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행사’
걷기 행사란, 탐방인의 개별적인 걷기를 한날 같은 시간에 모여 여러 사람이 함께 걷는 행사이다.
행사에 따라 다르지만 규모도 천차만별이어서 수명에서 천명도 넘는 행사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둘레길 사무국에서 진행하는
수요 길동무 행사는 많아야 20여명 이내의 행사인 것 같고 – 한 번도 참석은 하지 못했다 -
평화 누리길 정모는 약 200~300명 규모의 행사이다.
또한 대규모 행사도 있는데
서울 둘레길 함께 걷기 행사에는 1000여명 규모도 있다.
이와 더불어 경기 옛길에서도 다양한 걷기 행사가 있는 것 같은데
주류는 어떤 역사적 문화적 주제를 정하고 더불어 “걷는” 테마 탐방이다.
경기 옛길에 다양한 문화재도 있고 향토 문학관도 있고
역사적인 장소도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탐방이 주가 되고 걷기는 수단이 된다..
이렇다 보니, 오롯이 걷기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리”의 부족함이 있었고
이를 위해, 사무국에서는 년 단위 행사로
의주길, 삼남길, 영남길 한번씩 코스 하나를 선택하여 걷기 행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의 함께 걷기 행사는, 올해의 마지막 행사로 영남길 편이었다.
참고로 경기옛길의 세가지 길에도 나름 순서가 있어서,
삼남길이 1번이고, 2번은 의주길이며 3번이 영남길이 된다.
대개 이 순서대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 같다. 따라서 어제의 영남길 함께 걷기
행사를 마지막으로 올해의 함께 걷기 행사는 마무리가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테마 탐방은 자주 있는 것으로
특히 걷기 좋은 계절인 가을에 많은 행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난 되도록 함께 걷기 행사에는 참여를 지양하고 있다.
모르는 길과 알바 걱정이라면
사전에 지도나 또는 검색을 통해서 여러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
단 평화 누리길 걷기 행사에는, 가끔씩 평상시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군사작전 지역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걷기 행사는 충분한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길의 전체적인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가며 ‘오롯하고’ 즐겁게 걷는 차원에서는
아무래도 행사를 통해 그런 가치를 얻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 소음, 그리고 길 막힘, 정체 그리고 앉은 자리 조차 경쟁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걷기 행사를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년 11월 초, 도봉역 창포원에서 서울 둘레길 3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걷기 행사에 참여 한 적이 있었다.
당고개부터 서울 둘레길 헤드쿼터인 창포원까지
서울 둘레길 1코스의 반 정도인 약 7km 거리를 역방향으로 걷는 행사였는데,
대략 오 백명 정도의 많은 사람과 함께 도보를 한 적이 있다.
그때의 느낌은
일단 사람 별로 걷는 속도 편차가 심하고
또한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산천초목 대신 앞사람의 꽁무니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워낙 좁은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앞 사람의 스틱도 약간 찜찜하였다.
그래서 시작지점에서는 온전하게 앞사람만 따라갔지만
채석장에 이후부터는 원래의 걸음 패턴으로 걸어 다른 사람들을 추월하기 시작하여,
수락산으로 올라가는 메인 등산로 즈음에는
앞쪽에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예정시간 보다 한 시간여 이른 시간에 창포원에 도착을 했다.
그 동안 경험해보지 않았던 많은 사람과 함께한 첫 번째 도보였다.
그런데 그에 대한 충분한 리워드도 있었으니
그 행사 참여를 통해서 길동무와 드디어 조우했다는 점이다.
이 시점 이전에는, 단지 온라인으로만 글로 왕래하는 단계였는데
서울 둘레길 행사 참여를 통해 드디어
수명산 선생님, 감꽃님을 포함해서 길동무를 처음으로 F2F (face to face)로 만날 수 있었다.
이것이 운명의 장난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어제의 푸른님 말씀처럼
‘평생 절대 올 일이 없을 것 같은 용인시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석상산 꼭대기’에서
길동무들과 함께, 너른 용인시의 펼쳐진 뷰를 내려다보며 ‘참 좋다~’하는 것을 보니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 서울 둘레길 행사 다른 한편 구석에는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토란님, 화수분님, 그리고 푸른님도
수명산 님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계셨으니
이 또한 인연이란 묘하다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행사를 통하여
결과적으로 나의 길나섬 프로파일이 많이 변한 것을 깨달았다.
세대를 나누면,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말하는, 1세대 2세대로 구분해도 좋고,
영어로는 1st generation, 2nd generation이라고 해도 좋은 듯싶다.
인공지능 때문에 요즘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하는데
1차, 2차라고 하기 보다는 확실한 세대 구분을 위해서 ‘세대’가 좋은 느낌이다.
정말 많은 변화가 있어, 표로 만들어도 아마 10가지 항목으로 구분이 지어질 정도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 한 두 가지를 꼽으면,
우선 서울 둘레길 울타리에서 벗어나 길 스펙트럼이 엄청 버라이어티 해졌음이다.
단적인 결과로, 이제는 서울을 벗어나 이제는 영남길까지 진출(?)을 하게 되었다.
영남.. 죽령 아래쪽을 영남이라고 부르는데 부산을 포함해서 경남 지방을 아우른다.
옆지기에게 오늘 영남길 투어 간다고 하니, 오늘 안 들어와? 부산 가서 걸어? 한다^^
영남길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영남이 맞기는 한데,
아직은 경기도에 국한이 되어 있다고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부산까지 걷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걷기 행사가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서울 둘레길을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돌며
어쩌면 이제는 어느 코스의 돌층계 하나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경지(?)에 도달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서울 둘레길 관련 책 하나쯤 출판 했을지도…^^
아니면 ‘월간 山’ 이나 ‘월간 낚시’처럼 ‘월간 둘레길’ 하나쯤 출판 했을지도..
