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이 바람같이.
누구나 욕심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탐욕은 몸의 병을 불러온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노화(老化) 과정에 있는 사람은 예외겠지만, 심장병이나 위장병이 있는 사람, 치아가 좋지 않은 사람은 대개 탐욕과 오기가
많은 사람 중에서 많다고 합니다. 탐욕이 많은 사람은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짙고 질투와 시기 또한 두꺼워서 세상을 향해 복수하듯이
살고 오기와 객기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려다 보니까 여느 사람보다 이를 앙다물고 살기 때문에 이가 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병은 탐욕에서 오고 탐욕은 몸의 병을 불러온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탐욕이 제일 고약한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살자.'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디에도 집착을 하지 않고 욕심을 줄이면서 순리대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깊은 산속에서 사는 도인(道人)들만이 그런 삶을 사는 건 아닙니다. 복잡한 도회 속에도, 우리들의 주위에도 가끔 그런 사람은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면서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자잘한 인간관계도 이런 마음으로 살면 편안해 집니다.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살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엔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수없이 반복됩니다. 어떤 인연은 만나면 보람과 환희의 시간을 만들고, 어떤 것은 만났다 미련 없이
소멸하는 인연도 있습니다.
처음엔 서로 뜻이 맞아서 같이 어울리다가 어떤 계기로 마음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원망하거나
집착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 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상심(傷心)을 거두어야 합니다. 우리들 삶의 물줄기는 수없이
많고, 만났다 헤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회자정리(會者定離)입니다. 시냇물이 흘러서 강물이 되어 넓은 바다로 가면 조그만 분자로 흩어지고
맙니다. 대 자연에 동화(同化)되는 순리는 거스를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어떤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에게도, 어떤 것에도 미련을 가지고 탐욕과 집착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게 그리 쉬운 건 아닙니다. 성숙의 정도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노력이라도 한다면 다행입니다.
우리들의 삶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얼마큼 가치 있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따뜻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는 아름답습니다. 사람과의 사이가 원만하게 소통이 된다면 서로의 삶은 즐겁고 신이 납니다. 정이
묻은 얼굴로 따뜻하게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부드러운 말 한 마디는 천금보다 값질 때도 있습니다. 좋다고 다가오는 사람은 성심(誠心)을 가지고
고맙게 마지 해야 합니다.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따라가면서 붙들어서도 안 됩니다. 시간과 감정의 낭비만 가져올 뿐입니다.
욕심을 줄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가끔 봅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알아차립니다. 움켜쥐지 못해 안달을 했든 욕심의 허망함을
세월은 가르쳐 줍니다.
서로 뜻이 좋아 만나서 정(情)을 주고받을 수가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반겨야합니다. 신의(信義)를
가지고 쾌활하고 살맛나는 관계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박한 삶의 즐거움에 같이 웃어야 합니다. 이것은 사실상 우리들의 인생살이에서
매우 중요한 뜻을 가집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에게서 정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삶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두를 싫어 할 수 없듯이, 모두를 좋아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은 선택이 필요하고 절제가 요구됩니다. 자기가 가진 정서(情緖)와
감성(感性)의 용량(用量)을 넘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효율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기 삶의 성질(性質)에 맞게 조절해야하고 적당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은 각자가 가진 취향(趣向)대로 어울리면서 즐겁고 느긋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물같이 바람같이 사는 인생입니다.
비록 모자람이 많은 우리들이지만 물처럼 바람처럼 사는 시늉이라도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버려 성냄도 벗어버려
하늘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강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懶翁)선사의 詩를 가사(歌詞)로 만든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물같이 바람같이'
살 그릇도 못 되는 게 안타까워서 노래나 부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렵니다.
石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