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봉 오르면서 조망, 멀리 왼쪽은 원주 백운산
오늘도 어제 걷던
그 길을 가는구나
내일도 오늘 가는
이 길을 갈 것인가
벗어나
가시덤불 헤치고
새 길 찾고 싶어라
―― 정봉렬(鄭奉烈, 1950~ ), 「구도(求道)」
▶ 산행일시 : 2021년 1월 2일(토), 맑음
▶ 산행인원 : 6명(영희언니, 모닥불, 수미, 캐이, 제임스, 악수)
▶ 산행시간 : 9시간 26분
▶ 산행거리 : 도상 15.3km
▶ 갈 때 : 상봉역에서 용문 가는 전철 타고, 용문에서 군내버스 타고 용문사 입구 주차장으로 감
▶ 올 때 : 도일봉 입구 주차장에서 택시 타고 용문에 와서, 용문에서 전철과 기차에 분승하여 상봉과
청량리에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상봉역 출발
08 : 10 - 용문(08 : 35 출발 용문사 입구 주차장 가는 군내버스 탐)
08 : 56 - 용문사 입구 주차장, 산행시작
09 : 11 - 유격훈련장
09 : 40 - △538.1m봉, 헬기장
11 : 22 - 용문봉(963.0m)
12 : 14 ~ 13 : 00 - ┣자 한강기맥 갈림길 직전 안부, 점심
14 : 06 - 문례봉(폭산, 천사봉, 1,002.5m)
14 : 45 - △735.3m봉
15 : 17 - 780m봉, 중원산 갈림길, 이정표(중원산 4.14km, 도일봉 2.55km)
15 : 42 - 단월봉(775.1m)
16 : 08 - 싸리봉(△811.8m)
16 : 36 - 도일봉(道一峰, 864.0m)
17 : 24 - 중원계곡, 이정표(도일봉 1.23km, 중원폭포 2.74km)
18 : 11 - 중원폭포
18 : 22 - 도일봉 입구 주차장, 산행종료
18 : 59 ~ 19 : 55 - 용문, 저녁, 해산
20 : 10 - 청량리역
1-1. 산행지도(용문봉, 문례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용두 1/25,000)
1-2. 산행지도(도일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용두 1/25,000)
▶ 용문봉(963.0m)
용문산관광단지에서 용문봉을 오르는 능선을 ‘진등’이라고 한다. 아마 ‘긴등’의 방언이 아닐까 한다. 용문산
의 수많은 산길 중 진등 길은 드문 암릉이다. 이 진등을 한번 오르고 나면 그 까칠한 험로에 질려서 다시는 오
고 싶은 마음이 들 성 싶지 않지만, 누군가 거기를 아직 가보지 않았다면 선뜻 안내해 주고 싶다. 그대도 혼 좀
나보시라 하는 억하심정에서가 절대 아니고, 세미 클라이밍의 짜릿한 손맛은 물론 경점인 암봉 봉봉에서의 눈
부신 조망을 공유하고 싶어서다.
용문봉 진등은 용문사 입구 주차장 버스종점에서 오른쪽 대로를 10여 미터 가면 리치모텔 입간판이 나오고
그 뒤로 오른다. 나선형 가시철조망을 둘렀지만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서 납작해졌다. 풀숲 헤치고 무덤 지
나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온다. 모두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장송이다. 주변의 잡목을 정리만 하면 경주의 서삼
릉 못지않은 멋진 소나무 숲이 될 것 같다.
완만한 능선을 15분쯤 오르면 유격훈련장이 나온다. 나선형 가시철조망을 비켜 왼쪽 사면으로 잠시 가다보면
철조망이 납작해진 데가 나오고 유격훈련장으로 들어간다. 여러 유격코스를 둘러보며 내 젊은 시절 한 때를 추
억하기도 한다. 유격훈련장이 끝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계절과 무관하게 이곳은 올 때마다 비지땀
을 쏟는다. 엄동설한의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오늘도 그렇다.
땅에 코 박고 오르는 곧추선 사면이다. 내 거친 숨에 언 낙엽이 들썩이고 입김이 안개가 되어 눈앞을 가린다.
이장한 무덤이 나오고 오르막은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한 차례 그렇게 오른다. 갈지자를 수없이 그리면서 올라
도 허벅지에 쥐가 나려고 한다. 그렇게 오른 △538.1m봉이다. 너른 헬기장이다. 삼각점은 헬기장 가장자리 풀
숲에 있는데 낡아서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첫 휴식한다.
