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3월 30일부터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고 있는 이순호라고 합니다.
동경 신주쿠에서 한 3개월 일하고, 7월부터 쭉 쉬고 있습니다. 쉬기를 한달무렵 즈음
웬지 세계여행을 위한 전초전을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것이 걸어서 동경에서 삿뽀로까지죠...
한 한달정도... 전 한 500키로쯤 되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무려 1300키로라니... 걸어서 가면 가는데만 2달은 넘게 걸리겠군.
음 이런... 여기저기 떠벌려 놓은것도 있는데... 이를 어쩐담.
어째든 출발을 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걸어서는 무리니까 걷기와 히치를 겸해서 가기로요.
내가 아는 일본사람들이 일본에서 히치하이킹은 아마 안될꺼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운이 좋으면 되겠거니 했죠.
일본오기전 일본어 공부를 한것도 아니고, 일본와서 학교를 다닌것도 아니고,
한 4개월이 됐는데... "역이 어디냐", "어디까지 가고싶다" 뭐 이정도만 알고 떠났습니다. 사전하나 밑고서... 말도안통하는 타국땅에서 이런 무식한 생각에 출발을 해봅니다.
일단은 경비는 하루에 1000엔을 넘기지 말자.(한국돈으로 만원쯤 됩니다.
오불생활자에 조금은 오바되지만요.)
이단은 하루에 적어도 15키로 이상은 걸어야 한다.(그래야 조금이나마 명목이 서니까요.)
삼단은 정 힘들고 지칠때가 아니면 텐트에서 자자.(돈을 아끼는 최대한의 지름길이니까요.)
사단은 음식은 무조건 해먹자.(정말 유명한, 그리고 싼것이 아니라면 밥은 해먹어야 한다.)
오단은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삿뽀로까지는 가야한다.(돌아오는것은 그뒤에 생각하자.
이걸 실패하면 세계여행은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어째든 뭐 이런 무식한 생각으로 외로운 여행을 시작해 봅니다.
김남훈 일단 이이름을 거론해야겠다.
일본에서 말이안되면 할수있는일이 별루 없다.
그래서 나도 말이 필요없는 찌라시(전단지)를 하게됐다. 거기서 만난 녀석이다. 내가 일본에 온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사를 무려 3번이나 하게됐다.
마지막 3번째가 이녀석 집이다.
찌라시에서 신문으로 업을 돌렸기에 방이 하나 생긴것이다.
(일본에서 신문을 돌리게되면 보통은 방을 제공해 줍니다.)
난 그방에서 무려 한달이나 얹혀 살았다.
(일본에서의 가장싼 기숙사를 들어가더라도 한달에 3만엔은 넘게 듭니다.)
참 좋은 녀석이지. 게다가 이번 여행을 떠날수 있게 된것두 이녀석때문이다.
대학생때 산악부였던 탓에 배낭이니, 텐트니, 침낭이니, 모든걸 갖추고 있다.
난 그걸 송두리채 가져와 버렸다.
이녀석의 집과 애인을 모두. 텐트는 집이고, 배낭은 애인이란다.
일본에 올라온 태풍은 동경을 빗겨 오사카로 향했다.
덕분에 여행을 이틀이나 늦추고 말야.
오늘은 난데없이 전에 살던 기숙사 녀석들이 송별식을 해준단다.
얼마나 걸릴지, 어떤변을 당할지 모르기때문에...
보통 야간일을 하기때문에 우린 새벽 3시경이나 만날수 있었다.
가격이 싸기에 자주가는 안안이란 곳에서...
여행일기를 쓰려고 가져간 노트에 강제로 몇자씩 적으라고 했다.
이녀석들 제발 살아돌아오라고 한다.
야끼니꾸(삼겹살집)에서 맥주를 한두어잔 마시니 벌써 날이 밝는다.
일본은 4시가 넘어서면 날이 밝는다. 술자리가 끝날무렵 한녀석이 농구를 하러 가잔다.
그녀석때문에 우린 모두 7명이었는데 신주쿠 공원담을 넘었다.