그런 면에서 경제성이나 사업성을 고려하면
서울 둘레길 하나에 올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싶은 느낌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사람이 경제적인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어디 경제만 따지고 사나?
말로도 수식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감정도 있고 욕망도 있는 것이 또한 사람이다.
두 번째의 커다란 변화라면 직간접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던 점이다.
그 행사 이후로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간의 소셜이 엄청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 전에는 서울 둘레길을 그렇게 많이 걸었어도 이야기를 해본 사람이 딱 한 명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는 바뀌었다.
참고로 전 세계의 어떤 사람과도 약 6개의 단계를 거치면 모두 연결 된다고
수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는데,
모든 사람과의 연결이 아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소셜 범위를 한정 시키고,
또한 재야가 아닌 소위 카페라는 오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한번 더 필터링을 하면
6단계가 아닌 단 1~2단계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들이 된다.
그런데 단지 온라인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ON-OFF 가 교차하는 공간에서도 그랬다.
화수분님은 이것을 멋지게 O2O라고 표현을 해주신적도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 겨울 강화 나들길 1코스 보충 때 연미정 할머니 식당에서 만났던 할머니들이다.
그 길을 만들며 다니신다는 할머니들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길이라는 공통점 외는 전혀 관련도 없는 분들이
수명산 선생님을 아시기 때문이다.
이 소셜의 결과가 스핀오프 된 것이 소위 “함께 밥 먹기”이다.
앞서 언급한 서울 둘레길 행사 때, 창포원에 이른 시간에 도착 후
마침 배가 고파서 창포원 내 한 쉼터에서 ‘혼자 밥’ – 요즘에는 줄여서 ‘혼밥’이라고 함 – 을 했다.
어차피 창포원에서 이른 시간에 혼자 먹으나, 또는 같이 도착하여 점심을 먹으나
혼자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의 나의 ‘두 번째’ 걷기 행사에는 180도 달랐다.
직간접적으로 알게 된 길동무 8명 – 처음 뵙는 앵베실님 포함 -이 한 곳에 터를 잡고
빙 둘러 앉아서 도란도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였다.
정말 장족의 발전, 또는 일취월장을 한 것이다. 단 9개월 만에 말이다.
물론 그 동안 길동무와 강화 나들길부터 함께 식사를 부지기수로 했지만
이렇게 걷기 대회나 행사 때 함께 식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요즘과 같은 1인 시대에 혼밥이 별로 특별하지 않은 사회적 현상이고
또한 외국에서는 정말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지만,
아직도 “밥 같이 먹자”가 중요한 문화인 우리나라에서는
혼밥이라면 왠지 ‘먹먹해짐’ 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암튼 행사 주최 측에서 건네 준 김밥 한 줄의 점심 식사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무척 감격스러운 자리였다.
그리고 어쩌면 함께 걷기 행사를 통해서 누군가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으로 소셜을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나름의 상황을 파악하여 적극적인 소셜을 해야 한다.
남이 다가서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실전에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뜬금 없이 ‘어떻게 오셨어요?’ ‘반갑습니다’ 하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 좀 그렇다.
그런 면에서 외국인들보다 우리나라 사람의 소셜의 경쟁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좀더 자연스러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 중 온라인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을 오프라인을 통해 F2F 하는 방식이
훨씬 자연스럽고, 또한 성공 확률이 높다.
이미 글을 통해서 한 번 보았고, 또한 공통의 관심사가 어느 정도 노출이 된 상태이다.
그럼으로써 공감대가 어느 정도 쉽게 형성되고, 대화의 가이드라인이 쉽게 설정된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지인이고 어제 처음으로 뵈었던 앵베실님과
‘나도 참여해요’ 라고 한 줄 댓 글을 닮으로써
서로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어 드릴 수 있었던 벨로스님과의 만남이 그 단적인 예이다.
투어 개요
6년 만에 한반도를 지난다는 태풍 솔릭 때문에 걷기 행사의 진행 여부에 대해서
여러 논의와 질문이 있었던 것 같다.
어디 걷기 행사뿐일까? 대한민국의 모든 행사가 그랬다.
내가 아는 어떤 지인은 제주도의 모 학회 행사에서 발표가 있었는데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않아 제주에 갈 수 없었고
대신 학회 측에서 온라인으로 비디오 회의를 활용하도록 해주어,
서울에서 제주로 방송으로 발표를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학회 참가자의 부족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텅 비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에서와 달리,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
태풍은 한반도 본토에 들어오자마자 용두사미 격으로 소멸되었고
그 덕에 걷기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 정말 하루 차이에 행사 여부가
결정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웃도어에서 하는 일이나 행사는
아무리 기상대가 있어도 결국에는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일인 것 같다.
각설하고 영남길 5구간은,
한때 시청 청사답지 않게 너무 럭셔리 하고 또한 건설비가 많이 들어 논란이 되었던
“용인 시청”이 포함된 용인 문화복지행정타운에서 시작하여
용인시 처인구 남곡리까지 약 11.6km에 이르는 구간으로 “수여선 옛길”이라는 표제의 길이다.
문화복지행정타운이라면 소위 대한민국의 종합청사 격이다.
아마도 시청이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고, 또 럭셔리하냐라는
비난을 벗어나려고 단순히 ‘시청’이라고 하지 않고
‘모든 복합 부서가 다 있기 때문에 이렇게 커요’라고 간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긴 이름은 그런 머리 굴림의 결과이지 싶다.
