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贈呈)하다
문백 정순택
증정한 시가 총, 몇 수인 것에 의미는 그리 중요치 않다는 생각에 그냥 넘기고 특정 인물에 남긴 시를 모으는 중에 넣어 살폈는데, 그에 들지 못한 것들을 모아보았다. 이의 분량이 많아 실명 잊힌 분, 승려, 동갑네 그리고 종적을 살필 수 있는 유명인으로 나눴다. 제목에 증정의 글자를 넣었다는 것은 사연이 있을 것인데 희석되어 상상만 부추겨 말 만들기 분주하였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질 때는 섭섭한 것이 인간사, 유사 이래 이를 노래함이 당연한 일이지만 정이 누구보다 많았던 듯 송강이 안겨준 시 속에는 따뜻한 마음이 읽는 이의 가슴속에 배어들어 어느새 훈훈해진다. 또한 애절한 사연이 전해지기도 하는데 이미 살펴본 율곡에게 남긴 글에서 다시 한번 의미를 살피며 갈음하고자 한다.
송강은 아버지 시묘살이를 마치고 다시 벼슬살이에 나섰지만 이내 어머니가 돌아가셔 또 곁에서 모셔야 했다. 조선시대에도 진급에 복무기간이 기준이어서 벼슬을 중단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효를 중시하였고, 아는 것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신념이어서 마지막 효행을 마치고 조정에 돌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밑에서 일하던 자가 위에 있어 그의 지시를 받는 것이야 이미 생각한 바였으나 한 마음으로 나라를 생각해야 할 중신들이 패가 갈려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분위기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타개(打開)하고 싶어 가장 믿은 율곡을 찾아갔다.
율곡은 1년 늦게 장원급제하였는데 시묘살이하는 동안에 직급이 저 앞서 있어 당연히 힘이 될 줄 알았는데 보는 시각의 다름에, 느끼는 바가 천양지차였다. 어찌하던, 분당은 막아야 한다는 설명에 율곡은 절대 그런 일은 안 일어날 것이라며 기우일 뿐이니 마음 놓으라고 했다. 현실을 조목조목 따져들면서 설명하는 송강이 안타깝다며 벗을 더 걱정하였다.
말보다는 글의 효과가 더 있을 것, 같아 시를 짓고는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도리질하자, 다시 지어 증정하며 두고두고 생각하기를 바랐지만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믿는 벗의 외면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지만 분당의 골이 깊어진 나머지 자신이 어느새 눈엣가시가 된 것이 문제였다.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자기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먼 채 동조하지 않으면 낙인찍힌 결과였다. 송강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직서를 올리며 율곡에게 시를 지어 증정하고는 떠나기로 했다. 이때 남긴 시가 ‘증별 율곡’이다. 당신은 산과 같아 움직이지 않고 나는 물과 같아 흘러가는데 지금 가면 다시 오기 힘든데 모두가 나라 생각한 일이라지만 세월 지나면 후회하게 될 것이오. 라는 내용이어서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다.
증정한 시에는 율곡에게 남긴 것처럼 어떤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도 같은데 단편적으로 살피는 가운데 그저 넘겨지기, 십상이라 촉을 더욱 세우다 무릎 쳐질 때가 가끔은 있다. 독자에게 이런 안내를 하고 싶지만, 원체 둔재여서 마음뿐인 것이 안타깝다.