△538.1m봉 지나 완만한 돌길을 약간 오르면 암릉이 시작된다. 첫 번째 암릉구간은 왼쪽의 사면 도는 길을 얌
전히 따라간다. 어쩐지 손해 보는 기분이다. 두 번째 암릉구간은 직등한다. 아기자기한 바윗길이다. 곳곳에 눈
이 쌓여 있어 아무렇지도 않던 길이 험로로 변했다. 세 번째 암릉구간. 나 혼자 직등한다. 달달 기는 나이프 릿
지와 가파른 슬랩이다. 그 정점은 용문산 최고의 경점이다.
근래 미세먼지가 적은 맑은 날이다. 매화산, 치악산 천지봉, 비로봉, 남대봉, 백운산 ……. 하늘과 맞닿았다. 왼쪽
으로 눈을 돌리면 용화산, 대룡산, 가리산이 역시 하늘금이다. 그에 이르는 첩첩 산이라니, 눈이 시도록 바라본
다. 이제부터는 열 걸음에 아홉 걸음은 걸음마다 경점이다. 백운봉의 날카로움에 정신이 바짝 들고 추읍산의 부
드러움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2. 용문역 역사 유리창에 낀 성애
3. 용문봉 초입인 유격훈련장 가는 길의 소나무 숲
4. 앞은 용조봉
5. 추읍산
6. 멀리는 치악산 연릉, 왼쪽이 비로봉
7. 멀리는 고래산, 우두산(?)
8. 멀리 가운데가 치악산 비로봉
용문산의 가섭봉, 용문봉, 중원산 등지에서 바라보는 추읍산은 언제나 단아(端雅)한 모습이다. 양평 너른 벌의
올망졸망한 산군 중 유별나게 둥두렷이 솟은 모습은 언제보아도 단정하고 아담하다. 내 저 추읍산을 보려고
십 수 년을 두고 용문산을 그렇게 올랐다.
용문산관광단지 공원에 여러 시비가 있는데 그중 우람한 오석의 자연석에 새긴 겸재 양창석의 ‘용문팔경시(龍
門八景詩)’가 눈길을 끈다. 겸재는 용문팔경의 하나로 ‘칠보산아지랭이(七寶山晴嵐)’라는 시제로 추읍산을 들었
다. 그가 추읍산 혹은 칠읍산이라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추읍산을 보석으로 여겨서 칠보산이라 하지 않았을
까 한다.
오석의 비석에 새긴 한시인 ‘龍門八景’을 나로서는 암만 궁리해도 알아보기 힘들다. 일필휘지 행초를 섞어 쓴
글씨의 판독은 아예 내 능력 밖이다. 그러니 원문인 한시를 더욱 알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에 많은 시간을 들였
다. 그러나 알아보지 못하는 시비 사진이나 한글 번역만 수두룩하다. 특히 2008.7.4.자 문화일보의 용문산 소개
는 쓴웃음을 짓게 한다. 다음은 그 일부다.
“용문산관광단지 입구에는 겸재(謙齋) 양창석(梁昌錫)이라는 이가 쓴 용문팔경(龍門八景)이란 시비가 있다. 지
난 주말에 찾았을 때 그 앞에서 여러 등반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선 시인의 이름이 낯선 데다 지도에도 없
는 지명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략) 칠보산은 아무리 5만분의1 지도나 자료를 검색해 봐도 나오지 않는다. 지자
체에 문의해봤으나 담당자도 잘 모르는 눈치다. 이리저리 전화해보다가 한시와 시조, 현대시까지 두루 꿰고 있
는 류영렬(69) 시인이 이 시를 한글 번역했고 시비 제작과정에도 관계한 것을 알게 됐다.
(중략) 칠보산(七寶山)은 양평군 개군면, 용문면, 지제면에 걸쳐 우뚝 솟은 산으로 지도상에는 칠읍산(七邑山)
또는 추읍산(椎邑山)이라 적혀 있는데 용문산과 흑천을 사이에 두고 자웅을 겨루는 산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한시 원문은 소개하지 않았다. 칠보산을 추읍산이라 유추하지 못한 것은 그만 두고라도, 추읍
산도 한자가 틀렸다. ‘趨揖山’이다. 또한 추읍산(582.6m)이 용문산(1,157.1m)과 자웅을 겨루다니, 그 무지함에
아연할 따름이다. 기자가 대체 추읍산을 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뭇 사람들은 이를 다투어 인용하고
있다.
