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를 할 때 벼 외에 다른 식물은 한 포기도 없어야 좋을 것 같지만 흙이나 벼의 입장에서는 아니다.
벼와 호환성식물이 잇는 것이 훨신 좋고 경합성인 피도 조금은 있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멸구가 벼보다는 피를 잘 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추분 이후에 논에 피가 있으면 멸구가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때 멸구는 피를 먹기 때문에 벼는 그다지 피해가 없고 거미, 무당벌레 등이 피 포기에 모여들어 또 한번의 만찬이 일어난다. 이런 신비스런 자연의 힘으로 벼농사가 풍성한 가을로 접어들고, 서리가 내리면 벼는 씨를 남기는데 우리는 이 씨앗을 고마운 마음으로 수확해야 한다.
벼는 서리 내린 후 3일 이상 경과한 뒤 수확하는 것이 좋다. 서리가 오기 전에는 볏짚이 살아 있을 때라 계속 생육하기 때문에 벼는 씨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독을 가지고 있게 되는데 그럴 때 거둔다면 쌀을 먹는 우리는 벼의 독을 먹게 된다. 하지만 서리가 내린 후 수확을 하면 벼는 종족번식의 본능으로 씨를 누군가가 가져가게 유혹을 하고 이때는 건조에 별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의 이치를 잘 알면 환경파괴 없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다. 후확을 했다고 마음을 닫아 버리면 마음도, 흙도 꽁꽁 얼어 버린다. 그리 되면 미생물도 식량부족으로 얼어 죽고 흙은 돌이 된다.
흙이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선 흙 속에 있는 미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과 먹이가 갖추어져야 하는데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환경과 먹이는 흙을 쟁기로 갈아 준다고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흙은 가을에 풍화작용ㅇ 시켜서는 안 될 만큼 쇠약해져 있는데도 대부분 이를 잘못 알고 가을갈이를 하고 있다.
이 땅은 화강암 토양임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하고 식물은 유기물을 멁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우리 토양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항생물질 등 온갖 일꾼들이 살아 숨쉬고 있고, 이들에게 쉼터와 먹이는 살아 있는 식물의 뿌리가 흙 속에 있게 하는 것이라, 이런 이유로 이모작을 애기하고 맥류 파종을 강조하는 것이다.
출처 : 태평이가 전하는 태평농 이야기 지은이 / 이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