잊힌 분께 주다
舟中贈安上舍殷奇 주중증안상사 은기
都門一別 隔秦京 도문일별하고 격진경하자
華嶽依然 夢裏靑 화악의연하며 몽리청한데
今日漢江 舟上望 금일한강하여 주상망하니
彩雲祥旭 轉分明 채운상욱하고 전분명하구나
안은기(安殷奇)에게 배 안에서 주다
도성의 문을 한때 이별하고 서울과 멀어지자
빛난 높은 산 의연히 꿈속에서 푸르렀는데
오늘 한강 배 위에서 바라보니
무늬 구름 밝은 조짐 분명히 옮기는구나
배 주舟 가운데 중中 줄 증贈 편안할 안安 위 상上 집 사舍 성할 은殷 기이할 기奇 도읍 도都 문 문門 하나 일一 이별 별別 멀 격隔 진나라 진秦 서울 경京 빛날 화華 산 조종 악嶽 그대로 의依 그럴 연然 꿈 몽夢 속 리裏 푸를 청靑 이제 금今 날 일日 은하수 한漢 강 강江 바라볼 망望 무늬 채彩 구름 운雲 조짐 상祥 밝을 욱旭 옮길 전轉 나눌 분分 비칠 명明
상사(上舍)는 직위로 진사나 생원이다. 안은기라는 분이 죽자감 교육과정의 상사에서 공부한데서 그리 불렸을 것으로, 그 과정을 보면 외사(外舍), 내사(內舍) 상사(上舍)의 삼사제(三舍制)였다고 한다. 송강은 한때 도성을 떠나 서울에서 멀어지자 항상 보던 화려하고 높은 산이 꿈속에서 의연히 보였는데 푸르렀었다. 그 이별이 임무일 수도 있겠고, 낙향일 수도 있겠는데 하여튼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몸 바쳐 일할 곳으로 돌아오는 길, 가장 으뜸의 배편을 이용했는데 무늬 구름 흐르며 밝은 조짐 분명히 옮기는 것이 보였다. 당신이 그 상서로움을 실현 시키고 싶은 마음에 감회를 노래하고는 곁에 있는 안은기에게 주었을 것이다.
用鄭文晦韻贈李延祚 용정문회운증이연조
今日爾曺困 금일이조곤한데
何年天網開 하년천망개하지
楚萍須遇聖 초평수우성하고
豊劍曾逢雷 풍검증봉뢰하니
滓賤聊安命 재천료안명하여
行藏且付杯 행장차부배하며
松山與竹塢 송산여죽오하고
暮齒共徘徊 모치공배회합시다
정문회(鄭文晦)의 운(韻)을 써서 이연조(李延祚)에게 주다
오늘 너희 무리가 어지럽히는데
어느 해 하늘의 그물이 걷힐지
초평(楚萍)은 잠깐 성인 만나고
풍검(豊劍)은 일찍이 뇌환(雷煥) 만났으니
찌끼처럼 미천해도 안명(安命)을 원하여
행장(行藏)은 다시 술잔에 맡기며
소나무, 산과 더불어 대나무, 산언덕
늘그막에 함께 배회합시다
쓸 용用 나라 정鄭 글월 문文 늦을 회晦 울림 운韻 줄 증贈 오얏 이李 드릴 연延 복 조祚 이제 금今 날 일日 너 이爾 무리 조曺 어지러울 곤困 어찌 하何 해 년年 하를 天 그물 망網 열 개開 성 초楚 개구리밥 평萍 잠깐 수須 만날 우遇 성인 성聖 풍년 풍豊 칼 검劍 일찍 증曾 만날 봉逢 우뢰 뢰雷 찌꺼기 재滓 천할 천賤 원할 료聊 편안할 안安 목숨 명命 다닐 행行 감출 장藏 또 차且 부탁할 부付 술잔 배杯 소나무 송松 메 산山 더불어 여與 대나무 죽竹 산언덕 오塢 저물 모暮 나이 치齒 함께 공共 어슷거릴 배徘 어정거릴 회徊
해주 정씨 정문회(鄭文晦)라는 분의 행적은 뚜렷한데 송강이 글을 써서 증정한 이연조(李延祚)는 묘연할 뿐이라서 잊힌 분의 장에 포함시켰다. 제목의 형태가 차운(次韻)의 시인데 차(次) 자(字) 대신에 용(用) 자(字)를 쓴 것에 대한 이유가 있을 법한데 명쾌히 알지 못하니 심증만으로 우를 범할 수 있어 독자에게 맡기기로 하면서 부언한다면, 송강이 볼 때 정문회와는 달리 이연조는 마음이 통했던 것 같다.
