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
본상 수상자 조영심
수상작 별빛 실은 그 잔바람은 어떻게 오실까 외 4편
1차예심 김경린 박민서
본심위원 송용구(위원장) 박민영 한명희
제1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 수상작
별빛 실은 그 잔바람은 어떻게 오실까 외 4편
가막만은 별빛 자르르한 옥토였다
먼 바다 돌아온 달이 외진 포구 넘너리에 고삐 매어두는 밤, 개밥바라기별 앞세워 대경도 소경도 물결 찰방이는 소리에 우수수 우수수수 쏟아지던 별의 금싸라기, 뭍에서나 물에서나 별의 숨결 받아먹고 숨탄것들 탱글탱글 여물던 찰진 별 밭이었다
큰바람도 여기 와선 숨을 고르고 별들과 뒹굴었다
언제부턴가, 경도 큰 고래 작은 고래 등허리에 줄지어 내걸린 큰 전등이며 나뭇가지 친친 감은 색색의 꼬마전구에 밀려 그 많던 별들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잔잔한 바다에 고랑 이랑을 내고 별빛을 경작하던 바람도 이제 길을 잃었다
전설이 죽고 꿈도 사라졌다
밤낮없이 먹고 마시고 노느라 팽개쳐버린 별빛은 이제 더 이상 바다에 이르는 길을 내지 않는다
달빛도 별빛도 발길 끊어버린 번화가 포구에 하늘길 바닷길 내어줄 그 바람, 아기 숨결 같은 그 잔바람은 어떻게 오실까
아니 온 듯
갤러리 같은 화장실
앉은 눈높이에 만난 안내문 하나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
왔으나 흔적도 남기지 말라는 뜻이겠다
변기에 앉아
새삼 이 푸른 행성 생각에 골똘해진다
46억 년 전 푸른 빛을 뿜어
6천5백만 년 전 인류가 생겨 나와
먹고 입고 쓰고 버린 흔적 다 사라지고
그들은 아니 온 듯 다녀갔는데
겨우 300년 동안 지나온 우리의 흔적들은
켜켜이 썩지 않은 비닐층이 되어
새로운 이 지층을 인류세라 명명하려 한다니
이 땅에도 푸른 풀밭은 올 수 있을까
벌 나비 부르며 꽃들은 또 피고 질까
아이들은 발 벗고 뛰어놀 수 있을까
또 100년 뒤 누가
아니 온 듯 다녀가라는
이 아름다운 문장을 다시 볼 수나 있을까
이 행성에서 산뜻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인류세의 어떤 얼룩으로 남을지
일어나 내 흔적을 돌아본다
그냥 숲
한라산 끼고 한여름 땡볕을 지난다
숯쟁이나 사냥꾼들이 터놓았거나
오소리 족제비 노루들 다녔던 산 중턱을
허리띠 두르듯 이어놓은 숲길이다
너르면 너른 대로 좁으면 좁은 대로
바람의 길 비틀어 주고받고
넘치면 넘치는 대로 덜하면 덜한 대로
한 올의 햇살도 넘치게 건네고
돌멩이가 이슬에게 이슬이 풀에게 풀이 나무에게
나무가 저 바람에게 바람이 다시 나에게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함께 있어 주기만 해도
알아서 다 일구어내는 숲의 일
이대로 이 숨이 저 숨에 이르게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본다
그냥 가만히 숲이 되어 선다
잠을 돌려주세요
나를 은행나무라 부르지요
살구나무와는 관계없이
뭐 은빛 살구 같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지요
반쯤은 남의 이름으로 사는 서러움은 참고 있습니다
공자께서는 내 그늘에서 학문을 베풀었다고 하지요
천년 세월 용문사에서 풍월을 읊고 계시는 조상도 있고
당산나무로도 대접받는 뼈대 있는 가문이지요
그런 내가 이 도시 한복판에 불려 온 이유는
사계절 뼈있는 가문의 꿋꿋한 풍채이거나