요행이 구글 검색에 겸재 양창석(謙齋 梁昌錫)을 넣으니 양평문화원의『漢詩楊平名鑑』(2007)이 걸려들었다. 이
때의 희열은 추읍산을 보는 것과 똑 같았다. 동 명감은 535페이지에 달하는데 고맙게도 PDF 파일로 올려놓았
다. 동 명감은 고려 말과 조선시대의 선비 179명이 양평의 강산을 감상하여 쓴 한시를 수록하였다. 편집과 해역
(解譯)은 야은 홍정표(野隱 洪正杓)가 하였다.
동 명감에 수록된 겸재 양창석(謙齋 梁昌錫, 1909~1983)의 ‘용문팔경(龍門八景)’ 중 제5경인 ‘칠보산아지랑이
(七寶山晴嵐)’이다.
七寶縱巃十里南 칠보산의 높고 험준한 봉우리 남으로 십리나 뻗은 것이
勢如天畔走驚驂 기세는 하늘 둑과 같고 곁말이 놀라 달아나듯 하구나
雲歸歷歷嵐生岫 산봉우리에 구름이 돌아간 자리에는 아지랑이 일고
一朶碧似芙蓉藍 한 송이 연꽃처럼 아름다운 산은 쪽빛 같이 푸르구나
종종 아지랑이의 뜻으로 ‘청애(晴靄)’로 쓰인 것이 보이는데 ‘청람(晴嵐)’이 맞다. ‘청람(晴嵐)’은 화창한 날에 아
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말한다. ‘참(驂)’은 곁마 참이다. ‘곁말’은 네 필의 말이 끄는 마차에서 바깥의 두 말을 말한
다. 명감의 ‘겹말’은 ‘곁말’의 오기로 보인다. ‘수(岫)’는 산봉우리를 뜻하고, ‘부용(芙蓉)’은 연꽃을 말한다.
추읍산의 설명의 길었다. 암릉을 계속 간다. 세 번째 암릉 암봉의 내리막은 눈이 깔린 슬랩이다. 우회한 캐이 님
이 받쳐주어 쉽게 내린다. 네 번째 암릉. 절반은 직등하다 높은 슬랩과 맞닥뜨리고 왼쪽 사면으로 트래버스 하
여 넘는다. 이후의 암릉 암봉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사방 둘러 산첩첩 물겹겹을 보고 또 본다. 그리고 암봉
인 용문봉이다. 조망이 훤히 트이는 서벽 쪽은 깊은 낭떠러지이나 허리께 높이의 암벽에 기댈 수 있어 안심하
고 가경을 즐긴다.
아이맥스 영화는 끝났다. 여태 구경하느라 추운 줄도 모르고 배고픈 줄도 몰랐다. △538.1m봉 헬기장 이후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잠시라도 눈을 뗄 틈이 없었다. 경치에 취해 너도나도 모르게 오르다보니 용문봉이다. 비로
소 갈증과 허기를 느낀다. 마땅한 점심자리를 찾기로 한다. 그러나 나이프 릿지 버금가는 날등이라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용문봉을 내리기부터 조심스럽다.
9. 멀리 왼쪽은 매화산, 그 오른쪽은 천지봉
10. 멀리는 치악산 연릉, 오른쪽은 남대봉
11. 멀리 왼쪽이 원주 백운산 연릉
12. 추읍산
13. 백운봉, 왼쪽 뒤는 양자산
14. 중원산 능선, 그 뒤 가운데는 갈기산(?)
15. 추읍산
▶ 문례봉(폭산, 천사봉, 1,002.5m)
이다음의 948.0m봉은 왼쪽의 가파른 사면을 나무뿌리를 자일로 대용하여 깊숙이 떨어져 내렸다가 발자국계단
을 딛고 올라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험로는 끝난다. 능선에는 날선 칼바람이 분다. 얼굴에 눈만 가리지 않고 걷
는데 눈물이 어는지 눈꺼풀이 끈적인다.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힘들다. 지난 늦가을에 용각골에서 곧장 올랐던
안부는 칼바람이 선점하였다.
925.5m봉 넘어 내린 야트막한 안부의 움푹한 공터가 그중 낫다. 캐이 님의 오늘의 메뉴는 떡삼겹살이다. 돼지
삼겹살에 떡국 떡을 넣고 함께 볶는다. 사전에 검증한 맛이라고 한다. 삼겹살 한 점에 떡 한 조각을 얹어 먹는
다. 아울러 김이나 김치에 싸서 먹으면 더 맛있다. 쫄깃쫄깃하고 사근사근하고 마가목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그
러나 한 근을 여섯 명이 다 먹지 못했다. 떡삼겹살을 볶는 동안에 장어, 돼지수육 등으로 초벌을 진하게 한 탓이다.
