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농작물이기 때문에, 그해의 기후 및 풍토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동일 지역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생산된 커피라 하더라도 그 맛에 미묘한 차이가 발생한다.
커피도 소주나 담배와 같은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항상 같은 맛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 회사들은 블렌딩(Blending, 배합)과 로스팅(Roasting, 배전) 등의 방법 변화를 통해서, 매년 달라지는 커피 맛을 항상 같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이렇듯 매년 달라지는 커피의 맛을 정확하게 감별하고 동일한 맛을 찾아내는 방법을 '컵 테스트' 또는 '커핑(Cupping)'이라고 하고, '커피를 시음하는 사람' 또는 '커피 감별사'를 '커퍼(Cupper)'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커피 감별사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커피 감별사가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혼합하여 새로운 맛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맛을 일정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데, 세계적인 커피 회사는 맥스웰(Maxwell)과 네슬레(Nestle) 그리고 아우에 에그버트(Douwe Egberts)의 세계 3대 커피 로스터 메이저사로 한정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태리의 경우 'Coffee University'라고 하는 대학과, 'Barista'라는 커피 메뉴를 개발하는 사람들를 양성하는 교육기관들이 발달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커피 테스터 전문 양성 기관이나 교육 기관, 인증제도 등은 아직 없거나, 미흡한 상태이다.
■ 가정에서 할수 있는 '커핑(CUPPING)' 연습
우리가 흔히 음식을 먹을 때 미각으로 맛을 느끼기 전에 후각을 통해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항상 다양한 커피 냄새를 맡고 있으면 미각 또한 민감해진다. 그렇기에 미국의 커피전문가들은 '커피는 습관으로 마셔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경험'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신선한 커피와 시선하지 않은 커피 두가지 종류를 준비해서 커피의 맛을 종합적으로 아래과 같은 방법으로 기록하고 비교해 본다면, 이 특별한 '경험'이 끝난 후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지역의 원두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설명되어지는 맛에 대해 느낌이 다르더라도, 또는 거의 못 느끼더라도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사람마다 미각의 차이는 늘 존재하는 것이고, 처음부터 모든 맛을 완벽하게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많은 '경험'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 준비하기
커피는 신선한 것과 신선하지 않은 것 두가지 종류를 준비한다. 두가지 맛의 차이를 비교하여 느끼기가 훨씬 쉽고, 좀더 정확하게 맛을 기억할 수 있다.
추출 방식은 우려내기이다. 작은 컵에 볶아서 분쇄한 커피를 넣고, 끓는 물을 붓어서 3~5분이 경과한 뒤 숟가락으로 저어 커피 입자가 완전히 컵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한다. 가라앉지 않는 입자는 걷어내서 버린다. 한 컵의 커피와 물의 비율은 커피 7.5g에 물 150ml 정도이다.
■ 맛보기
커핑을 하기에 앞서 치약 없이 양치질을 하든지 찬물로 이와 잇몸을 골고루 헹궈야 한다.
스푼으로 커피를 떠 '스으읍' 소리가 크게 나도록 빨아들이는데, 가급적 목구멍 뒤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커피 액을 입안 구석구석까지 돌려본다. 그 다음에 커피를 준비된 그릇에 뱉는다.
■ 기록하기
노트에다가 맛의 느낌을 적어본다. 만일 느낌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시 한두 모금 '커핑'해도 된다. 커핑이 끝난 후 느낌을 기록하는데 이때 기록하는 기준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입속의 느낌이 얼마나 풍부한가?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바디'라고 하는데, 연하지만 입안에 꽉 차는 느낌을 갖는 커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커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면 바디가 약한 것이고, 풍성한 느낌이 들면 바디가 강한 것이다.
신맛, 단맛, 쓴맛은 각각 어느 정도로 느껴지는가?
이것은 10단위의 %로 나타내는 편이 좋다.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 특히 단맛이란 맛으로 직접 느낄 수도 있고, 달콤한 향기로 느낄 수도 있다. 물론 0%일 경우도 있다.
향기와 맛, 그리고 향미는 어떻게 느껴지는가?
이것은 전문 미각 용어에서는 향기(Aroma)와 맛(Taste) 사이에 향미(Flavor)가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향미는 향기와 맛이 복합되어져 느껴지는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향기는 풍부하다, 예리하다, 감미롭다, 매끈하다, 짧게 끊어진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맛은 대단히 맛있다, 맛있다, 맛없다, 형편없다 등으로 표현해도 좋다. 향미의 표현에는 와인, 초콜릿, 과일, 흙, 기름 등의 느낌으로 표현한다.
입안에 남아 감도는 여운은 어느 정도인가?
여운이 매우 길다, 길다, 짧다, 매우 짧다로 기록한다.
이어서 다른 커피를 맛볼때는 생수로 양치질하듯 입안을 헹구어 전에 마셨던 커피의 잔맛을 없앤 후 다음 커핑에 임한다.
※ 커피 맛의 표현 깊이 알기 : 커피의 맛을 나타내는 기본 표현과 그 외의 전문적인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