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상의탑 6월호 [나도야 간다] 제9편 일본 주고쿠 지방 소도시(요나고, 돗토리, 이즈모, 마쓰에) 여행기

[미전 김수철]

 기획 [나도야 간다] 제9편   일본 주고쿠 지방 소도시(요나고, 돗토리, 이즈모, 마쓰에)

                                           여행

나이가 많아지면서 장거리 여행은 체력의 한계 때문에 피하게 되고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여행으로 바뀌게 된다. 일본의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여러 번 다녀온 탓에 자연히 지방 소도시 여행을 좋아하게 된다. 번잡하지 않고 일본의 옛 전통이 살아있는 소도시가 색다른 여행이다.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 네 명이 이번에는 일본의 주고쿠(中國)지방이라고 불리는 5개 현 중 돗토리(鳥取) 현과 시마네(島根) 현을 4월7~10일 기간중에 여행했다.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 팀이다. 패키지 팀의 총 인원이 11명이다. 우리 일행 외에 나머지 7명은 70대의 여학교(초등) 동기동창들이란다. 그러고 보니 남자란 친구와 둘 뿐이라 꽃밭에서 여행하게 됐구나 하며 웃었다.

1일차:미즈키시게루(水木しげる)로드

돗토리현의 요나고(米子)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중형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는 다년간 일본에서 거주한 한국 여성으로 한국에서부터 동행했다. 곧바로 요나고 시가 자랑하는 미즈키시게루 로드로 안내했다.

미즈키시게루 로드는 사카이미나토(境港) 역에서 동쪽으로 약 800m 구간으로 일본의 유명 만화가 미즈키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 ‘게게게노키타로(ゲゲゲの鬼太郞)’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동상 약 120여 개가 전시돼 있는 그야말로 '요괴의 길'이다. 요괴를 상품화한 수많은 가게가 양쪽 길에 도열해 있다. 잠깐 앉아 쉬고 가도록 놓여있는 나무 의자에도 귀여운 요괴 그림이 그려져 있어 재미를 더한다. 요괴의 동상을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일본에는 800만 이상의 신이 있어 이를 모티브로 그려진 요괴 만화는 1964년부터 후지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이로 인해 인구 3만명의 소도시에 년 3백만명의 관광객이 모여든다니. 여러 가지 요괴 모양의 캐릭터는 어린애들에게 인기가 있어 손자들 선물로 많이 팔린단다. 원작가 미즈키시게루는 사카이미나토 시를 위해 저작권을 포기했다고 하니 그의 고향 사랑이 대단함을 느낀다. 저녁 식사는 야꾸니꾸(燒肉)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구이 요리다. 첫날부터 포식이다. 숙소 호텔은 깨끗하고 최신시설로 재개장 했다는데 특히 온천탕의 물이 좋았다. 이 호텔에서 2박 동안 4번의 온천욕을 할 기회를 가졌다.

                           길거리 요괴상

2일차:고토부키성, 시라카베도조군・아카시와라, 돗토리 사구, 한일우호공원

요나고 성은 일본 산인 지방의 돗토리 현 요나고 시에 위치한 에도 시대의 일본 성으로 그 유적인 성터가 2006년부터 국가 사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아름다운 이 성 모양을 본떠 지은 과자의 성 고토부키 성(壽城)은 돗토리현의 각종 화과자(和菓子:일본과자)와 토산품을 시식하고 살 수 있고, 유명한 다이센(大山)의 향토 맥주도 구입할 수 있다.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수많은 관광버스가 주차 중이었다. 달큼한 화과자를 맛본 탓에 밥맛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일본 불교단체 관광객이 아마도 천여 명은 될 듯 인산인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수각에 오르면 ‘소원종’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종을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모두들 줄을 서서 타종을 한다. 5층의 천수각에서 사방으로 풍경을 볼 수 있고 특히 남쪽에 위치한 높이1,709m의 다이센(大山)도 보인다.