(일본엔 홈리스들이 많기때문에 저녁부터 아침까지 문을 닫은 공원들이 많다.)
약간의 취기에 맨발에 농구를 한다. 다시 못볼 사람들처럼 사진도 몇장찍었다.
오늘 출발하기로 했는데 벌써 날이 밝았으니 어쩐다.
우린 8시가 넘어서야 기숙사에 돌아가 잠을 청했다.
난 보통 늦게자더라도 12시전에 일어나기 때문에 오늘도 물론 그랬다.
어제의 피곤함을 잊고 출발을 하기위해서...
어제산 양파와 피망을 잘게 썰어놓고 배낭을 꾸렸다.
텐트 3키로, 쌀 5키로, 물 2키로, 침낭, 신발, 코펠, 옷가지등...
군대에서 싼 군장보다 무거우니 한 30키로는 될듯싶다.
아님 더나갈지도 모르겠다. 이걸 짐어지고 삿뽀로까지 가겠다니 나도참...^^
일단 동경을 벗어나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으니 함 가보자.
닛뽀리에서 무슨선인진 모르겠지만 외곽으로 빠지는 전철을 타고 한 20분쯤 나온다.
조금은 한적한 분위기가 나길래 전철에서 내려선다.
실은 여기까지 오는것조차도 힘들지경이다. 옷은 벌써 땀에 흠뻑 젖어있다.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일인데... 무작정 북으로 향해 걷는다.
한 30분쯤 걸었다. 벌써부터 어깨가 끊어질듯 아프다.
배낭을 내려놓기조차 힘들다. 다시 멜려면 힘으 더드는것 같다.
걷다보니 아비코를 지나 토리데까지 와버렸다.
3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걸었으니 5시간을 족히 걸었다.
한 20키로쯤 걸었을까 강옆으로 잔듸밭이 좋게 늘어져 있다.
오늘은 여기서 머물러야 겠다.
텐트를 치고 쌀을 꺼내 밥을 안쳤다.
이런 아까도 오토바이키니, 사전이니해서 집에 두번이나 갔다왔는데,
양파를 썰면서 숟가락, 젓가락을 놓고와버렸다.
밥은 끓고 있는데 배낭을 아무리 뒤져도 대용할만한게 아무것도 없다.
근처에는 가게조차 보이질 않는다.
단지 차들이 다리를 넘는 소리만 들릴뿐...
밥은 벌써 타는 냄새가 난다. 한번 뒤집어 줘야 되는데...
그나마 조그만걸 하나 찾았다.
찾았다기보다는 억지로 먹어야 했기때문에 100엔샵에서 산 맥가이드칼에 쨈바르는 칼이 있다.
그걸로 데우지도않은 차거운 카레를 얹어 밥을 꾸역꾸역 먹는다.
그래도 힘든고생후에 먹는 밥이란 참으로 맛있다.
지금 텐트앞에는 태워먹은 코펠만이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있다.
아침 6시. 해가 텐트에 비추기 시작하면 더워서 잘수가 없다.
짐을 꾸려 출발한다. 다리를 하나 넘는데만 한 30분쯤 지난다.
일본은 강옆으로 골프장이 많다. 여기도 물론 그러했고...
아침부터 왠 고생이람.
아침부터 숟가락을 찾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배에선 꼬르륵 소리가 나고, 도저히 안되겠다. 공사중인 건물옆에 수도가 있다.
여기에 일단 자리를 잡아야 겠다.
일본에선 화장실이나 물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급하면 공원이나, 맥도날드 같은 곳을 찾는다.
여긴 시골이라 그런것들 조차 보이질 않았기에...
어제 못한 설것이와 세수에 발까지 닦았다. 물론 아침은 그 빵칼로 먹구...
아침을 끝내고 또 행군길에 오른다.
오늘부턴 히치하이킹을 해보자.
히치를 하기위해 좋은 위치를 찾는데만 무려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론 어깨는 끊어질듯 아프다. 한 15분쯤 후에 앞에 차가 한데 선다.
