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라면 꼭 알아야 할 네 가지 낙엽·햇살·안개 조심하고, 타이어 잘 챙겨야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무더위와 태풍 등이 물러간 가을은 야외활동에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운전자에게는 좀 다르다. 이 짧은 계절 의외로 자동차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을철 안전 운전을 위해 운전자가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확인해보도록 하자. 사진=tuev-sued ◆ 낙엽 우습게 보지 말자 일교차가 큰 가을철의 낙엽은 젖어 있을 때가 많다. 이런 젖은 낙엽이 많은 곳에서 제동은 빗길 노면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른 아침이나 밤, 낙엽이 쌓인 곳을 지날 때는 빗길 운전, 혹은 눈길 운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주행하는 것이 좋다. 또 차 위로 떨어지는 낙엽을 그대로 놔두는 것도 좋지 않다. 앞유리와 보닛이 맞닿는 부분을 카울이라고 한다. 엔진룸의 열과 소음을 막는 역할을 하며, 외부의 찬 공기가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게도 한다. 그런데 이곳에 낙엽이 있다면 카울 본래 기능이 방해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낙엽은 ‘포트홀’의 위장막 역할을 한다. 오래된 아스팔트 도로는 곳곳이 외부 충격으로 구멍이 나 있다. 이런 구멍을 ‘포트홀’이라고 하는데 낙엽이 그 위에 떨어져 있으면 운전자는 포트홀을 못 보고 빠르게 지나가게 된다. 그때 타이어뿐만 아니라 차 전체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낙엽에 작은 돌멩이들이 가려지기도 하는데 다른 차 바퀴에 의해 튀어 날아올 수 있으니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 날씨 사고의 대부분은 햇살 눈부심 계절에 따라 태양이 뜨고 지는 위치가 달라진다. 낮이 길고 태양의 높이가 높은 여름에서 태양 고도가 낮아지는 가을로 접어들면 직사광선에 운전자들이 더 쉽게 노출되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커브길, 또는 터널을 이용할 때 특히 위험하며, 눈부심으로 인해 표지판을 놓치거나 오토바이 운전자, 자전거 이용자를 못 발견해 사고가 날 수 있다. 태양 위치 변화에 따른 눈부심으로 사고가 증가했다는 자료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독일 자동차 기관 아데아체는 기상으로 인해 발생한 가을철 자동차 사고 중 ‘햇살 눈부심’에 의한 것이 전체의 2/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가을철 안개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안개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눈부심으로 인한 것의 1/10 수준이라는 게 아데아체의 설명이다. 몇 년 전, 또 다른 독일 교통 클럽(ACE)은 20년 동안 날씨와 관련된 교통사고를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가장 위험한 것은 눈과 비바람이 아닌 쏟아지는 햇살이었다. 특히 아침과 해지기 전 저녁 무렵의 직사광선이 사고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사진=ACE 햇살(직사광선)에 운전자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일간지 차이트가 소개한 내용도 참고할 만하다. 기사에 따르면 시속 50km/h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가 직사광선에 노출돼 1초간 앞을 못 보는 경우, 자동차는 그 순간 약 14m를 이동한다. 주행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무방비 상태로 차가 진행하는 거리는 걸어지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햇살 눈부심을 방지하려면 전면 유리창의 안과 밖을 깨끗하게 닦아 빛의 산란을 줄이는 게 좋다. 무엇보다 선글라스를 착용하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조언이다. 모든 운전자가 야간 운전 시 반대편 자동차의 헤드램프에 의해 겪는 눈부심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강한 햇살에 의한 눈부심 또한 위험하다는 것은 잘 느끼지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 안개등은 안개 낀 날에만! 가을에는 안개로 인해 운전의 어려움을 자주 겪는다. 안개가 낀 날에 가장 좋은 것은 안개등을 켜고 운전하는 것이다. 다만 무조건 안개등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가시거리가 50m 이하인 경우에 안개등을 켜는 게 좋다. 전조등도 나쁘지 않으며, 주간등의 경우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음으로 짙은 안개가 낀 날에는 안개등(우선)과 전조등을 사용하도록 한다. <안개등 사용법> *안개가 짙거나 악천후 상황에서는 안개등을 사용한다. *안개가 끼지 않은 날에는 안개등을 켜지 않는다. *주간등은 주간, 날씨 좋은 날에만 사용하도록 한다. *후방 안개등은 평상시 사용하면 뒤차 운전자에 시야를 방해한다. *안개등은 순정 밝기 그대로. *야간 주행 시 안개등만 켜고 다니는 것도 위험 겨울타이어 테스트 중인 모습 / 사진=ACE ◆ 타이어 체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독일은 매년 10월 중순이 지나면 주택가 곳곳에서 타이어 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법적으로 10월(주로 셋째 주)부터 겨울용 타이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10월, 혹은 11월 등으로 국가별로 겨울타이어 장착을 권장하거나 강제하는 시기가 다른데, 이는 기온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도로면 온도 7도를 교체의 기준으로 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의 자동차 매체나 자동차 관련 기관에서는 10월에는 겨울용 타이어, 3월 말부터는 여름용 타이어에 대한 비교 테스트를 진행해 그 결과를 마구 쏟아낸다. 타이어 교체에 따른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런 불편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경제적인 면도 나쁘지 않다. 계절에 따라 타이어를 나눠 장착하면 생각보다 오래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 타이어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겨울용 타이어처럼 측면에 머드+스노우(M+S) 표시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독일에서는 산 모양 속에 눈 결정체 표시(흔히 알파인 심볼이라고 하는)까지 있는 것을 겨울용 타이어로 인정하고 있다. 사진=이완 또 한 가지는 트레드(노면과 닿는 부분) 홈의 깊이를 잘 봐야 한다. 유럽에서는 보통 최소 기준으로 3~5mm를 보고 있다. 즉, 트레드 홈의 깊이가 3~5mm 이하가 되면 그 타이어는 교체하는 게 좋다. 독일의 경우 최소 트레드 홈 깊이를 1.6mm로 규정하고 있는데 바꿔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트레드 홈 점검 중인 모습 / 사진=ADAC 그렇다면 트레드 깊이에 따른 제동력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독일 자동차 단체 ACE의 테스트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눈길에서 시속 50km/h로 달리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트레드 홈 깊이가 8mm일 때 26.2m의 제동거리를 보였다면 트레드 홈의 깊이가 2mm인 경우 37.6m까지 늘어났다. 또 젖은 도로에서 시속 100km/h로 달리다 멈췄을 때 트레드 홈의 깊이가 8mm인 자동차는 62.4m에서 멈추지만 2mm 수준인 경우 76.3m까지 미끄러졌다. 트레드 홈 깊이에 따른 제동력 차이 / 자료=ACE 일부 사계절용 타이어의 경우 겨울용 타이어보다 도로 조건에 따라 제동거리가 더 짧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가 제동거리에 훨씬 더 안정적이다. 따라서 기온이 떨어지는 요즘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를 하든가, 아니면 내 사계절 타이어에 M+S 표시가 있는지, 그리고 타이어 트레드 홈의 깊이가 3mm 이하는 아닌지 정도는 체크해야 한다. 타이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라벨 / 출처=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새 타이어에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표시하는 라벨이 붙어 있다. 라벨에는 연비효율과 젖은 노면에서 제동력 수준을 1~5등급까지 나눠 표시해놓았다. 표시된 숫자가 낮을수록 효과적이니만큼 가급적 연비와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 평가가 모두 좋은 (숫자가 낮은) 타이어를 선택하는 게 좋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