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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5 - 붓꽃
학명: Iris nertschinskia Lodd
6월은 무슨 계절인가?
이 질문에 여러 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울 아부지는 호국영령의 달이라고 하고, 직장 동료 누군가는 공휴일이 하나 있지만 올해에는 휴일에 겹쳐 있다고 좌절하는 등등.
그리고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장마철이라고.
물론 최근 장마철 아닌데도 비가 자주 내리긴 했다. 하지만 어쨌든 6월은 장마철의 계절이다. 그래서 이번에 테마로 삼을 꽃은 부꽃이다. 비가 와도 당당하게 꽃봉오리를 들고 피어나는 꽃. 비와 잘 어울리는 그 보랏빛의 꽃.
내가 붓꽃을 접한 때는 초등 6학년, 국어 시간에서였다. 책에 지문 하나가 있었는데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만은 생생하다. 우리나라 야생화 4종, 앵초와 붓꽃과 쑥부쟁이와 팔손이를 계절별로 소개하는 거였다. 그중 붓꽃은 여름철에 나와 있었다. 한편 최근에는 창작 소설 7권에서 이 부꽃을 소재로 톡톡히 써먹은 전적이 있다.
아래 인터넷에서 구한 사진이 바로 그 붓꽃이다.
붓꽃은 산과 들에서 자라는 백합목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과 꽃봉오리가 붓글씨 쓰는 붓을 닮았다 하여 붓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보통 30~60cm 정도 자라며 땅속 줄기가 있어 옆으로 뻗어나가 거기에서 새싹이 돋고 수염뿌리가 많이 붙어 있다. 잎은 창 모양으로 곧게 뻗고 꽃은 5월 중순부터 6월까지 피며 색깔은 대개 자주색이나 보랏빛을 띤다. 꽃잎은 거꾸로 된 넓은 달걀형이고 안쪽에 노란색 바탕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꽃잎처럼 보이는 암술대는 끝이 2갈래로 깊게 갈라져 있다.
열매는 삼각형의 삭과로 열매가 익으면 터지면서 갈색의 씨앗 종자가 나온다.
위의 사진에 꽃은 붓꽃류의 일종인 꽃창포 되시겠다. 일반적으로 붓꽃류의 식물을 창포나 아이리스 등으로 부르곤 하는데 단옷날 머리 감는다, 비녀 만든다 하며 물 우리고 줄기 다듬는 그 창포와는 관계가 없다. 꽃창포와 창포는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창포와 붓꽃을 동일시하지 말자! 단, 꽃창포는 예외라는 걸 기억하자. 얘는 붓꽃 집안에 속하는 식구라는 거.
사실 보통 붓꽃류에 속한다면 ‘앉은뱅이’라든가 ‘흰’이나 ‘금’과 같은 접두사와 함께 ‘무슨무슨 붓꽃’이라는 명칭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꽃창포만 왕따가 된 이유는 뭘까? 창포처럼 물가에서 자라고 꽃이 예뻐서 달린 이름이라면, 좀 명칭을 잘못 붙인 것 같다. 붓꽃류임을 감안해서 물가에서 자란다는 ‘물붓꽃’이나 연못이나 습지에서 핀다는 ‘못붓꽃’의 이름을 붙였어도 되지 않았을까?
한편 아이리스라는 서양식 명칭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부르는 붓꽃류의 총칭이다. 붓꽃을 창포라고 하는 경우처럼 잘못된 이름은 아니지만, 기왕 불러줄 거면 외래명보다 우리나라 고유의 이름인 붓꽃으로 불러주는 게 낫지 않을까.