좋아라 열심히 뛰어간다. 웬 흑인이 하나 앉아있다.
타라는 얘긴않하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어디까지 가냐'는둥, '왜 걸어가냐'는둥,,, 한 3분이 흘렀을까 타란다.
어째든 첫번째 히치를 성공했다.
이녀석은 스리랑카인인데 냄새가 좀난다.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전화를 해서 날 바꿔준다.
내가 뭐 할얘기가 있었겠냐? 그냥 몇마디 나눴다.
조심해서 잘 갔다오란다.
스리랑카인은 나에게 메일주소를 알려달라길래 알려줬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녀석 음료수도 하나 사주던걸...
내가 원했던 곳은 쯔치우마까지였는데 거기까진 2정거장 남았는데 전철타고 가라고
역앞에 내려준다. 내가 그럴수야 없지... 다시 행군이 시작된다.
벌써 점심시간이기에 밥을 해결해야 했다.
아참 아까 그역 로손에서 100엔짜리 플라스틱 스푼 샀다.
으하하하... 로손에 있을줄이야...
점심으로 참치캔을 하나따서 먹고 두번째 히치길에 오른다.
이번엔 할머니, 할아버지다. 조금가다 내리긴 했지만. 또 한참을 걷는다.
이길은 히치할만한 곳이 보이질 않는다.
편도 3차선에 주정차금지 푯말까지... 한참을 걸어서야 좋은곳을 찾았다.
이번엔 조그만 트럭이 한대선다.
보조석 밑에는 로프니, 비닐등이 깔려있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걷는것보단 낫질않은가?
내가 원했던 곳은 이시오까였는데 미토까지 간다길래 거기까지 쫓아나섰다.
농부인데 말이 많은덕에 옆에서 살짝 맞장구만 쳐주면 됐다.
나의 짧은 일본어 탓을 한다. 욘사마(배용준)가 인기긴 인기인것같다.
이 농부가 말하길 앙케이트 조사를 했는데 오봉(우리나라의 추석, 설 같은 날이다)때
가장가고 싶은곳 1위에 한국이 올랐단다.
자기가 농사한 고추를 가져가라는데 마다하고 차에서 내렸다.
대신에 내가 열심히 끓여놓은 녹차물을 놓고 내려버리고 말야...
아 이더위에 멀먹나.
이번엔 물이 필요했기에 물을 찾아 걷는다.
동경에선 엄청많은 공원이 여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시골이라 그런가보다.
저앞에 맥도날드가 보이길래 100엔짜리 맥쉐이크를 하나사서 자리에 않았다.
아 시원해라. 한 1시간은 뽀겠나보다. 물론 물통에 물도 가득히...^^ 해가 저물었다.
이번에 히치가 안되면 적당한 곳에서 잠을 청해야지... 한 10분이 넘었는데도 잡히질 않는다.
포기하고 30발쯤 걷는데 차가 한대선다.
32살이라는데 한 40은 넘어보인다.
사투리도 심해서 알아먹질 못하겠다. 여하튼 말 많다.
홋카이도까지는 무리라고 돌아가란다. 히타치해변공원에 가고싶다니까 데려다 준단다.
근데 거기 아무도 없단다. 역시 그랬다.
그래도 화장실은 있길래 설것이도하고 쌀도 씻었다.
암두없었던게 오히려 다행이다. 공원앞 3거리 구석에 텐트를 친다.
동경을 벗어나 벌써 100키로나 와버렸다.
히치하이킹 요령이다. 여행팁 및 전문가의 조언 오늘의 나의 경험에서...
일단 여행자임을 표시하기위해 배낭은 메고 있어라. 무겁고 힘들지만 그만한 보람은 있다.
이단은 앞에 주차할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라. 아무리 테워주고 싶어도 주차공간이 없으면 그냥간다.
삼단은 푯말을 준비해라. 목적지가 어딘지 확인시켜줘라. 그리고 최대한 짧은거리를 적어라. 그래야 확률이 높아진다.
