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원의 반값 아파트에 대한 몇가지 의문점에 대하여
반값아파트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다. 지금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는 집 값을 생각하면 매력이 있는 제안임은 분명하다. 건축을 하고 있는 본인의 입장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몇 가지 아직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 제안은 분명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핵폭탄이 될 수 있지만 이것 마저 실패하면 우리에게 남은 대안이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문제이다.
우선 <대지임대부 분양>의 의미를 알아보자. 분양가의 구성을 크게 구분해보면 건축공사비, 땅값, 은행이자를 포함한 각종관리비 그리고 이윤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분양가 구성요소 중에서도 건축공사비는 거의 일정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분양면적 32평 이하의 국민주택규모에서는 평당 350만원(30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시공하는 곳도 있다.)이 거의 최고가의 수준이고 기타 대형 아파트에서도 평당 45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분양가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명확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은행이자를 포함한 각종 관리비인데 이것은 공사비와 대지비용과 연동되고 제반비용에 있어 시행자가 임으로 조작이 가능한 부분으로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토지비용이다. 현재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부동산가격이 앙등하는 상황에서는 분양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토지를 매입할 때 대부분의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통해서 조달한다. 그러므로 대지구입비용이 크면 클수록 이자부담이 커져서 분양가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200%정도이므로 건물 한 평에 땅 반 평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므로 땅값 한 평의 가격이 2000만원이라고 하면 분양가에는 1000만원이 반영된다. 이 금액에는 은행의 금융비용이 제외된 금액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지구입비용의 대부분을 금융기관에서 조달하므로 초기부터 이자를 부담해야한다. 이에 반하여 공사비는 실제 공사를 할 때 금융비용이 발생하므로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땅값은 금융비용 증가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땅값이 비싸면 비쌀수록 땅값이 분양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홍준표의원이 제안한 <대지 임대부 분양>은 일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지금과 같이 부동산가격 특히 땅값이 천장부지로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분양가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구입가의 조작이 가능한 땅값을 분양가에서 분리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사비의 경우 전문가에 의하여 분석될 수 있으며 또한 시장원리에 의하여 공사비가 무조건 올라갈 수 없다.(분양가를 산정할 때는 시행자가 이 공사비 부분도 어느 정도 조작을 한다.) 그러므로 땅값을 별도로 관리하면 분양가가 어느 정도 시장원리 안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지가를 별도로 취급한다는 홍준표의원의 제안은 아직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고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지 임대부 분양> 정책을 실시한다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제안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안을 실행하기 전에 몇 가지 검토할 사항이 있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성공하려면 첫 번째는 얼마나 많은 대지를 공급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고 두 번째는 얼마나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고 세 번째는 저가로 공급하기 위하여 국고의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나름대로 홍의원은 대책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하여 제일 중요한 얼마나 토지를 원할하게 공급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는 것 같다. 홍준표의원 홈페이지에서 제공된 심상정의원(민주노동당)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공유지의 비율은 22.5%라고 한다. 이는 싱가포르 81%, 이스라엘 86%, 대만 69%, 스웨덴 50%에 비하여 낮은 편이라고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정책의 한계가 있다.
싱가포르에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성공한 것은 바로 이러한 국가소유의 땅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가 독점적으로 땅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마음대로 땅값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싱가포르의 경우 땅을 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져 있어 입주자가 건축공사비정도 만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분양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유지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가가 사유지를 국고로 매입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주택가격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저렴한 택지공급을 위하여 홍의원은 용적률상향조정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서 별도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소요비용에 대하여 알아보자 용적률 200%인 지역에서 공사비를 평당350만원으로 책정하고 그에 따른 제 경비를 평당 150만원으로 책정하여 평당 500만원으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있다고 하자. 외형상으로 보기에는 1억 6천에 건물을 구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아파트를 짓기 위하여 토지구입을 평당 2000만원에 했다면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대지소유권이 16평이므로 1억 6천만원 정도가 토지비용으로 추가로 소요된다. 그런데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시스템으로 한다면 이 부분은 그대로 은행에서 융자를 받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매달 1억 6천에 대한 이자를 지출해야한다.(이 금액에는 토지매입 후 분양 시까지 발생한 금융비용은 제외하였으므로 실제는 더 많은 금액에 대한 이자를 지출해야한다.) 예를 들어 현재 5.5%의 이자로 친다면 최소 월 74만원의 금융비용이 추가되는 것이다.