비슷한 종으로는 새색시처럼 작고 도톰한 꽃을 피우는 각시붓꽃, 역시 키가 작아 지면에서 바로 피어난 것처럼 보이는 난장이붓꽃, 잎새 모양이 솔잎을 닮은 키 작은 솔붓꽃, 키가 작고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하얀 꽃송이에 이름처럼 노란 무늬가 있는 노랑무늬붓꽃, 한 줄기에 두 송이씩 노란색 꽃을 피우는 노랑붓꽃, 화사한 노란색 꽃을 자랑하는 금붓꽃, 여느 붓꽃처럼 키가 크고 줄기가 실타래처럼 꼬아져 있는 타래붓꽃, 같은 붓꽃 식구에 속하나 습지식물로 분류되어 물가에서 자라고 잎이 부챗살을 닮았다는 부채붓꽃, 역시 습지나 연못, 물기 가득한 흙에서 자라는 보호식물에 속하는 제비붓꽃, 우리나라 토종 식물은 아니지만 북미에서 일본을 거쳐 기화해 제주 및 남부에서 자라는 푸른 보랏빛 꽃의 등심붓꽃 등이 있다.
쓰임은 뭐니뭐니 해도 관상용이다. 붓꽃이든 아이리스든 집앞 화분이든 길가 화단이든 어디 정원의 잔디밭이든 잘 자라고 꽃도 예뻐서 눈을 즐겁게 만든다. 또 뿌리는 약제로도 쓰이는데 생약명은 ‘마린자’라고 한다. 가을에 채취한 뿌리를 말려서 쓰며, 피멍을 풀거나 종기를 낫게 하고, 이뇨 및 지혈 작용도 한다고 책에서 그랬다.
이 붓꽃의 꽃말은 보통 ‘존경’ 혹은 ‘사랑의 메시지’, 그리고 ‘비 온 뒤에 뜨는 무지개처럼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일전 올렸던 장미처럼 색상에 따라 구체적인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긍정적인 뜻은 바래지 않지만 말이다. 가령 하얀색 붓꽃의 꽃말은 ‘신비함’이고, 노란 붓꽃의 꽃말은 ‘믿는 자의 행복’인 것처럼.
특히 서양에서는 원예종으로 많이 개발되어 무지개를 담아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색상과 형태를 자랑하는 아이리스가 많다. 유명한 건 독일의 붓꽃류 저먼 아이리스.
* 붓꽃 전설
1. 청혼을 위해 그린 그림에서 피어난 꽃 - 이탈리아 전설
옛날 어떤 마을에 아이리스라는 이름의 미망인이 살았습니다. 로마의 왕자와 약혼을 하기도 했으나, 왕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무산되었죠.
“저와 결혼해주십시오. 이 세상, 혼자 살기 외롭잖아요.”
아이리스가 혼자가 되자 많은 남자들이 구혼을 했어요. 하지만 아이리스는 결혼할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리스는 산책을 하다 화가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 화가 또한 아이리스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죠.
“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니! 내 뮤즈가 틀림없어.”
화가는 매일 아이리스를 찾아가 청혼을 했어요. 아이리스는 그에게 이 세상에는 없을 만큼 아름답고, 마치 살아 있는 것과 같은 꽃을 그려달라고 부탁했지요.
“그 그림을 보면 당신의 사랑을 믿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화가는 온 열정을 다해 그림을 그렸어요. 아이리스가 그림을 본 순간 꽃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정도로요. 하지만 그녀는 사실 결혼에 회의적이었답니다.
‘앞날을 누가 알겠어.’
사랑은 식을 수 있는 감정이었어요. 더구나 화가 역시 로마의 왕자처럼 병사할 수도 있잖아요. 상실을 겪을 바에는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화가에게 미안했지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꽃이네요. 하지만 이 꽃에서는 향이 나지 않군요. 진짜 꽃을 그린 거라면 향기까지 담아내야 하지 않겠어요?”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그림에 살포시 내려앉는 게 아니겠어요. 순간 은은한 향기가 방안 가득 퍼졌습니다.
“이제 제 청혼을 받아주시겠어요?”
기적처럼 아이리스는 화가의 사랑을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먼 훗날, 죽음을 앞둔 아이리스는 화가의 그림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죠. 이듬해 그녀의 무덤에서 아름다운 보랏빛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 꽃을 아이리스라고 불렀답니다.
감상: 상상으로 그린 꽃이 현실에 태어났다는 결론이다. 그림일 때는 나비를 불러들였고 말이다. 어,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도 그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역사적인 여인 신사임당에 얽힌 일화. <초충도>라고 풀과 벌레를 그렸는데, 너무 현실적으로 잘 그려서 잘 날아가던 새가 진짜인 줄 알고 부리로 콕콕 쪼았다는 이야기.
