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章 여자 師父.
남궁조영이 은근히 눈치를 살피면서 탁자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주님, 저쪽으로 가서 과자좀 드시지 그래요?"
남궁청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생각 없습니다."
이어, 남궁청우는 모친인 가심의를 향해 말했다.
"어머니, 밥을 좀 주십시오. 아직 점심식사를 못했습니다."
그러자, 대신 남궁석약이 놀라서 말했다.
"어마,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하셨다고요? 큰일 났네, 아침식사도 거의 못 하셨는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준비할 테니까."
말과 함께 남궁석약이 주방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자 즉시 유소하도 팔을 걷어 부치고 그 뒤를 따라갔다.
......
남궁청우는 모친을 향해 다시 말했다.
"그럼 저는 이층에 올라가 있을 테니 식사를 그쪽으로 올려보내 주십시오."
(......)
가심의는 조용한 시선으로 자식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끼니를 걸러서는 아니 되오.“
* * *
남궁청우는 왠지 마음의 피로감을 느끼게 되어서 일찍 쉬기 위해 방안으로
곧장 들어섰는데 문득 뜻밖에도 매우 어수선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 춘매(春梅)와 하란(夏蘭),
남궁청우를 전적으로 시중드는 이 두 명의 하녀들이 어이없게도 그의 침상위에서 지금 한창 곤하게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그녀들은 남궁청우가 안으로 들어섰는데도 전혀 모른 채 입가에는 달콤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무슨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모양이었다.
(......)
이 넓은 방안에는 지금 창문마다 커다란 휘장들이쳐져 있었기 때문에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실내가 알맞게 어두워져서 잠을 자기에는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음식들을 가지고 올라올 것이므로 남궁청우는 부득이 그 작은 소녀(少女)들의 단잠을 깨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궁청우는 우선 방문을 닫고 침상의 앞으로 다가가서 한 사람씩 몸을 흔들어 깨웠다.
......
춘매와 하란은 이내 잠에서 깨어났으며 자신들을 깨운 사람이 다름이 아닌 남궁청우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만 토끼처럼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가, 가주님......!"
이어, 그녀들은 자신들이 죽을 죄(罪)를 지었다고 생각하고는 즉시 남궁청우의 발밑에 엎드려서 창백한 안색으로 울먹이며 비는 것이었다.
"용서하세요! 저희들이 감히!...... 감히 죽을죄를, 죽을죄를 저질렀어요.
부디 저희들의 팔이나 다리 하나쯤은 자르더라도 이곳에서 쫓아내지는 말
아주세요!"
남궁청우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쫓아내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
춘매와 하란은 그 말에 비로소 약간 안도하는 눈치였고 그러나 여전히 바
닥에 엎드린 채로 가만히 있었다.
남궁청우는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째서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느냐?"
춘매가 다소 떨리는 어조로 대답했다.
"저희들은 가주님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어요. 팔이나 다리 어느 곳을 베어도 저희들은 결코 가주님을 원망하지 않겠어요."
남궁청우는 이에 다소 실소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너희들을 처벌하겠느냐?"
춘매와 하란은 이에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면서 기뻐서 되물었다.
"그럼 저희들을 이대로 용서하시겠다는 말씀인가요?"
남궁청우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다. 내가 만일 너희들의 팔이나 다리를 자르게 되면 나의 시중은 대체 누가 들어주겠느냐? 너희들과 같이 사랑스러운 꼬마들이 잠시 나의 침상에서 잠을 잤다고 해서 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겠느냐? 걱정 말고 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아라. 나의 누이들이 나의 점심식사를 가지고 곧 올라오게 되어 있다."
(......!)
춘매와 하란은 남궁청우의 말을 듣고 나서 즉시 매우 기뻐하며 몸을 벌떡 일으켰고 또한 그로부터 사랑스럽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안색은 보기 좋게 상기되어 있었다.
즉시 그녀들은 빠르게 움직여서 침상을 정돈하고 창문을 가린 휘장을 옆으로 치우며 창문을 열어 실내의 공기를 환기시키고는 급히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들은 마음이 급하여 대체 어떻게 이렇게 일찍 돌아오시게 되었는지 혹은 어째서 식사를 아직 하지 못하셨는지 따위의 인삿말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남궁청우가 침상위에 걸터앉아서 잠시 기다리고 있노라니 문득 다시 방문이 열리면서 세 사람이 온갖 음식그릇들을 양손에 받쳐들고서 안으로 들어왔다.