아무튼 표제답게
이 길은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는 아련한 추억의 협궤열차인 수인선과 더불어
그 반대편인 여주와 수원을 잇는 수인선이 있던 길을 따라 걷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수원과 여주가 오로지 영남길 5코스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니,
아무래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이름이 특별히 없기 때문에 수여선 옛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아련한 보따리상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길이라면 언제나 수인선이 그 대표격인데
수원 여주간에도 협궤열차가 있었다는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단순 도보 탐방에도 걷는 것 외에도 역사적 사실로 무장한다면,
지식이 확장되고 더욱 의미로운 탐방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사실 잘 못하고 있다.^^
용인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처인구의 한 귀퉁이인 남곡리는 특별한 것은 없고
다만 다음 길인 영남길 6코스로 연결하는 포인트라는 생각이다.
참고로 영남길 6코스는 “은이성지 마애불길”이라는 긴 표제의 길로, 난이도 상 구간이다.
영남길 1코스 ‘달래내 길’이 난이도 하 구간이었고,
어제의 4코스 구간이 난이도 “중” 구간이었으니 난이도 “상”은 뭔가 사뭇 궁금해진다.
그래서일까? 5코스는 왠지 6코스와 난이도 상 구간이 계속 이어지는 7코스로 가기 전
숨 고르기 차원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남길 4코스는 용인 신도시 대표격인 동백타운 내 호수공원에서 출발하여
용인문화복지행정타운 – 줄여서 용인시청 –까지 이르는 약 6.5km 구간이다.
거리가 매우 짧은데 비하여 임팩트 있는 길이어서 길 전체가 석성산(石城山) 길이나 다름없다.
산 이름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완전 돌산이며 높이는 471m에 이른다.
그렇다고 북한산의 백운대 같은 돌산은 아니다. 자잘한 돌로 이루어진 산 같다.
용인시청에서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동쪽 길은 완만하여 느낌상 전체 구간의 약 80~90%에 해당되고
호수공원에서 오르는 서쪽 길은 매우 가팔라서 구간 전체의 약 10~20%에 해당된다.
따라서 빠른 시간에 정상을 정복하고 싶다면 당연히 서편에서 올라야 한다.
그리고 4코스 대부분이 산길인데, 다만 호수공원에서 석성산 입구까지
아파트 옆쪽의 길이 그나마 볼 수 있는 포장된 길이다.
석성산 서편의 10~20% 중에서 약 절반인 10%가 이 길에 해당된다.
따라서 석상산 서편이 얼마나 가파른 길인지 대략 알 수 있다.
투어는 전체적으로 남곡리부터 출발하여 호수공원입구까지 총 18.1km를 역방향으로
진행하였다.
투어 요약
[1]
어제의 5구간을 걷는 걷기 행사는 처인면 남곡리에서 출발하여 용인 중앙시장까지 대략 8km 좀 넘는 거리의 길이다.
출발 지점이 거의 봉두산 들머리 지점이며, 크게 높지 않은 봉두산을 넘으면
바로 용인 시내에 이른다.
그리고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금새 용인 중앙 시장에 이르게 된다.
용인 시장은 5일장이라고 하는데 마침 어제가 장을 여는 날로,
걷기 후 후풀이를 위해 용인시장까지로 코스를 한정한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용인시장부터 용인시청까지는 금학천을 따라가는 길로
이 길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표준화된 자전거 겸용 도로이기 때문에
꼭 용인에서만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이 부분은 생략된 것 같다.
사실 금학천 길은 양재천이나 또는 탄천길과 거의 유사해 풍경이 어디나 비슷비슷하다.
약 220m 높이의 높지 않은 봉두산을 넘고 용인 시장에 도착했지만,
평화 누리길 12코스 백마고지에서 군남댐 입구를 거쳐 선곡리 마을회관까지 이르는
무려 32km를 넘는 거리 – 앵베실님에 의하면 이보다 조금 더 길었던 것으로 기억 – 를
걸었던 길동무에게는 걷기 행사의 “거리”는 역시나 심심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별다른 논의 없이 길을 계속 이어서, 계속 용인 시청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금학천 3km 역시 “심심함”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약간의 논란 + 논의 끝에 예정사항이 없던 4코스 탐방까지 진행하여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4코스 날머리 지점에 도착했다.
개인 일정과 사정 때문에 귀가하셔야 하는 벨로스님 부부와 앵베실님만 제외하고
7명 전체가 다시 산행을 시작하여 무사히 4코스를 “점령”하였다.
사실 4코스가 아니라 다른 길이었다면 5코스만으로 마쳤을 확률이 높다.
마침 4코스가 안성맞춤이었는데 그 이유는,
코스는 석성산 단 하나로 구성되어 있고 곁가지인 도심 걷기가 없으며,
또한 거리도 6.5 km로 타 코스 대비 짧았으며, 예정보다 걷기 행사 투어가 빨리 끝났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4코스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억지스러움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이를 통하여 인생이란 정말 얼떨결이라는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게는 지난 1코스를 포함하여 벌써 영남길 3코스를 마쳤고 스탬프도 4개나 얻게 되었다.