2. 비가 와도 고개 숙이지 않는, 신의를 상징하는 당당한 꽃 - 그리스 신화
이리스는 결혼의 여신 헤라가 매우 아끼며 총애를 하는 시녀입니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그녀였기에 신들의 왕이자 번개의 신이며 바람둥이인 제우스의 눈에 띄고 말았어요.
“오, 내 사랑을 받아주오!”
“난 관심없거든요? 불편하게 이러지 좀 맙시다.”
제우스는 그녀에게 사랑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헤라를 배신할 수 없던 이리스는 제우스의 추파를 단호하게 거절했고 헤라에게 달려가 아주 조심스럽고 세련되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어요.
“그래, 니가 무슨 죄겠니. 다 제우스, 그 양반이 문제지!”
그녀의 진실한 마음과 충성심에 감동한 헤라는 일곱 가지 색깔의 무지개 목걸이와 신의 술인 넥타르 세 방울을 선물했지요. 이때부터 이리스는 무지개를 관장하는 여신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비도 그칠 거고, 다시 평화가 도래할 텐데. 이 기쁜 소식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어느 날, 제우스 신이 큰 홍수로 하계를 침수시키는 징벌을 내렸습니다. 인간들이 너무 타락해서 말이죠.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있듯 징벌도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때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는 헤라 여신의 전령으로서 신비한 술 넥타르 몇 방울을 땅에 떨어뜨려 꽃 한 송이를 피워냈습니다. 이제 징벌의 시기가 끝났다는 의미로 말입니다. 그 꽃이 바로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의 꽃, 아이리스입니다.
감상: 보통 비가 내리면 꽃들은 얼굴을 땅으로 숙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당하고 솔직함으로 헤라에게 축복을 받은 만큼 아이리스는 비가 내려도 언제나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실제 정말로 그런지는 몰라도, 붓꽃 포함한 아이리스류 꽃들은 비 내리는 풍경과 잘 어울리긴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그리스 신화만큼 막장인 이야기도 드물지 싶다. 무슨 신이, 그것도 신들의 왕이 뻑하면 바람이야! 내가 어릴 적에는 이걸 무슨 정신으로 봤담?
3. 연인의 무덤을 지키며 그리움으로 핀 꽃, 각시붓꽃 - 우리나라
이야기의 시작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신라의 화랑 관창이 황산벌 전투에서 전사한다. 그 왜 있지 않은가. 신라가 통일을 앞두고 백제랑 대차게 치렀던 전투 말이다. 그 싸움에서 관창은 선봉에서 돌격하다가 3번인가 2번인가, 아무튼 여러번 잡힌다. 비록 적이지만 젊은이의 재주가 아까워 백제의 계백 장군은 번번이 관창을 놓아준다.
“야, 아들아. 너 화랑 정신 모르냐? 세속오계 안 배웠어?”
“아뇨, 잘 알죠. 하나, 임금에게 충성하고 사군이충. 둘, 부모를 공경하며 사친이효. 셋, 벗은 신의로서 사귀고 교우이신. 넷, 생명을 함부로 해하지 말며 살생유택. 마지막 싸움에 임했으면 후퇴는 없다 임전무퇴!”
“어, 정답이다. 그럼 다시 나가라. 사기진작을 위하여!”
정말로 이런 사정인지는 몰라도, 관창은 거듭해 덤비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그런데 그에게는 혼인을 약속한 무용이란 처녀가 있었다.
“어휴, 이놈의 기구한 인생. 혼인을 약속해놓고 돌아오지 않으면 뭘 어쩌자는 거야.”
관창이 전사한 후에도 무용은 그의 무덤을 돌보며 슬픈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숨졌는데 사람들은 그녀를 가엾이 여겨 관창의 무덤 옆에 묻어주었다. 이듬해 보랏빛의 작은 꽃이 피어났는데, 이 꽃의 모습이 새색시 무용을 닮고 잎은 관창의 칼을 닮았다 해서 각시부꽃이란 이름을 붙였다.
