운동장을 파고 들어가 무지 거대한 포크레인이 한 삽 떼어낸 것같은 현대식 건물에 좌우로 왼편에는 극장 등이 있고 오른 쪽으로는 도서실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상아탑의 공간 마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고서 대학내에 그토록 커다란 건축물에 극장을 지었던가? 대학 마저 미친 돈바람에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것이 영 마음 불편하고 한심스러웠다. 교육은 이미 끝난지 오래되었다.

 

그렇지만 자본의 자궁안에서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를 보는  일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왜냐하면 엘 시스테마는 전혀 자본주의적이지 않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고 베네수엘라가 만들어낸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마약과 범죄에 덧없이 희생되어가던 빈민가의 청소년들을 위하여 시작한 '음악교실'은 35년만에 184개 센타에 30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음악과 악기 연주를 가르치는 국가적 사업으로 성장하였다.

 

우리네의 음악교육은 주로 돈과 밀접한 연관으로 흘러간다. 예고를 들어가려면 공부도 잘 해야 하고 재산도 넉넉해야 하고 ... 가난하고 공부는 못하지만 음악에 재능이 있거나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학교는 없었다. 최근에야 실용음악이란 장르로 직업학교에 위탁교육 형식으로 조끔씩 숨통이 뚫렸다고나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네 교육은 배척과 배제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말하듯이 배척과 배제는 사회를 갈라놓고 긴장시키며 불안하게 만든다. 돈이 너무 많은 집안의 자식들이 인생의 목적을 상실할 수 있듯이 너무 가난한 아이들도 삶의 희망을 잃기는 매한가지... 영화는 음악으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고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전파해나가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나 역시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서 기타를 뚱땅거리면서 음악의 리듬의 세계를 더듬기 시작했지만, 음악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며 우리에게 에너지를 선사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젠 우리도 베네수엘라 처럼 음악을 부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저번에 곽노현 교육감과 간담회 자리에서 박재동 선생이 오전에만 학과 공부하고 오후에는 우리 학생들이 음악, 미술, 운동 등 예체능 교육을 1인1기로 배우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는데, 곽 교육감 임기내에 꼭 그러한 프로그램이 성립되고 실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행복한 교육, 행복한 인생을 위하여! 

 

[아래는 관련 자료를 소개한 것입니다]

 

 

 

 

 

다들 우리가 오케스트라가 되지 못할 거라고 했죠.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꾼다면 결국 그 꿈은 실현된다는 것을!

- ‘엘 시스테마총 감독, 이고르 란스

 

콘서트가 끝나면 세상 모든 게 가치 있다고 느껴져요.

? 엘 시스테마 학생, 다니엘 차콘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매진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가르칩니다.

? 엘 시스테마창단 멤버 겸 교사, 그레고리 카레뇨

 

나는 엘 시스테마아이들의 얼굴에서 음악이란 이래야 한다고 믿어왔던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소통과 순수한 즐거움입니다.

- 베를린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

 

엘 시스테마의 모든 사람들 안에는 더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이 꿈틀거린다!

- 전 베를린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 시놉시스 :

 

 

1975년, 들리는 거라곤 총소리뿐이었던 어느 허름한 차고에 전과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난생 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5년 뒤,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 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의 센터로 퍼져나갔고, 11명이었던 단원

수는 30만 명에 이르렀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오늘을 선물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엘 시스테마’! 그 기적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엘 시스테마의 열정적인 합주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 한겨레21 -
글 : 이영진 | 2010.08.11

‘베네수엘라 사우디타’(Venezuela Saudita). 1970년대 베네수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석유 부국을 꿈꿨다. 마라카이보 호(湖)에서 솟아난 석유는 분명한 미래를 약속하는 듯했다. 1975년 사관학교를 졸업하면서 페레스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지휘도를 수여받은 우고 차베스 역시 조국의 번영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16년 뒤 페레스 대통령과 미국과 초국적 기업을 향해 칼을 빼들 반역의 주인공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누구나 장밋빛 미래를 말하던 시기, 불가능한 혁명을 꿈꾸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눈에 베네수엘라는 탐욕스러운 제국들의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그들의 귀에 민중의 신음과 통탄은 그치지 않았다. 1975년 엘 시스테마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린 예술로 싸웁니다. 자라나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음악이라는 기치 아래 하나가 되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거죠.” 엘 시스테마가 택한 건 총 대신 음악이었다.

 

엘 시스테마의 공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흔히 시스템을 뜻하는 ‘엘 시스테마’라 줄여 부른다. 가난은 당장 처치할 수 없지만, 조금씩 치유할 순 있다. 빈민가에서 마약과 총으로 허기를 달래던 아이들에게 엘 시스테마는 든든한 요새이자 꿈의 요람이다. 전과 기록으로 얼룩진 11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엘 시스테마는 현재 100여개의 지역별 오케스트라와 30만명의 단원을 거느린 초대형 오케스트라가 됐다.

 

역경에서 환희를 쏘아올린 엘 시스테마의 기적을 다룬 이 음악 다큐멘터리는 특별한 재능이 기적을 일구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단적으로 모차르트의 부활이라는 찬사를 받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또한 엘 시스테마의 일원으로만 다뤄진다. 대신 종이로 만든 바이올린을 만지작거리던 코흘리개들이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한명의 불우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모든 불우한 아이들도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죠.”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오의 말처럼, 엘 시스테마의 철학은 누구에게나 평등이다. 마에스트로와 비르투오소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엘 시스테마의 이념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스탭들의 확신에 찬 발언과 총을 맞고서도 웃으며 연주를 했다는 소녀의 진지한 표정에서도 읽힌다.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가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설교하는 건 아니다. 음악 다큐멘터리로서의 본연의 감동도 있다. “여기 아이들은 열다섯이면 총 들고 마약하다가 3달 뒤엔 죽고 말아요”라는 꼬마의 말이 끝나면 버려진 아이들의 고난의 여정을 다룬 모리스 라벨의 <라프니스와 클로에>가 흘러나오고 젊은이들만이 새 세상을 열 수 있다는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오의 인터뷰에 이어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덧붙여진다.

 

하지만 정교한 구성보다 당장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엘 시스테마의 열정적인 합주다. 엘 시스테마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시몬 볼리바르의 <맘보> 연주는 어떤 뮤지컬보다도 흥겹고 어느 재즈 공연 못지않게 자유롭다. 연주 도중 파트별로 일어나 소리를 지르거나 무거운 관악기를 휘리릭 손으로 돌리는 대목에선 지켜보는 이의 엉덩이도 저절로 들썩거린다. 악기가 없어도 연주할 줄 아는 꼬마 오케스트라와 들리지 않아도 노래할 줄 아는 장애인 합창단의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덧붙여 엘 시스테마의 기적을 좀더 보고 듣고 싶다면 국내 출시된 DVD <The Promise of MUSIC>이나 음반 <<Fiesta>>를 권한다. <The Promise of MUSIC>에도 엘 시스테마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또 다른 환희의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Fiesta>에는 남미 클래식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제 영혼을 연주하는 엘 시스테마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책 <민중의 호민관 차베스>에는 차베스 혹은 엘 시스테마의 정신적 지주인 시몬 볼리바르, 시몬 로드리게스 등과 같은 전설적인 영웅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글 :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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