내 운명이 영남길인가? 세상이 물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가라고 하는데,
내 길은 영남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영남길 2코스는 한때 잘 놀았던 분당 중앙공원과 성남 누비길을 통해 이미 걸었던
불곡산이 포함된 구간으로 소위 “거저 먹기” 구간이기도 하여,
별 어려움 없이 영남길 전체의 반타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또한 성남 누비길 3,4 코스를 시간상 아직 마치지 못한 분들에게는
영남길 2코스가 통과하는 불곡산 구간은 누비길 4코스에 해당되어
스탬핑 차원에서는 일타쌍피(!)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이 아닐까 살짝 생각해 보았다.^^
[2]
기흥에서 9시에 버스가 출발하여 약 40여분 달린 후, 출발지인 남곡리에 도착하였고
행사 사무국의 안내를 받아 약 15분 후 봉두산을 향해 서서히 출발하였다.
봉두산 오르막길 중간에서 한번 휴식을 취하고 11시 20분 정상 부근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여 용인 중앙 시장에 약 1시쯤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추가적인 워킹을 하여 스탬프가 있는 석성산 입구인 시청에 약 1시 50분쯤 도착하였다.
파이널 판타지를 위해 석성산을 향해 출발하여 3시 40분쯤 정상에 도착하였고
약 1시간여 하산을 통해 4시 50분쯤 귀가 버스에 승차하여 탐방을 마무리하였다.
[3]
봉두산은 약 220여미터 높이 정도의 산으로 크게 높지 않고,
또한 예상과는 달리 숲속 길로 잘 정비된 산으로 매우 걷기 좋은 산이다.
석성산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그리고 이 봉두산과 석성산 모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으로
여자 혼자서 걷는 것도 많이 볼 수 있어서
비교적 걷기에 안전한 산으로 평가되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석성산은 471m로 용인에서 기우제를 지내던 산이라고 하니
향토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산으로 여겨져 내려오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산 정상 바로 아래에 통화사라는 절이 있는데,
장미사랑님의 말씀에 의하면 가을에 그렇게 예쁠 수 없다고 하니
이 가을에 가봐야 할 또 다른 코스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가을이면 어디건 예쁘지 않을까? 점점 짧아지고 바빠지는 가을이 예감된다.
어쩌면 이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접근 개요
투어 가이드가 있는 것은 참으로 편한 일이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한번 경험한 패키지 여행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서 타라면 타고, 내리라면 내리고
밥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물도 그렇다.
여기가 포토존이기 때문에 꼭 사진 한 장을 찍으셔야 한다며 잠시 서라면 서면 되는 것이다.
5코스는 그랬다.
분당선 전철로 기흥에 도착하니 전철역 입구에
이미 가이드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개인 확인 후
3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출발지인 남곡리에 도착을 했다.
참고로 나와 토란님, 그리고 푸른님이 함께 같은 전철을 타고 도착을 했으며
기흥역 지상 입구에서 비켜이 선생님과 조우하여 모두들 2호 버스에 탑승을 했다.
그런데 버스 입구 앞쪽 열 좌석에는 이미 에이스님과 앵베실님께서 타고 계셨다.
모두 6명 확인 완료. 그런데 나머지 두 분은 장미사랑님과 감꽃님이다.
이 중 장미사랑님은 동네 지역 전문가이니 늦더라도 어떻게든 찾아오실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고, 감꽃님은? 했는데 마침 전화가 온다.
승용차로 오고 있는 중인데 도착 시간이 간당간당하여
어쩌면 버스 탑승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운전 기사님에게 여쭈어 버스 도착지의 주소 정보를 날려 드렸는데,
조금 있으니 버스에 탑승했으며 장미사랑님도 옆에 계신다고 문자가 온다.
걷기 행사를 위해 버스를 태워주는 탐방길은 한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접근하기 조금 열악한 곳으로 이동을 하여
그곳부터 걸어서 길나섬을 시작하게 하고, 대중교통의 접근이 쉬운 곳에서 마치게 하는 것이다.
용인 시청 바로 앞에는 경전철인 에버라인이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남부 전철의 한 축인 분당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석성산 등정을 마치고, 호수공원에 도착해서 앞으로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는데, 서울 경기 남부를 꽉 잡고 계신 장미사랑님이 있었다.
참고로 신도시 용인 동백지구는 거의 분당급 신도시이기 때문에,
분당이나 서울로 연결되는 교통편이 엄청 많았다.
장미사랑님의 도움으로 에이스님과 함께 편안하게 810번 버스를 타고
오리역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감꽃님, 비켜이 선생님, 푸른님은 감꽃님의 네발 자전거(!)로 이동하셨음이고,.
토란님은 서울 광화문까지 가는 광역버스로 타시고 각자의 집으로 리턴 할 수 있었다.
완벽한 리턴 프로젝트였다.
누군가와 함께 알지 못하는 곳, 처음 오는 곳을 걷는다는 것,
암중모색해야 하는 단계에서 전문가를 옆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어둠 속의 빛이다.
지난 태봉산 길을 오르는 도중 삼거리에서 헤리티지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다시 역방향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올바르게 오리역으로 하산하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남길이 내게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오리역.
성남 누비길로 통하는 전략적 접근역으로
선답차원에서 혼자 걸었던 누비길 1,2,3,4 코스 워킹 후의 방문
그리고 길동무와 3,4 코스 영장산-불곡산 구간을 마치고 도착했으며
5코스 태봉산 구간을 시작하려고 들렀으며
일주일 후에 6-5 코스 역방향으로 걸으며 도착하기도 했다.
그렇게 네 번의 ‘오리역 탐방’ 후에,
이번 영남길 때문에 다시 들린 이 역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졌다.
그 동안 분당 내에 이용했던 분당의 여러 역을 한번 순서를 메겨 본다면
서현역> 야탑역 > 정자역 > 미금역 > 이매역 > 오리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리역은 내게는 변방이었다. 거의 들릴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누비길과 영남길로 통하는 관문일 줄이야.
