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금요일. 오름해설사 심화과정반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동쪽에선 아침 해가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며 올라오는데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여전히 달님이 머물고 있다.
무언가 미련이 남는 밤을 보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밤중에 일어난 나도 moon shower를 실컷 할 정도로 달빛이 밝았었다. 일기예보에서 오늘은 미세먼지가 상당할 것라 예고헀지만 별로 걱정이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리라.
8시 30분경 집을 나선다. 집결 장소는 올레 1코스 안내소! 오름의 시작점과 동일한 장소라 그곳으로 정해진 듯하다.
오늘 탐사할 곳은 말미오름과 알오름이다.
말처럼 생긴 산이라 해서 말뫼로 불리다 말미 오름이 되었지만 지금은 두산봉으로 더 불리어 지고 있는 느낌이다. 말미 오름은 상대적으로 내륙 쪽에 위치해 있어 육성화산처럼 생각되나 실제로는 수성화산이라고 한다. 이는 폭발당시에는 말미 오름이 바다 가에 위치해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함덕 서우봉의 경우 지금은 바다가에 위치해 있어 수성화산처럼 생각되나 분석구로 구성되어 육성화산이라고 하니 폭발 당시에는 육지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화산이 폭발할 때 물을 만나느냐 여부는 중요하다고 한다. 물을 만나 대폭발현상을 일으키는 화산을 수성화산이라하고 이때 화산재가 쌓여 응회암이 되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화산체를 응회환, 응회구라고 한다. 반면 물을 만나지 않고 폭발한 육성화산은 폭발로 작은 알갱이인 송이가 쌓여 분석구가 된다. 제주도의 경우 368개 오름의 90%이상이 육성화산으로 송이로 이루어진 분석구이고 23개만이 응회암인 수성화산이란다. 말미오름 한 가운데에는 또 하나의 오름이 있다. 이런 경우, 가운데 오름을 통상 알오름이라 부른다. 신기한 것은 알오름은 육성화산이란 점이다. 수성화산체가 상당한 세월이 지나 한번 더 폭발하여 육성화산인 알오름을 만들어 내는 결과이다. 수성화산과 육성화산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으니 이런 것을 ‘이중화산체’라고 한단다. 당산 오름과 정물 오름 등에서 동일한 형상을 목격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오름 탐사 시작!
말미 오름이 시작되는 입구에 안내판이 떡 서있다. 그러나 “땅 끝에 위치해있어 말미 오름이라고도 불리는 두산봉”이라 안내하고 있다. 교수님은 일언지하에 잘못된 표기라고 잘라 말한다. 말미 오름의 유래에 대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단정적인 안내는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 정확한 정보전달이 중요한 지점일수록 잘 모르면 침묵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교수님은 새삼 강조하신다.
오늘의 코스는 올레 1코스 안내소에서 시작하여 말미 오름 정상을 지나 알오름 정상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올라가는 길목 중간 중간에 재가 퇴적되어 형성된 바위가 목격된다. 일부는 서근돌(썩은돌)이 되어 검붉은 갈색빛을 띠기도 한데 응회암의 특징이란다. 그런가 하면 침식으로 인해 근사한 절벽을 형성하기도 한다. 떡 시루처럼 형성된 흙이 지난한 오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말미 오름은 그 형태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시흥초등학교 큰 도로에서 오름 입구까지 걸어오는 과정에서 시루떡처럼 단층이 진 말미 오름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오름길 주변으로 하얀색 꽃잎을 한껏 자랑하고 있는 장딸기 꽃들이 올망졸망하다. 오름 탐사의 묘미는 당연 오름의 환경과 역사를 알게 되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한 백미는 바로 여기저기에 놓여있는 무수한 들풀들과 다양한 식물들을 구경하고 확인하는 기쁨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교수님의 마치 보물찾기 같은 확인 작업이 빠지지 않았다. 탱자나무, 양지꽃, 제비꽃, 등대풀, 사스레피, 머귀, 천성과, 개구리발톱, 천남성, 등등. 표고도 낮고 비고도 높지 않은 아담한 오름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오름탐사가 단시간에 마무리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시인이 표현했지만 자세히 보아야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스레피를 설명하면서 똥파리마저 그 나름의 소중한 존재이유가 있음을 강조하던 교수님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모든 생명에는 각자의 역할이 있기에 모든 생명체는 소중하며 결코 허투루 여겨서는 안된다는 그 말이...
말미 오름 정상에 오르니 제주의 동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미봉, 우도와 성산봉, 식산봉, 그리고 수산봉과 수산평! 고수들은 일출을 보기위해 성산이 아닌 이 말미 오름을 오른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듯 싶다. 교수님께서 자연스럽게 매계 이한우의 ‘영주십경’을 풀어 주신다. 하루의 일출과 일몰, 4계절의 풍광, 음양의 조화,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반영한 제주의 풍경 10가지를 요약하였으니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지속적으로 인구에 회자될 듯싶다.
말미 오름을 내려와 이제 알 오름으로 이동한다.
이동 과정이 올레 1코스를 품고 있으니 올레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올레는 사람들에게 마음 치유의 길이 되길 소망하며 놀멍, 쉬멍, 걸으멍을 모토로 시작한 제주도 트레킹 브랜드이다. 2007년 시작하여 지금은 총 27개의 코스를 갖추고 일본과 몽고에까지 모델을 수출하였다고 하니 성공한 브랜드임에 분명하다. 그 많은 코스 중 이곳을 1코스로 선정한 이유는 일출을 상징하는 성산이 있고 출발과 시작을 상징하는 시흥이라는 지명이 있어서 였다고 한다. 제주목의 끝이라서 종달리라는 지명이 있었다면 정의현의 시작이라서 시흥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고 하니 그 연관성을 찾아 작명한 노고와 지혜에 힘껏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알 오름 정상에 오르니 동쪽은 더욱 선명해지고 멀리 서쪽 방향의 오름들도 더욱 자태를 드러낸다. 높은오름, 윤드리오름, 다랑쉬오름, 체오름, 둔지오름 등등.... 정상에 위치한 휴식공간에서 행복한 간식타임을 누린다. 총무님이 준비한 간식과 각자가 챙겨온 군것질거리와 커피를 나누며 왁자지껄 유쾌해진다. 영등 할망이 시샘이라도 한걸까?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영등 할망 떠난 줄 알았는데 꼬리가 영 기시네요! 누군가의 큰소리에 순간 한바탕 웃음이 알오름 전역에 퍼졌다. 오늘도 여지없이 행복한 오름탐사! 이제 하산할 일만 남았다! 하산길에 그 꽃들을 보았고 교수님의 설명이 또다시 이어졌다. 올라올 때 미처 보지 못한 그 많은 들꽃들에 대해서~~~ㅎㅎㅎ!
첫댓글 파일 첨부 하셨군요 ㅎㅎ
문탐땐 바로 잘 하시더니 ㅋ~^^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한 번 옮겨 보세요~^^
ㅎㅎ녜~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학을 하셨던 전력이 있으신거죠?
어떻게 오름답사후기를 이렇게 맛깔나고 수려하게 표현할 수 있나요!
좋은 수필작품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애고, 회장님!감사합니다~
작가하셔도 될거같아요~두산봉의 아름다움이 다시 한번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