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이보다 두 달 늦게 핑클에 합류한 나는 춤을 출 때 몸이 뻣뻣하다고 해서
주위에서 막대기라고 놀릴 때가 많다.
피나는 안무 연습으로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어색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동갑네기인 주현이가 힘이 되어줄 때가 많다.
음악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커서 꼭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음악이 좋았다고나 할까.
어머니께선 내가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어렸을 적부터 매일 아침 가스펠을 들려주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들려오던 노래가 가스펠이라는 것은 대도초등학교에
입학해 피아노를 배우면서야 알았다.
어린 시절 나의 기억 속에는 어머니의 가스펠과 함께 아버지의 군복이 또렷히 자리잡고 있다.
아버지께선 군인이셨다. 다른 군인 가족들과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가족은 이사가 잦았다.
그래서 내겐 언제나 또래 친구들보다는 나이 많은 군인 아저씨 친구들이 훨씬 훨씬 많았다.
우리 집은 부대 안에 있었다. 군인 아저씨들이 관사라고 부르는 집이었다.
넓은 연병장이 우리 집 마당인 줄로만 알았던 철부지였다.
부대 안에는 교회도 있었는데 갈 때마다 군인아저씨들이 기타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아저씨들이 'PX'라고 부르던 매점은 아버지 이름만 대면 뭐든 먹을 수 있는,
내겐 보물 창고같은 곳이었다.
은광여고 3학년인 지금은 핑클 멤버로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고3이란 사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 나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
87년 내가 대도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 집은 어쩔 수 없이 '이산가족'이 됐다.
어머니와 언니 오빠 그리고 막내인 나 이렇게 네식구는 서울에서 살고
군인인 아버지는 부대 관사에서 홀로 지내셔야만 했다.
그러나 아버지께선 바쁜 시간을 쪼개 일주일 중 하루는 꼭 가족들을 보러 오시곤 했다.
어린 생각엔 매일 아버지와 함께 있는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래서 방학만 되면 나는 어김없이 아버지한테로 한달음에 달려가곤 했다.
창원 안성 대구 수원 등등…. 전국 방방곡곡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보니 자연스레 여행은 내 생활의 일부처럼 돼버렸다.
진선여중을 거쳐 은광여고에 입학하면서 한별단에 입단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무관치 않다.
정기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한별단원들은 한달에 한번 꼴로 캠핑이나 유적 답사를 다녀왔다.
이것이 가장 큰 활동이었다.
한별단에 입단하면서 또 한가지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제복이었다.
각종 기념배지가 빼곡히 박혀있는 청색 베레모로 상징되는 한별단의 제복은
아버지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그럴싸하게 보였다.
한별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열심히 했던 활동은 기념배지 모으기.
지금 남아있는 배지만도 150여개가 넘을만큼 열심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꼽으라면 전국 한별단 캠핑 대회때 받은 한물결 배지다.
은광여고 한별단원들은 학년별로 20명씩 모두 60명이었다.
다른 학교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인원이었던 우리 한별단원들은 교내 RCY나 MRA,
걸스카우트 단원들과도 곧잘 어울리곤 했다.
한별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은 지난해 여름 열렸던 한별단 치어걸 대회였다.
60명 한별단원 중에서 춤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단원20명으로 팀을 만들었다.
놀랍게도 춤에는 문외한이었던 나도 그 틈에 끼였다.
치어걸로 뽑힐수 있었던 데는 168cm의 큰 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춤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지만 치어걸로서 최소한의 신체조건을 만족시킨
다는것이 선배가 귀뜸해준 짧막한 선발 이유였다.
이렇게 얼떨결에 치어걸에 뽑힌후, 다른 팀원들과 함게 3주동안 매일 비지땀을 흘렸다.
'춤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구나!'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용기를 얻어갔다.
드디어 한별단 치어걸대회가 열렸다. 대회장소는 수도공고.
모두 8팀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우리 은광여고 한별단팀은
예상대로 그리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는 못햇다.
그러나 한별단 치어걸 대회는 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핑클의 멤버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 얻었던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 같다.
지금은 핑클의 멤버로서 노래 부르고 춤추고….
아무튼 핑클에 대한 생각뿐이지만, 연기에도 관심이 많다.
연기할 기회가 온다면 정말 열심히 하려고 생각한다.
가수지만 연기도 잘 한다면 더 좋은 것 아닌가.
그런게 바로 진짜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연극영화과에 꼭 진학하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벌써 연극영화과 학생이 된 핑클의 리더 효리 언니가 너무 너무 부럽다.
물론 연기말고도 해보고 싶은게 많다.
하지만 핑클 활동이 점점 바빠지면서 시시콜콜 관심을 다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항상 곁에서 버팀목 노릇을 해주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께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은광여고 단짝인 유진이와 가희에겐 더욱 미안하다.
2학년이던 지난 해 처음 만났던 유진이는 고소영·심은하 언니를 똑같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기투합, 둘도 없는 단짝이 돼버렸다.
같은 반 짝궁 가희는 시험 때마다 핵심 문제에 정리 노트까지 꼼꼼히 챙겨주는,
정말 내겐 없어서는 안될 살림꾼이다.
96년 대령으로 예편하신 후 이제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신 아버지와 우리 삼남매
뒷바라지에 고생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나와 각각 8살 6살 나이 차이가
나는 오빠와 언니도 내겐 빼놓을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 핑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