정말 꿈인들 알았을까 싶다.
세상 어딘가 닭역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상단 구성
길동무가 A/B조 또는 가/나조로 나뉘어 걷게 된 최초의 행사였다.
어쩌면 호돌이 호순이조로 해도 좋을 듯싶고,
또는 고정된 길을 걷는 고전파와, 일탈을 꿈꾸는 낭만파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대학원 과정에는 기본적인 코스워크도 해야 하고
또한 이 단계를 지나면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서 연구하는 논문 코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유 주제로 걷는 팀은 응용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편의상 A조 B조라고 한다면
B조에는
비켜이님, 에이스님, 앵베실님, 푸른님, 감꽃님, 토란님, 장미님, 벨로스님과 소그미 등 총
9명으로 중급의 상단이 구성되었다.
앵베실님은, 평화 누리길, 고양 누리길과
또한 동해안 훑는 해파랑길 등에서 이미 널리 알려지신 분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분이다.
에이스님은 워낙 길의 스펙트럼이 넓으신 분인데, 이제 영남길로의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나오신 것 같다.
특히 등산 자원의 보고라고 생각되는
여자 수명산님급에 해당되는 장미사랑님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얻고 계시다.
벨로스님은 사실 처음으로 뵙는데,
지난 금요일 오후쯤 이번 행사 안내 글에 살짝 댓 글을 달아 주시어 알게 되었다.
느낌상 평화 누리길과 경기옛길 하나인 의주길을 걸으신 것 같은데
영남길도 걸으시려는 것 같다.
벨로스님과 서방님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언제나 두 분이 손을 꼭 잡으시고 걸으셔서 모든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벨로스님께서는 최근 아직 몸이 완전하게 회복되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길나섬 행사에 참여하셨고, 다른 참가인들과 달리
길동무와 함께 용인시청까지 완벽하게 걸으시어 5코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셨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무리는 어렵다고 생각하시어,
행정타운에서 앵베실님하고 집으로 컴백을 하시었다.
결과적으로 석성산은 비켜이 선생님을 포함하여 7명이 올라
정상을 등정하고 날머리에 도착했다.
투어 결과
[1]
어쩌면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멋 모르고 일을 저지르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계획이란, 모든 경우의 수를 전부 따져보아 문제가 없을 때까지 파헤치는 작업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계획이란, 위험요소까지 정의하여 모두 예측이 가능한 범주에 두는 작업을 의미한다.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절대 시작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모두 그런가?
예측하지 않은 일 때문에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고,
그럼으로써 더욱 극적인 성공에 이르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다.
실패가 반복되어 성공으로 이르는 경우도 많다.
석성산 등정도 그랬다.
아마 석성산이 그렇게 높은 산인지 알았다면 오르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높이도 모르고 그냥 6.5km라는 거리가 맘에 들어서 걷기 시작했다.
그냥 혼자라면 별 생각 없이 오르고 했을지 모르지만,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길이고 여러 사람의 컨디션을 생각해야만 했다.
또한 이미 봉두산을 넘어 온 길이었고
더욱 중요한 점은 이미 설정된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긴장을 모두 내려 놓은 것이다.
긴장이 풀리면 발도 풀리고, 의지도 풀린다. 그래서 다시 길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해야 하고, 또한 이와 더불어
더운 여름에 물은 충분한지, 그리고 이론적으로라면 산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 경우
견딜 수 있는 자원과 준비가 되어 있는 것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눈 바로 앞에 집으로 갈 수 있는 전철이 있었다.
그러면 견물생심이라고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는데, 어쩌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석성산으로 향했다.
일단 무덥지 않았고, 더불어 물 소비량이 크지 않을 환경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대의 장점은, 이미 이 길을 많이 다녀본 길잡이 장미사랑님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장미사랑님은 확실한 전문가였고 전략가였다.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산의 높이는 말씀하시지 않고 그냥 거리만 이야기를 하셨다.
‘6.5km’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일타쌍피. 한번 나와 걸으며 2개의 코스.
거기에 앞서의 길로 약간 hungry한 상황.
또한 이미 성남 누비길을 다녀왔으므로 웬만한 산은 크게 보이지도 않았다.
말로만 둘레길이었던 누비길의 종주 프로그램을 마치지 않았는가?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토란님이다.
지리산 이후 특전 능력이 향상되어서 물불을 가리시지 않는 것 같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못 먹어도 go였다.
이 시점에서 사실 반대하시는 분이 예상외였다.
감꽃님이 반대하실 줄 알았는데, 산을 오르는 것에 찬성하셨고
당연히 가실 줄 알았던 푸른님이 오히려 난색이었다.
이 시점에서 비켜이 선생님이 go를 하셨고 드디어 7명이 모두 이동을 하게 되었다.
여태까지의 모든 여정이, 목표한 지점을 향해서 걷다가
컨디션상 줄인 경우는 있었지만 늘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목표 연장을 처음으로 경험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목표 연장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결정이고 힘든 일인지 이미
지난 영남길 1코스에서 토란님과 화수분님과 함께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4코스라는 영남길이 바로 시작된 마당이었다.
쌈판으로 다시 나가는데 전열 재정비가 필요했다. 다시 특급 전사가 되어야 했다.
마치 람보가 숫돌에 대검과 화살촉을 갈듯이 감꽃님은 다시 스틱 길이를 조절하시었고
비켜이 선생님은 역시 람보처럼 이마에 질끈 끈을 메시었으며
장미사랑님은 쌈판에 나갈 지형지물을 지도로 살피시고.