유소하와 두 명의 하녀들이었는데 보아하니 남궁석약은 하녀들이 내려가자 자신은 올라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가만히 있고 대신 유소하가 하녀들과 함께 위로 올라온 모양이었다.
하녀들은 일단 음식그릇들을 탁자위에 갖다놓은 이후에도 다시 빠르게 움직여서 다른 음식들을 운반하기 위해 아래층을 오르내렸지만 유소하는 처음에 두 그릇의 음식을 탁자위에 내려놓은 다음에는 곧장 남궁청우의 앞으로 다가와서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가주님, 혹시 음식들을 기다리기에 너무 지루하시지는 않으셨나요?"
남궁청우는 가볍게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오. 누이가 직접 음식을 가지고 올라오다니 이거 너무 수고하는 것이 아니오?"
유소하는 남궁청우의 옆으로 와서 역시 나란히 침상위에 걸터앉으며 약간 생기된 안색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가주님께서 시장하시다고 하는데 내가 그까짓 약간의 수고를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그보다...... 사실은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일부러 올라왔어요."
남궁청우는 고개를 돌려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무슨 말인데 그러시오?"
(......)
그 사이에 이미 하녀들이 두어 번씩이나 아래층을 왕래하여 탁자위에 음식상을 거의 다 차려놓고 있었다.
유소하는 남궁청우에게 가볍게 웃어 보인 연후에 마지막 정돈을 하고 있는춘매와 하란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잠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있겠니? 가주님과 특별히 상의해야 할일이 있어서 말이야."
춘매와 하란은 즉시 두말하지 않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유(柳)아가씨!"
이윽고 춘매와 하란이 방문을 닫고 물러가고 나서 남궁청우가 탁자의 앞으로 다가와서 의자에 앉자 유소하는 대강 음식그릇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더니 문득 소매 속에서 하나의 작은 자기로 만들어진 술병을 꺼내들었다.
남궁청우는 수저를 들고 마악 식사를 하려다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아니 그것은 무엇이오?"
유소하는 아름답게 치장한 얼굴에 다시 고운 미소를 떠올리며 먼저 그 작은 술병의 뚜껑을 열었는데 즉시 그 안에서는 달콤하고도 진한 주향(酒香)이 흘러나와 주위에 감돌았다.
"이것은 제가 우연히구입한 곤륜산(崑崙山)의 특산인 호박밀리주(琥珀蜜梨酒)라고 하는 것인데, 가주님께 한잔 대접하기 위해 가져왔어요."
남궁청우는 미소하며 말했다.
"아, 그래요? 그럼 어디 한잔 주십시오."
유소하는 즉시 작은 술잔을 찾아서 거기에다 호박밀리주를 한잔 따라서 그것을 남궁청우에게 건네주었다.
그 호박밀리주는 특별히 아주 향기가 달콤하면서도 진한 것이었고 또한 술맛도 매우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남궁청우가 그 술잔을 비우고 나자 유소하는 술병을 남궁청우가 있는 쪽으로 밀어놓으며 말했다.
"맛이 어떠세요? 사실 저도 아직 맛을 보지 못했거든요. 맛이 좋으시면 저도 한잔 따라주세요."
그 호박밀리주는 기실 아주 독한 편이었다.
"괜찮겠소?"
남궁청우가 비어 있는 술잔을 건네주고 이어 술병을 기울여서 호박밀리주를 한잔 따라주자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마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금새 혈기가 오르는지 안색이 발그레하니 물드는 것이었다.
"다시 저의 술을 한잔 받으세요."
유소하는 다시 비어 있는 술잔을 남궁청우에게 돌리고 나서 술을 따라주
었다.
남궁청우는 천천히 그 술잔속의 술을 마시면서 문득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런데 큰누이와 자형은 아까 보이지 않던데, 혹시 어디에 갔는지 알고 계시오?"
유소하는 상기된 안색으로 남궁청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 두 분은 잠시 바람을 쏘이고 오겠다고 하시고서 성내로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사실 말이지...... 오늘 아침에는 가주님께서 약간 심하게 형부를 야단치셨기 때문에 언니께서는 그분을 조금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이셨을 거예요."
남궁청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약간 너무했던가?"
들고 있던 술잔을 비우고 나서 다시 유소하에게 한잔을 따라주자 그녀는 역시 사양하지 않고 받아서 한 모금에 들이키며 입을 열었다.
"물론이예요. 원래 형부께서는 전대가주님의 대제자로서 전대가주님의 제자들의 중심(中心)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가주님께서 그렇게 심하게 대하시면 자칫하면 큰 세력을 잃게 되시잖아요."
