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21)
유 준 호(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고시조
<공산에 우는 접동>
박효관
공산에 우는 접동 너는 어이 우짖는다
너도 날과 같이 무슨 이별하였느냐
아무리 피나게 운들 대답이나 있더냐
박효관(朴孝寬 1781〜1880) 조선의 가객으로 제자이자 동료인 안민영과 더불어 〈가곡원류〉를 편찬했다. 호는 운애(雲崖)이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산속에서 우는 접동새를 화자의 정서로 전통적 한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고적한 가운데 구슬피 우는 울음소리는 화자가 이별의 슬픔에 젖어 있는 마음을 아는 듯 울지만, 아무리 슬피 운들 이별한 임을 대답도 없지 않으냐 하는 체념이 담긴 시조이다. 이별의 슬픔을 자연물에 의탁하여 쓴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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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조
<가뭄>
김옥중
오는 비 실꾸리에 서리서리 감았다가
농부의 한숨소리 어루만져 꿰매고자
엄니는 촛불을 밝혀 금강경을 외운다.
김옥중(金玉中1944〜)1980년에 『시조문학』으로 데뷔한 시인으로 주로 단시조를 쓰고 있다. 가뭄에 내리는 비를 단비라고 한다. 바싹 말라 만상이 애태워 빗물을 그리워할 때 내리기 때문이다. 이 때 오는 비는 많이 주룩주룩 오는 게 아니라 대부분 감질나게 실실 온다. 그래서 시인은 그 빗줄기를 실로 보고 꾸리에 감았다가 농부의 한숨소리를 어루만져 꿰매고 싶다고 하여 안타까운 농촌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엄니는 마음의 안정과 소망을 이루고자 촛불을 밝혀 놓고 금강경을 외운다. 어머니의 그 참되고 간절한 기원으로 비가 넉넉히 내리고 가뭄이 해갈(解渴)되기를 함께 희원(希願)해 본다.
<승인 2022.11. 25. 10:49 세계한인사회 중심넷『worldkorean.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