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리스 강(러시아어로는 빌리야 강)과 빌니아 강이 합류하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Vilnius)에 들어선 시각은 2012년 7월 4일 오후 4시경, 가랑비를 흩뿌리는 빌뉴스의 도심은 잔뜩 찌푸린 날씨 탓에 우울 모드에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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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선 화려한 내부 장식을 자랑하는 베드로바울 성당에 들러 빌뉴스 입성 신고를 한 후, ‘3개의 십자가’ 언덕에 올라 빌뉴스 시내를 조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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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처형된 3 수도승을 추모하기 위한 이 조형물 아래에서 빌뉴스를 굽어 살피자니 ‘발틱의 로마’로 불리는 이 도시의 클래식한 초상이 한 눈에 잡힌다. 루터교가 자리잡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 반해 인접한 폴란드의 영향으로 로마 카톨릭이 대세인 이 나라의 종교적 구도 탓인지 16~17세기에 세워진 장중한 카톨릭 교회들이 황금빛 지형 속에 우뚝 우뚝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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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와 구시가에 들어선 우리는 하얀 색의 고고함으로 다가오는 빌뉴스 대성당을 필두로, 14세기 초 튜튼 기사단에 맞서 리투아니아 왕조를 지켰던 게디미나스 대공 동상, 나폴레옹이 손에 들고 가고 싶을 정도로 탄복했다는 고딕양식의 압권 - 성 오나 성당, 그리고 버나딘 성당 등을 거쳐 시청으로 향하는 구시가 모퉁이의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시, 빌뉴스 대성당을 판박이 한 백색의 시청사 및 구시가의 입구로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양식의 ‘새벽의 문’을 지나도록 ‘발틱의 로마’를 표방한 이 도시의 은근한 매력은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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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적한 시냇가에 검은 돔과 분수대의 절묘한 조경이 어우러진 멋진 전통식당에서 샤슬릭(회교식 바비큐)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우리 머리 위로 백야의 태양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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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2012.7.5) 아침, 빌뉴스의 호텔을 출발한 우리의 버스가 2-3시간을 달리자, 스마트폰이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로 접어들었음을 알린다. 점심 때 쯤, ‘라트비아의 베르사이유’로 불리는 룬달레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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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실내를 구경한 후, 궁전내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궁전 복도를 나오다 창밖에 펼쳐진 후원을 볼 수 있었는데 별명 그대로 베르사이유를 방불케 한다.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 하므로 후원에 들르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눈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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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달레궁이 위치한 바우스카에서 다시 2시간 여를 달려 ‘라트비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시굴다에 도착했다. 평지의 나라 라트비아에선 보기 드물게 언덕 지형이 많은 이 곳에서 우리는 귀족 처녀와 정원사의 러브스토리가 전해지는 ‘사랑의 동굴(Gutman's cave), 13~16세기 당시 십자군과 독일기사단이 이곳을 점령한 후 현지의 리보니아(이곳 원주민 리브인이 세운 당시 국가)군의 반격을 방어하기 위해 세운 투라이다성, 라트비아 최초, 최대의 국립공원인 가우야 공원 등을 둘러보았다. 특히 푸른 초원 위에 다양한 모습의 석상이 놓여져 있는 가우야 공원에선 이네들의 웅혼한 문화적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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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묵은 숙소(시굴다의 sedevold hotel) 주위엔 대형 쇼핑센터가 있어 백야의 망중한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리가항의 전경이 그려진 초콜릿 뭉치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막 출근한 달의 그림자가 내 뒤통수에 와 닿는다. 다시 에스토니아로 거슬러 올라가는 내일의 여정이 기대된다.
2012년 7월 6일의 아침이 밝았다. 시굴다의 숙소를 출발한 버스가 2시간 여를 달렸을 때쯤 어김없이 스마트폰이 라트비아에서 에스토니아로 월경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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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들른 곳은 에스토니아 제3의 도시인 동시에 여름 수도로 알려진 해변 휴양지, 파르누.
젊은이의 도시답게 비치 해수욕장엔 여름을 만끽하려는 에스토니아의 청춘들로 북적인다.해변에서 취하는 휴식은 왠지 더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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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다시 몇 시간을 달려 다다른 곳은 발트해의 또 다른 항구도시 합살루.
러시아 황제의 전용철도역을 개조한 철도박물관, 13-16세기 독일 튜턴 기사단(검은 십자가 기사단 및 빨간 검 기사단)의 본부였던 803m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딕식의 합살루 대주교성을 거쳐 발트해변에 이르니 장미꽃 화원의 백곰상이 우리를 맞는다. 파르누가 젊은이의 해변이라면 합살루는 중노년의 쉼터라더니 해변의 분위기는 떠들썩함보다는 차분하고 아늑한 편이다. 1867년 차이콥스키의 방문을 기념해 만든 ‘차이콥스키 의자’에 앉아 기념촬영을 한 뒤, 탈린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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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저녁 식사는 1주일 전 들렀던 탈린 시청 광장 인근의 전통식당에서 에스토니아 중세 특식으로 들었다. 은은한 촛불 아래 전통복장으로 서빙하는 종업원의 시중을 받으며 도자기잔에 담긴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 제법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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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건, 시청광장에서의 자유시간에 지난번 오르지 못했던 올리비스테 성당의 첨탑 전망대(258계단;60m, 2유로)에 오른 일과 뚱뚱이 마가렛 탑 인근의 페리 희생자 추모 조형물(1994.9.28 발생한 스톡홀름-탈린 페리 침몰로 사망한 852명을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을 둘러본 것.
2012년 7월7일, 이른 새벽에 탈린의 호텔을 나와 헬싱키행 선박(탈링크)에 몸을 실은 우리는 1시간 여 항해 끝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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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와 핀란드는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도 지척이지만, 양국의 언어는 다 같이 우랄 알타이어로 어순 체계가 유사할 뿐 아니라 인종적으로도 동일계열이다. 이는 프러시아어 계열의 인구어족에 속하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는 구별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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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다시 찾은 헬싱키에서 우리가 들른 곳은 템펠레이크 성당(암석교회), 시벨리우스 공원, 헬싱키 대성당, 대통령궁, 헬싱키 대학, 도서관이 운집한 원로원 광장, 크루즈 선박이 정박한 해변에 위치한 마켓가든, 우스펜스키 사원 등.
다시 찾은 감격에 겨워 하며 마켓가든에서 아들녀석 줄 머플러 하나를 5유로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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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동시각에 쫓겨 먹음직스런 연어 샌드위치(커피 포함 5유로)를 시식할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중국식으로 점심을 먹고 헬싱키 중앙역에 도착한 우리는 천장 높은 역대합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상트 뻬쩨르부르크행 급행열차 ‘알레그로’에 몸을 맡긴다. 그렇게 7박9일의 발트 3국 여행이 끝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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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건축양식이 특이하네요.....비오는 시내거리의 사진 느낌이 좋으네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