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六言) 가을밤에
夜讀歐翁古賦 한밤에 歐陽脩(구양수)의 옛 시를 읽다 보니,
果然聲在樹間 정말로 책 읽는 소리가 나무 사이에서 울리네!
三秋高節綠竹 긴 歲月 높은 절개는 푸른 대나무이고,
太古本心靑山 太古의 거짓 없는 참마음은 靑山이라네!
詩人樓上月滿 詩人은 望樓(망루)에 걸려있는 둥근 달이고,
處士籬東菊閒 草野의 處士는 담장 동쪽의 국화를 뜯고 있다네!
悵望故人前別 옛 詩人과 헤어지기에 앞서 먼 곳을 愴然히 바라보니,
謂眞節唱陽關이제야 정말 蘇軾의 陽關曲을 읊는다 할 수 있다네!
※歐陽脩(1007년 ~ 1072년): 宋나라 인종 ~ 신종 때의 정치가·시인·문학자·역사학자이다. 자는 永叔·醉翁(취옹)·六一居士, 諡號(시호)는 文忠으로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悵望(창망): 무엇을 어떠한 생각이나 맥없이 바라봄. 悵슬퍼할 창. 東籬菊: 동쪽 울타리 밑에 있는 국화. 陶淵明(도연명)이 시에서 국화를 표현한 말로, 국화의 본성이 서향을 좋아하여 동쪽 울타리 밑에 심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蘇軾(소식, 1036∼1101)의 陽關曲: 暮雲收盡溢淸寒, 銀漢無聲轉玉盤, 此生此夜不長好, 明年明月何處看(저녁구름 모두 걷히니 맑고 찬 기운 넘치는데, 은하수에 소리 없이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는구나! 내 평생 오늘 밤과 같은 즐거움은 많지 않으니, 내년에는 밝은 달을 어느 곳에서 볼 수 있을까?) 溢넘칠 일, 盤쟁반 반
又
擲琴休嘯把酒 가야금을 던져 소리를 멈추고는 술병을 끌어,
獨坐幽篁也閒 조용히 앉으니, 울창한 대숲이 더욱 고요하네!
樹盧鶴棲庭畔 뜰 가 나무 끝에는 鶴(학)의 보금자리가 있고,
山深犬吠雲間 깊은 산속 개 짖는 소리는 구름 사이로 아련히 들리네!
簾外輕風剪剪 주렴 밖 솔솔 부는 바람에 으스스 춥고,
枕頭流水潺潺 침상 머리 쪽에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리네!
畵來詩上吟罷 달이 떠올라 시 읊는 소리 마치니,
河漢欲傾月彎 은하 별들이 보름달 주위로 몰려드네!
※幽篁: 깊고 고요한 죽림(대숲). 嘯휘파람불 소. 篁대숲 황, 피리. 盧밥그릇 로. 木壚(술잔을 놓기 위해 널빤지로 좁고 기다랗게 만든 상). 槍자루(끝에 달린 손잡이). 剪剪: 지혜가 부족한 모양, 말솜씨가 능숙한 모양, 아첨하는 모양, 바람이 으스스 추운 모양, 마음을 한가지로 하는 모양, 가지런한 모양. 剪자를 전, 가위, 화살, 翦의 俗字. 潺潺: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약하고 가늚. 소리가 나지막함. 가라앉아 조용함. 潺물 흐르는 소리 잔, 彎굽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