나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관리라면 당연히 백성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사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송강이다. 오늘 돌아가는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무리가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을 혼자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서 떨쳐 일어나기로 하면서 이연조와 함께 떠나고 싶어 뜻을 나타낸 글을 써 주면서, 오늘은 저들이 어지럽히나 하늘에 쳐진 그물은 언젠가는 걷힐 것이니 그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소.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의 변물편(辨物篇)이 생각나오.
초소왕도강유물대여두직촉왕주지어주중, 소왕대괴지사빙문공자 공자왈차명평실령부이식지유패자능호지차길상야 [楚昭王渡江有物大如斗直觸王舟止於舟中昭王大怪之使聘問孔子 孔子曰此名萍實令剖而食之惟霸者能獲之此吉祥也 초(楚)나라 소왕(昭王)이 강을 건너는데 말(斗) 크기의 큰 물체가 왕이 탄 배를 치고, 배 안으로 와 멈추었다. 소왕이 매우 이상히 여겨 공자를 초빙하여 묻자, 공자는 이것의 이름은 평실(萍實)이며, 갈라서 먹는 것이오. 오직 패왕(覇王)이 될 자만이 이를 얻을 수 있으니, 이것은 길상(吉祥)이오. 라고 하였다.]
또한 풍검 즉 걸출한 인재는 일찍이 뇌환을 만나 쓰였잖소. 찌꺼기처럼 미천해도 자기의 천명에 따르기를 원하는 법, 우리의 행동을 다시 술잔에 맡기고 늘그막이지만 소나무, 산과 더불어 대나무, 산언덕을 우리 같이 배회한들 어떠하오.
將適鷗浦舟中有作 장적구포주중유작
岸樹依依立 안수의의립하고
江波渺渺平 강파묘묘평하나
平生素輕別 평생소경별한데
於此轉多情 어차전다정하려네
구포(鷗浦)로 가는 배 안에서 문득 또 짓다
언덕 위 나무들 끼리끼리 의지하여 서 있고
강 물결 아득히도 평평하구나
평생을 본디 가볍게 이별하며 살았는데
이참에 정이 많아지도록 변해야겠다
문득 장將 갈 적適 갈매기 구鷗 물가 포浦 배 주舟 가운데 중中 또 유有 지을 작作 언덕 안岸 나무 수樹 의지할 의依 설 립立 강 강江 물결 파波 아득할 묘渺 평평할 평平 날 생生 본디 소素 가벼울 경輕 이별 별別 어조사 어於 이 차此 변할 전轉 많을 다多 뜻 정情
이 시 한 편만 보았을 때는 구포로 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구포에서 우거하며 지은 시를 보면서 그런 궁금증은 가셨고, 유(有, 또) 자(字)가 있는 것으로 봐 앞에 같은 제목의 노래를 지었을 것 같은데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갈매기가 많은 물가라는 구포는 수원성을 쌓을 때 필요한 자재가 모이던 곳으로 조선시대에는 번창했겠지만 도로가 발달하면서 수로는 뒷전으로 나앉아 상상조차 안 되고 있다. 하여튼 송강은 구포로 가는 배 안에서 언덕의 나무들이 끼리끼리 의지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닿았다. 눈을 아래로 하자 강 물결이 잔잔한데 아득히 펼쳐져 있다. 평생을 물처럼 흐르는 나그네로 살다 보니 이별을 가볍게 여기고 살았으나 나무들은 그 자리에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모습이 정겨웠다. 정들만 하면 떠난 통에 바람처럼 살았는데, 이참에 저들처럼 끈끈한 정이 많아지도록 변화를 꾀해야겠다.