(......)
남궁청우는 잠시 유소하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다시 질문했다.
"헌데 아까 내게 해야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던데 그것은 무엇이오?"
(......!)
유소하는 순간적으로 남궁청우의 안색이 딱딱해지는 것 같자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심으로 아차하며 겨우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것은...... 이곳의 많은 어르신네들께서 가주님께 한 가지 바라시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아무도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제가 한번 말씀드려볼까 하는 거예요."
유소하는 순간적으로 흐트러진 표정에 한껏 미소를 지으려고 했으나 남궁청우의 표정이 매우 딱딱해 보여서 잘 되지 않았다.
남궁청우는 다시 물었다.
"그것은 무엇이오?"
유소하는 있는 힘을 다해서 얼굴에 부드럽고 고혹적인 미소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것은...... 그것은 바로 가주님께서 이미 성인(成人)이 되셨으니 어서 신붓감을 맞아들여 혼인식(婚姻式)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예요. 지금 가주님께는 형제분이 없으니 좀 더 일찍 혼인을 하여 아들을 보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남궁청우는 가능한한 미소를 보이려고 애를 쓰는 그녀의 얼굴을 담담한 시선(視線)으로 바라보며 문득 다시 물었다.
"그러한 말은 누가 한 것이오?"
유소하는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그것은 바로 저의 어머니나 외숙모님, 그리고 외할머님의 한결같으신 뜻이예요. 비록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저는 능히 그분들의 뜻을 알고 있어요."
(......)
남궁청우는 잠시 유소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시 질문했다.
"고종사촌이나 외사촌간의 혼인은 성립할 수가 있는 것이오?"
유소하는 그 말에 문득 안색을 절로 상기시키며 교태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각 나라의 풍습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 중원(中燐에서의 풍습은 친사촌간이 아니면 혼인할 수가 있다고 되어 있어요."
남궁청우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럼 나와 하누이의 혼인도 성립할 수가 있는 것이로군요?"
(......!)
유소하는 순간 전신에 혈기가 한꺼번에 치솟는 듯 얼굴뿐만 아니라 목덜미까지 새빨갛게 물들어서 더 이상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나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무, 물론이예요. 하지만 저는...... 저는 가주님에 비해서...... 하지만 만일 가주님께서 원하신다면......"
남궁청우는 말을 자르며 다시 물었다.
"내가 원한다면 나와 혼인해 줄 수도 있다는 말이오?"
유소하는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드는지 약간 호흡이 거칠어지며 대답했다.
"그, 그래요."
(......)
유소하는 잠시동안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는데 그야말로 이 순간 가슴속의 심장이 세차게 진동하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궁금함을 참을 길이 없어서 고개를 들어서 남궁청우의얼굴을 바라보다가 순간 남궁청우의 표정이 너무나도 태연자약한 것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하는 듯 했다.
남궁청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했다.
"그래서 본가의 안주인이 되고 싶다는 말이오?"
(......!)
유소하는 순간적으로 머리위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만일 평소라면 그녀는 남궁청우의 그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즉시 그렇다
고 대답을 하며 게다가 당신의 아들을 낳고 싶다고 말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왠지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입술은 파랗게 질리고 말은 떨려 나왔다.
"그...... 그것은 아...... 니예요. 저는 가주님의 정실부인이 아니어도 좋아요. 단지 첩이라도 좋아요. 저는 다만...... 다만......"
남궁청우는 이에 다시 말을 자르며 그녀를 향해 미소하며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즉시 내려가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혼인서약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하누이가 나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고 말이오."
(......!)
유소하는 그제서야 남궁청우가 자신을 거의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남궁청우의 표정은 지금 지나칠 정도로 냉정해 보여서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남궁청우는 보아하니 지금 그녀에게 싫다는 표현을 돌려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에 유소하는 순간적으로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서 의자에서 일어나서 바닥에 엎드려서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용서하세요!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저는 다만 가주님께서 저를 좋아하고 계시는 줄로 알고......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이와 같은 짓을 하지 않겠어요."
남궁청우는 여전히 의자에 앉은 채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나는 하누이를 나의 친척으로 생각하고 좋아한 것이지 나의 여자로 생각한 것은 아니오."
유소하는 전신을 가늘게 떨며 다소 충격을 받은 듯이 말을 더듬거렸다.
"예, 아...... 알겠어요."
남궁청우는 다시 말했다.