                                 과자의 성

시라카베도조군・아카가와라(白壁土蔵群・赤瓦) 전통거리는 구라요시(倉吉) 시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다마가와 강을 따라 자리잡고 있다. 붉은 기와지붕과 하얀 회벽의 전통적 건축물이 군락을 이룬 보존지구다.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 당시로 돌아간 기분으로 걸을 수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다. 향토 완구 공장, 전통 간장 집, 일본 술 양조장, 잡화와 민예품 등의 점포가 즐비하여 일본 전통문화를 감상할 수 있고 맛집도 즐길 수 있었다. 일행 대부분이 여자들이라 술보다는 일본 간장을 많이 사는 것 같다. 이런 전통거리는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가이드가 체크해 준 다이쇼 시대의 간장 양조장을 개조한 아카가와라의 심볼 시설인 赤瓦 1호관, 구와타 간장 양조장인 赤瓦 6호관, 맷돌 커피를 파는 쿠라 카페 赤瓦 5호관, 그리고 일본 술 청주 제조판매점인 赤瓦 7호관을 견학했다.

                                 전통 거리

점심을 먹고 난 뒤 유명한 우츠부키(打吹) 벚꽃공원을 구경할 기회를 가졌다. 올해는 일본도 벚꽃 개화가 늦어져 이미 다 지고 없을 걸로 생각했던 벚꽃이 한창이어서 만개한 우츠부키 사쿠라 공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우츠부키 공원은 일본 벚꽃 100선에 드는 유명한 벚꽃 명소이다. 화려한 벚꽃공원을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좀처럼 얻기 어려운 큰 행운이었다.

                                         우츠부키 벚꽃 공원

다음 순서는 일본 최대의 사구인 돗토리 사구(鳥取砂丘)를 탐방할 차례이다. 가랑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다녔다. 모래 사구를 올라가야 하는데 비가 오면 많이 힘들까 걱정을 했는데 먼지가 나지도 않고 젖은 모래에 신발이 빠지지도 않아 오히려 걷기가 수월했다. 우리 일행 4명과 가이드 그리고 여자팀은 1명만 오르고 나머지는 힘든다고 멀리서 구경만 했다. 실제는 별로 힘이 들지도 않았고 정상에 오르니 동해 바다가 보여 속이 후련했다. 5월부터는 모래 썰매도 탄다고 한다. 우리나라 태안의 사구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큰 사구이다.

                                           돗토리 사구

1819년 울진군 평해를 출발한 상선이 폭풍을 만나 아카사키 앞 바다에 표류했던 안의기 선장을 비롯한 선원 12명이 돗토리 번 사람들의 보살핌과 극진한 대접으로 무사 귀국했음을 기록한 족자가 돗토리 현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또한 1963년 선원 8명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발한 거제도 꽁치 어선 성진호가 기관 고장으로 이곳 아카사키 앞 바다에 표류했으나 주민들의 도움으로 한 달간 체류 후 배 수리를 끝내고 주민들 환송을 받으며 부산항에 무사 귀환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일 간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며, 당시 표류 지점이 내려다보이는 이곳 돗토리 현 고토우라정(琴浦町)에 한일우호공원을 조성하였다.  한일우호 자료관에는 표류 당시의 모습과 한국 어선의 모형을 상상해 제작했고 한국의 전통 탈, 부채, 연 등을 전시하고 있다. 한 시간 가량 넓은 ‘한일우호공원’을 산책했다. 바람의 언덕(風의岳: 가제노오카)라는 별칭을 갖고 있어 큼직한 석비가 시선을 끈다. 공원에는 한일교류 기념비, 우정의 종을 보관한 성종각(成鍾閣), 한국 팔각정으로 지은 우호대(友好臺), 바위에 돌 바람개비를 단 듯한 돌풍차(石風車),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국보)을 본떠 만든 석등(石燈), 언덕 위의 정자 대풍정(待風亭)을 둘러보았다.