鷗浦寓舍贈崔生 구포우사증최생
潮水初生 錦葉飛 조수초생하여 금엽비하고
玉人京國 送將歸 옥인경국으로 송장귀하며
緘書欲問 書雲信 함서욕문하니 서운신한데
今夜妖星 退紫微 금야요성은 퇴자미하겠지
구포 우사(寓舍)에서 최생(崔生)에게 주다
처음 일어난 밀물 비단 잎으로 날리고
구슬 같은 사람 서울로 돌아가려 하매 보내며
서운(書雲) 소식 묻는 글 봉함하는데
오늘 저녁 요성(妖星)은 자미(紫微)에서 물러나겠지
갈매기 구鷗 물가 포浦 부칠, 살 우寓 집 사舍 줄 증贈 높은 산 최崔 날 생生 밀물 조潮 물 수水 처음 초初 비단 금錦 잎 엽葉 날 비飛 구슬 옥玉 사람 인人 서울 경京 나라 국國 보낼 송送 장차 장將 돌아갈 귀歸 봉할 함緘 글 서書 하고자 할 욕欲 물을 문問 구름 운雲 소식 신信 이제 금今 밤 야夜 요괴로울 요妖 별 성星 물러갈 퇴退 자주빛 자紫 작을 미微
최생(崔生)은 최문생(崔門生)의 줄인 말 즉 최씨 성을 가진 제자를 가리키는 것 같다. 구포에서 꽤나 오래 살았던 듯 제자와 함께 지냈는데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매 시를 짓고는 주었던 모양이다. 그날 처음 일어난 밀물은 비단 잎이 되어 날리는데 구슬처럼 영롱한 사람은 서울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서두르는 제자를 잠시 주저앉히고 지인에게 서운(書雲)의 소식을 묻는 글을 써 봉함하여 내밀었다. 이를 받아 든 제자는 인사 마치기 바쁘게 떠나는데, 당신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주위를 정리하고 싶어 내려온 몸이다. 구중궁궐에 외롭게 있는 임금은 잡다한 일에 잠 못 이룰 것이다. 오늘 저녁만이라도 요괴스러운 별이 자미(紫微)에서 물러나기를 바라야겠다.
鷗浦漫興 구포만흥
槐花陌上 繁蟬集 괴화맥상하고 번선집한데
荷葉樓中 小醉醒 하엽루중에서 소취성하자
高閣晩涼 乘雨至 고각만량하여 승우지하며
亂岑斜日 隔雲明 난잠사일중에 격운명하구나
年荒未可 收妻子 년황미가하고 수처자하니
世難那能 卜此生 세난나능하지 복차생하여
慙愧海天 雙白鷺 참괴해천한데 쌍백로하여
滄波萬里 去來輕 창파만리하고 거래경하네
구포에서 절로 이는 흥취
저잣거리 꽃핀 회나무에 모인 매미 요란한데
무성한 연잎의 다락에서 잠시 취했다 깨자
높은 층집 저녁에 소나기 타고 이른 서늘함
얽힌 멧부리 비낀 해는 구름이 막아도 밝구나
흉년든 한해 아내와 자식 거두기 충분치 아니하니
어려운 세상 어찌 능통(能通)할지 점치는 이 삶
하늘과 바다에 부끄러운데 쌍쌍의 해오라기
만 리 넓은 바다의 물결 가벼이 오가네
갈매기 구鷗 물가 포浦 물 질펀할 만漫 일 흥興 회화나무 괴槐 꽃 화花 저자거리 맥陌 위 상上 성할 번繁 매미 선蟬 모일 집集 연 하荷 잎 엽葉 다락 루樓 가운데 중中 작을 소小 취할 취醉 깰 성醒 높을 고高 층집 각閣 저녁 만晩 서늘할 량涼 탈 승乘 비 우雨 이를 지至 얽힌 난亂 멧부리 잠岑 비낄 사斜 해 일日 막을 격隔 구름 운雲 밝을 명明 해 년年 흉년들 황荒 아닐 미未 가할 가可 거둘 수收 아내 처妻 아들 자子 인간 세世 어려울 난難 어찌 나那 능할 능能 점 복卜 이 차此 생활 생生 부끄러울 참慙 부끄러울 괴愧 바다 해海 하늘 천天 쌍 쌍雙 흰 백白 해오라기 로鷺 큰 바다 창滄 물결 파波 일만 만萬 거리 리里 갈 거去 올 래來 가벼울 경輕
