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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 2학년생들이 학교 숲에서 ‘돋보기로 눈 관찰하기‘ 학습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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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화랑초등학교. 학교 건물 뒤편의 숲에서는 2학년 4반의 3교시 '슬기로운 생활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늘은 숲 속에 나왔어요. 여름과 달리 나뭇잎이 안 보이죠? 지금은 잎이 어디에 있을까요?"
"땅 속이요." "뿌리요." "나무 속에요." 우명원(45) 교사의 질문에 어린이들은 저마다 대답을 내놓았다.
"나무는 지금 눈 속에 잎을 감춰두고 있어요." 우 교사의 설명에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 교사는 아이들 손에 돋보기를 쥐여주며 직접 나무에서 눈을 관찰하게 했다. "튀어 나온 이런 게 눈인가봐." "여기서 꽃이 나오는 거야?" 돋보기로 진달래 눈을 들여다보는 어린이들의 눈이 빛난다. 강수지(8)양은 "멀리서는 나뭇가지만 보여서 눈이 있는 줄 몰랐었다"며 신기해 했다.
우 교사가 "식물의 눈이 하는 말을 들어보라"고 하자 아이들은 나무에 다가가 귀를 바짝 댄다. 식물의 눈이 뭐라고 말했는지 발표해 보라고 하자 10여 명의 어린이가 손을 번쩍 든다.
"물갬나무가 '영차영차, 너 누구니?'라고 물어봐서 '난 다솜이야'라고 말했어요." 정다솜(8)양이 발표했다. 이동근(8)군은 "눈이 '나도 빨리 커서 제일 큰 꽃이 되고 싶어'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이제 나무는 이야기를 나눈 친구다.
연못이 있는 생태공원, 불암산 자락과 맞닿은 학교 숲, 졸졸 흐르는 인공 시냇물. 이 학교는 사방이 자연이다. 교실 어느 곳에 앉아도 숲과 나무를 볼 수 있다.
1999년 시민단체 '생명의 숲'의 학교 숲 가꾸기 첫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숲을 조성했다. 이후 학부모와 교사.학생들로 구성된 '학교 숲 가꾸기 운영위원회'가 봄엔 묘목을 심고, 가을엔 거름을 주면서 가꾼 덕에 이만큼 숲이 자라게 됐다.
학교 숲은 훌륭한 교실이다. 식물을 관찰하는 과학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업이 숲에서 이뤄진다. 수학시간엔 나뭇가지와 꽃잎을 이용해 셈을 배우고 국어시간엔 숲 속에 둘러앉아 동시 낭독을 한다. 음악시간엔 숲 속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날씨가 좋은 날엔 언제 가도 한반씩은 숲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정도다.
우 교사는 "숲에 나가면 아이들이 다 제멋대로 놀기만 하는 것 같아도 체험을 통해 배우는 게 많다"며 "교실에 앉아서 배우는 지식보다 더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야외 수업은 대환영이다. 안승호(8)군은 "놀고 관찰하고…숲에서 수업하는 건 재밌다"고 말했다. 전재연(8)양도 "싹 틔고 꽃 피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숲에 나오면 좋다"고 이야기했다.
숲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이자 아늑한 휴식처이기도 하다. 쉬는 시간 숲과 생태 연못 주변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돼 연못 옆 정자에는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산책 나온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 학교 정진해 교장은 "학교 숲은 도시 어린이들이 자연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라며 "늘 숲을 접하다 보니 아이들이 꽃 하나도 함부로 꺾지 않고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또 "숲은 인성.심성 교육에도 좋다"며 "우리 학교에서는 폭력이나 따돌림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 숲에서 이런 놀이 해봐요
▶나뭇가지 퍼즐:서로 다른 나뭇가지를 약 20㎝씩 자른 뒤, 다시 세 토막을 낸다. 준비한 흰색 도화지에 놓고 같은 나뭇가지를 맞춘다. 다 맞춘 나뭇가지는 접착제로 붙이고, 주변에서 같은 나무를 찾아본다.
▶자연 팔레트:여러 가지 나무들이 자라는 숲 속에 자리잡은 다음 바닥에 누워 눈을 감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눈을 뜨고 주변을 살핀 뒤 두 손을 주먹 쥐고 머리 위에 올린다. 자신이 발견한 색깔을 하나하나 세면서 손가락을 편다. 열 가지 색깔을 모두 찾은 사람은 다시 눈을 감고 구분된 색깔을 마음속으로 정리한다. 각자 발견한 색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보물찾기:열매.나뭇잎.씨앗 등 서로 다른 숲 속의 보물들을 각자 하나씩 찾게 한다. 진행자는 흰 도화지에 보물들을 올려놓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기억하게 한다. 아이들을 뒤돌아서게 한 뒤 도화지 위 보물 하나를 뺀다. 아이들에게 원래 있던 것 중 무엇이 사라졌는지 얘기하게 한다.
▶애벌레 되기:바닥이 고른 숲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다. 아이들은 한 줄로 서서 앞사람 어깨에 손을 얹고 진행자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발로 땅을 느끼고, 숲의 소리를 들으며, 숲의 냄새를 맡아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정도 이동한 뒤 한명씩 한 나무에 온 몸으로 매달리게 한다. 나중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서로 이야기한다.
▶광합성 체험:아이들이 스스로 나무의 부분이 되어 광합성 과정을 연출한다. 뿌리가 될 세 명은 손과 발을 뻗고 '쉬쉬' 물 빨아들이는 소리를 낸다. 심재 역할 한 명은 가운데 굳건히 선다. 심재보다 부드러운 변재 역할의 사람이 그 주변을 둘러싼다. 5명은 물관을 맡아 변재를 둘러싸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물을 운반하는 흉내를 낸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체관이 돼 물관까지 모두 감싸며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양분을 나무 여기저기 보내는 모양을 한다.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수피 역할을 맡아 바깥쪽을 바라보고 둘러앉는다. 한 사람은 벌레가 되어 나무를 뚫어내려고 빙빙 돈다. 수피는 벌레를 막기 위해 위협을 한다.
남효창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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