사단은 될수있는한 얼굴을 보여줘라. 썬그라스와 모자 등은 벗는 편이 좋다.
오단은 꼭 잡힌다는 기대는 하지마라. 진정한 여행자는 걷는 걸 두려워해선 안된다.
새벽엔 텐트에 이슬이 맺힌다.
아침에 텐트가 젓었기에 후라이를 떼고 텐트를 말리고 있다.
그런데 바람이 휙 텐트가 날라간다. 나도 같이 뛴다.
하마트면 도로가운데로 날라갈뻔했다.
히타치해변공원에 가본다. 공짠줄 알았는데 400엔이란다.
안내지를 보니 별루 내키질 않는다. 바다도 없고 수영도 못한단다.
근데 공원은 엄청크더라. 큰연못에, 분수대에, 놀이기구까지...
이 공원 빠져나오는데만 무려 40분이나 걸렸다. 저멀리 바다가 보인다. 태평양이다.
오늘은 바다도 보고 수영도 할 참이다.
무거운 가방때문에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하루 가방놓고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800엔이란다. 어쩔수 없이 그리했다.
이런 도둑놈들... 100엔짜리 코인락카에 지갑만 넣었다.
난 삼각수영복에 해변으로 나섰는데 모두들 날 쳐다본다.
남자들은 모두 긴반바지(올해 유행하는 수영복인가보다.)차림이다. 여자들은 물론 비키니...^^
바다에 뛰어들었다. 파도가 엄청세다.
키를 두배쯤 넘기는 파도때문에 여러번 물속으로... 꼬르륵~~~
역시 바닷물은 짜군. 수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튜브에 몸을 실어 파도만 탄다.
아님 바다엔 들어가지도 않고 오일바르고 해변에 누운 사람이 더많다.
수영보다 몸을 태우로 온사람들이 더많네...
수영은 조금만 하고 다시 북으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오늘 하나비(불꽃축제)가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에서 100엔샤워를 하고... 2분도 안되서 끊겼기에 비누칠한 몸으로
자리에가서 100엔을 더가져왔다.
여기 샤워장은 밖에서도 다 보이기때문에 보통 수영복 차림으로 샤워를 한다.
가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하나비를 본다.
요코하마에서 한번보고 또한번 보고싶었는데... 난 운이 참 좋은것 같다.
7시에 시작하기로 한 하나비는 교장선생님같은 전주를 무려 20분이나 늘어놓는다.
여자진행자가 설명을 하고 이장같은 사람이 나와 목소리에 힘줘얘기하고,
물론 스피커로 들리는 것이긴 하지만... 60여개의 프로그램이란다.
한프로그램이 시작하기전 그여자가 설명을 하고 쏘아댄다.
한프로그램에 1발짜리도 있고, 많아야 30발이다.
그런데로 아기자기하니 괜찮았다. 한 600발쯤 쏘았나보다.
그것도 1시간이 넘게 말야... 요코하마에서는 40분동안 정신없이 6000발을 쏘아댔다.
물론 사람도 발디딜틈도없이 꽉찼고...한 50만명쯤 되니까...
오늘은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몇보 후퇴를 했다.
뭐 어차피 조금은 즐기러 온것이니까...
남훈이가 한말이 생각난다.
배낭을 쌀때는 가벼운건 아래쪽에 무거운건 위쪽에 그래야 밑으로 처지지 않는 단다.
또 무거운건 안쪽 등쪽으로 가벼운건 바깥쪽으로 그래야 무게감을 덜 느낀다고...
오늘까지 줄곳 바깥주머니에 텐트를 넣고 다녔다.
그 말이 생각나 텐트를 안쪽으로 넣었더니 배낭메기가 한결 쉬워졌다.
진작그럴껄. 괜한 고생했네. 아직도 무겁긴 마찬가지지만...^^
역시 경험은 중요한것 같다.
이번 여행은 세계일주를 하기위한 일종의 시험이다.
그래서 목적또한 삿뽀로까지 가는것만이 목적이다.
여기저기 즐기려 한것도 아니고 외로움과 실패에 대비한 일종의 싸움이다.
