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쓸고 돌아간
스님의 발자국만이
허전한 빈 절터엔
장송만 어깨를 걷고
만산에 적막을 깨워
사태지는 물소리
목련꽃 빈 뜨락에
졸고 앉은 늙은 바위
염주알 그 만큼 씩만
목숨을 달래 놓고
부처님 그 말씀들을
바람이나 듣고 있다.
* 어제는 비가 좀 뿌렸지만 청암사엘 다녀왔습니다. 청암사에 들어서면 암벽에 "최송설당" 여사의 휘호가 곳곳에 새겨 있는 걸 볼 수 있지요. 최 송설당 할머니께서 이 절에 시주를 많이 하셨다 해요. 그러니, 우리 고교 때 청암사로 수험공부 합숙 훈련을 간 것이 우연은 아닌가 봐요(당시 필자는 한 번도 못 가봤지만). 청암사 대웅전 다리 건너 극락전 옆엔 조선 숙종 5년 장희빈의 모함으로 폐위 당한 인현왕후(여흥 민씨)가 내려와 기거하며, 원을 빌던 "보광전"이 있어요.
김천의 장병우 시조시인의 현대시조 "청암사"를 올려 봅니다. 장병우 시인은 송설 고 16회, 현재 김천 한일여중에 재직하고 있지요. 청암사는 지금 출입구부터 다리, 개울벽을 대대적으로 개조, 보수하고 있더군요. 법고의 메아리 속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하는 모습들이 숙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