도심의 공해를 용케 버텨내는 생명력 때문이거나
가을이면 저무는 것들의 배경으로
노란 융단을 깔아주는 서정 때문이겠지요
며칠 전에 산책길에 걸어놓은 공사 안내문을 보았어요
-외부 경관 개선을 통한 도시 관광 자원 확충-
내게 무슨 개선의 여지가 있을 리 없고
그렇다면 저 울타리 격인 쥐똥나무 얘기일 텐데요
아니나 다를까요
그러잖아도 네온사인 눈 부신 도로,
가로등도 즐비한 산책길 쥐똥나무 사이사이로
대낮처럼 환하게 조명등을 박아놓았네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런 스포트라이트는 바라지 않습니다
밤을 밤같이 낮을 낮같이 살고 싶을 뿐입니다
은행나무일 때까지 은행나무로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늘의 영토
- 행촌리 당산나무
어르신의 무릎에
겁 없는 아이처럼 걸터앉았다
열 번도 넘게 육십갑자를 돌아 나오며
앉아 천 리 서서 만 리 내다보는
당당, 위풍당당
들판을 좌대 삼아 긴긴 세월에 내린 뿌리
어디, 몇 가구 둥지만 품었으랴
처음부터 이토록 촘촘한 그늘이었을 리가 있겠나
숨탄것 모두 저 높은 곳을 향해 내달리던 때도
거친 비바람 눈보라 맞짱 뜨며
가지 휠지라도 허리 꺾이지 않을 뿌리의 힘살로
일백 척 탄탄한 그늘의 영토를 넓혔다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 지키겠다 작정했겠나
귀 솔깃한 입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품 안에 찾아드는 것들 품다 보니
여태, 이 자리를 지켰을 뿐
스스로 지켜야 할 것들 지켜왔을 뿐
이제 바람은 어느 쪽에서 불어와도 좋다
바람 따라 바람같이
새처럼 새와 함께
천년을 더 그늘 길 가실 무릎 앞에
가만, 엎드려 큰절하고 싶었다
문제 인식
기후환경문제에서 공해를 떠올리면 공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과 같은 환경문제는 아주 익숙하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해가 없어 보이는 빛공해 문제도 심각하다. 지구촌 인구의 80%가 인공조명에 오염된 하늘 아래서 살고 있다는 통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공조명은 인류에게 작업시간의 연장과 산업의 발전으로 부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인공조명의 오용과 남용은 마침내 동물, 식물, 심지어 인류에게 환경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식물들은 낮 동안 태양빛을 이용해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광합성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이 활동을 위한 화학물질을 만들기 위해 어둠이 필요하다. 지나친 인공조명은 이 화학물질의 생산을 줄이고 개화 주기를 바꾼다. 결국은 번식에도 병충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동물들 특히 야행성 동물 또한 심각한 빛공해의 피해자들이다. 밤하늘을 비행하는 새들은 달빛과 별빛에 의존하는데 인공조명으로 비행에 교란이 일어 건물에 추락, 제자리에서 원을 그리며 날다가 추락해 버린다. 새끼 바다거북이 부화하면 밝은 수평선을 따라 바다를 찾아가는데 인공조명 때문에 매년 수백만 마리의 새끼 거북들이 죽는다는 뉴스다.