이번 여행에서 날 괴롭게 하는건 외로움도 두려움도 아닌것 같다.
그건 바로 어깨를 짖누르고있는 30키로를 육박하는 무거운 배낭이다.
그래서 어딜 찾아다니는 것이 겁나는 것 같다.
단지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걷는것 뿐이다.
이 무게를 이겨내야 진정 여행을 즐길수 있을것 같다.
오늘은 찻길옆 가로등 밑에 자리를 잡는다.
어제 해수욕을 한것이 나에게 또하나의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어깨가 새빨개져서 쓰라린다.
더욱이 무거운 가방에 짖눌려 더욱더 심하다.
몇일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스스로 위안을 하며 한발짝씩 전진한다.
2시간여를 걸어서 첫번째 히치를 해본다.
잘 되질 않는다. 포기하고 또 한참을 걷는다.
저앞에 차가 한대선다.
60살이 넘은 할머니인데 도중에 일부러 은행에서 돈을 찾아 선물용과자를 사온다.
힘들텐데 가면서 먹으란다. 아 감동~~ 이런 맛에 여행을 하나보다.
두번째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딸이다.
아들은 장애가 심하고 딸은 간단한 대화정도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하나 근심조차 없다. 오히려 때때로 웃어가며 즐거워 한다.
일본에 와보면 알겠지만 장애인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장애인이 많아선가? 그건 아닐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질않고 잘들 살아간다.
또한 이곳 사람들은 특별한 시선을 주지않는다.
보통의 사람을 처다보듯 그렇게... 우리나라도 이랬음 얼마나 좋을까?
이들은 나에게 점심까지 사줬다.
세번째 히치는 배를타는 어부 총각 둘인데, 정말 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시골 총각처럼 생겼다. 얼굴도 새까만고, 사투리며 말하는 것또한...
자기들은 이오키항구에 배타러 가는데 거기가면 센다이까지 가는 트럭을 잡아타면
바로 갈수 있단다. 나도참 멍청하지. 그 촌넘들의 말을 믿고 2시간이나 히치를 하다니...
처음엔 센다이까지는 180키로정도되니까 1시간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수 있겠다 싶었다.
근데도 잡히질 않으니 오기로 1시간더 히치를 했다.
그 사이 어떤 할아버지 자기 가진돈이 500엔밖에 없다며 500엔을 손에 쥐어준다.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였나...^^
지나가던 아줌마가 내일 아침에나 가능할 거란다.
해도 저물어가고 그만 포기해야겠다. 또다시 행군이 시작된다.
8시쯤 됐을까 텐트치기 정당한 곳을 찾아 해변가를 걷고 있는데 왠녀석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
나더러 어디 가냔다. 같이 술한잔 하란다. 배도고프고 지쳤기에 그리했다.
저녁 안 먹었다니 빵도 사다준다.
한명은 자기가 이동네 마피아란다.(보통 야꾸자들은 자칭 마피아라 칭한다.)
권투도 그동네 챔피언이란다. 참 재밌는 녀석이다.
나보고 대단하다고 감동먹었다고 눈물까지 흘린다.
그러곤 자기집에서 자란다.
한녀석은 건축일을 하는데 내가 요리를 좋아한다니
자기가 아는 가게에 전화해서 일자리까지 알아봐준다. 근데 안된단다.
술을 몇잔 마시고, 건축일 하는 녀석 집으로 갔다.
부인이 튀김이니, 햄이니, 사라다니, 한상 차려놨다.
또 술파티가 열린다. 튀김이 식으면 다시 튀겨오고 계속해서 먹을것을 내온다.
다음날 아침엔 내 물통에 무기차와 생수도 한통 넣어놨다. 가져가란다.
부인을 만나려면 이런 여잘 만나세용~~ 이것이 내가 일본인 집에서 잔 첫번째 경험이다.
오늘은 마피아 녀석이 자기집에서 자란다. 극구 마다하고 잠깐만 앉었다 가기로 했다.
이녀석도 부인이 있는데 나는 아는채도 안한다.