나는 다시금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2]
평소에도 늘 느끼는 바이지만,
석성산을 오르면서, 푸른님의 눈썰미는 정말 보통이 아니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석성산으로 오르는 길에 우리 상단 앞쪽으로
정말 느긋하게 노래를 들으며 물병 하나만 딸랑 들고 걷는 여자분이 있었는데,
석성산 정도는 매일매일 건강 삼아서 산보처럼 걷는 느낌이었다.
정말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아무런 노력 없이 물 흐르는 대로 헤엄치는 배영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푸른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한 단어로 줄여서 표현했다.
“용인 시민”이니까.
아마도 동네 분이니까 이 산을 잘 알고 또한 자주 다니니 길이니
컨디션 조절을 적절하게 하면서 최소의 에너지로 걷고 있다는 것을
푸른님은 그렇게 짤막하게 표현을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우리는 산으로 오르는 길에서 잠시 허덕허덕 되어 쉴 때에도
조금 안심이 되고 위안이 되었다.
왜냐면..
우리는 용인 시민이 아니니까…
그런데 푸른님의 눈썰미는 그 뿐이 아니었다.
나는 워낙 무신경이었지만, 푸른님께서는 석성산으로 오르는 탐방객들이
거의 7부 바지를 입고 있음을 간파하시고 용인시민과 아닌 사람들을 정확하게 구분하셨다.
그런데 내가 봐도 대충 맞는 것 같다.
등산 배낭을 메지 않고 마실 삼아 산보처럼 가볍게 걸으러 나온 사람들은 거의 7부 바지였다.
대신 중화기기 아닌 스틱을 포함한 중장비로 무장한 것은 외지인들이었다.
그 차이를 간단하게 7부 바지로 간파하신 것이다.
정말이지 푸른님의 눈썰미는 알아줘야 할 것 같다.
촌철살인과 같은 그 날카로움에 가끔 혀를 내두른다.
그리고 난 가끔 찔린다. 앗 아파…
그 머리가 가끔 부럽다.
[3]
이와 막상막하를 다투는 분이 또한 토란님이다.
토란님의 국어 표현력도 가공할 무기이다.
기대 밖으로 좋았던 봉두산도 그렇지만, 석성산 정상에 오른 후에
토란님은 어제의 투어를 한마디로 요약해 주셨다.
“본책보다 별책부록이 좋았다”
투어 전반부인 여러 사람과 함께한 봉두산 5코스와 길동무와 걸은 석성산 4코스를
이렇게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또 그 머리가 가끔 부럽다.
[4]
어제 처음으로 앵베실님을 뵈었다.
상식도 풍부하시고 특히나 신문사 편집실 뺨치는 높은 수준의 국어 표현, 맞춤법과
그리고 가공할 만한 한자 실력 등으로 이미 알려져 있었는데,
가끔씩 사진으로만 뵙다가 어제 처음 뵈었다.
그런데 확실히 사진과 실제와는 간극이 있었다.
그 늘씬함에 깜짝 놀랐다. 느낌상 자그마하신 분 인줄 알았다.
워낙 박학다식은 알려져 있었는데, 그것을 실증하는 계기도 있었다.
운영 사무국에서는 테마 탐방 대신 걷기 중심의 탐방을 하다 보니
그래도 참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봉두산 정상에서 점심 시간에 퀴즈 행사가 있었다.
퀴즈 문제 대부분은 미리 나누어진 책자에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빨리만 찾으면 답을 구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보너스 퀴즈가 하나 있었는데
상식 같지만 답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이번 행사를 주관? 주최 하는 곳이 아닌 – 이건 쉬운 문제다 - 진행하고 있는
조직에 대한 이름을 아는 것이 문제였는데, 정말로 이 답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앵베실님께서는 출발 때 즈음에
진행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서 그 정답을 이미 아시고 계셨기 때문에
바로 답을 할 수 있었다.
역시나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5]
어제 정말 놀란 노자는 감꽃님이었다. 5코스야 어렵지 않게 걸으실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이에 이어서 4코스를 완전하게 걸으셔서 정말 이제는 걷기의 도가 터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행을 통해서도 일주일에 2차례 이상 길나섬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토요일의 길동무와의 길나섬을 통해서 역량이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발에 맞지 않은 등산화 때문에 이미 발가락에 통증이 있었으며
특히 석성산의 가파른 내리막길 때문에 엄지 발가락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로드가 걸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등산화가 커져서인지 또는 발이 작아져서(?)인지는 모르지만
등산화를 신으신 모습이 거의 걸그룹 장화격이었다.
가장 압권 장면은, 석성산으로 향하는 길 중에 길고 가파른 내리막 층계 길이 있었는데
옆의 내리막 흙 길에서 혼자 뒷걸음질 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오시는 장면이다.
다들 그 모습에 감탄을 지어 마지 않았다.
정말 앞으로도 힘든데, 뒤로 걷는 모습은
올림픽 크로스 컨트리 선수 뺨치는 고성능 워킹이었다.
무엇보다도 어제의 워킹을 통해 얻은 가장 기념비적인 가치는
인생 최초로, 초기 목표로 해던 코스에 덤으로 추가의 코스를 연장해서 걸으셨다는 점일 것이다.
그 동안은 아마도, 긴 거리 때문에 또는 컨디션 때문에
코스 워킹 중간에 탈출 하던가 했다고 하셨는데,
어제의 경험은 앞으로 소중한 자산이 되지 싶다.
[6]
장미사랑님 덕분에 정말 편안하게 투어를 할 수 있었다.
