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을 선정한다. 당연히 아름다운 마을이어야 하고, 거기에 인구가 2천명을 넘지 않고 역사적 유산이 두 개 이상은 있어야 하며, 주민들이 자기 마을을 정성껏 관리할 각오가 있어야 하는 등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된다. (마르시아 드상티스 저, 노지양 역,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 2016, 참조)
불어로는 '플뤼 보 빌라주'라고 하는 이 마을에 대해 위 저자는 돈과 시간이 무한대로 있다면 157개의 이 마을들에서 각각 일주일씩 머물러보고 싶다고 했다. 오늘2019.2.11. 이중 하나인 '페루즈' 마을에 방문했다. 그리고 저자의 소망을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 아니어도 누구라도 그런 소망을 갖게 될 듯하다.
부자연스런 느낌이 거의 없고, 세월과 사람의 때가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는 곳, 오늘도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 마을이 형성된 시기에 만들어음직한 조약돌로 만들어진 골목과 담장들을 지나 마을 구경을 하게 된다. 나처럼 그 돌들을 많은 사람들이 밟고 간다면 종국에 닳아 헐게 될 텐데 걱정이 된다.
옛날, 옛날 까마득한 옛날 대학원 시절, 안동 하회마을에 갔을 때의 마음이 꼭 이랬었다. 내 몸무게가 토담길을 울려서 토담 울타리 지붕이 아래로 떨어져내릴까, 조심스러웠던 느낌, 세월이 지나 이 멀리 프랑스에 와서 그런 느낌이 되살아날 줄은 몰랐다.
실수로 툭툭차면서 걷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느릿느릿 조심조심 걸어도 1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정도로 마을은 작다. 리옹에서 완행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마을이다. 10시 12분차로 와서 조금 돌아보다가 점심을 먹을 요량이었기 때문에 우아한 마을에 맞는 점심을 기대하며 식당 정보도 찾아 왔는데 아쉽게도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가만히 보니 식당 뿐만 아니라 기념품 가게도 옷가게도 과자 가게도 간식 가게도 거의 문을 닫은 상태, 지금이 비수기인 것이다. 심지어 박물관도 문을 닫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본 곳은 딱 세 곳, 식당과 선물가게와 고맙게도 문을 열어놓은 종이공장 겸 판매소, 이 세군데를 돌아본 느낌이 내게 동네를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중에서도 식당은 내가 밟은 프랑스 땅에서 가장 품격있는 요리를 제공해준 집이었다. 정통 프랑스요리 맛이 어떤지, 분위기가 어떤지, 서비스가 어떤지 등, 요리와 식당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집이었다. 거꾸로 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서 이 마을에 대해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도 되었다. 깊이깊이 들어가서 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에는 군데군체 수리를 하는 집, 이사를 하는 듯한 집 등이 눈에 띄어 사람냄새를 맡을 수는 있었으나 식당을 비록하여 가게 문을 닫은 경우가 더 많았다. 이 동네는 사실상 전주한옥마을처럼 마을 전체가 대부분 상가인 동네가 아니었다. 대부분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일부가 방문객들을 위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었다. 상가로만 구성된다면 '아름다운 마을' 칭호를 받지 못할 것이었다.
한국에는 하회, 양동 마을을 비롯해 몇 군데 민속마을이 있다. 제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유지되고 있지만 어떤 구상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을 참고할 만하다. 중국 상해의 주가각, 운남의 전통마을 등도 참고해야 할 마을들이다.
관광을 위해서도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겠지만 사실 요즘은 오버투어리즘이 문제되는 시대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에는 이와 관련된 주민들의 하소연이 불편할 정도로 많이 적혀 있다. 거꾸로 대마도는 넘쳐나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한국어로 조용히 해달라는 고지문이 수도 없이 붙어 있다. 주민과 관광과 보존의 어긋날 수 있는 삼박자가 어떻게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지 밴치마킹이 필요한 곳이다.
그러면 마을을 둘러보기로 하자.
방문일 : 2019.2.11.
마을 입구, 이곳은 사람만 걸어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자동차는 다른 길을 이용해야 한다. 입구에서 마을이 올려다 보인다.
드물게 문을 연 선물가게. 그러나 꼭 이곳 생산품은 아닌 거 같다. 이쁜 그릇들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크림트의 키스 그림 소재 컵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프랑스적인 느낌이 가득한 소품들이 많으니 구경하고 살 만하다.
음식점. 미슐랭 식당이다. 미슐랭 마크가 명실상부한 집이다. 음식맛과 음식맛을 위해 갖추어야 할 주변적인 모든 조건을 제대로 갖춘 집이다. 격조 높은 손님이 되어 보고 싶다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프랑스 전통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반드시 한번 드실 것을 권한다. 음식값은 풀코스에 2인 100유로 남짓이면 된다. 많지도 않은 손님을 위해 벽난로까지 실제로 피워주었다. 마지막 디저트로 나온 갈레트는 이곳 페루즈 음식이다.
종이공장이다. 직접 생산하고 종이 제품을 판매도 한다. 우리 한지와 비슷한데 조금 더 매끄러운 거 같다. 만드는 방식도 비슷하다. 직접 만드는 방법을 볼 수 있다. 종이에 시를 써서 판매하는데 8유로 정도, 예쁘기는 하지만 그리 싸지는 않은 거 같다. 종이가 어떻게 유포되었는지 지도에 표시해 놓고, 한자로 '지'도 써 놓았다. 종이로 만든 여러 제품도 아울러 판다. 마을 사람들이 어떤 생산적인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마을을 둘러보는데 한 떼의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나왔는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얼마 후에는 손에 마을 지도 한 장씩을 들고 너댓명 씩 떼를 지어 마을을 돌며 아마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하는 거 같았다. 어디가 어디인지 찾아보기가 아닌가 싶다.
프랑스에는 현장학습하는 아이들을 유난히 많이 만난다. 둘러보는 미술관에서는 거의 모두 아이들이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것을 보았다.
거리에서는 소방관 옷을 입고 체험활동을 하는 것도 보았다. 오늘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마을을 탐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학생이냐고 묻는 질문에 영어가 순간 낯설었는지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탐구능력은 이렇게 교실 외적인 것과의 교류에서 길러질 것이다.
공동우물. 이외 두 개가 더 있다는데 못 찾았다.
1차세계대전 전몰자들을 위로하는 위령탑이다. 당시 피해를 당한 마을 사람들을 위한 탑이다. 이 시골 마을에서까지 전쟁의 참화를 피하지 못했다니, 마음이 아프고 숙연하다. 세상의 번다함을 피해서 이곳으로 온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오래된 중세 성당이 있었다. 성당의 담이 성곽처럼 마을을 두르고 있었다. 성당안은 특별한 장식이 있지는 않았다.
마을이 위쪽에 있어서 이웃 아랫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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