인간의 경우도 인공조명의 문제가 크다. 인간의 신체가 회복하기 위해 밤에 호르몬을 생성하는데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도한 인공조명은 인간의 신체가 낮이라고 생각하고 이로운 호르몬을 덜 생산함으로써 각종 질병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를 야기하여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환경문제 중에서 인공조명에 따른 빛 오염에 집중하여 문제점을 제기하고 실천강령에 호소하고 싶다. 세계에서 빛 오염이 가장 심한 나라 1위 이태리, 2위 대한민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푸른 별을 지켜낼 사람은 바로 지금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실천사항]
① 영원히 썩지 않고 토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② 지구의 플라스틱 쓰레기 지층이 인류에게 미칠 영향 홍보 및 실천사항 제시
③ 가까운 미래 토양오염으로 기후환경의 위기 및 인류 생존의 위협 경고
④ 도시 경관을 위한 인공조명 광고 조도 및 시간 제한
⑤ 도심에 공원 확충: 숲공원으로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⑥ 고목 보호: 오래된 나무일수록 이산화탄소의 보고이며 왕성한 산소탱크
⑦ 숲 그대로 자생하여 숲의 생명이 서로 순환하도록 경작과 개발제한
⑧ 숲 속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교류하며 산소를 만들어낸다는인식 홍보
⑨ 숲의 파괴는 지구의 허파파괴지구의 심각한 기후변화 경고 및 실천강령
수상소감
“제1회 기후환경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신나게 수영을 하고 나온 직후였다. 물속을 가르는 자유로움이었다가 하늘을 향해 누운 배영의 편안함이었다가 방향을 잡지 못해 전진할 수 없는 물먹기의 두려움이었다가 …… 다시 곰곰이 유영을 해 본다.
공모를 계기로 우리 시대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읽어내야 할 시인의 소명의식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러나 자칫 교훈적인 권유이거나 기원의 직설적인 진술이 되기 십상이어서 망설여지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마냥 외면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제1회 기후환경 문학상 공모는 그런 위기감의 대안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과 인간의 문제와 자연과 인문의 통섭적 이해를 공유하고 싶었다. 그것은 자연과학적 시선과 인문학적 시선의 통합과 융합에서 새로운 문화적 시선이 마련된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300여 년 동안 급속한 산업화로 우리 인류는 지구의 환경과 기후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면서도 끓는 물속의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에 빠져있다. 서서히 일어나는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비커 속의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제1회 기후환경 문학상의 수상은 내게 또 하나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후와 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유와 실천을 위한 신념을 다지게 했고, 소통을 넘어 융합으로 본질을 들여다보는 시적 안목을 갖게 했다. 몇 편의 시로 이런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나의 소심함에 불쏘시개가 되어주었다.
눈물 한 방울로 우주를 적시는 시의 힘을 믿는다. 그래서 시로서 말할 것이다. 온 생명과 낱 생명의 관계성을 밑자리로 이 우주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지구촌의 한 시인의 눈으로 항상 깨어 시로 말할 것이다.
인류의 기후환경 위기의식에 대한 안목을 일깨워준 시산맥과 기후환경에 대한 제 관점을 눈여겨 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조영심 시인
전라북도 김제군 만경에서 태어나다. 초, 중등, 대학교를 전북 전주에서 마치고 전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다. 1989년부터 2022년 현재 전남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 2007년 「강가」 외 4편으로 계간시전문지 『애지』 신인상으로 등단
* 2011년 제1시집 『담을 헐다』 출간
* 2015년 전남 문예 진흥 기금 수혜
* 2016년 제2시집 『소리의 정원』 출간
* 2016년 작가회의 여수지부 시화전(오동도 둘레길 상시전시)
* 2016년 ~2020년 미국 『애틀랜타 여성문학』 신문기고 10회
* 2017년 작가회의 여수지부 시화전(담장 벽화 상시 전시)
* 2018년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 시화전(사도 둘레길 상시 전시)
* 2018년 <시민 작가와 함께하는 문예창작 아카데미> 강사 위촉
* 2019년 작가회의 여수지부 시화전(미평 둘레길 상시 전시)
* 2020년 작가회의 여수지부 시화전(공공장소 상시 전시)
* 2020년 전남 문예 진흥 기금 수혜
* 2020년 제3시집 『그리움의 크기』 출간
* 2020년 제18회 애지문학상 수상
* 2021년 작가회의 여수지부 시화전(공공장소 상시 전시)
* 2021년 제16회 심연수 전국 시낭송 대회 대상
* 2021년 제8회 부안 변산 마실길 전국 시낭송 대회 금상
* 2022년 <동네강좌 문예창작 아카데미> 강사 위촉
* 2022년 <여수의 모든 인문학 아카데미> 강사 위촉
* 2022년 작가회의 여수지부 시화전(공공장소 상시 전시)
* 2022년 제1회 시산맥기후환경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