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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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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스스로 학습하는 학습자, 자신의 학습에 책임지는 학습자를 기르는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선택하여 획득하고, 조직하고, 나아가 생성하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학습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 나게 될 미래 정보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생존 능력이라고 하겠다. 같은 맥락 하에 제7차 교육과정 개정의 기본 방향 및 중점도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 육성에 주어지고 있다. 자율적인 학습자를 기르고자 하는 제7차 교육과정의 중점 사항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의 표방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의 기본 취지는 "지금까지의 공급자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교육 수요자, 즉,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습자의 필요와 관심, 진로 및 여건에 부응하도록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습자의 개성과 창의성이 존중되는 열린교육의 기회를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서 확대하며, 궁극적으로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계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로 진술되어 있다(박순경 외, 1997). 학습자 중심의 교육의 취지는 수준별 교육과정에 터해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개인차를 고려한 교육을 실시하게 함으로써 교육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궁극적 목적으로서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의도하는 바가 과연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발해야 하는 것인 지에 대해서는 교육과정상에 상세화된 지침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많은 교육개혁 관련 아이디어가 그랬듯이 자기주도 학습도 교육현장을 휩쓰는 일종의 유행성 구호로 전락하기 쉬운 형편이다. 물론 재량활동 시간 등을 통해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게 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체 교육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미래 사회의 성공적인 생존의 관건이라고 할 때,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계발하는 일은 교육과정 전반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이나 코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자기주도 학습이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어떻게'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계발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집중적인 숙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자기주도 학습(self-directed learning)은 엄격한 이론적 근거에 터해 도출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교육 실천적 장면에서 교육자(특히, 성인교육 담당자)들의 통찰에 의해 수행되어 온 활동을 개념화한 것이다. 따라서 자기주도 학습의 개념은 이론적 토대를 쌓으며 해당 사회·문화적 요구를 반영하며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개념이라고 하겠다. 어떤 교육적 개념이나 활동의 이론적 토대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한 채 교육 현장에 적용될 때, 교육 현장에서는 해당 개념이나 활동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형태 모방'에만 급급하게 되기 쉽다. 한 예로 미국에서 1970 년대 실패했던 열린교육을 들 수 있다(황윤한, 1997). 어떤 교육적 개념이나 활동이든지, 먼저 이론적 토대를 공고히 한 후, 그 이론에 합당한 교육 방법을 교육 현장 여건을 고려하여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의도한 성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우리 나라의 경우도 제대로 된 이론적 틀을 제공하지도 않은 채, 학교 현장에 자기 주도 학습을 실천하도록 하게 함으로써 학교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는 열린교육은 그만하고 자기주도 학습만 하면 되느냐 식의 반응은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개혁에 대한 저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자기주도 학습의 개념은 이미 학습에 있어서 외적 보상의 역할을 강조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내적 동기, 자기실현의 동기를 강조하는 인본주의 심리학 등의 이론적 지지를 받아오고 있다(Zimmerman, 1989). 하지만 이러한 학습자의 자기 통제 능력 등을 강조하는 동기적, 성격적 접근만으로는 자기주도 학습의 본령으로서 학습자의 내적 인지 및 학습 과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기 힘들다. 또한 그러한 접근으로부터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서 어떠한 교수-학습 방안을 제공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도 도출해 내기 힘들다. 스스로의 학습을 통제하고 능동적으로 학습 과제를 찾아 학습하는 능력은 어떤 학습자나 자발적으로, 또는 발달 단계가 되면 저절로 나타나는 능력은 아니다(Chi 외, 1989). 능동적인 학습자를 기를 수 있는 구체적인 교수-학습 전략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 터해 본 논문은 학습자의 지식 구성의 능동성을 강조하는 구성주의 인식론에 기초하여 자기주도 학습의 내적 과정에 대한 개념적 이해와 더불어, 그러한 이해에 기초하여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수-학습 방안을 탐색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구성주의는 과거 교사 중심의 수동적 학습관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던 객관주의에 반하는 개념으로서, 지식은 일방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구성한다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학습자의 학습의 능동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구성주의는 학습에서 학습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자기주도 학습의 학습 분야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사료된다. 자기주도 학습은 기존의 교사 중심의 교수-학습의 패러다임으로부터 학생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키는 아이디어로서 구성주의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고 하겠다. 본 고(稿)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자기주도 학습은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캐나다, 미국, 영국 등에서 실천 장면에서 개발되어 그 후 성인 교육 관계자들의 이론적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 하지만 청소년 전기에 해당하는 아동들에 대한 터프(Tough)의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현재 미국의 초·중등 교육에서의 능동적인 탐구와 자기 주도적 학습 과정을 활용하고 있는 실태에 비추어 볼 때, 자기 주도적 학습은 성인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한 개인의 생애에 걸쳐서 고려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이 인식되고 있다.1)
그러나 주로 성인 교육(andragogy) 분야에서 수행된 실제적 연구 결과는 많이 쌓여 있지만, 아직 자기주도 학습의 이론적 토대는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Long, 1989). 더욱이 학교 학습(pedagogy)에서 자기주도 학습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외국(Areglado 외, 1996; Meichenbaum & Biemiller, 1998 외)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미미한 형편이다. 최근 들어 동일 문제 의식 하에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박도순, 1998; 소경희, 1998). 다음에서 그 동안 성인 교육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자기주도 학습의 개념을 정리하고, 학교 학습, 특히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표방하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자기주도 학습은 어떻게 자리 매김 해야 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크로스(Cross, 1981)에 따르면 성인 학습의 약 70%는 자기주도 학습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성인 교육학자들이 성인 교육에서 사용되는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규정하기 위해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문헌을 분석하였지만(Grow, 1991),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마다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이러한 자기주도 학습 개념의 모호함 내지 다양함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기주도 학습의 개념이 먼저 이론적으로 정립되기보다 광범한 교육 실천 장면에서의 경험을 기초하여 도출된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실제로 자기주도 학습은 개별 학습자가 자주적,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활동이란 의미에서 교육 실천 장면에서 사용되는 자기 계획적 학습(self-planned learning), 독립적 학습(independent learning), 독학(autodidaxy), 자기 교육(self-education), 자기 교수(self-instruction), 자습(self-study), 자율 학습(autonomous learning), 자기 규제 학습(self-regulated learning) 등의 용어 사용과 엄밀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학습자가 타자에게 크게 의존함이 없이 스스로 학습한다는 의미에서의 자기주도 학습은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루어져 왔다. 