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4권
[귀족과 같은 불자]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깨끗이 목욕하고 향유(香油)를 그 몸과 머리와 손톱에 바르고, 흰 옷을 입고 침복꽃[瞻蔔花] 화환을 쓰고 귀족이 되는 것처럼,
가섭아, 이와 같이 만일 저 비구가 많이 듣고 지혜 있으며, 법복을 입고 위의를 구족하여 불자가 되느니라.
나는 지금 여기에서 게송으로 말하리라.
비유하면 세간 사람은
목욕해 몸을 깨끗이 하고
좋은 향유를 바르고
화환으로 머리 꾸미고
하얀 옷을 입으면
상족자(上簇子)라 일컫는 것처럼
비구도 이와 같아서
많이 듣고 총지(摠持) 갖추고
계덕이 늘 청정하며
법복을 입고
위의를 두루 갖추면
그를 참 불자라 한다.”
[계율을 깨뜨리는 네 종류의 비구]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계율을 깨뜨리는 네 종류의 비구를 계율을 지니는 비구의 영상에 비유하리라.”
가섭이 아뢰었다.
“어떤 것이 네 가지 계율을 깨뜨리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어떤 비구가 별해탈계(別解脫戒)를 원만히 수지하고 금지된 계율을 잘 알아 미세한 죄에도 깊이 두려움을 내며,
항상 학처(學處)에 의해 설계(說戒)가 청정하며,
몸과 입과 뜻의 업이 완전하여 범함이 없고,
음식이 사명(邪命)을 떠나면 여기에는 허물이 있다.
왜냐하면 제 공능(功能)에 집착하여 계취(戒取)를 이루기 때문이니,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첫째이니라.
또 가섭아, 어떤 비구는 금지된 계율을 잘 알고 계행을 항상 가져 세밀히 3업을 쓰지마는
그에게는 신견(身見)이 있으니, 열정(熱情)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한 둘째이니라.
또 가섭아, 어떤 비구는 항상 인자한 마음으로 유정을 가엾이 여기며,
자선(慈善)을 두루 갖추었으나 일체 법의 무생(無生)을 들으면 놀라워하는 마음을 내나니,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셋째이니라.
또 가섭아, 어떤 비구는 12두타(頭陀)의 큰 행을 원만히 갖추어 이지러짐이 없으면서도
나라는 마음이 있어서 나[我]와 남[人]의 상에 깊이 집착하나니,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넷째이니라.
가섭아, 이것이 계율을 깨뜨리는 것을 계율을 지니는 것의 영상에 비유하는 네 가지이니라.
[성착무루정계]
또 가섭아, 만일 이 계율을 설명하여
사람도 없고 나도 없으며 중생도 없고 수명도 없으며,
행도 없고 행하지 않음도 없으며,
지음이 없으나 짓지 않음도 없으며,
범함이 아니나 범함이 아님도 아니며,
명색(名色)이 없으나 명색이 없음도 아니며,
상이 없으나 상이 없음도 아니며,
식념(息念)이 없으나 식념이 없음도 아니며,
취하고 버림이 없으나 취하고 버림이 없음도 아니며,
받음이 없으나 받지 않음도 아니며,
식심(識心)이 없으나 식심이 없음도 아니며,
세간이 아니나 세간을 벗어남도 없으며,
머무름이 없으나 머무름이 없음도 아니며,
스스로의 계율 지님도 없고 남의 계율 지님도 없으면
이 계율 가운데서 모든 비방을 떠나 헷갈림이 없고 집착이 없을 것이다.
가섭아, 이것을 성착무루정계(聖著無漏正戒)라 하며,
삼계의 일체 머무는 곳을 멀리 떠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셨다.
가진바 더러운 계율 버리고
나와 사람의 상에 집착하지 않으며
범함도 없거니와 지님도 없고
결박도 없거니와 해탈도 없다.
미묘하고 매우 깊은 선(善)으로
온갖 의혹을 멀리 버려라.
가섭아, 이것이 계율의 실상이니
여래의 진실한 말씀이니라.
가진바 더러움 없는 계율로
저 세간에서
제 신명을 위하지 않고
모든 중생을 두루 제도해
다 함께 진제(眞際)에 들어가라.
가섭아, 이것이 계율의 실상이니
여래의 진실한 말씀이니라.
가진바 더러움을 떠난 계율은
저 나와 남 가운데서
더러움도 없거니와 깨끗함도 없고
어두움도 없거니와 밝음도 없고
얻음도 없거니와 잃음도 없고
저쪽 언덕에도 머무르지 않으며
저쪽 언덕에도 이르지 않으며
또한 중류(中流)에도 이르지 않는다.
결박과 해탈에 평등하고
머무름 없어 허공과 같으며
상도 아니면서 상 아님도 아니다.
가섭아, 이것이 계율의 실상이니
여래의 진실한 말씀이니라.
가진바 더러움을 떠난 계율은
이름과 형체에 집착하지 않고
등인(等引)에도 또한 머무르지 않는다.
항상 깨끗하고 묘한 마음으로
나와 있고 없는 상을 떠나고
저 별해탈(別解脫)에서
지니고 범하는 것들 멀리 떠났다.
계율도 없거니와 계율 아님도 없고
안정도 없거니와 산란도 없다.
이를 의지해 도를 행하면
지관(智觀)에 모두 취함 없으리.
이 계율은 깨끗하고 미묘하여
삼마지(三摩地)에 편히 머무를 수 있으며
삼마지는 잘 관(觀)을 내어
지혜가 스스로 청정하나니
이것을 일러 구족계(具足戒)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