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TV 방송 프로그램1 을
통해 국내에 대중적으로 소개되며, 많은 교사뿐 아니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놀라움과 감동으로 흔들어 놓으며 화제가 된 한 수업모델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거꾸로 교실 (Flipped Classroom)”이라고 이름 붙여진 수업 방법이다. 본
칼럼에서는 거꾸로 교실이 무엇이며, 어떤 점이 이 수업방법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인지, 또한 학생들의 사회성·감성 발달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거꾸로 교실’ 수업 모델은 그야말로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뒤집는(flip) 것이다.
이 수업 모델은, 미국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작은 고등학교의 화학교사였던 존 버그만과 에렌 샘즈가 수업에 자주 빠지는 운동부 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동영상 강의를 따로 제작해 온라인으로 올려 놓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곧 교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효과에 대해 듣게
되었다. 이 온라인 동영상 강의 자료가 수업에 빠진 학생들뿐 아니라 수업을 이미 들었던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수업을 듣지 못한
학생들은 이 동영상 강의 시청을 통해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어 좋아했고, 수업을 이미 들었던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영상을
복습과 심화의 차원으로 시청하며 도움을 얻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한 경험과 발견을 바탕으로, 이 교사들은 자신들이 가르치는 수업 시간을
효율적이며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획기적인 방식을 고안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혁신적인 수업모델, ‘Flipped
Classroom([플립트 클래스룸], 거꾸로 교실)’인 것이다 2.
거꾸로 교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핵심 요소 두 가지는, 교사가 제작한 동영상
강의, 그리고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고안된 수업 활동이다. 기존의 수업 방식에서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강의를 듣는다 (in-class),
그리고 난 다음 강의내용을 토대로 부여된 과제를 수업 후에 집에서 수행하였다(after-class). 그런데 거꾸로 교실은 학생들이 집에서 먼저
강의를 듣고 오면(pre-class), 교실에서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 활동을 하게 된다(in-class). 즉 수업은 교사와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습득한 개념을 더욱 심화하고, 학생들이 함께 협력학습을 하고 그룹으로 한 과제를 발표하며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공간이 된다. 그러면 교실은 더 이상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가 가득한 공간,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허용되는 다이내믹한 공간이 된다. 그뿐 아니라, 이 수업방식은 귀중한 자원인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수업을 재구성하고,
아이의 학습 패턴을 재구성한다. 즉 학습이 주어진 수업 시간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을 시청하는 수업 시간 전부터, 수업 시간
내, 그리고, 수업 밖에서의 과제를 하는 시간으로 연장 확대된다는 것이다.
KBS에서 방영한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라는 3부작 프로그램에는
부산 동평중학교의 “거꾸로 교실” 사례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거꾸로 교실은 교육혁신에 목말라 하고 있던 동평중학교 교사들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극적인 변화들을 실제로 가져다 주었다.
거꾸로 교실 수업 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과거에는 수업 시간에 졸거나 집중을 잘
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수업 방식이 바뀌어 활동 중심, 협력학습 중심, 프로젝트 중심 등의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자, 적극적으로 수업 활동에
몰입하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의 참여도와 몰입도의 향상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는데, 이 실험에 참여한
교사들의 학급은 한 학기 만에 85%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향상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평소 학업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학생들이 아주 큰 폭으로 성적향상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동평중학교 학생들의 사례에서 드러난 큰 변화로, 이전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게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강의를 듣고 자료 검색을 하는 데 이 기기들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달라진
수업방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 시간 중과 방과후 친구들과 과제를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서 게임과 같은 말초적인
흥미에 관심이 줄어들고, 기기의 유익한 활용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분명 한 역할을 하였으리라 보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현대사회에서 이 사실은 거꾸로 교실 수업 방식이 주는 또 하나의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거꾸로 교실수업이 가져다 준 주요 변화에 대해, 거꾸로 수업 모델의 창시자인 버그만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참여도 향상 뿐 아니라, 교사-학생 및 학생-학생간의 관계의 질 향상과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동기 향상을 꼽는다.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동영상 강의가 가져다 준 변화는 의외로 인간적인 관계의 질의 향상을 가져왔다”라고 그는 말하는데, 이 수업방식으로 인해,
학생들은 과제를 함께 수행할 시간을 보다 길게 할애 받음으로써 학생들간의 대화가 현저히 많아졌기 때문이며, 교사가 학생들의 개별적인 수준에
맞추어 학습을 도와줄 시간적 기회를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존의 일방적인 수업 방식에서는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더라도
교사는 계획된 진도를 나가기 위해 그런 학생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수업 방식은 교사가 학습부진 학생이나 내성적인 성격으로 발표나
질문을 잘 하지 않던 학생들의 필요를 맞추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이다.