실제로 근대 공교육 제도가 확립되기 이전에 교육 활동은 몇몇 소수 계층들은 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 서민들의 경우 도제 교육이나 독학에 의존하여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자기주도 학습이 형식 교육을 전제로 하는 학교 교육에서 보다 성인 교육에서 보편화된 것도 이런 연유에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소경희, 1998). 자기주도 학습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자 한 시도는 약 150년 전에 미국의 크랙(Craik, 1840)에 의해 이루어졌고, 같은 시기 영국에서 스밀(Smiles, 1959)은 '자기 조력(Self-Help)'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그러나 자기주도 학습이 성인 교육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쯤 전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호울 (Houle, 1961)은 22명의 성인 학습자를 면담하여 세 가지 성인 학습의 특성을 도출하였다. 즉, 1)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참여하는 목표 지향성, 2) 사회적 또는 동료 관계 형성을 위해 참여하는 활동 지향성, 그리고 3) 학습 자체를 목적으로 간주하는 학습 지향성이 그것으로서 바로 마지막 특성이 전형적인 자기주도 학습자의 특성으로 간주되어, 이후 연구에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Hiemstra, 1994 재인용). 이러한 성인 학습자의 학습 지향성은 호울의 제자였던 터프(Tough, 1979)에 의해서 심도 있게 연구되었다, 그의 책 '성인의 학습 프록젝트(The Adult's Learning Project)'에서 그는 학습자는 형식적인 교육 과정이나 워크숍, 훈련 등에서 보다 자기주도하에 이루어지는 학습에서 더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의 기반을 본격적으로 다진 학자는 놀즈(Knowles)로서 그는 학교 교육(pedagogy)에 대한 성인 교육(andragogy)의 개념을 확산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자기주도 학습(Self-Directed Learning, 1975)'에서 이후 연구의 발판이 되는 자기주도 학습의 정의와 가정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자기주도 학습을 '타인의 조력 여부와 관계없이 개별 학습자가 주도권(initiative)을 가지는 학습 과정으로서, 학습자는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자원을 확인하며, 중요한 학습 전략을 선택하고,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몇 가지 주요 가정을 제시하고 있다: 1) 자기주도 학습은 인간의 능력 면에서 성장하고 자기 주도적이 될 필요가 있음을 가정한다; 2) 학습자의 경험은 학습에 있어서 풍부한 자원을 제공한다; 3) 개별 학습자는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활동을 수행한다; 4) 성인 학습자의 본래적 특성은 문제 중심 학습이다; 5) 자기주도 학습자는 여러 내적 유인 체제(자존감, 호기심, 성취욕 등)에 의해 동기화 된다. 놀즈의 이러한 자기 주도 학습의 개념과 가정은 부분적으로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놀즈가 이러한 특성을 학교 학습과 구분되는 성인 학습의 특성으로 파악한 것은 당시 학교 교육이 행동주의 기계적 교수-학습 이론에 의해 주도되어 단편적 지식 및 기능 교육이 강조되고, 학습자의 능동성, 내적 동기의 중요성, 학습자 경험의 중요성, 학습자의 문제 해결력 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한 데 기인한 바도 적지 않다고 하겠다. 성인 교육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체계화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연구 노력으로서 거글릴미노(Guglielmino, 1977)의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녀는 학위 논문에서 자기주도 학습 준비도 척도(Self-directed Learning Readiness Scale, SDLRS)를 개발하여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의 준비도 및 자기주도 학습자의 특성과 그렇지 않은 특성을 구분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자 특성이나 학습 과정에 강조를 두는 연구와 달리, 모커와 스피어(Mocker & Spear, 1982)는 자기주도 학습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환경적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습 목표와 학습 수단을 결정하는 통제 부위(locus of control)가 개별 학습자 또는 교육 기관에 있느냐에 따라 2 2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학습이 자기주도적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학습 내용이나 사용되는 교수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배울 지, 누가 배울 지, 어떤 방법과 학습 자원이 동원되어야 하는 지, 그리고 그 성과가 어떻게 사정되어야 하는지를 누가 책임지고 의사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개별 학습자에게 이러한 권한이 이양(empowerment)되는 정도에 따라 자기주도 학습이 일어날 수도, 교사 또는 기관 주도의 학습이 일어날 수도, 절충적인 학습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완전히 자유롭게 목표를 정하고 수단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모커와 스피어의 모델은 매트릭스보다는 연속선으로 접근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되기도 한다(Mezirow, 1985). 하지만 롱(Long, 1992; 소경희, 1998 재인용)에 따르면 학습의 상황이 형식 교육 장면인가 아니면 비형식 교육 장면인가, 개별화된 학습인가, 아니면 집단 속에서의 학습인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기주도 학습을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것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학습을 계획하고 자료 및 자원을 동원하며, 학습 활동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일련의 학습의 과정 속에서 학습자의 자유 의지와 자율적인 통제가 미치는 영향이 자기주도 학습을 규정하는 기준이라고 본다. 그에 있어서 자기주도 학습은 오직 학습자들이 그들의 학습 환경을 통제할 때만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롱의 입장은 모커와 스피어 모델을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게 요청한다. 롱에 따르면 형식적 교육 상황(예: 학교 교육)이라고 자기주도 학습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형식적 교육 상황에서도 개별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에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자기주도 학습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모커와 스피어의 모델은 학교 학습과 성인 학습을 구분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 형식 교육이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직 차원에서 접근하기 보다 개념적 구분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하겠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인 교육에서 자기주도 학습의 개념이 체계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학자들마다 강조점이 다르게, 다소 상이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공통적인 주장을 발견할 수 있는 데 그것은 바로 학습자의 학습 과정 및 환경의 통제로서 '학습자가 학습 목표를 세우는 일에서부터 학습 방법을 선택하고 학습 자원을 확보하고 학습 결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주도권을 갖는 활동'이라고 하겠다.
이상에서 성인 교육에서 사용되는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몇몇 학자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성인 교육에서 사용되는 자기주도 학습 개념들의 공통점을 추출해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은 대부분 성인 교육의 실천 장면에서 성인 학습자의 특성 및 학습 양태를 분석하여 도출된 개념이기에, 학교 학습 상황에서 어린 학습자들에게 여과 없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박도순(1998)은 성인 교육에서 규정된 자기 주도적 학습 개념의 학교 학습에의 여과 없는 도입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약한 의미'와 '강한 의미'로 구분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약한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이란, 학교 교육과정의 테두리 안에서 교육을 시행하되,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로서 교수-학습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습 활동을 의미한다. 