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택 수필 / 독후기】 잔잔히 미소 번지게 하는 ‘강승택 수필’의 미학 -『한국문학시대』2021년 봄호 강승택 수필 <안마 의자>를 읽고 -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수필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누구도 단정 짓거나 확정하려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형식이 다양하고 맛과 향이 느끼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이른바 좋은 수필, 명수필이라고 하는 것도 문학성을 따질 거냐, 예술성을 따질 거냐, 빼어난 문장으로 결정지을 거냐, 소박한 일상의 감동으로 가치를 따질 거냐에 대해선 독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수필학'이나 거창한 '수필이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편의 수필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하는 재미있는 수필이 있다. 이런 수필은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읽힌다.
어떤 글은 공연히 긴장하게 된다. 문장이 술술 읽히지 않는 글이 그렇다. 담고 있는 내용까지 진부하고 시답잖으면 끝까지 다 읽을 것이냐 중간에 포기할 것이냐 고민하게 된다.
입가에 잔잔히 미소 번지게 하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수필은 그런 긴장감을 갖지 않아 좋다. 순수한 정겨움이 묻어난다. 마치 내 가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부담이 없다. 강승택 수필가는 만 가지 기술을 가진 '특급 요리사'다. 어떤 재료라도 그의 수필이란 그릇에 담기면 특유의 맛과 향을 낸다. 염색 머리의 핸썸한 외모는 50대 청춘 같아도 팔순을 바라보는 노련한 인생이다.
좋은 꼴, 흉한 꼴, 볼 만큼 봤고 겪을 만큼 겪었다. 달관의 경지에 이른 강승택 수필작가는 그러나 섬세하다. 섬세한 사람은 실수가 적다. 설령 실수하더라도 탈출 구멍 하나쯤은 미리 마련해 놓았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풍경이 재미있다. 독자를 즐겁게 한다. 부인과 따님이 던지는 언어 하나에도 그는 배려와 예의와 격조를 담는다. 우편으로 배달된 계간 《한국문학시대》 2021년 봄호를 받자마자 강승택 수필가의 수필을 먼저 읽었다. 명성을 앞세워 목에 힘이나 주는 글이 아니다. 억지로 짜내고 꿰어 맞춘 속임수의 글은 더구나 아니다. 우선 글의 기본이 되는 문장이 유연하다. 경직된 글의 분위기를 풀어가는 데는 대화체를 살짝 도입하는 것도 수필작가의 의도된 기술이다. 따님의 고운 마음 씀씀이를 굳이 ‘효심’이라는 고전적인 어투로 진부하게 표현하고 싶진 않다. 아빠의 인품을 고려한 따님의 언어 선택이 고품격이다.
“미안하긴, 아빠 몸에 좋아야 사는 거지 뭐.”
요 대목이 백미다. 요 대목 한 줄 만으로도 이 수필은 성공이다. 수필이 갖춰야 할 요소 중 내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이 따뜻함이다.
작지만 따뜻한 것, 거기엔 세심한 배려가 담긴다. 강승택 수필가는 한평생 교육자로 살아왔다. 그냥 아무런 수식어 없는 명색만의 교육자가 아니라 '반듯한 교육자'다. 가정에서 따님도 그런 그늘에서 컸다. 따님의 말 한마디에 모든 인격과 생활 태도가 담겼다. 귀한 시간, 나는 수필 한 편을 읽고 의무감에서 독후감을 쓰진 않는다. 가슴으로 전해 오는 잔잔한 감동이 내 손을 노트북 자판 위에 얹어 놓는다. 강승택 수필작가가 거울처럼 투명하게 보여주는 <따뜻한 홈드라마> 한 장면을 부족하나마 짧은 졸고 소감으로 잡아 두고 싶다. 순전히 그분의 따님을 칭찬하고 싶어서이다.
2021.03.17. 윤승원 讀後 記 |
첫댓글 행복은 일상에서 캐내는 보석,
가족의 사랑은 영원한 수필 테마,
가족의 따뜻한 정은 70~80대 나이도 40~50대로 만드는 마법의 활력소.
🔹️페이스북 댓글 21.03.17. 20:40 :
ㅡ 김명순 시인(대전문인총연합회장)
<안마의자 / 강승택>
효정아
의자
보냈어도
네 마음
두고 두고
간직할게
🔼 답글 / 윤승원 :
멋쟁이 아빠 강승택 수필가님, 편안한 수필로 독자를 행복하게 해 주시는 문단의 어르신. 김명순 회장님의 따뜻한 응원 덕분에 행복 지수 크게 올라갑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흐뭇하게 잘 읽었습니다.
시원한 소맥처럼 술술 넘어 가네요.
따뜻한 응원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