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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밤이었어요.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있더니 아빨 불러 가보니 자기들이 만든 아빠라며 어떻냐고 묻더군요. 아빠랑 비슷하다면서... 헐~)
오늘을 쉴 토 입니다.
울산 초등학교는 한주 쉴 토 한주 오후 1시까지 일하는 토요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전 8시경
저는 자루 2개와 작은 삽을 들고 산으로 갔습니다.
산에 가서 골질곳을 찾아 넓은 낙엽을 겉어내고 그 안에 있는 퇴비가 되어가는 것을 모아 두자루 담았습니다.
쉬는 토요일이라 오전에 딸과 아들이 학원엘 갔습니다.
다녀 온 후 점심먹고 오후에 딸과 아들 대블고 제가 일하는 곳으로 갔습니다.
딸과 아들에게 아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화분에 국화 모종 옮겨심는것도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중학 3년 딸과 초등 4년 딸.
둘은 아빠 따라 가겠다고 나서 주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남목서 버스타고 학교까지 갔습니다.
본래는 화분 50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10개로 줄었습니다.
기막힌 사연이 있습니다.
교감님은 50개 화분을 준비하라 했습니다.
흙은 화단 흙을 파 내 쓰라 했습니다.
국화 모종도 50개 사왔습니다.
교감님이 교장님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화분 수량이 변경 되었습니다.
"10개만 화분에 심고 나머지 40개는 화단에 적당한 장소 찾아 심어요"
저는 속으로 은근히 기뻤습니다. 흙을 큰 화분 50개 분을 준비하려면 보통 일이 아닌거 같았습니다.
10개 정도면 간단하게 처리 할수 있을거 같았습니다.
국화 심으려는데 지난 목,금요일에 비가 온종일 내렸습니다.
비오면 비오는 대로 바쁘답니다. 해서 국화 모종만 두고 화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40개는 본관앞 화단 이곳저곳에다 심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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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모종 50개... 하마터면 50개의 화분을 만들뻔 했습니다. 교장님께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이제 10개가 문제입니다. 이를 어째야 쓸꺼나~?
모양새 대로 한다면 월요일 출근해서 학교 청소 후 바로 국화 모종심기에 나서야 합니다.
시간이 꽤나 걸리는 작업입니다. 혼자 준비하고 혼자 10개의 화분에 담을 흙을 준비하고 하려면.
월요일부터 또다시 무슨 바쁜 일들이 펼쳐질지 저는 모릅니다.
그동안 다녀보니 예상치도 않던 일들이 난데없이 생겨서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월요일 출근해서 국화 심으랴 다른 일 터지면 그거 매꾸러 다니랴 참 바쁠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어짜피 토,일도 제 일당은 나옵니다. 국가공휴일엔 저에게도 유급휴직 혜택이 있습니다.
일당 받는데 하루 가서 일해주면 어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산에가서 퇴비 낙엽을 모아 2자루를 들고 간 것은 교장님 말씀 때문입니다.
교장님이 국화심기 지시를 내리면서 저에게 말씀 하셨습니다.
"이 국화는 판매되는 퇴비와 흙을 섞어 심는 것 보단 산속에 있는 낙엽 퇴비를 넣어 심으면
아주 튼실하게 잘 자라고 꽃도 잘피고 오래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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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 돌은 운동장 돌며 주워 모았습니다)
딸과 아들 그리고 저 셋이서 본관 화단에서 국화 모종 화분에 심었어요.
국화 화분을 만들려면 가루 흙이 화분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밑바닥에 자갈을 깔아야 하는데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론 화분 파는 곳에서 바닥에 깔 자갈을 사다가 깔고 흙을 넣어야 하지만
학교에선 알아서 하라니 알아서 할 수 밖에요.
저는 운동장 청소하며 운동장 계단 있는 곳으로 자갈 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하루 청소하면서 고무양동이 들고 다니며 자갈 돌도 주워 모았습니다.
자갈 돌 주워 모아 화분 10개에 넣으니 딱 맞았습니다.
우선 그렇게 넣어 두었고 오늘 오후 가서 딸과 아들 저 이렇게 셋이서 화분 만들기를 했습니다.
자갈 바로 위엔 화단 흙을 삽으로 떠서 퍼부었습니다.
화단 흙을 적당히 퍼 부은 후 산에서 모아 온 낙엽 퇴비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국화 모종 화분에 담긴 채로 그대로 손바닥에 빼서 흙 채로 중간에 놓았습니다.
그 후 나머지 공간은 화단 흙과 사온 퇴비를 섞어 채워 넣었습니다.
그렇게 10개 화분을 완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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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다 만들고 난 후 운동장 쓰레기 줍기
10개를 본관 앞에 진열 시킨후 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그 후 화분심기 작업에 쓰인 도구와 재료를 창고에 치워놓고 딸과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아빠랑 운동장 쓰레기 줍기를 시작한다. 가자"
저는 딸과 아들에게 집게를 하나씩 주었습니다.
우린 운동장에 널려있는 여러가지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담았습니다.
담배꽁초,음료수 깡통,과자 봉다리,담배갑,1회용 컵,나무젖가락,얼음과자 나무...
참 종류도 다양한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물화분에 학생들이 모여 올챙이 잡느라 화분을 온통 난장판을 만드는 것을 보고
화분을 심고 운동장 돌며 쓰레기 줍는 일을 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 매일 이런 일을 해? 난 아빠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 줄 몰랐어"
어린줄 알았던 아들이 그런 말을 하더군요.
오후 2시경부터 시작된 일정 다 끝나니 오후 5시가 다 되었습니다. 우린 버스타고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첫댓글 열심히 일하시는 아빠의 모습 ....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