즉 교육과정에 이미 제시된 교육 내용, 교육 방법 등의 테두리 내에서 학생이 보다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학습 활동을 약한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강한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이란, 성인 교육에서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타인에 의해 미리 계획된 교육과정에 따라 학습 활동에 참여하기보다는 자신의 관심과 흥미, 적성에 따라 교육의 전 과정을 스스로 형성해 가는 학습 활동, 즉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의 교육과정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이 경우 학생들은 자신의 요구에 맞게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내용 및 방법을 선정하고, 평가를 실행하게 된다. 비록 박도순은 구체적으로 학교 학습에서 추구되어야 할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전자, 즉 약한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이 보다 강조되고 있음을 시사 받을 수 있다. 즉 그는 현재 우리 학교 학습이 갖는 제약 조건(예: 동일한 교육과정 적용, 경직된 시간 운영 등)을 감안하여 자기주도 학습이 추구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전통적인 학교가 갖는 제약 조건을 탈피할 때 보다 강한 의미의 자기 주도적 학습이 추구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하겠다. 소경희(1998) 역시 자기주도 학습 관련 쟁점을 정리하며,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은 성인 교육에서의 그것과 차별화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첫째, 자기주도 학습이 인성적 특성이냐(Guglielmino, 1977; Oddi, 1986), 하나의 교수-학습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가(Tough, 1979; Knowles, 1975)의 쟁점에 대해 그로우(Grow, 1991)의 통합적 입장을 받아들이며 인성적 특성임과 동시에 교수-학습 전략일 수도 있다고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자기주도 학습을 학습자 개인의 인성적 특성으로 보는 접근은 인본주의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성인] 학습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학습 성향이라고 본다. 이 입장에서는 자기주도 학습의 전개 여부는 학습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내적 동기나 성향의 문제이지 교수-학습 전략이나 학습 환경 구성의 문제는 아니다. 반면에 자기주도 학습을 교수-학습 전략으로 접근하는 입장에 따르면, 자기주도 학습은 구체적인 교수-학습 장면에서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에 주도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전략으로서, 여기서는 개인이 지닌 자기주도 학습 성향의 정도 문제는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수업 설계 내지 학습 환경만 적절히 구성해 주면 학생들은 점차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자기주도 학습을 성인 학습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인성적 특성이라고 할 때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전개할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하지만, 자기주도 학습을 교수-학습 전략으로 접근하게 되면, 학교 학습의 목표로서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의 계발은 매우 중시되어져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자기주도 학습을 성인만의 인성적 특성으로 간주하는 것 또한 그릇된 신화(myth)로서 성인 학습자의 경우도 '타인 주도성'을 선호하며 특정 상황에서는 그것을 더 편해 하는 학습자가 있는 반면, 어린 학습자의 경우에 있어서도 독립적인 성향을 더 보이는 학습자가 있다고 하겠다. 자기주도성은 모든 사람, 모든 학습 상황에 어느 정도 존재하는 연속선상의 특성으로서, 자기주도성의 정도는 성인이냐 아동이냐의 연령 고하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 양식, 자기주도 학습에서의 성공 경험, 학습에 대한 기대나 동기, 상황과의 친숙도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하겠다. 박도순과 소경희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은 적절한 학습 환경 조건만 갖추어 진다면 성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또한 학습자의 자기주도성 역시 계발될 수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의 전개 및 자기 주도 학습 능력 계발 가능성을 지지하지만, 학교 학습에서 추구되어야 할 자기 주도 학습의 의미를 규정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다음 논의에서 학교 학습에서 추구되어져야 할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좀 더 추구해 보고자 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많은 성인 교육 관련 문헌에서 도출된 과정 중심적 자기주도 학습의 정의는, 자칫하면 자기주도 학습의 궁극적 목적으로서 학습자의 자율성(autonomy)의 행사 내지 성취와는 다소 거리가 먼 학습을 조장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캔디(Candy, 1991)의 지적은 자기주도 학습이 성인 교육이든 학교 학습에서 이루어지든 간에 충분히 숙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캔디는 "학습자가 교수-학습 상황 전반에 걸쳐 통제력을 행사한다고, 넓은 의미의 개인적 자율성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역으로 학습자가 특정한 교육 상황에서 통제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예: 교수자가 정해준 목표, 자료를 가지고 학습하기), 학습자가 넓은 의미에서 개인적 자율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캔디의 지적은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규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왜 학교 학습에서, 성인 교육에서 제안된 자기주도 학습을 받아들이고자 하는가? 이미 일부에서는 학교 교육에서 자기주도 학습의 강조는 학교 무용론, 교사 무용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즉, 고정된 교수자도 확보되어 있고, 물리적 학습 환경도 완비되어 있고, 충분한 학습 자원이 갖춰져 있는 풍부한 교육 환경에서 그러한 조건이 마련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학습자 본인에게 자신의 학습 과정에 관한 한 모든 책임을 지게 하려는(또는 했던) 성인 교육의 방법을 왜 받아들이고자 하는가? 성인 교육에서 자기주도 학습의 개념과 이론이 체계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성인 학습자는 자율성을 가지고 있기에 스스로의 학습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형식 교육에서는 교수자가 담당했던] 학습 관리 전략을 학습자에게 전가(轉嫁) 또는 권한이양 하는 것을 정당화했던 논리와는 다른, 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받아들일 때 요구된다고 하겠다. 물론 학습자 스스로가 자신의 학습 과정을 통제, 관리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계발할 수도 있고, 내적 학습 동기도 유발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캔디의 지적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문제 의식은 부룩필드(Brookfield, 1985)에 의해서도 잘 갈파되고 있다. 그는 종전의 성인 교육에서 자기주도 학습 개념이 갖는 한계점을 인식하고 대안적 개념을 구성주의적,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찾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자기주도성을 자기 교수적 기법(self-instructional techniques)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접근으로서, 이 경우 학습자는 자기 교수 설계와 운영에 관련된 기술적 활동(technical activities), 즉 목표를 설정하고, 수업을 설계하고, 평가 절차를 마련하는 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는 실제로 많은 연구자, 학자들이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를 정의하는 조작적 정의로서 위에서 살펴본 연구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는 어떤 목적,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몰가치적 개념으로서 행동주의적 지식 주입의 학습 상황에서도 창의적 학습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즉, 우리는 그러한 기계적, 기계적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 절차(목표 설정, 학습 자원 확보, 학습 전략 실행, 평가 활동)를 자전거 타기 학습에도, 기타 연주를 배우는 데도, 수학 문제 푸는 법을 배우는 데도, 세계의 큰 강 이름을 암기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자기주도 학습 방법은 훈련 프로그램(Piskurich, 1993)에 까지 적용되고 있다. 피스크리치에 따르면 자기주도 학습이란 피훈련자가 교수자의 조력 없이 미리 결정된 자료를 자기 속도대로 완수해 가는 훈련 설계를 의미한다(1993, p. 4). 그러나 이러한 접근의 문제는 개인의 자율성과는 상관없이 미리 결정된 틀, 내용 안에서 이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의 도입이 훈련이나 주입식 학습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면 재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기계적 자기주도 학습은 개인이 자신의 자유 의지를 가지고 세계의 의미를 형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대안적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등의 개인적 의미 추구 및 형성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자율성을 갖춘 학습자, 개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학습을 관리하는 기술을 획득하는 것 못지 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스스로 의식의 내적 변화(internal change)를 도모할 수 있는 특성 또는 능력이 강조되지 않으면 안된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다. 