집을 사는 사람은 1억 6천을 건물구입비용으로 사용하고 1억 6천을 융자받는 형식이 되는 것이다. 결국은 평당 1000만원에 분양을 받는 것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다만 땅값을 융자 받는 형식이므로 초기 비용이 감소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유지관리비 즉 금융비용에 따른 관리비 상승의 문제는 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평형이라도 땅을 4000만원에 구입하였다면 2배가되는 금리를 물어야한다. 이러한 형식은 결국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이 저금리기조로 가거나 또는 땅을 저가로 공급할 경우에만 가능한 정책이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장점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땅값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서 궁극적으로 분양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집 값이 반으로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저가로 공급하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 국가에서 저가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홍준표의원은 연·기금을 토지 매입하는데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연금과 기금의 일정한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기금의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하여 최소한 금리연동제를 실시하여야 하는데 그러할 경우 앞서 언급한 금융비용의 증가를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부담시켜야 하는데 현실여건에서 그러한 것이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 간다.
또한 지가가 상승할 경우 따라서 지가상승분에 의한 임대료를 올려야하는데 공공기금의 성격상이나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본래의 취지상 쉽지 않은 문제이다. 따라서 연·기금의 활용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어 연·기금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도 연·기금의 남용과 고갈에 대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이것을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사용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홍의원은 하늘 모르고 치솟는 지가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하여 용적률을 현 기준의 약 두 배인 400%로 상향조정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홍의원은 얼마 전 문화방송 손석희의 아침토크쇼에 출연하여 용적률의 상향조정이 건축환경에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얼마 전 노회찬의원(민노당)이 지적한 문제점( 오마이 뉴스 기사/2006-12-27 : 노회찬 의원 "한나라당 '반값아파트' 법안은 가짜"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82710)에 대하여 홍의원의 측근은 <타워펠리스>의 예를 들면서 "높은 용적률의 건물도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타워펠리스>의 건축환경이 나쁘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아무리 용적률이 높은 건물 예를 들어 <타워펠리스>같은 건물이 한 채만이 들어섰다면 그 건물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모든 아파트의 용적률이 두 배로 늘어난다면 그 문제는 심각해진다. 일산 신도시, 그리고 분당신도시, 목동지구 아파트, 강남구의 아파트의 용적률이 지금의 두 배로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차량이 두 배로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도로의 확장이 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도로로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상시 교통체증이 일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차량의 증가로 인한 공해의 증가 등 여러 면에서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관계 법에서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낮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의 용적률 상향조정 주장에 대한 반론은 제 블러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seongho0805/150011672616 )
또한 고층화를 할 경우 건축비용과 주거비용이 많이 추가된다. 타워펠리스의 경우 창문이 고정되어 기계환기로 실내공기를 순환시키고 있으며 창문을 열지 못하기 때문에 기계로 하는 냉방과 난방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시설을 할 경우 냉난방과 환기를 위하여 시설내용에 따라서는 설비공사비만 적게는 평당 수십 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 증가된다. 또한 이러한 기계환기 시설을 할 경우 층고가 높아지기 때문에 건축공사비도 자연 증가하게 된다. 고층을 유지하기 위하여 구조보강공사를 위한 돈이 더 들어가게 되고 기타 외장재료에 대한 내구성 강화를 위하여 추가로 공사비가 지출되게 된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공사비가 추가된다. 또한 기계환기를 위하여 관리비도 기존 자연환기식 아파트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웬만한 일반인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경우 초기에는 많은 특혜가 있을 것이다.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저가로 토지를 공급해야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러할 경우 또한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홍의원이 제안한 법에 의하면 10년간 양도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 후에 주변의 시세와 비교하여 저가 일 경우 분명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예산을 들여 초기에 분양 받은 사람에게 재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아파트를 거의 동시에 분양하여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국·공유지는 없다. 따라서 이 정책은 몇몇 사람에게 특혜를 주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노회찬의원(민노당)이 지적하였듯이 기존의 아파트를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토지에 대한 보상을 위하여 용적률의 상향조정이 필수적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주거의 고밀도를 가져와 주거환경이 열악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홍보적 차원에서 추진하기보다는 우리의 현실에 대한 깊은 관찰을 전제로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본인은 분양가 심의를 보다 엄격하게 하고 분양가 공개를 원칙으로 하여 땅값과 공사비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근원적으로 못하게만 하여도 지금과 같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분양가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섣불리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첫댓글 저도 현실적으론 맞지 않다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관심 조차 두지 않았구요.. 좋은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유익한글 잘읽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