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 개별성을 거부하는 조류에서 기원한 것으로 완결된 작품을 보여 주기보다는 우연성이 뒤섞인 표현 행위 자체를 작품화하려는 시도를 총칭한다. 미리 정해진 줄거리나 대본 없이 미술ㆍ음악ㆍ육체 표현 등 모든 기법을 사용해 일회적 표현 속에 방관자인 관객까지 창작 과정 속에 참여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수행된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처음 공연한 <퍼포먼스-탈>은 안동 하회탈이라는 우리 문화원형에
오고(五鼓)․영상․비보이춤 등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 맛 난 비빔밥을 만들어냈다.
개발론자에 출세지향적인 국회의원 출마자 안양반의 불도저식 공약과 거침없는 행동,
이에 어울지지 않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안양반의 딸과 환경운동가인 허총각이라는 세 주인공이
서로 대립(안양반VS허총각)하고 사랑에 빠진다(안양반의 딸과 허총각)는 설정은 공연이
갈등만이 아닌 애절하고 잔잔한 내용도 있음을 암시한다.
빈 무대에 하회탈들을 보여주며 공연은 시작된다.
하회탈을 만들다 죽었다는 '허도령 전설'이 하회마을에 대형 놀이공원을 짓겠다며 국회의원에 출마한 안양반(황정민)과
환경운동가 허총각(김남건)이 정면충돌하는 현대의 안동으로 바뀌며 공연은 흥미를 더해간다.
랩과 재담과 탭댄스와 오고무(五鼓舞)와 비보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때로는 어우러지고
또 때로는 제각각 신명을 돋운다.
휴대폰+영상 시대를 반영하여 무대 뒷면에 스마트 폰을 이용한 채팅과 문자 메시지가 뜨고 중간 막을 활용해서 물에 잠긴 하화마을을 형상화 하는 등 풍성한 비주얼이 쏟아지며, 무대 장치를 십분 활용하여 입체감을 살려준다.
공연을 리드해가는 두 재담꾼의 익살과 개인기가 비빔밥의 '참기름'과 '고추장'처럼 그 맛을 한층 더해준다.
초연 작품을 볼 때마다 배우도 연출도 아니면서 괜한 긴장감을 갖는다.
<퍼포먼스-탈>을 첫째 날에 이어 일주일째 되는 날과 마지막 날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보았는데,
첫째 날은 긴장 탓인지 잦은 대사 실수와 중간 중간 매끄럽지 못한 연결이 보였다.
일주일 뒤에 두 번째로 보니 실수와 어색함은 많이 줄었는데 배우들이 많이 지쳐 보여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마지막 공연은 객석 둘째 줄에서 보았는데 배우들의 땀이 빗물처럼 쏟아지는 모습과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정강이에 난 상처까지 적나라하게 보여 감동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15명의 출연진이 90분 내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 감탄을 넘어 존경을 표한다.
온 몸을 뒤 흔드는 북소리에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고, 응원전은 여느 스포츠 경기 못지 않게 열성적이었다.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잘 만들어진 공연을 보는 맛이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도무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안동문화예술의 전당이라는 훌륭한 공연장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공연 내용 중에 조금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첫 번째가 허총각과 안양반의 딸이 하회탈박물관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에 나오는 하회탈들의 공연장면이다.
앞 서 말한 두 재담꾼의 더빙으로 진행된 장면에서 들려지는 말은 안동사투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설펐다.
게다가 하회탈들이 추어대는 춤은 하회탈춤이 아니었다.
서울에서의 공연이라면 그 춤이 하회탈춤인지 봉산탈춤인지 관객들이 꼬집어 말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안동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장면에서 크게 호응도 안하고 박수도 거의 없었다는 점을 제작진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두 번째는 마지막 장면을 꼭 폭력적으로 풀어나갔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허총각과 안양반의 목숨을 건 결투라는 점에서 공감을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과
흡사한 구성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첫 날 줄다리기를 통해서 안양반 측의 두 번째 승리를 만들어낸 장면이 심판을 돈으로 매수하는 장면으로 바뀌는 등
공연을 계속하면서 점점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변신을 거듭한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8월 초에 본 ‘부용지애’는 야외무대라는 장점을 가진 반면 지속성에 큰 문제를 가지는데 비해서
<퍼포먼스-탈>은 잘 만들어진 무대에서 신명을 돋우는 훌륭한 공연으로 롱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차피 퍼포먼스라면 약간의 변화와 융통성은 당연히 필요할 터이니 그때그때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넣고 뺀다면
훨씬 더 재밌는 공연이 되리라 믿는다.
<퍼포먼스-탈>의 최고 주역은 누가 뭐래도 안양반 역의 ‘황정민’님이다.
연극에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종일관 객석을 집중시키는 매력은 압권이다.
덧붙임) 제발 촌스러운 짓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공연 뒤에 느닷없는 귀빈소개에 실소(失笑)를 금치 못하겠고, 공연 중에 여전히 핸드폰 켜 놓고 전화 받으러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선생들과 아줌마들, 7세 이하는 입장을 제한한다고 했는데 표 한 장에 아이안고 들어온 관객, 빈자리 있다고 얌체같이 옮기는 관객.
훌륭한 공연장에 수준 높은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라면 공연장이나 어셔들이 뭐라 하기 전에
스스로들 알아서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첫댓글 아이들에게도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이 '안양반'이었던가 봅니다. 제 친구네 아이들까지도 '안양반'얘기만 한다네요..
멋진 공연 후에 보는 제대로 쓰여진 후기는 늘.. 그날의 감동을 다시 정돈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감사감사~^^
공연 중간 중간 공연내용을 문자로 보내주는지 내내 휴대폰을 켜놓는데 좀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많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