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문학 기자 |
트럼프 미대통령이 지난 1월22일 태양광패널에 대해 4년간 보장성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올 게 왔다는 듯 긴장한다.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중국에 대한 대대적인 통상 압력 포문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3월 8일 무역법 232조에 따라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은 낙관한다.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량이 랭킹 10위안에도 못 들 만큼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100%의 반덤핑 관세를 물고 있는 기업도 있는 마당에 10% 관세를 더 내는 건 문제도 아니다. 정 급하면 제 3국을 경유해서 우회 수출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나라들과 보호무역에 공동으로 맞서면 된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미국은 NAFTA 회원국인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데 이어 동맹국인 한국 호주 일본에 대해서도 유예조치를 취한다.
다급해진 쪽은 중국이다. 트럼프의 지지기반 농산물인 과일과 포도주 등에 대한 관세로 맞대응하면서도 미국의 성동격서(声东击西)식 중국 조준에 매우 불편해 한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3월 22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한 대통령비망록에 서명하자 중국은 전열을 재정비한다. 무역법 301조 규정에 따라 항공우주 정보통신기술 기계 등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데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60일내 중국 기업의 미국 내 기업 인수합병(M&A)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발끈한 중국은 대두와 옥수수 소고기 자동차 항공기 등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을 선언한다.
앞으로 거세질 압박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선택한 선공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하듯 통상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미대통령의 스타일로 봐서는 신호탄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이른바 항장의 칼춤에 불과하고 진짜 의도는 패공인 유방을 겨누고 있다(项庄舞剑意在沛公)는 판단에서다.
중국의 강공카드는 4월 2일 새벽에 나온다.미국의 128개 품목에 15%에서 25%의 관세를 바로 당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한다. 미국에서 검토를 예고한 지 10일 만에 마치 준비해 놓은 듯 품목을 발표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에 보복을 한 첫 국가’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중국 상무부는 이 조치를 전형적인 위위구조(围魏救赵) 조치라고 밝힌다. 이른바 적의 급소를 공략하는 중국 전통 병법 중 하나다.
중국입장에서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 부과는 아무것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남아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중인 항공이나 정보통신기술 기계 등에 대한 보복 관세는 치명적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에다 미국 기업에 대한 M&A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마져 막히면 중국으로서는 이만저만 타격이 아니다.
미국 사정상 품목을 확정하는 단계와 국회 비준을 얻는 등 변수도 많지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중국으로서는 초반 기세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어 미국은 1300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다. 화학 약품 플라스틱 불수강 알루미늄합금 오토바이 등이다. 이것도 중국 제조 2025에서 육성하는 중점 품목들이다.
미국은 이 품목을 60일간 공시하고 무역법 301조에 따라 제재 대상 품목을 발표한다. 다급해진 중국은 예봉을 파하면서 기세를 꺾는 이른바 가마솥에 장작빼기(釜底抽薪)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도 나서서 “대화의 창구는 활짝 열려 있다”며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미국이 추가 카드를 계속 내밀자 중국은 아예 주객이 바뀐다는 반객위주(反客为主)전략으로 맞선다. 다시말해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빌 수 있다는 식이다.
중국은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4년제 대통령인 트럼프의 한계를 역이용하겠다는 의지다. 법률의 제약과 의회라는 장벽을 넘어야하는 미국과는 다르다는 점을 내세운다.
무형의 손을 가진 중국은 최고지도부의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대응 가능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국유기업 구조조정 당시 천 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자며 의지를 불태운다.
그래도 미국과 무역전을 펼치면 당장 손해 보는 쪽은 중국이다. 미국서 수입하는 제품을 중국에서 대체 불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밝힌 미국 무역적자는 2017년 말 기준으로 5660억달러다. 이 중 3752억 달러가 중국 몫이다. 연간 3000억 달러를 못 벌어들이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중국경제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대비 무역흑자에 대해 중국도 할 말이 많다. 일단 중국해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흑자는 2872억 달러다. 미국과 중국의 수학이 다른 것도 아닌데 900달러나 차이난다.
이를 두고 중국은 미국에서 20%를 더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미중 무역역조의 10%를 차지하는 이아폰의 경우 미국은 중국제품으로 보는데 반해 실제로 중국이 차지하는 이익은 10%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미국 본사서 연구개발을 하고 한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부품을 조달한 후 중국서 조립하는 데 미국과 중간국과 중국이 6대 3대 1로 나눠가지는 구조란 이야기다.
물론 가전이나 완구 제화 등 중국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각각 60.4% 58.3% 53.3%에 이를 정도로 높다. 그러나 대미 무역흑자가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과거 2% 내외에서 지금은 0.6%정도도 떨어진 상태다.
대신 저렴한 중국 상품이 미국 소매물가를 1-2% 낮추는 등 공헌도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서 가구소득이 5만6500달러인 가정 기준으로 중국 상품을 쓰는 바람에 정략하는 돈은 연간 850달러 정도다.
중국은 미국 중산층에 기여하는 물가안정을 강력한 무기로 여긴다. 미 중 무역전이 본격화하면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 아닌 미국 중하층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다음 카드로는 금융이나 국제정세를 준비중이다. 미국 국채를 내다팔면서 금융시장을 흔들 수도 있고 북핵문제를 협상에 올릴 여지를 남겨 놓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