감상: 이 전설을 접하고 든 생각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하겠다.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4. 천사가 점지한 승리의 꽃, 아이리스 - 프랑스
클로비스 왕은 어느 날 신기한 꿈을 꾸었습니다. 천사가 나타나더니 아이리스 꽃 세 송이가 새겨진 방패를 주는 것이었죠. 왕은 이것이 신비한 꿈임을 깨닫고 천사가 주고간 방패처럼 전국의 병사들에게 방패의 문양을 아이리스로 바꾸어 넣으라고 명령했어요.
“난 기존 방패보다 이게 더 좋은 것 같아. 일단 예쁘잖아.”
“잎새가 검을 닮은 게 기사의 맹세를 상징하는 것 같군. 꽃은 레이디에 대한 흠모이려나.”
개구리가 원래 방패의 문양이었답니다. 그 후 얼마 뒤, 외국의 군대가 프랑스로 쳐들어 왔어요. 그러나 군대는 적군을 맞아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아이리스 문양의 방패로 덕분이었죠.
“아, 고마운 천사여!”
프랑스는 다시 평화로워졌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군대는 침략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왕이시여, 아뢰옵니다. 다시 적군이 침입하였다고 하옵니다.”
“무슨 작년에 왔던 각서리도 아니고. 국경선을 지키는 장군을 불러라.”
“신, 벌써 들어 있사옵니다. 하명하소서.”
허연 수염을 기른 장군이 왕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어요. 그의 몸에서 백전노장의 기백이 풀풀 풍겼습니다.
“장군, 조금도 지체하지 말고 빨리 국경으로 가시오. 짐도 곧 그리로 나가겠소.”
프랑스는 다시 전투 태세가 되었어요. 왕은 프랑스 국민과 군사들에게 더 이상 전선에서 물러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죠. 백마를 탄 왕은 몸소 전쟁터로 나아가 총지휘를 했어요. 세 송이의 붓꽃이 그려진 방패를 든 왕은 동과 서로 뛰면서 적군의 기세를 막았습니다.
“저 양반 뭐래? 자기가 무슨 홍길동이야?”
“아무래도 이만 철수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거 완전 도망 각 아니냐.”
왕의 모습을 본 군사들은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여 적을 삽시간에 격퇴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토도 점령해 풍요로운 나라로 거듭났죠.
“이렇게 됐으니, 이번 참에 나라꽃을 아이리스로 하는 게 어떻소?”
왕은 방패의 문양을 개구리에서 아이리스로 바꾼 덕에 두 차례에 걸친 전쟁에 승리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리스를 국화로 삼고자 했죠. 당연히 왕비와 신하들, 백성들까지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답니다.
감상: 아이리스류의 다른 이명이 ‘기사의 꽃’이라고 들었을 때 이게 웬 소리인가 했었는데..... 잎이 검을 연상시켜서 그랬던 거였네. 또 승리와 영광을 가져온다는 프랑스 이야기도 한몫을 했겠고. 듣기로 유럽의 명문 귀족 가문들이 이 아이리스를 휘장의 문양으로 많이 애용했다고 한다.
5. 노을을 땅에 물들인 꽃, 아이리스 - 인디언 전설
어느 인디언 마을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몸집도 작고, 말타기와 달리기, 활쏘기, 씨름 등 인디언 전사가 갖춰야 할 여러가지 것들에서 도무지 소질이 보이지 않는 인디언 소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소년을 ‘작은 다람쥐’라고 불렀습니다. 비록 전사로서의 자질은 부족했지만 작은 다람쥐는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었어요. 가죽과 나무토막들을 이용해서 장난감 전사들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아주 잘 그렸습니다.
“자, 저 언덕에서 혼자 하룻밤을 지새고 오너라. 그럼 앞으로 네가 나아가야 할 미래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것은 인디언 부족의 전통이었어요.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기도 했죠. 작은 다람쥐도 언덕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소년의 눈앞에 갑자기 하얀 수염을 가진 할아버지와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지 뭐-예요.
