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대한스포츠한의학회 학술이사
한의과 특유의 밀착형 진료 스타일 외국 선수들에게 높은 호응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11일째인 지난 7월 6일, 22일간의 진료일정 중 내원 인원이 94명에 육박했다. 이는 타 과의 두 배를 넘는 수로, 인천AG 때 대회 중반에 접어들면서 하루 세 자리 내원숫자를 기록했던 경험에 비추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하지만 실로 놀라운 성과다.
한의과진료소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진료를 받은 외국인 선수들 사이의 입소문이다. 선수촌병원은 개막 1주 전에 개원하는데, 이때는 아직 선수들의 입국이 다 이루어지기 전이다. 결국 내국인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이 많고, 타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절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한의과 특유의 밀착형 진료 스타일이 입소문을 타게 된다. 특히 통역 요원들은 외국 선수단과 항상 동행하기 때문에 그들의 호감은 각국 선수단의 트레이너, 테라피스트들의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는 인맥.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진료 한의사들과 동고동락 했던 이들이 이곳 광주U대회에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알고 지낸 운영요원, 통역, 도핑검사관 들을 비롯해서 스포츠한의학회 회원들이 평소 다양한 팀 닥터 활동으로 알고 지낸 대표팀 코치, 트레이너, 선수들까지 인사차 또는 호기심으로 방문하고 있다. 작년 인천에서도 축구, 양궁, 태권도에서는 외국의 한국인 감독들까지 선수촌한의원을 팀에 소개하고 치료받게 해, 자국 선수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주최기관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의 끌로드 루이 갈리앙 회장도 한의치료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27일 입국하자마자 대회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선수촌병원 내 한의과 진료실에 방문한 그는 도핑에 안전한 침, 부항, 추나 치료의 장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도 한약 중에 인삼을 알고 있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스포츠 한의진료의 성과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선수촌 병원 아홉 개 과 중 유일하게 한의과만이 수기차트를 별도로 작성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의 진료 결과를 논문으로 남겨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내원 경향을 예상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2014인천AG에서부터 사용하고 있는 현재 수기차트에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공표한 injury code를 활용하여 상해부위와 원인을 분류한다. KCD(한국표준질병분류)를 사용하는 지금에 맞게 이전에 사용되던 견비통, 요각통, 슬부상근 등의 분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별도의 수기차트를 또 기록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 있지만, 오히려 진료 초반 여러 과에서 말썽이었던 GMS(대회관리시스템) 전자차트 오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렇게 선수촌 한의과 진료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광주시한의사회의 숨은 노력이 있다. 광주U대회에서 광주광역시한의사회는 선수촌병원 뿐 아니라 경기장에서의 한의 의료지원을 성사시켜 선수촌한의원으로 호평을 받았던 인천에서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순간에도 원광대한방병원(광주, 전주) 청연한방병원(동광주, 상무, 수완)에서 파견된 의료진들이 경기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직위 산하 협약기관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봉사 차원으로 그쳤던 의무지원과 차별화 된다. 이는 광주광역시한의사회와 지역 한의 의료기관의 공조가 잘 이루어진 덕택이며, 이번 경기장 지원 역시 선수촌 한의과 진료실과 더불어 스포츠현장에서 한의진료 영역을 넓히고 있음에 틀림없다.
2017년 처음 유니버시아드대회가 개최되는 대만에서도 선수촌병원 내 한의진료가 논의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대만 중의사들 역시 광주U대회의 한의과진료실 성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위의 많은 관심과 참가 의료진들의 헌신 속에 이번 의무지원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국내외의 스포츠 종사자들에게 한의진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더불어 세계적으로 한의학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