저녁은 해선(海鮮)레스토랑 사계암(四季庵)에서 가마솥 밥에 새우 튀김류 그리고 우동까지 푸짐한 식사를 즐겼다. 친절한 가이드는 호텔 내의 천연 온천탕을 최대한 활용하여 피로 회복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밤 9시 반부터 11시까지 서비스로 제공하는 일본 소바를 먹어보라고- 그래서 우리는 온천탕을 마치고 소바 타임을 가졌다. 콜라와 같이 먹은 일본 소바 맛은 기가 막혔다. 내일이면 다른 숙소로 가야하니 밤늦게 가방을 챙기자- 새로운 숙소도 좋아야 할 텐데--

3일차: 시마네 와이너리, 이즈모 타이샤, 아다치 미술관과 정원, 기요미즈테라(청수사: 淸水寺)

시네마(島根) 현 이즈모(出雲) 시에 위치한 35년 역사의 와이너리 공장에 도착했다. 현지 포도밭에서 자체 생산한 포도로 와인과 쥬스를 만드는 제조공정을 견학 후, 시음장에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시음을 많이 하다 보면 술에 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심해야 한다. 달콤한 포도 쥬스도 인기다. 판매장에는 와인과 쥬스 외에도 기념품이 많았다. 안주류와 과자류도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이즈모 타이샤(出雲大社)는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에 위치한 신사로 일본서기와 고사기를 비롯한 일본 역사서에서도 창건에 관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곳이다. 일본은 참으로 신(神)이 많은 나라이다. 대략 8백만 개의 신을 모신다는데 신사(神社)는 전국에 8만8,000개가 산재해 있단다. 타이샤(大社)는 2천년의 역사를 가진 신사 중에서도 신격인 존재이다. 매년 10월에는 신들의 인연에 관한 회의가 타이샤에서 열리는데 전국 신사의 신들이 모두 타이샤로 모여 지방 신사에는 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한다. 이즈모 타이샤에는 신사의 현관문인 4개의 토리이가 있는데 돌, 나무, 철, 동으로 만들어져 있고 신들은 산도(參道)로 걷는다고 하여 일반 관람객들은 산도 옆길로 걷는다. 동으로 만든 토리이를 지나면 배전(拜殿)이 나오는데 본전 앞 건물로 주로 신사 참배나 의식을 행하는 곳이다. 건물 앞에 짚으로 거대한 새끼 금줄이 시선을 압도한다. 시메나와(注連繩)라고 하여 인간세계와 신계의 경계선을 뜻한다고 하는데 길이가 6.5m, 무게는 약 1t에 달한다.

                             이즈모 타이샤 신사 앞에서

배전 뒤에 본전이 나오는데 배전과 마찬가지로 4번 손뼉을 치는 방법으로 참배를 한다. 일본 신사를 많이 다녀 봤는데도 건성으로 봐서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운세를 보는 오미쿠지(おみくじ)와 에마(繪馬)에 관해서 알게 되었다. 신사에서 단골 행사는 오미쿠지이다. 100엔, 200엔의 요금을 내고 제비를 뽑는데 뽑은 종이에 건강, 출세, 재물, 연애 운 등이 적혀 있는데 좋은 운세가 나왔다면 그냥 가져가 지니고, 나쁜 운세라면 신사에 묶어두고 나온다고- 그러면 나중에 신사에서 태운다고 한다. 또 에마라고 하는 나무 팻말에 소원 등을 적어 걸어 놓으면 나중에 회수해서 불에 태우면서 소원을 기원해준다고 한다. 연을 이어주는 곳으로 유명해서인지 대부분 연애, 결혼을 기원하는 내용이 많았다. 경내를 돌며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 삼나무 대단지를 산책하며 세상의 모든 근심을 다 잊은 듯 마음이 차분해지며 심신의 힐링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여행이나 산책은 마음의 보약이라 했던가?