다양한 길 및 교통편에 대한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휴식 없이 중단 없이 끊임없이 천천히 걷는 워킹 스타일은 어쩌면
내가 향후 가야 할 바를 제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주로 빨리 가서 좀 쉬고 또 빨리 가고 하는 타입이었다.
나름의 철학은, 운동을 운동답게 하려면 강약을 조절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 이런 방식은 과도한 로드 때문에 문제 발생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최소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걷는, 즉 energy efficient 한 워킹으로 전환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장미님의 산 높이 쌩까기 작전 덕분에
이름도 거창한 석성산 하나를 훌쩍 넘을 수 있었다.
산 이름으로 봐서는 과거에 요새로 쓰여도 충분한 산이다.
즉 한쪽으로는 적군이 침범도 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한 쪽으로는 보급품을 공급 받을 수 있는 구조.
그렇지만 감사하는 마음은 길 안내보다도 따로 있다.
즉 이런 행사를 알려 주시고, 또한 경기 옛길에 대한 단초를 제공한 일.
그래서 나의 길에 대한 지평선이 엄청 넓어졌다.
Epilog
산길이 가득 포함된 봉두산, 그리고 얼떨결에 걷게 된 석성산은
정말 이 곳 탐방길에 오기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주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을 살고 있는 도중에
공부 하지 않고 기대를 하지 않아가 시험 점수가 높게 나와
내가 그 분야의 재능이 있었나? 하고 생각 – 어쩌면 착각 – 을 하는 순간이 있다.
어제의 영남길 역시 그랬다.
지난 누비길 이후 얼떨결에 시작한 1코스,
그리고 기획탐방인 5코스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즐겁고 편안하게 걸었고
이에 얼떨결에 이어지는 4코스까지 물 흐르듯이 지나쳐 왔다.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노력이야 가상하지만 아무래도 결과가 매끄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성과에 비해 힘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그런데 영남길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믿고 쓰는 영남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근의 경기 남부 워킹을 통해
내가 가보지 못한 곳, 단지 지명만 아는 곳 지천으로
산이 널려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에 우리나라는 소개하는 책자에는 산이 많은 나라라고 한다.
거의 70%가 넘는다.
그렇지만 땅 바닥에서나 하늘 높은 곳에서는 그 수치를 실감하기 어렵다.
두 발로 걸어야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산으로 시작해서 산으로 끝나도 부족한 일주일이며,
또한 가을이며
그리고 인생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와우~~~
6시 미사 다녀와서 평가(?)
하겠습니다
어제는 정말 무거운 짐 짓고 고생하셨습니다
그 내면을 잘 알 것 같습니다
이왕지사 상단을 꾸렸으니 go하고 인재들이 많으니 도와 가면서 인생길을 함께 갑시다
감사하오. 고맙고 행복하오. 갑절로 행복하오 ~~~
시간이 쬐금 있어서~~~
걸그룹 장화 맞소 봉두야 가자 산은
동네 수준급이었는데~~~
남편은 포기를 했고 난 그 신발을 신었소 웃음 팡팡 터졌소
이 부분에서 ~~~~
ㅎㅎ 발가락 및 발톱은 괜찮으세요? 그날 수고 많으셨습니다... 원래 연장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런데 등산화는 장화급이었습니다. 그 신발을 신으시고 석상산까지.... 에그 고생 많으셨습니다. 발이 고생^^
또 길에서 뵙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격려, 용기,, etc
우리처럼 잘 걷고있을 서울둘레길 길동무도 문득 생각나고.
새로운 길동무들 보며 낯을 익히고.
허기와 걷기도 채워지고..
석성산 오르며 시야는 넓어지고!!
어제도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여러모로 수고 많으셨어요~~소그미님!!
지난주부터 물불은 가린답니다**
ㅎㅎ 물불은… 소방서하고 싸워도 이기실 듯. 암튼 석성산 view가 좋아서 남한산성에 다시 가시지 않아도 될 정도라서 다행이네요… 4코스가 그리 좋았었네요. 본책도 좋았지만, 별책부록이 더 좋았더라… 아마 남기고 싶은 명언 중의 하나일 듯. 수고 많으셨습니다. 먼 서울의 북쪽에서 서울의 남쪽까지… 감사합니다.
난
님들이 4코스까지 지르리라 예측했는데
감꽃 님까지 성공할 줄은
예측 못했네요 .
감꽃 님에게
특별히
Give a big hand!
글 속에
참석도 않은 나도
군데군데 언급이 되니
함께 걸은 듯이
흥미롭군요.
난 조만간
블루와 걸어보려는데
언급한 내용으로 보아
희망이 보입니다.
단 접근성이 문제인데
필요시는 택시를 이용해서라도
이 가을에 보충할까 싶슴다.
걸으면서 화수분님 생각 많이 했고 이야기도 많이했습니다. ㅎㅎ. 그리고 거기(세종) 가셔서 여기보다 좋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두 산 모두 걷기는 좋습니다. 그리고 혼자 다니시는 분들도 많이 보았구요. 앞으로 산들도 기대됩니다. 영남길… 시나브로 다가오는 산인 것 같습니다. 1코스는 액땜 코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어렵지 않습니다. 대중 교통도 있습니다... 용인시장역이 주요 거점 (버스 터미널이 있는) 입니다.
성남누비길 3-4구간을 같이 걸으면서 영남2길 스템프 찍기는 어려워요.
영남2길 스템프 함은 불곡산에 없고 분당중앙공원 안에 있습디다.
그러나 영남2길 걸으면서 성남누비길 4구간 스템프는 가능하죠.