송강은 구포에서 우거(寓居)함이 생각보다 길었던 듯, 이때 가족이 어디 기거하였는지 모르지만 처자 먹여 살리는 걱정이다. 이런 노래는 처음이라 다시 보아졌다. 벼슬살이 내던진 송강을 방문한 백사 이항복은 상상치 못한 소박한 밥상을 보면서 청백리의 삶을 보았다는 글을 남겼는데도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글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송강은 느긋하게도 꽃핀 회나무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 들리는 여름을 무성한 연잎의 향이 가득한 누각에서 잠시 낮잠을 자고 깼을 때, 소나기 타고 온 서늘함에 얽힌 멧부리를 넘어가는 해가 밝기만 하였다. 우선은 좋지만 지난해 흉년의 후유증으로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않은 어려운 세상을 어떻게 하여 넘겨야 할지 점치는 삶이라서 세상에 부끄럽기만 한데 쌍쌍의 해오라기는 만리창파를 가볍게 오가고 있었다. 아무 걱정 없이 사는 날짐승이 부럽기만 하였다.
贈金應天 증김응천
湖海歸來 客雪城 호해귀래하니 객설성하여
暮送飄泊 笑浮生 모송표박하며 소부생하고
身同蟋蟀 居難定 신동실솔하여 거난정한데
心似雎鳩 偶不更 심사저구하고 우불갱하며
一病未醫 人更遠 일병미의하여 인갱원하고
今年又盡 髮增明 금년우진하니 발증명하나
憑君欲問 槽頭信 빙군욕문함은 조두신하여
三峽水灘 有幾聲 삼협수탄하고 유기성하오
김응천에게 주다
눈 쌓인 성의 나그네 바다 같은 호수에 돌아왔건만
모년(暮年)에 보낸 표박(飄迫)으로 뜬 인생이라 비웃고
몸은 귀뚜라미 같아 거처조차 편안하기 어려운데
마음 까지, 원앙과 비둘기같이 다시 짝짓지 못하며
하나의 병에 의원 못 만나 사람만 다시 멀어지고
올해가 또 다하여 터럭은 더욱 밝아지지만
당신에게 부탁하여 묻고자 함은 마구간의 믿음이어
세 골짝 합한 여울물은 얼마나 소리가 있소
줄 증贈 성 김金 꼭 응應 하늘 천天 호수 호湖 바다 해海 돌아갈 귀歸 올 래來 나그네 객客 눈 설雪 성 성城 늦을 모暮 보낼 송送 회오리바람 표飄 박泊 웃을 소笑 뜰 부浮 날 생生 몸 신身 같을 동同 귀뚜라미 실蟋 귀뚜라미 솔蟀 살 거居 어려울 난難 편안할 정定 마음 심心 같을 사似 원앙 저雎 비둘기 구鳩 짝지을 우偶 아니 불不 다시 갱更 한 일一 병들 병病 아닐 미未 의원 의醫 사람 인人 멀 원遠 이제 금今 해 년年 또 우又 다할 진盡 터럭 발髮 다할 증增 밝을 명明 부탁할 빙憑 당신 군君 하고자 할 욕欲 물을 문問 말구유 통 조槽 머리 두頭 믿을 신信 셋 삼三 물 낀 산골 협峽 물 수水 여울 탄灘 있을 유有 얼마 기幾 소리 성聲
송강이 시를 지어 준 조응천이란 분은 누구일까 그리고 송강과는 어떤 관계일까 등의 의문이 이어지지만, 답은 꼭꼭 숨어버렸다. 그분은 바다 같이 넓은 호숫가에 살았던가 보다. 한겨울 눈 쌓인 성으로 나그네가 돌아왔는데 환영은커녕 웃음거리만 되었다. 고향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 늘그막에 돌아왔으니 부평초 같은 인생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몸은 귀뚜라미 같아 거처할 곳이 마땅찮으니 편안하기는 애초에 글렀고, 모두가 어우렁더우렁 살지만 서로의 마음이 원앙과 비둘기 같아 다시 짝짓지 못하며, 하나의 병에도 의원 만나지 못한 채 누워 있은 동안 사람만 다시 멀어지는데, 올해가 또다시 저물어 가며 모발은 더욱 희어지지만, 당신에게 부탁하여 묻고자 하는 것은 마구간의 믿음이 있어서라오. 세 골짝에 합한 여울물 소리는 얼마나 큽니까? 함께 가서 듣고 싶구려!