“전사들의 업적과 주술사의 예언을 그림으로 그려 사람들이 그것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라.”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가 엄숙한 어조로 말했어요. 그의 손이 움직이자 온갖 그림들이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졌어요.
“저녁 하늘의 빛깔을 그림에 담아보세요.”
하얀 옷을 입은 여인도 말했지요. 그녀의 뒤로 아름다운 빛깔이 가득한 하늘이 보였습니다.
“내 인생의 목표를 찾은 것 같아.”
작은 다람쥐는 그날 이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용감하게 사냥하는 전사들과 부족의 조상과 형제들의 위대한 업적과 주술사가 전하는 신비한 꿈을 그리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다람쥐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은 그들의 위대한 조상과 전사들의 업적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위대한 조상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들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살 수 있었어요.
“이래서 기록은 중요한 모양이야. 난 우리 부족이 정말 자랑스러워.”
이제 작은 다람쥐는 마지막 숙제만 남겨두고 있었어요. 하늘의 노을을 부족에게 선사하라는 하얀 옷의 여인이 남긴 과제 말이죠.
“어떻게 하면 노을을 부족에게 선물할 수 있을까.”
작은 다람쥐는 부단히 노력했어요. 그림을 그릴 좋은 수사슴 가죽을 찾아다니고, 그들이 사는 들판에서 가장 산뜻한 꽃과 가장 빨간 딸기와 가장 짙은 보랏빝 돌가루로 물감을 만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계시를 받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하늘의 빛깔을 표현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작은 다람쥐는 하늘의 빛깔을 되새기기 위해 매일 저녁이면 언덕에 올라 하늘을 바라 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작은 다람쥐에게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너는 우리 부족을 존중하면서 너의 재능도 갈고 닦아 왔으니, 원하는 빛깔을 꼭 찾아낼 것이다. 내일 하얀 사슴 가죽을 가지고 늘 노을을 보던 이곳으로 오거라. 네가 원하는 것을 찾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저녁 작은 다람쥐는 언덕에 올랐습니다. 계시를 받던 날 보았던 아름다운 노을이 하늘로 퍼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가 서 있는 주위에 온통 물감 묻은 붓들이 돋아나 있었죠. 그가 그토록 찾던 노을 빛깔들이 그 곳에 모두 있었습니다.
“이거야, 바로 이거였어!”
작은 다람쥐는 신들린 듯 붓을 하나씩 뽑아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작은 다람쥐는 부족민들에게 하늘의 노을을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다람쥐가 하얀 사슴 가죽에 담아낸 아름다운 노을 그림을 보면서 어떤 이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고, 어떤 이들은 꿈과 희망을 갖게 되었지요. 다음날 아침 작은 다람쥐가 저녁 노을을 그리던 언덕은 온통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작은 다람쥐가 노을을 그릴 때 썼던 붓들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빨강, 주황, 노란색 등 다채로운 색상의 꽃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 나간 것입니다. 그때부터 해마다 언덕과 들판에는 붓을 닮은 꽃이 한가득 피어났어요. 작은 다람쥐의 뜨거운 열정과 부족에 대한 사랑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노을 그림을 그들의 삶의 터전에 뿌리내리게 한 거-예요.
“저기 봐, 노을을 땅에 물들인 사나이다!”
“우리 마을의 자랑이지. 우리 부족의 자랑이기도 하고.”
이제 사람들은 소년을 작은 다람쥐라 부르지 않았어요. 대신 ‘노을을 땅에 물들인 사나이’라고 불렀답니다.
감상: 이 이야기는 《손끝으로 읽는 국정》에 실린 적 있다. 몇 호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짧은 글 긴 여운>인가, 그 지문에 나온 걸 교정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런 아이리스 관련 인디언 전설이 있었네 싶어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이 이야기가 그림책으로도 출판되었더라.
출처 1: blog.naver.com/click
출처 2: blog.naver.com/svandone
출처 3: 도서 《한국의 야생화》 저자 이유미
자료 모음 및 정리․이야기 각색: 카페 작은 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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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료 정리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네요.
한편의 소설을 읽고 가는 느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