점심은 이곳의 식도락 명품인 ‘이즈모 소바’를 맛보게 되었다. 일본 3대 소바 중 하나로 알려진 ‘이즈모 소바’는 메밀의 열매를 껍질 채로 맷돌에 가는 독특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진다. 색이 검고 향이 풍부하며 쫄깃한 탄력이 있다.

오후 일정으로 드디어 일본 최고의 정원을 보게 되었다. 미국의 일본 정원 전문지가 매년 선정하는 일본 정원 랭킹에서 2003년부터 현재까지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야스기(安來)의 아다치(足立)미술관의 정원에 입장하는 순간이다. 5만평이나 되는 방대한 정원이 마치 살아있는 동양화처럼 비치는 신비로움은 자연미와 인공미의 완벽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미술관으로서도 유명한 화가들 작품을 다수 소장 전시함으로써 미술관 내에서 작품 감상만이 아니라 정원의 아름다움도 함께 감상하는 한 차원 높은 정원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정원은 유리창 너머로 감상할 뿐 정원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렇게 입장을 제한함으로써 정원을 더 아름답게 보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다치 미술관의 창시자인 ‘아다치 젠코’의 어록이 생각난다. ‘정원 또한 한 폭의 그림이다‘. 관람객들은 명화와 명원이 연출하는 멋진 공간에서 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다치 정원

정원의 구성은 소나무, 잔디, 모래, 이끼, 연못 그리고 하늘과 구름 즉 자연과의 합작이다. 일본 정원은 역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답게 가꾸는 인공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루트를 따라가면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어느 한 장면도 버리기 아까울 정도다. 사계절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도 아다치 정원의 큰 특징이다. 사계절 내내 관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미술관 전시품 작품은 사진촬영이 불가하고 정원의 사계절 모습도 궁금하여 책자를 한 권 샀다.

청수사 하면 교토의 청수사가 떠오른다. 규모 명성 면에서 단연 교토 청수사(淸水寺: 기요미즈 테라)가 앞선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교토보다 200년이나 앞선 시마네현 야스기(安來)의 청수사도 명성이 높은 사찰이다. 5만 평이나 되는 경내에 삼중탑(三重塔) 등 시마네 현과 국가의 중요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삼중탑은 산 비탈길을 올라 높은 곳에 위치하는데 탑 내부를 입장하려 했으나 마침 입장불가 시간이어서 좀 아쉬웠다. 청수사는 산 비탈길을 한 시간가량 걸으면서 울창한 삼나무 숲과 동백꽃 그리고 벚꽃이 활짝 피고 있어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숙소는 돗토리 다이샨머큐어 온천호텔이다. 깊은 산중이다. 그래서인지 저녁 식사도 호텔에서 한다. 식사 전 먼저 온천욕부터 했다. 욕실이 엄청 크다. 오늘밤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금세 일정이 다 지난 것 같아 아쉬움이 있지만 내일은 또다시 가보고 싶은 유시엔 정원이 기다린다.

4일차: 마쓰에성과 호리카와 유람선, 유시엔(由志園) 정원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가방을 챙겨 버스에 싣고 9시에 호텔을 나와 마쓰에 성으로 갔다. 마쓰에 성은 1607년 마쓰에 번주 ‘호리오 요시하루’가 축성을 개시, 1611년에 완공했는데, 지붕 모양이 물떼새가 날개를 펼친 것처럼 보여 물떼새 성(지도리 성: 千鳥城)이라고도 불린다. 규모는 작지만 강건하고 질박한 구조가 특징이고 전국에 현존하는 천수각 12곳 중 하나로 산인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현존하는 천수각으로 전국에서 5번째로 국보 천수각으로 지정되었다.

이곳 마쓰에 성 벚꽃은 일본 벚꽃 100대 명소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마침 마쓰에 성(松江城) 축제가 열리고 있었는데 벚꽃이 활짝 피어 축제 분위기를 한층 고무시켰다. 야간 축제 행사의 구경은 못했지만 벚꽃 구경을 맘껏 즐겼다. 성안은 보지 않고 바로 호리가와(堀川) 유람선을 타러 갔다.

