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소 - 스위스 루가노 나른하고 여유로운 스위스 속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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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1.10. 14:02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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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소
스위스 루가노
나른하고 여유로운 스위스 속 이탈리아
스위스 루가노(Lugano)의 리포르마 광장을 서성거리면 쾌활한 이탈리아어가 쏟아진다. 취리히(Zürich)에서 겪었던 액센트 강렬한 독일어도 아니고, 지난밤 제네바(Genève) 호수를 거닐며 엿들었던 달짝지근한 프랑스어도 아니다. 스위스 남부 티치노(Ticino) 주의 루가노는 생김새도, 언어도 이탈리아색이 완연하다. 열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내렸다면 이탈리아의 한 고장으로 착각했을 지도 모른다.
티치노주 루가노의 전경. 루가노는 호수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와의 접경에 위치해 있다.
스위스는 그런 점에서 다소 요지경같은 나라다. 알프스가 가로지른 내륙의 섬이니 왠지 폐쇄적일 듯해도, 지역마다 부딪히는 느낌들이 제각각이다. 취리히, 융프라우, 제네바 등에서 체험했던 이질적인 풍광과 언어들은 남쪽으로 치달으면 한 겹 더 모습을 달리한다. 이탈리아와 맞닿은 남쪽 티치노주의 도시에서는 ‘나른하고 여유로운’ 스위스가 꽤 어울린다.
이탈리아의 기후와 패션 감각을 닮은 도시
루가노 호수에 둘러싸인 루가노는 광장에 내려앉는 햇살마저도 따사롭다. 완연한 알프스의 설경으로 채워진 스위스 중부와는 대조적이다. 홀짝거리는 커피 역시 추위를 다스리는 한 사발의 마운틴 커피가 아닌 오후의 여유가 녹아 든 카푸치노다. 현지인이든 여행자든 나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 호수와 광장을 응시하는 것이 루가노의 일상 중 한 단면이다.
스위스 외곽에 위치한 접경의 도시는 거리로만 따지면 오히려 이탈리아 밀라노와 가깝다. 덕분에 패션 수준은 웬만한 대도시들보다 한 수 위다. 티치노주의 멋쟁이들을 죄다 루가노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명 브랜드와 백화점이 들어선 낫사 거리에서는 맵시 좋은 청춘들의 활보와 흔하게 마주친다. 이탈리아제 페라리가 도심을 달리는 모습도 이내 익숙해진다.
루가노의 룬골라고 산책로와 연결되는 선착장에서는 호수마을로 향하는 유람선이 출발한다.
루가노와 로카르노, 벨린초나 등을 품은 티치노주는 19세기 후반에 스위스 연합에 합류했다. 그 중 루가노는 티치노주의 최대 도시다. 루가노의 거리를 채우는 유적들은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산 로렌초 성당(Cattedrale di San Lorenzo),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교회(Chiesa di Santa Maria degli Angeli) 등이 대표적이다. 봄이 오면 세계 각국의 장미로 단장되는 타시노 공원(Parco del Tassino) 역시 명물이다.
호수 위의 마을, 동화 같은 어촌
무엇보다 루가노에서 놓쳐서는 안될 것은 루가노 호수의 은밀한 속살을 엿보는 일이다. 페달 달린 오리보트를 타고 호반을 따라 이어진 룬골라고(Lungolago) 산책로변만 배회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루가노 호수는 간드리아(Gandria), 모르코테(Morcote) 등 아늑하고 빼어난 어촌마을을 품고 있다.
마을이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간드리아는 유람선을 타고 마주하면 더욱 탐스럽다. 간드리아는 티치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간드리아의 집들은 예전 치즈, 올리브 등을 직접 만들고 재배하던 터전이었다. 언덕에서 가옥들을 거쳐 호수로 이어지는 비탈길과 골목에는 기념품가게와 앙증맞은 레스토랑들이 호수를 바라보고 들어서 있다.
간드리아는 루가노 호수의 마을 중 가장 빼어난 풍광과 정취를 자랑한다.
간드리아에는 올리브의 흔적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미로를 따라 이어진 계단 하나, 낙서하나에도 정감이 간다. 육로가 완전히 단절됐던 예전에는 이곳 주민들은 인근 루가노까지 배를 타고 식량을 구해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현지 주민들은 대부분 마을을 떠났고 옛 가옥들은 별장이나 상가로 이용되고 있다.
루가노 호수를 언급하면서 또 헤르만 헤세를 빼놓을 수는 없다. 소설가이자 시인, 화가로도 활동했던 헤세는 루가노 호숫가의 몬타뇰라(Montagnola)에 머물며 여생을 보냈다. 그가 40여 년을 머물던 집에는 따뜻한 수채화들이 전시돼 있다.
떠들썩한 도심에서 즐기는 여유
호수에서 도심으로의 귀환을 반기는 것은 리포르마 광장(Piazza Riforma)이다. 오래된 윤곽의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 한 편에서는 시청사와 노천카페를 배경으로 이벤트가 펼쳐지고 떠들썩한 시장이 들어선다. 광장시장은 꽃, 야채, 과일들을 좌판대에 늘어놓으며 따사로운 도시의 단상을 더욱 짙게 채색한다. 부티크 상점이 들어선 낫사 거리, 식료품가게가 즐비한 펫시나 거리 등 루가노의 시장들만 활보해도 흥미롭다. 도심 대부분의 명소들은 걸어서 닿는 편리한 동선이다.
광장 마켓에서 펫시나 거리로 이어지는 시장 골목에서는 다양한 식료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골목의 식당들 또한 스위스 중부에서 전해졌던 투박함과는 다른 향을 뿜어낸다. 치즈가 곁들여진 파스타, 올리브가 듬뿍 얹어진 피자 가게가 유독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이곳에서 희한한 일도 아니다. 건물 담벼락마다 내걸린 붉은 색 국기만 아니었다면, 루가노가 스위스인가 하는 의혹의 잔상에서 헤어나기란 쉽지 않다. 루가노에서 산살바토레(San Salvatore) 산과 브레(Brè) 산으로 오르는 다양한 하이킹 루트 역시 도시의 여유로움을 부추긴다. 하이킹은 오후의 햇살이 내려앉는 호수를 등지고 단조롭고도 유쾌하게 진행된다.
여행정보
스위스, 이탈리아 양방향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중부 스위스에서는 브리그, 도모도쏠라, 로카르노로 향하는 첸토발리 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밀라노에서도 열차는 수시로 오간다. 루가노에는 별도의 공항도 있다. 루가노 도심에서는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인근 마을로 이동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루가노는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다. 루가노 인근에 스위스미니어처 테마파크가 있으며 도심에 카지노가 들어서 있다. 루가노 현지 관광청을 통해 현지 숙소 및 축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간드리아의 마을을 잇는 고풍스런 골목들.. [네이버 지식백과] 스위스 루가노 - 나른하고 여유로운 스위스 속 이탈리아 (세계의 명소, 서영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