비록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 문건에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의미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한 것은 없지만, 이미 80 년대에 학습자 중심의 교육의 원리를 4분야 14항으로 정리하고 있는 미국 심리학회의 설명을 참조하면 학습자 중심 교육을 기저하는 기본 철학은 다음에서 살펴보게 될 구성주의 인식론이다. 구성주의 인식론에 따르면 학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주어진 정보와 경험을 통해 스스로 구성해 가는 것이다. 이 때의 학습자의 내적 인지 작용의 자기주도성은 학습 절차를 관리하는 자기주도성과 구분되지 않으면 안된다. 본 고(稿)에서는 학습 과정 관리를 강조하는 자기주도 학습을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부르고, 다음에서 구성주의에 터해 그 의미를 명료화할 자기주도 학습을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앞으로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에 관한 논의를 전개할 때는 어떤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 즉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인가,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을 추구하는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물론 이 두 접근은 상호 배타적이기보다 보완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 한 데, 특히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에 터해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서두에 언급한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방향, 즉 학습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선택하여 획득하고, 조직하고, 나아가 생성하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학습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방향과 일치한다고 하겠다. 다음에서 구성주의 인식론을 간략히 살펴본 후, 학습자의 내적 인지 작용의 능동성으로서 자기주도성을 구성주의 시각에서 조망하고 교수-학습에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한다. 피아제의 이론에 터해 인지적 구성주의로, 비고츠키의 이론에 기초하여 사회적 구성주의로 발전한 구성주의는 1990년대 들어 많은 교육자들의 옹호를 받고 교실 개혁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원래 구성주의는 철학의 인식론적 물음에서 출발하여 몇몇 언어구조 및 의미론으로부터 비롯하여 인지 심리학으로 이어진 학문이다(조연주 외 역, 1997). 이러한 인식론으로서 구성주의가 학교 교육, 특히 교수-학습 분야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그 동안의 교육이 그 본연의 역할을 해 오지 못했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다음에서 교수-학습에서 대안적 인식론으로 제기되는 구성주의 인식 이론을 객관주의 인식 이론과 비교하여 살펴보고, 구성주의 이론의 두 입장을 간략히 정리한 후, 구성주의 이론과 자기주도 학습의 관련을 찾아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교수-학습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친 인식론적 접근으로 객관주의 패러다임을 들 수 있다. 객관주의 패러다임은 영국의 경험론적 전통에서 발달한 인식론으로서 심리학에서는 행동주의와 정보처리 이론에 기초한 인지 심리학이 이에 속한다. 객관주의 인식론은 세계는 실체(entities), 특성(properties), 관계(relations)로 완벽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구조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지한다(Lakoff, 1987; Duffy & Jonassesn, 1992 재인용). 객관주의적 접근에서 개인의 경험은 세계를 구조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의미는 개인의 경험과 별도로 존재하는 무엇인가다. 이해의 목적은 이미 저 밖에 ("out there") 존재하는 세계의 실체, 특성,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객관주의도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경험에 기초하여 다른 이해를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의 사전 경험이나 인간적 해석은 부분적 이해와 편협된 이해를 이끌 뿐이다. 인식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전한 그리고 정확한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객관주의 접근에서 지식이란 현존하는 개별 인식 주체와는 독립적인 실재 세계를 나타내며, 이 지식이 독립적인 실재 세계를 정확하게 반영할 때에만 참으로 간주된다(von Glasersfeld, 1997; 조연주 외 번역, 1997 인용). 이러한 객관주의적 가정은 교수-학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교수는 실재 세계를 구조화한 지식을 학습자에 전달하는 것이며, 학습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이다. 학습자는 얼마나 주어진 정보를 왜곡함이 없이 정확하게 수용했느냐의 정도에 따라 객관적 방식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러므로 수업의 목적이나 목표, 수업에서 가르칠 개념의 계열이 교수자나 수업 설계자에 의해 미리 결정될 필요가 있다. 물론 객관주의에 터한 교수 활동에서도 능동적 학습자를 요구할 수도 있는 데, 하지만 이 때 활동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자극 사태에, 연습에, 그리고 지식을 완수하는 데 좀더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것뿐이다. 객관주의 수업 사태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완전 학습(mastery learning)을 지향하게 된다. 이러한 객관주의 패러다임은 교수-학습의 과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처방적 모델을 제시한 점에서 그 공로가 인정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객관주의 패러다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인간이 지식을 정확하게 표상하는 것이 가능한가? 학습에서 학습자의 경험 및 정신 작용의 역동성을 무시해도 되는가? 동일한 내용을 학습한 학습자의 학습 결과가 질적으로 다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학습 결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객관주의 패러다임의 문제 인식에 기초하여 그 대안으로서 구성주의가 제안되고 있다. 구성주의는 서양 철학의 인식론에 불만을 품고 18세기 비코(G. Vico)에 의해 처음 제기된 철학적 인식론으로서 이후 칸트(I. Kant), 피아제(J. Piaget) 등에 의해 대안적 인식론으로 자리 매김해 가고 있다. 구성주의는 객관주의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실재성(reality)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에 대해 구성하는 의미(meaning)는 우리가 세계에 부과하는 것이지, 우리와 독립하여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세계를 구조화하는 방법은 단 한지가 아니라 수많은 방식이 가능하며, 어떤 사태나 개념에 대한 의미와 시각도 다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객관주의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하나의 정확한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성주의 입장에서 학습이란 학습자가 백지 상태인 채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자신이 지닌 경험이나 신념 체계에 따라 개념 또는 인지 구조를 재조직해 가는 과정으로 파악된다. 객관주의가 학습의 결과, 산출에 관심을 둔다면, 구성주의는 학습의 내적 과정을 중시한다. 다음에서 살펴보게 되듯이 구성주의 접근의 기본 가정은 학자들마다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지식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하여 개인적 의미를 어떻게 구성해 가느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구성주의 접근에서 지식은 개인의 인지적 작용의 결과인 만큼 개인 학습자의 주관적인 흥미나 관심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객관주의 접근에서와 같이 교사나 수업 설계자에 의해 미리 설계된 수업 절차를 따라 학습을 하는 것을 거부한다. 교사의 역할은 학습자가 의미 있는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학습 환경을 마련하는 데 더 초점을 두게 되는 데, 교사는 수업의 전체적인 목표만을 제시하고 세부적인 학습 목표는 학습자의 수준, 흥미, 적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설정하게 하고 수업을 진행시켜 나가게 된다. 이 때 교수자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고, 획득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학습자가 의미 있는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facilitator), 발판 제공자(scaffolder)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객관주의에서는 내용 중심, 교사 중심의 수업이 강조된다면, 구성주의에서는 학습자의 인지 구성 작용을 중시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하겠다.
교육에서 구성주의의 영향은 크게 두 가지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인지적 접근으로서, 인지적 접근에 따르면 학습자는 개인의 경험 세계의 응집성(coherence)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지 구조를 구성해 간다. 이 입장을 견지하는 대표적인 학자로 글라서스펠트(von Glasersfeld, 1995)를 들 수 있다. 인지적 구성주의 입장은 동일한 수업 사태에서 학습한 학생들의 이해가 질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하는 경험적 연구들로부터 지지된다. 학생들의 이해는 종종 교사가 의도한 그것과 상치되어 나타나곤 하는 데, 그러한 차이의 대부분은 학생들이 학교 학습에 가지고 오는 대안적 개념(alternative conceptions)2), 순진한 지식 또는 이론(naive knowledge; naive theory)의 영향으로 설명될 수 있다.
