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인가 보다. 큰 어머니 병 문안차 내과 병동엘 들렀더니 낯익은 환자가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 분은 2년 전 비강암으로 본인에게서 치료받고 정기적으로 다니던 분인 데 웬 일일까? 보호자의 이야기인즉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서 주위의 권유로 느릅나무 뿌리껍질을 다려 마시고 나서 온 몸이 노랗게 변했고 급기야 입원하게 된 것이라 하였다. 며칠 후 그분이 나를 꼭 만나고 싶다는 전갈을 받고 중환자실로 찾아갔다. 손을 꼭잡고 눈물을 글썽이던 그분은 결국 그날 오후 급성 간 괴사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이런 환자를 대하면 연민의 정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암은 다 나았는데 더 무엇이 필요해서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는가? 정말 암 환자들이 암을 낫기 위해서 무엇을 먹어야 하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가? 나아가 암 환자를 위한 특별한 음식이 존재하는가? 궁금한 점들이 꼬리를 물고 피어오른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기본적으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암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암세포는 그 구성이 본질적으로 정상 몸세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유전자의 변화로 인하여 정상세포처럼 주어진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하며 필요한 만큼만 성장하지 않고 우리 몸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암세포나 정상세포나 필요로 하는 양분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둘째 암 환자는 마치 임산부가 많이 먹어야 하듯이 왕성하게 자라나는 암 조직 때문에 정상인 보다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셋째로 우리 주위에 많이 떠도는 ‘암에 좋다’는 민간 약들과 ‘신기한 약’들이 정말 약효가 있는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요즈음은 정말로 조금만 효과가 있다고 하면 개발한 사람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금방 대량으로 생산이 되는 시대로서 몇몇 사람들만 알고 쉬쉬하며 치료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따라서 공인된 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이 아니라면 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이상의 사항을 종합하면 암 환자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어야 하며 어떠한 음식으로도 암을 치료할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건강에 좋은 음식은 있다. 기름기가 적고 비타민이 풍부하며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건강하게 지낼 수는 있겠지만 암을 치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암 환자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속설은 전혀 근거 없고 오히려 암 환자에게 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암 환자는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택하여 적당히 고기를 먹어야 한다. 생선이 가장 좋으나 돼지고기라도 푹 삶거나 쪄 기름을 뺀 후 먹으면 좋겠다. 개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개고기는 일반 고기와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고 한다. 닭고기나 소고기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염려 되는 것은 개고기와 함께 이름 모를 한약재를 넣어 함께 고와 만든 개소주의 경우 간 독성이 우려되므로 가급적 개고기는 고깃 살만을 먹을 것을 권한다. 그리고 암 환자에게 권장되는 음식으로는 콩으로 만든 음식과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이 있다. 비타민도 좋다. 먹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사이비 약제인 데,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비 암 치료약들은 교묘하게 환자들을 속이고 있다. 선전 문구를 보면 어떠 어떠한 암에 좋다고 선전하면서 실제 허가는 식품으로 허가를 받고 있다. 만일 사용자로부터 효과가 없다고 항의를 받을 경우에는 식품인 데 왜 그러느냐고 오리발을 내밀 심산이나 아닐까? 실제로 그러한 약들이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 의사인 나도 당장 그 약을 사용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치료하는 방식으로는 두경부 암 환자의 약 절반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사이비 치료제도 정말로 암 환자를 치료했다는 공식적인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다. 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어떠한 버섯도 어떠한 기름도 중국에서 특별 제조했다는 어떠한 음료도 여러분을 암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린 일이며 하느님께서 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여러 해 동안 잘 우리 의료진을 교육시킨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약이나 식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결국 어떤 치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 절망적이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러한 약을 복용하는 분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나 그렇다고 해서 약도 되지 않고 해롭기까지 한 약을 마구잡이로 먹는 것은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지나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