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화재 보호를 위해 공개를 제한하였던 조선왕릉 숭릉(崇陵), 사릉(思陵), 강릉(康陵)이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개방된다. 문화재청이 이번에 개방하는 숭릉, 사릉, 강릉은 각각 정자각과 비각 등 문화재 보수정비를 끝내고 편의시설을 설치하여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숭릉(崇陵)은 경기도 구리 동구릉의 아홉 왕릉 중 하나로 현종과 명성왕후를 모신 능이다.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있던 당시 태어난 현종은 조선 왕 중 유일하게 외국에서 출생하였다. 숭릉은 하나의 곡장 안에 왕과 왕비의 능을 나란히 조성한 쌍릉 형식이다. 숙종 즉위년(1674)에 현종의 능을 조성하였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숙종 10년(1684)에 현종의 비 명성왕후의 능을 왕릉 옆에 나란히 조성하였다. 능역 남쪽이 저습하여 진입로 등이 쉽게 물난리를 겪는 등 진입부분이 지형적으로 취약하지만 능역은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의 거리가 비교적 멀고 정자각이 경사지 위에 있어서 멀리서 보기에도 우뚝한 모습이 돋보인다. 숭릉의 정자각(보물 제1742호)은 조선왕릉에서 볼 수 있는 단 하나뿐인 팔작지붕으로 다른 왕릉 정자각의 맞배지붕에 비해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릉(思陵)은 경기도 남양주에 자리한, 단종의 비 정순왕후의 능이다.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준 뒤 그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왕후는 왕실을 떠나 작은 집을 지어 평생 흰옷만 입으며 고기와 생선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8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왕후는 매일 산봉우리에 올라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은 지아비가 묻힌 영월(장릉)을 바라보며 그리움으로 세월을 보냈다 한다. 숙종은 이러한 왕후의 애절한 마음과 단종을 향한 생각을 기리기 위해 능호를 사릉이라 붙였다. 무덤에는 병풍석과 난간석을 하지 않았고, 무덤 앞에 상석과 양석, 둘레돌이 있으며 그 밖으로 3면을 낮은 담으로 쌓았다. 단종의 무덤이 장릉으로 봉해졌을 때에도 병풍석과 난간석을 세우지 않고, 동물모양의 돌만 세웠는데 이는 왕릉으로 봉해진 것에 대한 예에 따른 것이다. 사각지붕 모양의 장명등은 장릉과 같은 것으로 숙종대의 양식이 잘 나타나 있다.
서울특별시 노원구에 있는 강릉(康陵)은 명종과 그의 비 인순왕후를 모신 쌍릉 형태의 무덤으로 1Km 거리를 두고 모후인 문정왕후 윤씨의 태릉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태릉과 같은 병풍석이 둘러져 있으며 돌로 만든 장명등은 16세기 복고풍의 특색을 보여준다. 또한, 강릉과 태릉의 배치에서 명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어머니가 수렴청정을 하였던 당대 역사의 단면도 읽을 수 있다.
조선왕릉의 관람 시간은 9시부터 오후 5시 30분(동절기) 또는 오후 6시 30분(하절기)까지이며 휴무일은 매주 월요일이다. 동구릉(관람료: 성인 1,000원/ 학생 무료)에 가면 숭릉을 비롯하여 아홉 왕릉을 모두 볼 수 있고, 내년에 시범 개방하는 사릉과 강릉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개방과 관련해 궁금한 사항은 조선왕릉관리소(02-739-7829), 동부지구관리소(동구릉․사릉, 031-563-2909), 중부지구관리소(강릉, 02-972-0370)에 문의하면 된다.
아울러 문화재청은 아직 개방하지 않은 온릉(溫陵, 중종 비 단경왕후), 효릉(孝陵, 인종 비 인성왕후), 장릉(章陵, 인조와 원비 인열왕후)도 연차적으로 원형복원과 편의시설 설치를 추진하여 향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40기의 조선왕릉을 모두 공개할 계획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