구성주의의 또 다른 접근으로 개인의 인식 활동에서 사회적·문화적 상황성를 강조하는 사회적 구성주의를 들 수 있다. 이 접근은 이론적으로 비고츠키와 그의 제자들의 연구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는 데, 사회적 구성주의의 경험적 근거는 탈맥락적인(decontextualized) 학교 학습과 대비하여 맥락적인(contextualized) 실제 상황에서의 학습 효과를 보고하는 많은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Lave, 1988; Scribner, 1984). 이러한 인지적 접근과 사회적 접근은 때때로 갈등하며, 인식과 학습의 의미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서로 주도권을 다투기도 한다. 이 두 접근간의 주요 쟁점은 정신(mind)이 개인의 머리(head) 속에 있는 지, 사회적 행위에 참여하는 개인(the individual-in-social-action)에 있는 지, 그리고 학습이 순전히 개별 학습자의 능동적인 인지적 재조직(cognitive reorganization)의 과정인지, 아니면 공동체 사회 속으로의 문화적 동화(enculturation) 과정인지에 대한 두 논쟁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교실 학습과 관련 지울 때, 이러한 인지적 및 사회적 구성주의 사이의 갈등은 단순히 이론적 논쟁으로만 끝나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예컨대 학급에서 집단 구성을 한다고 할 때 인지적 구성주의자들은 개별 학습을 더 선호한다면, 사회적 구성주의는 협력 학습을 강조하게 된다. 또한 학습 환경을 구성할 때 학습자의 개별적인 흥미와 관심을 더 중시 여겨야 하는 지, 사회·문화적 맥락적 요구에 더 비중을 주어야 하는 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느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교사의 역할 또한 달라지게 되는 데, 인지적 구성주의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인지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풍부한 학습 환경을 구성해 주는 데 주력을 한다면, 사회적 구성주의에서 교사의 역할은 문화에로의 안내와 촉진을 도와주는 중개자, 발판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교실 학습에서 개인적 이해(understanding)가 강조되어야 하느냐, 공동체적 공유(sharing)가 더 강조되어야 하는가는 수업에서 구성주의적 접근을 취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직면한 딜레마라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공유 또는 공유된 지식(shared knowledge)에 관한 글라스펠트의 언급은 두 접근의 접합점을 찾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글라서스펠트는 사회적 구성주의자들이 말하는 지식을 공유하고, 의미를 공유한다는 말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하고 있다(von Glasersfeld, 1996). 그에 따르면 이러한 오해는 질적으로 다른 공유 방식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비롯한 것으로서, 예컨대 두 사람이 방을 공유한다고 할 때와 체리 한 사발을 놓고 공유한다고 할 때는 그 의미가 구분되어져야 한다. 즉, 한 방을 두 사람이 공유하여 사용할 수 있지만, 체리 한 사발을 놓고 공유하며 먹을 때, 똑 같은 체리를 두 사람이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중요한 차이로서, 개인이 형성하는 개념적 구조 또한 다른 사람이 함께 번갈아 나누어 쓸 수 있는 '방'과 같은 실체가 아니다. 개인의 개념적 구조는 각 사용자가 스스로 정립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개념 구조는 개별적 구인(constructs)으로서 어느 누구도 두 사람이 [함께 참여한 대화 속에서] 동일한 구인을 형성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주어진 상황에서 두 구인이 같은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 따름이다. 콥(Cobb, 1991; von Glasersfeld, 1996 재인용)의 표현에 따르면 "공유된 것으로 간주된(taken-as-shared)" 것으로서 이는 상황의 주관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인식의 주관성의 강조는 리차즈(Richards, 1991, p. 15; 조연주 외, 1997 재인용)의 "수학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인간 활동이다. 그것은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지닌다. 그러나 개인은 각자 자신의 수학을 구성한다"는 진술과도 일치한다. 리차즈는 사회적 구성주의를 급진적 입장과 보다 약한 입장으로 구분하는 데, 급진적 입장에서는 단지 사회적 존재만 있다고 주장하지만, 약한 입장에서는 개별적 학습이 있으나 단지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아동은 자연적 환경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 속에서 양육되기에, 아동이 구성하는 인지적 실재의 일부는 사회적 실재에 대한 구성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사회적 구성주의를 약한 입장으로 접근할 때 인지적 구성주의와의 화해가 보다 용이하게 된다. 바우어스펠트(1988) 또한 학습은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협상(negotiation)하는 가운데 사회적 수단과 모델을 주관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볼 때 콥(Cobb, 1996)이 정리하듯이, 사회적 구성주의가 학습의 가능성을 위한 조건(또는 배경)에 대한 이론이라면, 인지적 구성주의는 학습자가 학습하는 것과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이론이라고 하겠다. 두 이론이 상보적으로 접근될 때 사회적 상황 속에서 인간의 인식 구성을 보다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 입장의 화해는 위에서 언급한 교사들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협력 학습이냐, 개별 학습이냐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 학습 상황에서 개별 학습자의 학습 및 인식 구성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 그리고 개별 학습자의 관심과 흥미를 존중하되 그러한 관심을 사회·역사적 관련 속에서 어떻게 추구하게 할 것인가가 교사의 주된 임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적 구성주의에 따르면 학습 사태에서 학습 환경을 풍부히 제공한 채, 어린 학생들에게 스스로 힘만으로 인지적 구성을 하게 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 못하다. 사회적 구성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개념에 의하면 학습할 영역에 관한 전문가(예: 교사, 부모, 동료 등)가 도와줄 경우, 학습자 개인이 혼자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지적 발달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때 전문가는 객관주의 패러다임에서와 같이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수하는 입장이 아니라, 학생들의 능동적 인지 구성을 조력하는 안내자, 발판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이끌어 나가되, 교사나 다른 중요 인사(significant figures)의 조력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상보적 구성주의 입장에 터해, 구성주의와 자기주도 학습과의 관련을 탐색하며 학교 학습에서 추구해야 할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의 방향을 정립해 보고자 한다.
객관주의적 관점에서 교수-학습이란 교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능을 학습자에게 전달하고, 학습자는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구성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그것이 인지적 구성주의든, 사회적 구성주의든 간에 학습 과정은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재구성(reconstruction)하고 의미를 추구하는("effort for meaning") 적극적인 과정으로 파악된다. 학습자는 지식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생산자, 해석자이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학교 학습은 학생들에게 미리 계획된 획일적 수업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학습자 중심의 학습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학습에서 학습자의 능동성이 발휘되는 측면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외현적 학습 사태의 통제에서 발휘되는 능동성과 내적 학습 과정의 능동성이 그것으로서 전자가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과 일치한다면, 후자는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과 일치한다고 하겠다. 최근 들어 구성주의를 자기주도 학습의 이론적 근거로 제안하는 경우가 있지만(박순경 외, 1997; 송해덕, 1998), 이는 부분적으로만 옳다고 하겠다. 본 고(稿)에서도 관리적(또는 기술적) 자기주도 학습과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이 구분될 필요성을 제기하였지만, 강인애(1998) 역시 성인 학습 분야에서 구성주의와 자기주도 학습의 관련을 논하며, 객관주의 전통에서 이루어진 자기주도 학습과 구성주의적 자기주도 학습을 구분하고 있다. 그녀가 지적하듯이, 객관적 패러다임이 지배적이던 시대에도 자기주도 학습은 있었다. 당시의 자기주도 학습은 객관적 지식을 효과적으로 수용(reception)하는 방법으로서, 따라서 개별 학습자의 내적 인지 구성의 능동성이 아니라, 일련의 학습 절차(학습 목표 설정, 학습 자원 확보, 학습 속도 결정 등)를 통제하는 데 있어서의 능동성, 자기주도성이 강조되는 학습 방법이었다. 이러한 기술적,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은 훈련 프로그램에도, 완전 학습 프로그램에도, 기능 학습에도, 또한 학습 장애아를 위한 특수 교육 프로그램(Agran, 1997)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들 접근의 공통점은 학습자는 학습 관리(또는 통제)에 능동성을 발휘하며, 제공되는 지식 또는 기능을 왜곡함이 없이, 의심함이 없이, 정확하게 학습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객관주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자기주도 학습에서 학습자는 효율적인 또는 완전 학습을 위한 외적 학습 사태에 대한 관리의 권한은 갖지만, 학습자 자신의 내적 인지 구성의 능동성, 자기 주도성은 보장받지 못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제7차 교육과정 개정의 기본 방향이 21세기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 육성, 특히 지적 가치를 주도적으로 창조하는 자주적 학습 능력을 갖춘 학습자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할 때, 이러한 목적은 객관주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자기주도 학습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단순히 지식을 수용하고 재생산하기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지적 가치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내적 학습 과정의 능동성, 역동성, 자기주도성이 강조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바로 구성주의적 또는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의 본령으로서 이러한 접근은 객관주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과 구분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의미에서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은 요즈음 초등 학교에서 열풍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열린교육의 중심 학습 원리이자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강인애(1998)이 지적하듯이 객관주의적 자기주도 학습이 모든 학습자들로 하여금 똑같은 내용을 일정 수준까지 다다르도록 하는 데 있어서 학습 속도만을 고려한 자기주도 학습인 반면(cf. Piskurich, 1996), 구성주의적 자기주도 학습은 참된 의미에서 개별화 교육, 즉 학습자의 개별적 수준, 관심, 흥미, 특성이 고려되어 학습 출발점의 다양성, 학습 내용과 깊이의 다양성, 학습 평가 수준 및 내용의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은 개별화 교육, 개인차 교육, 수준별 교육과도 맥을 같이 하게 된다. 단 이러한 교육을 실시할 때 학습자의 학습 선택권, 주도권이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3)