또한, 거꾸로 교실은 교사들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 개개인의 필요에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수업 진도를 나가기에 여념이 없었던 교사들이, 이 수업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학생들의 낮은 수업 참여도와 저조한 학업성적을
고스란히 학생의 문제로 돌렸던 자신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며, 학생들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자신들의 태도와 수업 방식에 대한 성찰하도록
해 주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러한 수업 시간의 변화들은 학생들의 사회성과 감성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될까? “21세기 교육혁명, 미래의 교실을 찾아서”에서 보여준 학급의 사례들에서 보여주듯, 거꾸로 교실 모델로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서는 활동 중심, 토론 중심,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방식을 통해, 학급 구성원간의 소통이 현저히 늘어났다. 짝활동, 모둠활동 과정 중에
하게 되는 질문과 대답, 토론, 협상, 의사표현과 결정, 부탁 등 다양한 형태의 소통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능력들을 연습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 능력들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친밀감과 소속감, 책임감, 대인관계 기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 능력, 협동심, 배려와 존중, 자존감 및
의사표현 능력들이 포함된다.
첫째, 공동체 구성원 간의
친밀감과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다. 친밀감과 소속감은 학습을 위한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을 한다. 공동체 내에서 서로 간의 대화가
없이는 구성원 간의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같은 공간 내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대화와 서로간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친밀감과 소속감은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21세기 교실 혁명, 미래의 교실을 찾아서”에서 보면, 매우 내성적이고 학교에서
거의 말이 없던 학생이, 이 수업을 통해, 친구들과 과제를 행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대화를 하게 되면서, 친구가 생기고, 학교 생활이
즐거워졌으며, 학교 가는 것이 기다려진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다. 이는 바로 협동학습의 수업 방식을 통해 자신이 속한 모둠의
구성원들과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게 되고, 친밀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되어 학습이 즐거워지고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생긴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둘째, 학생들은 과제 중심의
협력학습을 통해 협동심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다. 주어진 과제를 그룹의 구성원들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는 협동심과 책임감이 생길 수 있다. 물론 그룹 활동에 있어서, 학생들이
가진 재능에 따라 기여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소그룹으로 구성원이 공동의 과제를 완성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어떠한 역할을 분담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책임감을 느낄 것이고, 각자의 역할을 구성원이 해내며 협동함으로써 협동심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화와 토론 및
그룹 발표 등을 통해 의사표현 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다. 다양한 형식의 소통 방법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의사소통 능력을 연습할 기회를 기르게 되는데, 이러한 능력들은 수많은 반복과 연습을 거치지 않고는
길러질 수 없는 능력들이다. 기존의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조용히 교사의 강의를 듣기만이 권장되어 왔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표현이나 질문은 교사가
기회를 줄 때에만 아주 짧게 허용되고, 그것 마저, 기회가 잘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교실의 수업 방식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 질문하며, 발표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유연한 분위기와 열린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의사표현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거꾸로 수업 모델은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을 이 수업을
통해 제대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많은 준비와 지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의 많은 교사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향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꾸로 교실’이 지속적으로 학교 현장에 전파되고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려면 보완되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제안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현장에서 동영상 제작 및 강의 시청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재정 및
테크놀러지에 대한 지원이 보장되어야 하며, 교사들을 위한 연수와 교육전문가의 현장 지원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거꾸로 수업을 위한 동영상 강의 자료 제작부터, 수업 설계와 평가 방법에
이르기까지, 단위학교의 동료 교사들이 협력하여 체계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 컨텐츠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생들이 수업 시간 전에 동영상 강의를 통한 선행학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각 단위학교에서는 학생의 가정의 여건을 고려하고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학부모 교육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지원과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 모든 교실들이 학생들의
질문하고 토론하며 즐겁게 대화하는 목소리로 가득 채워지는 즐거운 배움의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 Tucker, Bill (2012). The Flipped
Classroom: Online instruction at home frees class time for learning. Education
Next, Winter 2012.
원출처: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2&wr_id=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