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31일)는 바다의 날이다. 평소 잔잔한 바다에 갑자기 예고 없는 쓰나미(tsunami)가 닥칠 수도 있다.
우세한 병력과 첨단장비를 갖추고도 기습당한 사례가 역사상 수없이 많다.
‘소리 없는 저격, 활’ 기습과 일맥상통… 적 심리적 압박 효과
마지막 단계는 신중하되 과감하게 단 한 발로 기선 제압해야
■ 기습
클라우제비츠는 9장 기습(奇襲)에서 ‘수적 우세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수단은 기습이다. 그리고 적에 대해 상대적 우세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 수의 우세와 함께 기습이 거의 모든 작전에 기초가 된다’라고 했다. 그리고 ‘기습의 성공은 심리적으로 적을 혼란에 빠뜨리고 용기를 상실하도록 하므로, 비밀 유지와 신속성이 요구된다. 신속성은 과감한 행동과 신속한 결단 및 강행군에 의해 보장된다’고 했다.
그 사례로 1장에서 분석했던 프리드리히 대왕의 7년전쟁 중 리그니츠 전투(1760년)를 다시 제시했다. 당시 프리드리히는 라우돈이 지휘하는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하기 위해 공격 전날 진지를 옮겨 오스트리아군의 측익에서 포병 사격으로 기선을 제압,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서 클라우제비츠는 기습에서 주도권 장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에게 자신의 원칙을 강요하는 사람만이 기습을 할 수 있으며, 올바로 행동하는 사람만이 원칙을 적에게 강요할 수 있다. 잘못된 수단으로 적을 기습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보다 적의 반격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기습 달성의 신중함과 신속성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습은 ‘적의 급소를 찌름(hit the nail on the head)’으로써 심리적 효과를 달성할 것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서로 기습 기회를 포착하려고 할 때 상대방의 가장 취약한 곳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목표를 향한 기습은 국궁에서 화살이 표적을 향해 재빠르게 날아가는 것과 같다.
■ 국궁
화약이 발명되기 전까지 일본은 칼(刀), 중국은 창(槍)이 대표적인 무기라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기는 활(弓)이었다.
고구려를 창건한 주몽(朱蒙), 안시성에서 당태종의 눈을 맞힌 양만춘의 기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활은 우리의 국궁, 일본의 죽궁(竹弓), 영국의 장궁(長弓), 몽골의 각궁(角弓), 북미 인디언의 목궁(木弓)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길이 120∼130㎝의 작고 가벼운 국궁은 굽은 활(彎弓)로 탄력이 뛰어났다. 탄환에 해당하는 편전(片箭)도 24∼36㎝에 불과했으나, 초속 70m로 사거리 420m를 넘기기도 했다.
활쏘기에는 8단계가 있다. 발 디딤, 몸가짐으로부터 만작(滿酌)과 발시(發矢) 후 잔신(殘身)까지다. 만작은 활시위를 팽팽히 잡아당겨 에너지를 모아 가장 좋은 발시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잔신은 화살은 비록 몸을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화살이 날아가는 궤적과 표적을 맞히는 순간까지 리모컨을 조정하듯 추적해야 한다. 또 화살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시위를 최대한 뒤로 당겨야 하고, 물러서야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러한 과정은 클라우제비츠가 기습에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기습 달성을 위해서는 적 상황과 배치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철저히 정세 판단을 한 뒤, 마지막 기습 달성 단계에서는 신중하되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활은 오늘날 소총으로 진화했다. 저격수의 기습사격은 때로는 수백 명을 심리적으로 압도한다.
■ 한국형 소총의 발전
활로 대륙을 겨누던 우리는 스스로 만든 총 한 자루 없이 6·25전쟁을 치른 설움이 20년 동안 계속됐다. 드디어 1974년부터 국내에서 M16 소총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여하한 병기도 분해하면 부품이다’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위한 의지의 표상이었다. 베트남전쟁에서 사용되던 발칸포·곡사포 등을 들여와 완전 분해·설계도를 만들었다. 무(無)에서 유(有) 창조의 시작이었다. M16 소총에 이어 1982년 처음으로 활이 다시 K1 기관단총으로 독자 개발됐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984년에는 K2 소총이 M16 소총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소총은 기관총을 넘어 곡사화기, 장거리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무기개발의 원천(源泉)이 됐다. 기관총과 더불어 소총은 지난해 K-14 저격용 소총 개발에 이르렀다. 90여 m 떨어진 500원짜리 동전 2.5㎝를 명중시킬 수 있다. 수의 우세를 이기는 것은 저격수에 의한 정확한 사격이다. ‘신은 많은 병력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수의 편에 선다’는 말이 있다. 베트남전쟁에서 적군 1명을 사살하는 데 사용된 실탄은 무려 2만5000발에 달했다고 한다. 저격수는 많은 병력을 지휘하는 지휘관, 포병화력을 유도하는 포병관측장교, 대량사격 기관총 사수 등을 제압한다. 수의 우세를 단 한 발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전투프로의 가장 우선 자격은 사격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다시 한번 심신을 가다듬으며 안보의 활시위를 팽팽히 당기자.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