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대해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연고주의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전통적 사회관계를 우선시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을 가리키는 사회현상(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의미하는 연고주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연고주의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공동체 내부 집단을 형성하고 일종의 단합심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혐오 문화 확산 현상에 의해 집합 의식과 연대 의식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편에서는 혐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키고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는 이런 관계 붕괴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일까? <아픈 사회를 넘어>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비교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는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경향으로, 심리학자 레오 페스팅거가 처음 제안한 이론이다. 페스팅거는 개인 내에서 정확한 자기 평가를 얻기 위해 사회적 비교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페스팅거의 주장이 온전히 옳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글만 보더라도 사람들이 비교를 통해 자기 평가만이 아니라 사회적 스트레스를 얻는다는 것을 통계적 수치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우리 속담도 사회적 비교의 부작용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이라는 책에서 나온 에빙하우스의 착시에 관한 연구가 생각났다. 에빙하우스의 착시는 상대적 크기 인식에 대한 착시로, 큰 원들에 둘러싸인 주황색 원과 작은 원들에 둘러싸인 주황색 원 중 후자가 전자보다 크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에서는 산업 사회의 혜택을 받지 못한 오지 사람들에서는 두 원이 같다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이 높았지만, 협동 농장의 농민과 공장에 다니는 여성들은 에빙하우스 착시를 겪은 사람이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책의 저자는 현대화로 인해 사람들의 비교 경향이 커지며 나무보다는 숲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우리가 그 누구보다 사회적 비교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SNS와 각종 정보가 넘치고, 과열된 경쟁 의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비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