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에 창밖을 바라보면 항상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백년은 족히 될 법한 느티나무,
그 옆으로 이삼십년생 은행나무
아직은 그리 크지 않은 단풍나무
키가 웃자란 가문비나무......
또 그 옆으로 이름 모를 수십년쯤 되어 보이는 나무.
그 나무들이 서로 겹쳐서 가짓살을 맛대고
어르고 부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창문으로 머리를 내 밀고 바라보기도 하지만
나는 주로 멀리 떨어져서 그 나무들을 창틀 속에
넣어서 바라보곤 합니다
그러면 사무실 창문틀은 항상 액자가 되어서
밖의 풍경들이 그림을 만들어 놓는 것이었는데
그 그림들이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또한 계절에 따라 바뀌니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그림을 공짜로 감상할 수가 있는 나대로의 기쁨을 느끼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고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야들한 연녹색의 눈트임에서부터 신록과 녹음을 거쳐
이 가을 단풍에 이르기까지 그 날마다의 형상을
긴 시간동안 눈으로 지켜보았지만
결코 그 시간들이 지루하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의 쉼호흡 자체가
귀하게만 느껴지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모진 바람에 일렁이는 날이면 행여나 이파리들이
견뎌내지 못하고 떨어져 흩날리지나 않을까 괜스런
걱정을 하기도 하였고
햇빛에 반짝이는 은향색을 뽐내며 가파른 작은 떨림을 보일 때면
마치 젊은 소년소녀들의 발랄함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기도 하여
괜히 신이 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나뭇가지 하나 보이지 않고 이파리들로만 감싸졌던
그 커다란 수목들이 이제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더니만 생을 다 한 듯 일렁이는 바람에도
힘겨워 하면서 제 몸 이파리들을 떨궈냅니다.
자꾸만 옷을 벗어내어 헐거워진 몸이 되는 것만큼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는 것이기에
이제 며칠만 지나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변해버릴
액자그림을 생각하니 지금의 이 순간 순간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한디
그저 사정없이 떨구어 내는 나뭇닢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날씨가 많이 흐립니다
흐린 날씨 탓인지 차분하게만 보이는 눈앞의 경치가
마음까지도 차분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원 모든님들도 액자그림만큼이나
선명하고 차분한 하루가 되옵시길......
첫댓글 일상의 이야기..잘 읽었습니다~
아..해량성님다녀가셨네요..^^좋은글감사드립니다..오늘저녁참잘먹었어요.담엔 술한잔 사주십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