駕車馬贈示車中主人 가거마증시차중주인
駕車馬車 重力難勝 가거마거하여 중력난승한데
驅之山石 意如何 구지산석하며 의여하하오
蹄脫不足惜 제탈부족석하고
骨折不足嗟 골절부족차하군
所憂車與 馬同翻 소우거여하며 마동번하면
車中人傾 置路左 거중인경하여 치로좌하네
◯◯◯◯ ◯◯◯
不責于車 責于馬 불책우거하고 책우마하겠소
수레의 멍에 먹인 말, 수레 안 주인에게 보이고 주다
수레의 멍에 먹인 말, 가중된 수레 힘써 이기기 어려워하는데
무슨 생각으로 산의 돌 몰아가시오
굽이 벗겨져도 가여워함 모자라고
뼈가 부러져도 슬퍼함이 모자라는군
걱정하는 바는 수레와 말이 함께 뒤집히면
수레 안의 사람 엎드러져 길 왼쪽에 놓이는 것이네
◯ ◯ ◯ ◯ ◯ ◯ ◯
수레를 나무라지 않고 말을 꾸짖겠소
멍에 가駕 수레 거車 말 마馬 줄 증贈 보일 시示 안쪽 중中 주인 주主 사람 인人 멍에 가駕 수레 거車 말 마馬 거듭 중重 힘 력力 어려울 난難 이길 승勝 몰 구驅 갈 지之 메 산山 돌 석石 생각 의意 같을 여如 무엇 하何 굽 제蹄 벗어날 탈脫 뜻이 일정하지 않을 부不 넉넉할 족足 가엾을 석惜 뼈 골骨 부러질 절折 슬플 嗟차 바 소所 걱정할 우憂 어조사 여與 함께 동同 엎치락뒤치락할 번翻 엎드러질 경傾 둘 치置 길 로路 왼 좌左 아니 불不 (나무랄)꾸짖을 책責 어조사 우于
7언 고시로 분류된다. 송강은 나라와 백성만 사랑하지 않았던 듯, 말을
혹사시키는 주인을 꾸짖는 노래를 지어 보여주고 증정하였다. 산에 있는 돌이 필요하여 실어 나르는 일이야 당연하겠지만 말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레에 실은 것도 모자라 주인이 걷기 싫어 수레 안에 앉아 있었으니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과중한 무게에 말은 점점 무거워 헉헉대는 모습에 송강은 무슨 생각으로 산의 돌을 옮기는지 물으면서 말굽이 벗겨지는 것이 보일 것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것이 부족하니, 뼈가 부러진다 한들 슬퍼함이 부족할 것이오. 내가 걱정하는 바는 말과 수레가 함께 뒤집히면 수레 안에 타고 있는 주인 당신이 엎어져 길가에 누워 있을 것이라오. 하며 말을 하고는 다음 말은 전해지지 않는데 유추해 볼 때 거괴불승마부상(車壞不勝馬負傷 수레가 이기지 못하여 부서져 말이 부상당하면)일 것 같다. 그러한 경우도 당신은 수레는 나무라지 아니하고 말을 꾸짖겠소. 하면서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주인은 아낄 것을 부탁하고 가던 길을 갔을 것이다.(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