다음에서는 다양한 접근에서 제안된 자기주도 학습 증진을 위한 교수-학습 방안을 살펴보고, 이들 제 입장을 구성주의적 시각에서 비교·검토해 보고자 한다. Ⅳ. 자기주도 학습 증진을 위한 교수-학습 방안 탐색4)
교수-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은 다음 세 가지 접근으로 구분될 수 있다: 1) 학습자의 자기주도성에 초점을 두고 학습자의 책임과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기주도 학습 전략을 직접적으로 교수하고자 하는 접근(Zimmerman, 1989; Argan, 1997); 2) 학습자의 자기주도성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수업을 제공하고자 하는 접근(Grow, 1991; Treffinger, 1975); 3) 그리고 풍부하고도 도전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여 학습자의 능동적 인지 구성을 돕는 방안을 들 수 있다(Brooks & Brooks, 1993). 첫 번째 접근은 교사 중심 교육에서 교사들이 맡아 수행하던 수업 관리를 학습자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학습 관리 전략을 직접적으로 교수하는 방법으로서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학습자의 자기주도 능력 수준을 고려하여, 그에 적합한 수업을 제공하고자 하는 일종의 적응적 수업 방안으로서, 해당 단계에 적용되는 수업 방법에 따라 객관적 학습이 일어날 수도 구성적 학습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본 고(稿)에서는 성인 교육에서 제안된 교수 방안과 영재 교육에서 1970년대부터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자기주도 학습 모형을 소개한다. 세 번째 접근은 구성주의적 접근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학습자의 연령, 특성에 관계없이 풍부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면 누구든지 능동적이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이 때 교사 또는 부모의 도움이나 또래 학습자와의 협력 학습을 통해 학습은 더욱 촉진될 수 있다. 다음에서 각 접근에 따른 자기주도 학습 증진 방안을 차례로 살펴보며, 각 접근의 적용 가능성과 범위를 한계 지워 보고자 한다.
전통적인 교수-학습 상황에서 학생들이 언제, 무엇을, 왜, 어디서, 어떻게 학습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교사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즉 교육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한다는 사실이 인식되면서,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 관리 능력 개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주로 행동주의 계열의 행동 수정 이론이나 사회적 행동주의 관점에서 많이 제안되고 있다. 히워드(Heward, 1987; Argan, 1997 재인용)는 자기 관리(self-management)를 '자신의 행동 변화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개인적 그리고 체계적인 행동 수정 전략의 적용'으로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 관리 능력으로서 자기주도 학습 능력은 직접 교수(direct instruction)를 통해 길러줄 수 있음이 확인되면서(Rosenbaum & Drabman, 1979; Smith & Nelson, 1997 재인용), 자기주도 학습을 촉진하는 중요한 접근으로서 적용되고 있다. 학자에 따라 학습자의 자기 행동 관리 전략을 분류하는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세 가지 학습 관리 전략과 그 지도 방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이외에도 학습하는 방법(시험준비 전략, 노트작성 전략, 시간 관리 전략 등)으로 알려진 다양한 학습 전략의 교수도 학습자를 자기주도 학습자로 발달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가. 목표 설정 전략 지도 방안 목표 설정(goal setting)은 수행 준거를 설정하는 과정으로서, 해당 수준의 수행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접근들을 확인하고 사용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목표 설정 전략은 학습자의 동기를 유발하고, 그들이 자신의 학습 진도를 점검하고 자신들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효과적인 학습 전략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습 목표를 스스로 설정한 학습자가 교사가 설정한 학습 목표에 따라 학습한 학습자들보다 뛰어난 성취를 보였다(Farnum, Brigham, & Johnson, 1977; Argan, 1997 재인용). 실제로 우수한 학습자들은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학습을 진행해 나가는 특성을 지닌다. 비록 학습자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지 않지만, 그들을 위해 설정된 목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또한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Smith & Nelson, 1997). 일반적으로 목표 설정 전략의 개발과 실행은 다음 7 단계로 이루어진다.
처음에 이러한 목표 설정 전략은 한 분야, 한 수행에서만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학생들이 점차 익숙해지면 영역을 확대하여 적용하도록 한다.
나. 자기 점검 전략 지도 방안 자기 점검(self-monitoring)은 학생으로 하여금 학습 성취를 높일 수 있도록 자신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점검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자기 점검 활동은 교실 행동, 사회적 기능, 학업 성취 등에 대해 이루어질 수 있다. 자기 점검 전략 지도는 자기 점검 절차 개발 단계와 실행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자기 점검 절차 개발 단계
2) 자기 점검 실행 단계 자기 점검 전략 지도 방식은 목표 설정 전략 지도에서 사용한 방법과 유사하다. 하지만 자기 점검 전략 지도에서 학생들은 대상 행동이 나타났는가의 여부를 확인함과 동시에 학습 과정에 대해 민감해 지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자기 점검 지도 전략 지도 단계는 다음과 같다.
다. 자기 평가 전략 지도 방안 목표 설정과 자기 점검 전략의 초점이 각각 수행 목표의 설정과 그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기록하는 데 있다면, 자기 평가(self-evaluation) 전략은 수행 목표와 자기 점검한 행동을 비교하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다인수 학급 상황에서 자기 평가 활동은 교사가 일일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없기에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특정한 목표를 정확하게 점검하였을 때,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 만일 수행 상에 잘못된 사항이 점검되면, 자기 평가 활동은 이후 더 이상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예방을 해줄 수 있게 된다. 자기 평가 전략 지도는 자기 평가 절차 개발 단계와 실행 단계로 이루어진다.
1) 자기 평가 절차 개발 단계 학습 산출을 점검하는 자기 평가 절차 개발 단계는 다음과 같다.
2) 자기 평가 실행 단계 자기 평가 실행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목표 설정, 자기 점검, 자기 평가의 학습 관리 전략은 광범한 교과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 전략이다. 이는 요즈음 유행하는 수행 평가 접근과도 일치하는 바가 적지 않은 데, 이러한 학습자 중심의 활동은 교사 중심의 전통적 수업 방법을 대치하기보다는 전체 교육과정 속에 부분으로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물론 이러한 전략들이 모든 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기초 학습이 안된 학습자들은 전략 지도에 앞서 또는 병행하여 내용 학습을 받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러한 세 가지 자기주도 학습 활동이 함께 체계적으로 활용될 때, 학습자가 학습 관리 내지 통제 능력을 개발하여 자기주도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겠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학습 관리 전략은 주로 외현적 학습 활동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학습자의 내적 인지 또는 학습 과정에 대한 이해와 그 변화에 대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또한 구체적인 목표를 미리 설정해두고 그 달성 과정과 정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기에, 학습자가 자율적이고도 창의적 학습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형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대안적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등의 학습 활동은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약점을 지닌다.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을 증진시키기 위한 또 다른 접근으로 학습자의 자기주도 능력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교수-학습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들 수 있다. 다음에서는 성인 교육 이론에서 제안된 그로우의 교수 모형과 영재 교육에서 제안된 자기주도 학습 모형을 각각 살펴보기로 한다.