난 데 점심시간 46분은 무척 길다. 얼근한 술기운이 소용없다. 온몸이 떨린다. 말도 더듬거린다. 싸온 옷을 다
다 껴입는다. 그저 걷는 수밖에. 줄달음한다. ┣자 한강기맥 갈림길을 내린다. 북사면은 눈이 제법 깊다. 눈길 슬
로프를 내리쏟는다. 단숨에 문례재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설한풍이 등 떠민다. 이 근처에 덕순이가 산
다는데 모르는 체하고 지나간다. 963.5m봉 오르고 한달음에 ╋자 갈림길이다.
문례봉, 아니 천사봉의 오름길은 신중하여 간다. 덤불 숲 누비다가 골로 갔다가 능선 붙잡아 오른다. 천사봉(千
四峰)이 천사봉(天使峰)이다. 천사는 오늘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았다. 沙蔘經寒苦發淸香(더덕은 추위의 고통
을 이겨내고 맑은 향기를 풍긴다). 손끝에 묻은 청향이 숫제 맵다. 득의만면하여 천사봉에 오르고 용문산 가섭
봉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내린다.
한강기맥 ┫자 갈림길인 헬기장이다. 일행들의 진로도 갈린다. 모닥불 님과 캐이 님, 제임스 님은 여기서 오지
를 만들어 내리다가 조계골을 잡아 신점리로 가겠다고 하고, 영희언니와 수미 님, 나는 도일봉을 올랐다가 중원
계곡으로 내려 중원리로 가기로 한다. 용문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우리 갈 길이 바쁘다. 풀숲 사면을 좌
고우면하지 않고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1급 슬로프의 가파른 내리막이다. 눈 섞인 낙엽이 미끄럽기도 하다.
마치 골로 갈 듯이 고도 320m를 뚝 떨어져 내리다가 그 반동으로 튕겨져 오르면 △735.3m봉이다. 삼각점은
‘438 재설, 76.8 건설부’이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꽤 심하다. 이런데도 수미 님이 산꾼다운 얘기를 한다.
도일봉을 가지 않고 그냥 조계골로 내려가면 퍽 아쉬울 뻔했다고. 프랑스의 등반가 장 코스트(Jean Coste,
1904~1926)도 『알피니스트의 마음』에서 산행 도중 그만 두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토로한 바 있다.
“등반 중 갑자기 생각지도 않던 어려움에 부닥쳐, 친구들이 주저하면서 되돌아서려고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울화통이 터진다. 이제 멋진 등반의 재미가 시작되는 판에 되돌아서려 하다니.”
16. 멀리 왼쪽 안부는 치악재, 그 오른쪽은 백운산 연릉
17. 백운봉
18. 추읍산, 앞 오른쪽 골짜기는 연수리
19. 멀리 왼쪽은 용화산, 가운데는 대룡산, 오른쪽은 가리산
20. 추읍산, 그 뒤는 남한강
21. 백운봉
22. 용문산 가섭봉
▶ 도일봉(道一峰, 864.0m)
707.0m봉에서 세 차례에 걸쳐 내리며 중원산 능선을 한껏 높여놓고 오른다. 고개 뒤로 젖히면 장벽으로 보이
는 780m봉이다. 이러니 겉옷이 어정쩡하다. 벗으면 춥고 입으면 덥다. 모자와 멀티 스카프를 수시로 벗어 땀
을 식힌다. 엉금엉금 기어 ┣자 갈림길인 780m봉이다. 이정표에 오른쪽은 중원산 4.14km, 직진은 도일봉
2.55km이다. 잠시 목을 축이며 가쁜 숨 돌린다. 도일봉이 눈에 잡힌다.
다시 오르고 내리고 시지푸스의 신화를 재현한다. 노송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775.1m봉은 봉미산 쪽으로 조
망이 트인다. 대구 김문암 씨가 ‘단월봉 778m’라는 표지판을 걸어놓았다. 한 차례 길게 내린 안부는 ┣자 갈림
길인 싸리재다. 오른쪽은 중원계곡으로 간다. 싸리봉이 첨봉이다. 막판 스퍼트 낸다. 입가에 버캐가 인다. 다시
는 공제선을 바라보지 않기로 한다. 고개 숙이고 간다.
싸리봉. ┣자 갈림길이다. 직진은 한강기맥 비솔고개로 가고, 도일봉은 오른쪽 0.93km이다. 삼각점은 ‘435 재
설, 76.8 건설부’이다. 도일봉 가는 길이 좋다. 고원의 산책길이다. 그러나 잠깐이다. 바윗길이 이어진다. 밧줄 잡
고 오르내린다. 야트막한 안부의 ┣자 갈림길이 반갑다. 도일봉은 0.21km 남았다. 오른쪽은 중원계곡으로 내린
다. 배낭 벗어놓고 다니러 간다. 여기로 뒤돌아 와서 하산하는 편이 낫다.