                                      유람선에서 바라 본 마쓰에 성

호리가와 유람선은 마쓰에를 둘러싸고 있는 호리가와(堀川)강을 배를 타고 마쓰에 성과 성 바깥 주변 3.7km를 50분 동안 한 바퀴 도는 코스이다. 호리가와 강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마쓰에 성 밖 주변을 빙 돌아 파놓은 수로, 즉 해자이다. 지금은 마쓰에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유람코스로 인기가 높다. 우리 유람선의 선장은 한국인들을 위해 12개의 다리 중 낮은 4개의 다리 밑을 지날 때마다 ‘수구리’를 외쳤다. 일행 중 ‘수구리’가 일본말이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수구리’는 한국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방언)으로 고개를 숙이라는 말이라고 알려주었다. 경상도 사투리가 여기까지? 묘한 생각이 들었다. 성안에는 사무라이가 살았고 성 밖엔 일반 시민이 살았다고 한다. 옛날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일본의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아름다운 길 소개도, 서양인으로서로 일본을 사랑했던 ‘고이즈미 야쿠모’의 옛집과 기념관도 가리켜 준다. 마쓰에 호리가와 유람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면세점에 들러서 선물용 잡화 그리고 건강용 의약보조식품을 구매 후 일본의 유명한 정원의 하나인 유시엔(由志園)이라는 정원에 도착했다.

유시엔은 이즈모 지방의 풍경과 전설을 담은 지천회유식 정원(池泉回遊式 庭園)으로 이즈모국의 ‘미니어처 가든’이라고 한다. 특히 모란을 중심으로 한 계절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1년 내내 모란을 관상할 수 있는 모란관은 특히 유명하였다. 모란원유회(牡丹園遊會)가 4월13일부터 5월6일까지 열린다고 광고하는데 아직 개막 전이라 ‘모란야외정원’의 출입을 막고 있어서 아쉬웠다.

                                      유시엔 정원

중앙의 연못에 빨간 다리가 있어서 여기를 중심으로 정원 구석구석을 두 바퀴 돌면서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정원 설계가 아기자기하여 자꾸 다녀도 지루하지 않고 정감이 간다. 어제 갔던 아다치 미술관 정원이 아름답기는 하나 정원 안으로 산책이 불가하여 아쉬움이 많았는데 오늘 유시엔 정원은 산책을 하는 정원이라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용계폭포(龍溪瀧)를 보면서 필자의 어린 시절 고향마을과 초등학교 이름이 용계였는데 감회가 깊었다.

어제 오늘 연이틀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면서 이번 여행의 행복 포인트를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3박4일의 짧은 여행을 끝내고 귀가 비행기에 오르니 그간 바삐 다닌 여러 행선지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오랜만의 패키지여행이 오히려 자유여행보다 편하니 이것도 나이 탓일까?

자주 일본여행이 계속되다 보니 늘 우리와 일본을 비교하게 되고, 반성도 하게 된다. 우리가 일본에 비해 뒤떨어져 있고 배워야 할 점도 많다. 그 중 한 가지만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특히 도덕과 법 질 서의식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여행 시 가이드로부터 들은 사례가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일본 직장생활을 할 때 아기를 보육원(유치원)에 맡겼다가 집에 데려오면 늘 호주머니에 휴지 조각을 넣어온다고 꾸지람을 했더니 “엄마~ 내가 만든 휴지 쓰레기를 집에 가져오지 어디다 버려야 해요?” 일본은 이처럼 어린이 때부터 철저한 도덕교육이 앞서니 길거리 휴지통이 없고, 늘 주변에 쓰레기 한 점 없는 청결한 마을과 도로가 유지되는 것이다. 또 고속도로에 속도 제한 카메라가 없어도 속도위반이 없다는 것도 개인의 도덕심과 법 질서의식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비록 경쟁의 이웃이지만 우선해서 배우고 실천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글: 김수철(상학62)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