가. 성인 교육에서의 제안 그로우(Grow, 1991)는 학습자는 자신의 자기주도성 수준에 부합되는 수업을 받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자기주도 학습 증진을 위한 교수 모형을 제안하고 있다. 그로우의 접근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그가 제안한 자기주도 학습자를 기르기 위한 교수-학습 전략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그로우는 학습자의 자기주도성 정도에 따라 네 단계 교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1) 제 1 단계: 낮은 자기주도성을 지닌 학습자를 위한 교수 전략
- 교과 내용을 강조하는 강의 - 구조화된 훈련 - 매우 상세화된 과제 - 매우 상세화된 연습 문제 - 집중적인 개별 교수
2) 제 2 단계: 약간의 자기주도성을 지닌 학습자를 위한 교수 전략
- 학생들을 감동시키는 강의 - 산업체의 훈련 프로그램 - 교사-주도 토론 - 전문가/교사에 의한 시연과 학생들의 연습 - 결과 예측이 가능한 구조화된 프로젝트 수행; 면밀한 감독; 충분한 피드백 제공
3) 제 3 단계: 어느 정도의 자기주도성을 지닌 학습자를 위한 교수 전략
- 교사가 함께 참여한 세미나 - 교사에 의해 인정되고 지원 받는 집단 프로젝트 수행 - 개방적, 학생 개발 집단 프로젝트 수행; 면밀한 감독은 없음
4) 제 4 단계: 높은 자기주도성을 지닌 학습자를 위한 교수 전략
ㆍ학습자가 스스로 자기주도 활동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자문을 해 준다. ㆍ학생들과 정기적 회합을 통해 학생들의 진보와 더불어 문제점을 토의할 수 있도록 한다. ㆍ학생들을 격려하여 서로 협력 학습을 하고, 집단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다. ㆍ산출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중시한다. ㆍ일생을 통한 장기적 발달 단계를 강조한다. ㆍ자기 평가를 강조한다.
- 인턴제, 학기 프로젝트, 개인 연구, 논문 작성 등 - 학생 주도 토론; 교사는 참여자 - 학생 주도로 신문과 잡지 발간; 교수자 지원 - 창작 글쓰기 활동
그로우의 학습자의 자기주도성 정도에 따른 단계별 수업 방안은 차별화 수업(differentiated instruction), 적응 수업(adaptive instruction)의 원리와 일치하는 것으로서 학습자는 자신의 능력, 필요, 관심, 적성에 부합하는 교육을 받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제안된 교수-학습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학습을 요구할 때 효과적인 학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그로우의 단계적 접근은 매우 바람직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 접근은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학습자 수준을 고려하여 적용되는 수업 방법에 따라 객관적 학습이 일어날 수도 구성적 학습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따라서 낮은 수준의 자기주도 능력을 가진 학습자에게 요구되는 또는 부여되는 수업 방법은 자기주도 학습과 다소 동떨어진 수업 전략, 교사 중심의 수업 전략이라는 데 문제점을 갖는다. 자기주도 능력이 낮은 학습자들로 하여금 교사 중심, 교사 의존적인 교육만을 받도록 한다면, 이들 학습자가 자기주도 학습자로 성장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하겠다. 그로우의 단계적 수업 모형에 따르면 대부분의 단계 이론이 그러하듯이, 학습자의 단계 도약이 어떻게 이루어져 점차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자로 발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제공되어 있지 못하다. 또한 그로우의 교수 모형은 수업의 대상(target)이 무엇이냐, 즉 수업을 통해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접근의 타당성이 문제될 수 있다. 개인차 심리학자들(Corno & Snow, 1986)이 적응 수업의 기본 전략으로 생각한 것은 학습 내용(지식, 기능, 태도 등)을 가르칠 때 학습자의 약한 적성, 능력을 우회하여 학습자의 강한 적성, 능력에 의존하여 가르쳐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학습 성취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이 때 수업의 대상은 학습 능력, 적성 자체의 계발(또는 개발)이 아니라, 학습 성취에 주어진다.5) 따라서 그로우가 적응 수업 전략을 사용하여 기르고자 하는 것이 학습 내용의 성취가 아니라, 그러한 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으로서 자기주도성이라고 할 때, 그로우의 교수 전략은 문제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자기주도 능력이 낮은 수준의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수업 방법(강의, 훈련 등)에서 심각하게 제기된다. 자기주도성을 기르기 위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보다 도전적이고 풍부한 학습 환경이거나, 부족한 능력, 자기주도 학습 전략을 직접적으로 길러줄 수 있는 수업 접근이지, 그들 수준에 일치하는 낮은 수준의, 교사 중심의 수업 방법의 적용이 아니다.6)
나. 영재 교육에서의 제안
이미 70년대부터 영재 교육을 연구하는 이론가와 실천가들은 성인 학습에서와 같이 영재아들에게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길러 주어, 독립적인 활동 및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영재 교육의 주된 목표로 삼아왔다. 이는 아마도 영재아는 성인 학습자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는 데 착안한 데 연유한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수업 모형으로 트레핑거(Treffinger, 1975)의 자기주도 학습(Self-directed learning)과 베츠(Betts, 1991)의 자율 학습 모형(Autonomous Learner Model)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수업 모형이 전제하는 기본 가정은 1)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과정에 참여할수록 보다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나게 되며, 2)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학습할 내용을 결정하면 동기 유발이 잘 된다는 것이다. 다음에서 그로우와 마찬가지로 학습자의 자기주도성 정도에 따라 차별화된 수업 모형을 적용하도록 하는 트레핑거의 4 단계 자기주도 학습 모형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표-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트레핑거의 자기주도 학습 모형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 기능을 점진적으로 개발시키고자 하는 교수-학습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는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또는 전략)을 직접적으로 기르기보다는, 그로우의 교수 모형에서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자기주도성 정도에 부합하는 학습 활동을 수행하게 함으로써(교사 주도, 학생 주도, 또는 협의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를 높이고,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하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학습 동기를 높이도록 하고 있다. 단, 자기주도적 학습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습자라도, 반드시 교사주도 수업 단계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게 한 점에서 그로우의 모형과 차별화될 수 있다. 대체로 모든 단계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장려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개발할 수 있게 하며, 학습자가 학습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학습 관리 전략을 터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습자의 특성을 고정적으로 보고 그에 부합되는 수업을 차별화하여 제공하고자 하는 그로우의 모형에 비해서는, 학습자의 특성을 비교적 융통적으로 접근하여 '근접 발달'이 가능하도록 도전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보다 개선된 형태의 수업 모델이라고 하겠다.