도일봉 넘어 먹뱅이골로도 하산하는 길이 있어 여기보다 더 짧지만(0.055km 더 짧다), 등로는 훨씬 더 사납
다. 도일봉 가는 길 0.21km는 굵은 밧줄의 핸드레일이 달린 바윗길이다. 눈이 살짝 덮여 있어 재미난 구간이
다. 모름지기 겨울 산이라면 이래야 되지 않겠는가. 도일봉. 조망이 훤히 트이는 너른 헬기장이다. 낙조를 본
다. 추읍산은 아까의 단아한 모습을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하산. 오를 때보다 내릴 때가 더 까다롭다. 안부. 중원계곡으로 내리는 사면도 핸드레일 굵은 밧줄을 달았다. 손
바닥이 화끈하게 밧줄 잡고 쭉쭉 내린다. 해는 중원산 너머로 졌다. 낙엽 쌓인 길이라 인적이 흐릿하게 보여 자
주 헷갈린다. 중원계곡을 따라 싸리재에서 내려오는 너른 길과 만나고, 하얗게 겨울잠에 든 계류를 들여다보며
간다.
돌길의 연속이다. 점점 어두워지고 헤드램프를 켠다. 발걸음이 한결 수월하다. 계류 건너기를 반복한다. 데크로
드가 나오고 오른쪽 난간 밖은 절벽이다. 중원폭포다. 중원폭포가 중원계곡의 명소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어설
프기 짝이 없다. 설악산 영실천의 황장폭포를 닮았다. 다만, 폭포와 소를 둘러싸고 있는 석벽은 볼만하다. 겸재
가 용문팔경의 제6경으로 든 ‘중원산폭포(中元山瀑布, 아마 중원폭포일 듯하다)’가 실경보다 더 장관이다.
百天斷崖掛白虹 높고 높은 낭떠러지에 흰 무지개 걸쳐 있고
雷鳴千古一山空 우레 같은 폭포소리 수천 년 허공을 울리네
歸雲恒宿層岩畔 돌아가는 구름은 항상 층층 바위 둑에 쉬어가고
積水長舂大碓中 쌓인 물은 큰 물방아 찧듯이 길게 흐르네
‘舂’자는 춘(春)이 아니다. ‘찧다’는 뜻의 ‘용’이다. ‘대(碓)’는 방아를 뜻한다.
오늘 보는 중원폭포는 동안거에 들었다. 어두워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중원폭포 지나고 잘 다듬은 대로다. 무지개다리 건너 소공원이 나오고 곧 중원산과 도일봉 주차장이다. 스틱 접
고 마스크 쓴다. 캐이 님 일행은 어디에 있을까? 전화하니 조금 전에 용문사 입구 주차장에서 버스 타고 용문으
로 갔다. 우리는 다른 수가 없어 용문 택시 부른다.
23. 추읍산, 그 뒤는 남한강
24. 추읍산, 멀리 왼쪽은 우두산
25. 문례봉 정상에서 바라본 용문산
26. 문례봉(폭산, 천사봉) 정상에서, 수미 님과 모닥불 님(오른쪽)
27. 도일봉 낙조, 추읍산
28. 도일봉 낙조, 백운봉, 용문산
29. 중원계곡 치마폭포(부분)
첫댓글 꽁꽁얼었네요,,,그날 무척이나 추웠던 기억이 납니다...추위덕분에 사방조망이 훌륭해서 눈이 호강하셨네요...실물을 뛰어넘은 겸재의 시에 웃음이 나네요..수고 많으셨습니다^^
나중에 선수 되믄 용문산 환종주 38키로 함 하시져~
악수님의 산행기는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2021년 첫 산행.용문산은 경기권 산중 천고지가 넘는산이라..
종종 다녔던 산인데 제가 다닌 산행길과는 사뭇 다른 처음가는 산행길 눈길에 얼마나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암벽길에
안전한 리딩 감사~~감사드립니다.산새를 보면서 봉우리를 보며 악수님은 가슴이 떨린다 하더만 저는 언제 저 마지막
고지를 갈까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처음가본 도일봉 역쉬 ...끝까지 가서 느낀 환희를 외쳤습니다^^~`
지금도 건강하시지만.오랫도록 산행길에서 행복하십시요...
오지팀의 산 열정은 새해에도 더욱 불타오르는군요. 이사준비하며 잠깐 산행기 보았습니다. 빨리 산에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