"그럼 내려가 보시오."
(......)
유소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가주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시니 그 은혜는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예요."
이어 몸을 일으킨 유소하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여서 절을 하고 물러가려고 하자 문득 남궁청우는 다시 그녀를 불렀다.
"여기에 있는 술병을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 아니오? 나는 사실 이와 같은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오."
"예, 가주님."
유소하는 즉시 탁자위에 있는 술병을 집어 들고 남궁청우에게 짐짓 교태롭게 웃어 보인 연후에 총총히 물러갔다.
* * *
이윽고 남궁청우가 식사를 마치고 났을 때 문득 방문이 다시 열리며 춘매와 하란이 조용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남궁청우는 숭늉을 마신 후에 그녀들을 가까이 불렀다.
"너희들은 혹시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도 까닭 없이 정신이 혼몽(昏夢)하고 몸이 나른한 것이 아니냐?"
하란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저희들은 어젯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오늘 낮에 잠깐 가주님의 침상에서 졸다가 그렇게 되었던 것이에요. 가주님께서 용서해 주신다면 그 은혜는 정말로 잊지 않겠어요."
남궁청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지금 너희들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춘매와 하란은 이에 그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에?"
남궁세가에서는 비록 도처에 무공비급들이 존재하고 무인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을지라도 원칙적으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에게는 그 무공이라는 것은 비록 배우고 싶기는 하지만 감히 엄두도 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남궁청우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무공을 배울 의사(意思)가 있느냐고 정식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만일 너희들에게 무공을 배울 의사가 있다면 나는 너희들에게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
춘매와 하란은 너무나도 엄청난 내용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생각을 굴리다가 겨우 질문했다.
"그, 그게 정말이신가요? 정말로 저희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남궁청우는 미소하며 대답했다.
"나는 남자이고 너희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너희들에게 무공을가르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너희들이 무공을 배우고자 한다면 나는 너희들을 다른 한 명의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 줄 수가 있다."
춘매가 물었다.
"그럼 그 분은 여자이신가요?"
남궁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신체적인 차이 때문에 여자에게 어울리는 무공과 남자에게 어울리는 무공이 다르기 때문에 여자는 여자 스승을 모시는 것이 좋은 것이다. 너희들은 정말로 무공을 배울 뜻이 있느냐?"
춘매와 하란은 잠시 동안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이윽고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예, 가주님. 하지만 저희들이 정말로 그러한 무공들을 배울 수가 있을까요?"
남궁청우는 미소하며 대답했다.
"너희들의 자질(資質)은 비교적 충분한 편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다만 내가 지금 시키는 일을 한 가지만 잘 완수하면 다른 사람들에 못지않게 무공을 배울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하란이 질문했다.
"그 일은 어떤 것인가요?"
남궁청우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아주 쉬운 것이다. 단지 내가 시키는 대로 한 사람에게 서찰(書札)을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춘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눈빛을 빛내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그, 그 서찰을 받으실 분이 바로 저희들의 스승이신가요?"
남궁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하란은 점차로 매우 기뻐하며 물었다.
"그럼 그 분은 누구시죠?"
남궁청우는 미소하며 대답했다.
"가지약(賈芝若)이다."
......!
춘매와 하란은 일순 가볍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실 처음에 그녀들은 자신들이 이곳의 어떤 한 명의 아가씨에게 무공을 전수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남궁청우는자신의 외사촌 누이에게 그녀들을 맡기려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궁청우는 이윽고 한쪽으로 가서 작은 두루마리에 오늘 오후에 바쁘지 않으면 한번 들러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내용의 서찰을 작성한 이후에, 그것을 춘매에게 건네주었다.
"일단 나의 어머니께 가서 이 서찰을 보이고 가는 방법을 여쭈어보면 자연히 쉽게 찾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춘매와 하란은 자신들의 예상이 빗나가서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이내 자신들이 정말로 무공을 배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간파하고는 기뻐서 하늘에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그녀들은 이내 남궁청우에게 인사를 하고서 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 *
춘매와 하란이 아래층으로 내려간 이후에 내당의 다른 하녀들이 올라 와서 음식그릇들을 치우고 실내를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에 내려갔는데, 바로 그러한 와중에 다시 한 명의 여인이 올라왔는데 그녀는 다름이 아닌 남궁완청이었다.
그녀는 남궁청우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가주님, 아까 가주님이 했던 말을 생각해 보니 내공(內功)을 수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양인데, 나에게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이를테면 내공을 높일 수 있는 방법 같은 것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