불곡산 정상에 성남누비4구간 스템프가 있고
영남2길도 불곡산 정상을 지나니까
아 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영남길 2코스 걷다보면, 불곡산에 가니, 거기서 누비길 4코스 도장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역시 2코스길을 걸으셨으니 - 구성까지 적어도 - 영남길도 훤하시네요. 가뜩이나 화수분님 계신 서울 남부에 가까운 길이라 아마 접근이 용이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그미 장문을 훑어보다보니 오독했다는
이몸이 새라면?
비록지금은딴(?)길 가고있지만,시계줄되로 그리운얼굴들볼수있으리라!
에그 그러게요. 조가 갈리우니 선생님도 못뵙겠네요... 그래도 원정대와 함께 서울 둘레길을 사수(!) 하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요즘 신입분들이 많이 들어오시네요... 모두 둘레길 발걸음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게요,님들 마니보고싶지만~~~
예. 삶과 유머 선생님도 그쪽에 계시네요.. 선생님들도 잘 챙기시고요. 안성댁님도. 다른 분들은 모두 새로운 분들같으네요. 감사합니다.
지난 해 가을 서울창포원에서의 만남이 생각납니다. 그 후 우리는 강화나들길을 걸으며 행복했지요. 감사합니다^^*
예 그런 인연이 주욱 내려져 오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점심 먹을때 언덕너머에 운동기구도 있고 누울수있는 좋은곳이 있어서 제가 먼저누워서 쉬느라 저희끼리 먹었네요.
다들 잘 걸으셔셔 부러웠어요
아 그러셨군요. 두리번 했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두분 보다는 같이 모실걸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암튼 댓글 덕분에 이렇게 인연을 이어가서 용인시청까지 함께 걸어서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또 종종 뵙겠지요? 건강 빨리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서방님에게도 안부 전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소그미 네 감사합니다
빨리 회복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슈퍼우먼들 틈새에서 간신히 따라 다녔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는 절대로 동행금지
해야 겠어요. 암튼 어제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그러게요. 저도 이제 몇분들 여성분들은 따라가지 못할 듯. 이제 여자수명산님급도 오시고.. 조금씩 조심조심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괜히 불을 당긴것은 아닌지. 누비길 사뿐히 걷는 것보도 놀랄 노자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선생님의 영남길 첫 걸음에 함께 해서 기뻤습니다. 또 길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름의 끝자락 8월 마지막주
영남길5구간 걷기행사 함께 걸어서 감사합니다~
장미님에게 가장 죄송한 것은, 용인 시장의 치맥.. 상대가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길을 계속 이어가서 동백호수공원까지 이어진것이네요... 에그 다음번에는 한번 대작해드릴께요. 안성댁님도? 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길에 대한 지식때문에 저희가 편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이스 선생님께서 뺏지 궁금해 하셔서
영남길 완주하면
뺏지2개하고 완주증이 오네요
선물은 없어요~~ㅠ
뱃지 멋있네요. 선물은 없어도 괜찮습니다.
뱃지를 향하여 대시해 보렵니다. 장미사랑님
감사합니다.
앗 그런게 잇군요. 토요일에 앞에서 이끄는 가이드 보니까 모자의 마크가 있던데, 바로 그런 모양이군요... 음 땡가네요. 원래 뱃지에 별로 탐내는 편은 아닌데, 예쁘니까 견물생심... 감사합니다.
@에이스 저도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우와~ 소그미님의 만연체 산행/트레킹 명후기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제 아니 그저께 영남길 5~4코스 걷기/산행에 대한 내레이션을 차수를 변경해 가며(시니어기업에서 밤근무하며 밤 11시 40분경부터 감탄하면서 탐독) 즐감했습니다.
'걷기 행사'를 도입부분 prologue으로....... 끝의 epilogue까지 완벽에 가까운 모임보고서에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석좌교수 책 7권 부제가 "인생도처유상수"인데, 소그미(독실한 카톨릭신자시라 '빛과 소금'이 되고자)님은 진정한 상수(=고수)십니다. 과장하지 않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감꽃님이 왜 소그미님의 만연체 후기를 채근하셨는지 담박 알겠어요. 쵝오!
만주 잘 먹었습니다. 밤새 일을 하시고 오시는 것 같은데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석상산까지 함께하셨으면 좋았을 터인데, 그 다음 일정과 차 때문에 돌아가셔서 아쉬웠습니다. 글로만 뵙던 분 만나뵈어서 반가웠습니다. 퀴즈를 푸시는 것 보고 역시나~ 했습니다. 그럼 또 길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그미 님, 고맙습니다.
대학강사 출강 외에(이번 주 개강입니다) 지난 6월 10일부터 연중무휴의 시니어기업에 취업되었어요. 밤근무인데 밤을 새는 건 아니고 4시간 가량 숙면을 취한답니다. 그제 욕심 같아서는 한남정맥 9구간 석성산을 동행 산행하고 싶었는데 7시까지 출근이 여의치 않아서.. 봉두산 정상에서의 퀴즈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또 길 위에서 만나고 싶어요.
GPS 위성 산길샘 앱에서 본 석성산 능선이 제법 길군요.
어찌 후기가 안올라온다 했더니 이제사 그 특유의 논문(?)한편이 떳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
멀잖은날 같은길을 발마춰 보지 않으실래요 그새 보고싶군요👍
엡 선생님... 그래도 비켜이 선생님이 계서서 든든했습니다. 선생님이 계셨으면 좋았을건데 하고 이야기 많이했습니다. 경기 옛길 참가자.... 그냥 오셔서 참가하시는 분도 계셨으니까요.... 곧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