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소 - 멜버른 골목마다 반전이 숨어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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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1.11. 11:52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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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소
멜버른
골목마다 반전이 숨어 있는 도시
12월, 멜버른의 날씨는 변덕스럽다. 섭씨 30도를 웃돌던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내려서더니 이내 폭우를 쏟아내고 다시 화창해진다. 트렌치 코트에 샌들을 신은 여인들의 기이한 패션이 이곳에서는 결코 엉뚱하지 않다. 드라마틱한 반전과 변화무쌍함은 도시와는 꽤 잘 어울린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과 자줏빛 트램은 멜버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고풍과 첨단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도시
'반전'의 도시에는 뚜벅뚜벅 걷고 싶은 욕망이 숨쉰다. 반듯한 거리의 모퉁이엔 고풍스런 건물이 랜드마크로 서 있고, 그 옆으로는 현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다. 비좁은 골목은 오래된 아케이드와 낯선 바, 그래피티의 세상이다. 골목을 벗어날 때쯤 우연히 마주치는 트램(노면전차)들은 골목의 햇살만큼 더디게 흐른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주도 멜버른의 단상은 이처럼 복합다단하다.
‘넘버1’ 도시의 타이틀을 시드니에 내주고 수도 역시 캔버라에 건넨 것은 오히려 다행스럽다. 도시는 무모하게 확장을 거듭하지 않았고, 거리 곳곳을 채운 조형물이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명으로 단장한 시청사 역시 따사롭게 발길을 붙든다.
느릿느릿 오가는 자줏빛 트램과 마주치면 유럽의 외딴 도시에 서 있는 듯하다. 벽화로 치장된 골목들은 뉴욕 브룩클린의 뒷골목을 연상시킨다. 어느 골목을 기웃거려도 작은 일탈은 기분 좋은 상념으로 이어진다.
뒷골목을 보아야 멜버른을 보는 것
도심을 둘러보는데 정해진 수순 따위는 없다. 굳이 도시의 선명한 랜드마크를 꼽으라면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Station)이다. 1854년 세워진 멜버른 최초의 기차역은 멜버른의 과거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역 주변은 대도시의 역처럼 퀴퀴하거나 음울하지 않다. 건너편 영상센터와 나란히 들어선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은 연중 문화공연이 열리는 만남의 장소고, 19세기에 지어진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athedral)은 고딕 첨탑에서 은은한 종소리를 쏟아낸다. 종소리와 트램 경적의 어울림 속에 맥주 한 잔 기울이는 일상이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주변에서 수월하게 이뤄진다.
‘미사 골목’으로 유명해진 다양한 그래피티의 호시어 레인.
플린더스 스트리트의 명물은 이제 ‘호시어 레인(hosier lane)’이 이어받았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알려진 이 그래피티 골목은 한국에는 '미사 골목'으로 더욱 유명하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벽화 앞에서 독특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흥미로운 점은 무분별해 보이는 벽화에도 작가들의 사연과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 실제로 그래피티의 속사정을 설명해주는 투어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돼 있다.
호시어 레인은 멜버른 뒷골목 탐방의 워밍업 정도다. 이런 말이 요즘 유행이라고 한다. ‘멜버른의 뒷골목을 탐하지 않았으면 멜버른의 겉만 훑고 떠난 것’이라고. 실제로 걸어서 5분 거리로 연결되는 뒷골목들에는 도심의 뽀얀 속살이 담겨 있다. 그 중 디그레이브스(Degraves Street)와 센터 플레이스(Center Place) 일대의 뒷골목들에는 멜버른의 골목문화가 압축돼 있다. 노천카페 앞 허름한 테이블에는 멜버른 청춘들의 일상이 낱낱이 드러난다. 높은 천장과 모자이크 바닥이 인상적인 블록 아케이드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1869년 세워진 로얄 아케이드는 멜버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오래된 찻집, 수제 초콜릿 가게, 빈티지 숍 등에서도 풍미가 전해진다.
어둠이 내리고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 골목들은 다시 그래피티로 단장되며 도시의 이면을 채색한다. 멜버른의 뒷골목에 화려한 네온사인은 굳이 필요 없다. 뉴요커들의 아지트처럼 멜버니언의 단골바들은 막다른 골목이나 허름한 1층 문을 지나 옥상에 보석처럼 숨어 있다.
흔들흔들 기차 타고 해변과 들판으로
단데농의 증기 기관차는 창틀에 매달려 가는 묘미가 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서 야라 강을 건너면 도시는 색깔은 바꾼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사우스뱅크 산책로에는 남반구 최고층(88층)인 유레카 타워(Eureka Tower)와 초대형 카지노가 들어서 있다. 유레카 타워에서 내려다보면 야라 강(Yarra River)을 잇는 다리들은 묘하게 비틀리거나 유선형으로 우아한 멋을 전한다. 강 북쪽이 세인트 패트릭 성당, 퀸빅토리아 마켓 등 고색창연한 공간들로 채워진다면 강 남쪽은 아트센터, 국립미술관 등 현대 건축물들이 도드라진다. 늘어선 건물들은 획일적이지 않고 저마다의 개성이 가득하다.
멜버른 뒷골목의 담장을 단장한 다양한 소품들
멜버른의 도심만 벗어나면 이채로운 풍경들이 다가선다. 트램으로 닿는 세인트 킬다 해변(St. Kilda Beach)은 늘씬하고 울퉁불퉁한 청춘들의 천국이다. 멜버른 동북쪽의 야라 밸리(Yarra Valley)에는 60여 개의 와이너리가 들어선 포도밭 세상이다. 차창에 매달린 채 달리는 단데농(Dandenong)의 증기기관차 역시 흥미로운 추억거리다.
멜버른 인근 어느 곳을 배회해도 도시로의 귀환을 반기는 것은 트램이다. 때로는 고풍스럽게, 때로는 형형색색의 표정으로 채워진 트램은 도시의 색깔을 덧씌우고 살찌우는 매개다. 교통체증으로 트램을 없애자는 의견이 분분했을 때에도 멜버른 시민들은 고집스럽게 옛 탈것을 지켜냈다. 그 고집스런 길이 도시의 숨통이 되고 아련한 추억이자 상징이 됐다. 새롭게 부수고 없애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멜버른의 트램들은 말없이 전해준다.
전원의 도시, 미식가의 도시, 문화 예술의 도시... 멜버른에 붙는 수식어들은 오래된 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빛을 발한다. 여행자에게 추억과 미련을 남겨주는 도시, 그런 도시가 예쁜 도시다.
여행정보
한국에서 멜버른까지는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홍콩이나 시드니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도심을 한 바퀴 순회하는 시티 서클 트램은 무료이며 낮 시간 동안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멜버른에서는 교통 티켓이 있으면 버스, 트램, 열차 등을 자유롭게 환승할 수 있다.
야라 밸리의 와인이 유명하지만 멜버른 일대는 맥주로도 명성 높은 곳이다. 한국에 수입되는 맥주들 외에도 지역 단위 맥주의 맛이 뛰어나다. 퀸빅토리아 마켓 투어나 뒷골목 투어를 신청하면 가이드와 함깨 먹을거리, 골목 탐방이 가능하다. 트램을 테마로 한 이동하는 트램 레스토랑 역시 도시의 명물 중 하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관광청이나 빅토리아주 관광청 등에서 자세한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멜버른 - 골목마다 반전이 숨어 있는 도시 (세계의 명소, 서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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