<표-1> 트레핑거의 4 단계 자기주도 학습 모형
(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영재 교육 연수 자료 부분 수정 후 인용, pp. 93-94)
이 절에서는 구성주의 학습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자가 자율적인 학습자 즉, 자신의 인지 및 사고의 주체(主體)로서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을 증진시키기 위한 교수-학습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성주의 관점에서 보면, 학습, 즉 지식 구성의 궁극적 책임은 학습자 자신에게 있다. 지식 구성은 학습자의 사전 경험, 정신 구조, 신념 체계에 따라 달리 형성되는 것으로서, 미리 교사나 수업 설계자가 학습자가 구성할 학습 결과를 예견하여 정해 놓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구성주의 접근에서는 교사가 미리 정해진 목표에 따라 학습 내용을 일정한 수업 계열에 따라 전달하고, 학생들이 수용하는 식의 처방적 수업은 별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오히려 학습자의 능동적 지식 구성을 지원하고, 촉진할 수 있는 학습 환경 제공이 강조된다. 객관주의 접근이 수업에 초점을 둔다면, 구성주의 접근에서는 학습이 보다 강조된다고 하겠다 다음에서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 증진 방안을 학습자의 지식 구성을 촉진하는 구성주의 교실 학습 원리7)를 중심으로 탐색해 보고자 한다.
학습자를 진정한 자기주도 학습자, 즉 자율적인 학습자로 성장하도록 돕고자 한다면, 학습자의 자율성, 주도성, 그리고 지도력을 기를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자율성과 주도성이 발휘될 때, 학생들은 개념과 아이디어간에 관계를 찾아 연결을 맺고자 하며, 질문과 쟁점을 제기하고, 그에 대해 스스로 답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습에 책임을 지며, 문제 해결자, 더 나아가서 문제 발굴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학습자의 자율성과 주도성이 충분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사가 과제의 틀을 정하는 방식에 따라 학생들의 인식의 자율성, 주도성이 발휘될 수도 억제될 수도 있다. 특히 교사가 과제의 방향을 어떤 식으로든 지시하거나 암시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율성과 주도성을 발휘하기 보다, 교사의 의도를 읽어 과제를 수행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다. 학습자의 자율성, 주도성을 존중하고 길러주고자 한다면, 교사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고 학습자 스스로가 쟁점과 이슈 등을 찾아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구성주의자들이 강조하듯이 언어는 우리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들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시 말해 '분류한다', '분석하다' 등의 인지적 용어, 메타 언어(meta language)의 사용은 학생들의 정신 작용을 자극해, 수동적으로 교재(또는 교수) 내용을 수용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정보간의 관련을 찾고, 새로운 이해를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도구(tools)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런 인지적 용어의 사용은 학습자의 인지 통제 전략으로서 초인지 전략을 계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학습자의 흥미 또는 관심 여부에 따라 가르칠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의 관심과 선행 지식과 경험을 고려하여 학습 환경을 구성할 때 학생들의 동기 유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되며, 학생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계속 발달시켜 나가면서 인지 구조를 확대하고, 재구조화 시키는 활동을 수행해 가게 된다. 이 때 학생들은 교사에 의해, 그리고 교육과정에 의해 끌려가기보다는 자신의 학습을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학습자, 자신의 교육과정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독립적 학습자로 자리 매김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사가 먼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게 되면, 학생들은 그들 자신만의 생각과 이론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로부터 일단 "정답"을 들으면 주체적인 사고를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사고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면, 교사는 자신의 사고와 생각의 표출을 억누르고, 대신에 학생들을 격려하여 그들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개념 변화를 초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대화를 통해서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듣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반성할 기회를 갖는 것은 자신의 의미 구성을 촉진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는 것이 홀로 외롭게 학습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자기주도 학습을 하더라도 학습자는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등의 집단 활동 속에서 학습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특히 사회적 구성주의 입장에서 볼 때 교사나 또래 학습자는 학생들의 근접발달을 도와 능동적 학습자,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발판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들의 능동적 인지 구성을 돕고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하고, 명백한 것 그 이상을 보게 하는 눈을 갖게 하며, 어떤 문제에 대한 쟁점을 깊고 넓게 탐구하며, 그리고 사건과 현상에 대한 그들 자신만의 이해를 형성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개방적 질문을 자주하고, 도전감을 주는 학습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 때 또래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은 학습과 발달에 필수적이다. 이상에서 구성주의 교실 학습 원리에 기초하여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 지도 방안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활동이 학습자의 내적 인지 과정을 촉발하고, 자극하여 학습자가 자율적, 주도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구축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구성주의 학습은 그 특성상 미리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일련의 수단을 제공하는 식의 처방적 수업 설계는 적합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구성주의 학습, 구성적 자기주도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 수업 전략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제약점을 갖는다. 구성주의 학습이 교실 학습에 뿌리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능동적 구성과 학습을 촉진할 수 있는 구성주의 학습 환경 구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고(稿)는 교육의 궁극적 목적으로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의도하는 바가 과연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발해야 하는 지, 그리고 자기주도 학습을 촉진하기 위해서 어떠한 교수-학습 방안을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하였다. 2000년부터 적용될 초등학교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제7차 교육과정에서 표방하는 학습자 중심 교육의 이론적 근거가 구성주의 패러다임에 있다면, 동 교육과정에서 강조되고 있는 자기주도 학습 또한 구성주의 인식론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고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자기주도 학습은 다양한 의미로, 때로는 상치하는 관점에서 이론적 구분 없이 논의되고 있었다. 학교 학습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적용하고자 할 때 그 기저하는 이론적 근거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의도하지 않은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겠다. 이론적 근거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구호적 차원이나 외형 모방 차원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맹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 구성주의 관점에서 보면, 학습자는 그들의 이해 수준이 어디에 있든 간에 항상 나름대로의 의미 형성과 구성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구성주의 학습이 학습 능력이 낮은 학생보다 뛰어난 학생에게 더 적합하거나, 잘 구조화된 영역의 학습보다 구조화되지 않은 영역의 학습에서 더 적합하다는 식의 논의는 구성주의의 본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서 간주된다(Fosnot, 1992). 따라서 구성주의 학습은 객관주의 교수-학습 전략의 연속선상 어디인가에 머무는 하나의 교수-학습 전략으로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다(강인애, 1997). 이러한 구성주의 시각에서 볼 때 학습자의 자기주도 능력 정도를 고려하여 그에 맞는 단계적 수업을 제공하여 학습자가 점차적으로 자기주도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그로우의 수업 모형이나 트레핑거의 자기주도 학습 모형은 비록 상위 단계 학습에서는 구성주의적 학습 원리를 채택하고 있지만, 관리적 자기주도 학습과 마찬가지로 객관주의 패러다임의 연속선상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 받을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학습 관리의 책임을 지게 한다는 의미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강조한다면, 객관적 자기주도 학습의 전략을 적용하여도 무방하겠지만, 학생들의 내적 사고의 자율성 포함한 능동적 인지 구성으로서 자기주도 학습을 의도한다면 객관주의, 특히 행동주의 이론에 기초한 자기주도 학습 전략의 무분별한 적용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학습자의 자기주도성 발달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수업을 제공하고자 하는 적응 수업 접근 또한 학습자의 발달 가능성을 도외시하고, 학습자의 특성을 고정적으로 간주하고 적용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으로서 학습자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기르는 교육 활동은 제7차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총론 차원의 구호로 끝나지 않고 각론 차원으로 스며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감안할 때, 교과 학습에서 이러한 자기주도 학습 방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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