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한사람을 사랑하는 일 / 박미림

[송병호]

한사람을 사랑하는 일

박미림

한사람을 사랑하는 일

선술집 화장실에 그 짧은 낙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사랑하는 일

그것도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일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

그 어떤 이도,

나와 같은 사랑을 하고 있음으로 인해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침침해진 시야 끝에

차오르다 만 눈물 한 방울

술잔에 차고 넘쳤다

그 짧은 낙서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작가 프로필]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회장 역임. 현)고문. 김포문학상, 항공문학상, 낙동강세계평화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김우종문학상 본상. 경기도 문화예술유공표창. 김포시문화상 예술부문(2021) 등을 수상했다. 경기문화재단과 가천문화재단, 김포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 수혜를 받았다. 저서 [붉은 꽃 지는 저녁]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마네킹] 외 2권의 시집과 동인시집 [척] 등 여러 작품집이 있다. [달시] [시쓰는 사람들] 동인.

[시향詩香]

내가 있고 네가 있어 우리가 되는 것은 우리로 마지막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한 신의 도구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일, 그것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자칫 종교적 신앙고백처럼 비춰질 수 있는 낙서 한줄, 달달한 낭만이 아니다. 눈으로 담고 손으로 읽고 입으로 쓴다. 아팠거나 아팠었거나 아프고 있거나, 그래서 침침한 선술집의 낱잔은 눈물보다 짠맛이 난다. 시인은 어떤 맛을 사색하고 있을까? 한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상상은 꿈을 발견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은 나뉜 철길 같아서 누구를 사랑할 겨를도 없이 사랑한 사람은 늘 자기 혼자였다. 하나 남은 낙엽이 가을 끈을 놓지 못한 이유이다. 허리춤이 헐렁하다. 입동의 초겨울 노을 고운 『붉은 꽃 지는 저녁』(박미림시집 표재) 빛바랜 전화번호를 새로 베꼈으면 좋겠다. 사랑은 둘이서 만들어가는 거라고...

글 : 송병호 [시인/문학평론가]

(2019년 11월 12일 미래신문)

[진서우]

송병호시인님의 시평을 곁들이니 시가 더 깊어집니다^^ 고맙습니다~~

[송병호]

시가 좋으면 시평도 아름다움으로 곁들여지는가 봅니다
다녀가주셔서 고맙습니다 국장님!

[박미림*]

2003년 겨울 사우동 먹자 골목 어느 선술집 화장실 낙서를 보고 끄적이던 마흔살 그날 밤이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다니 ~ 그 사이 저는 늙어지고 아이들은 자라고 세상은 숨 막히도록 답답하고, 공평하지 못한 세상이라고 불평은 하지만 이 또한 제 운명이려니 하며 제 사랑은 여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충실하고 있으니 ㅎ~ 달달한 글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고 올려주신 송병호시인님 감사드립니다.

[박소미^^]

한사람을 사랑 하는 먹먹과
둘이서 완성해가는 막막 사이에서
한참 머물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