인사도 안하고 조금있다 녹차 한 잔만 내앞에 내놓기만 한다.
담배를 연줄 피어대고만 있다.
이녀석 어제 외박하고 날 방패막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삭막한 분위기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갓난아기가 있어서
갓난아기하고 놀다 슬슬 눈치보며 그집을 빠져나왔다.
어제는 운이 좋았기에 오늘은 아침부터 쭉 행군이다.
또 히치를 했는데 조금있다 히치하는 일본인을 하나 더 태웠다.
이녀석 역시 홋카이도까지 간단다.
똑같은 장소에서 내렸는데 그녀석은 그자리에서 바로 히치를 하고 난 다시 걷기 시작한다.
1시간쯤 후에야 또 히치를 했는데 그녀석 아직도 그자리에서 히치를 하고 있단다.
40쯤 돼보이는 아저씨다. 이아저씬 10살된 딸이 하나 있는데한국어를 배운단다.
한국에 가고 싶다고... 롯데월드에... 중간에 잠시 쉬자고 해수욕장에도 데려다 준다.
3번째는 왠 양아치 두놈인데 별얘기 하고 싶지 않다. 나쁜쉐끼.
막지막엔 23살인 아가씨 둘이 태워준다. 차도 폭스바겐이다.
원래 가는곳보다 멀리 센다이까지 데려다 줬다.
모래 센다이에서 마쯔리(일본축제)가 있는데 같이가자는둥,
자기집이 딸기 농사를 하는데 내년에 놀러오라는둥, 한국에 가면 안내해달라는둥,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이쁘진 않았지만 젊으니까 보긴 좋더라.
뭐 살게 있냐길래 버너가스를 하나사야된다 했다.
2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역시나 없다. 여행용버너라 가스찾기가 여간 쉽질않다.
센다이 외곽까지 가고싶다니 선뜻 그리해준다.
차도 많이 막혔는데, 저녁도 못먹어서 배고플텐데...^^
무려나를 3시간이 넘게 차를 테워줬다.
어느 공원에 내려줬는데 텐트치기 막당치가 않아 7키로 가면 해수욕장이 있다길래 또 걷는다.
가는길에 저멀리 하나비(불꽃축제)가 보인다.
다리위에서 저멀리의 하나비를 감상했다. 역시 일본의 하나비는 멋있다.
오늘 하나비는 15000발이란다. 하나비가 끝나고 또 해수욕장을 향해 걷는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텐트를 친다.
일본의 해수욕장엔 텐트치고 잠을 자는이들이 없다.
아침 9시가 넘어서면 하나둘 해수욕장에 모여서 해가질 무렵이면 다들 집으로 간다.
잠을 자려는데 때때로 젊은것들이 와서 불꽃놀이를 한다.
젊은것들은 어딜가나 똑같은 것같다. 나도 젊긴 하지만...^^ 덕분에 잠을 몇번이나 설쳤다.
슬며시 스며드는 바다향기와 살짝 얼굴을 내미는 태양과
귀속으로 잔잔히 들리는 파도소리에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도 하루를 살기위해 아침밥을 짓는다.
가스가 거의 떨어져가므로 조금만... 역시나 조금지나지 않아서 불이 꺼져버린다.
한입 깨물어보니 아직 생쌀이다. 먹어야하나, 버려야하나 고민하다 먹는다.
참치캔을 하나따서... 이건 생존게임이라 생각된다.
먹지못하면 굶어죽는... 이것또한 해봐야겠다고...
오드득 오드득 씹히는 소리는 바로 익숙해 진다.
시치가하마(해수욕장)는 조그만 반도처럼 튀어나왔다.
게다가 시골이었기에 이사람 저사람 물어봐도 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거기 빠져나오는데만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이리저리 해메다 어제 하나비를 본 다리위에 도착했다.
12시가 다됐는데 어제 그자리군...
그래도 운이 좋게 그옆 HOMAC라는 대형슈퍼에서 가스를 살수 있었다.
아까 조금 남은 생쌀을 다시끓여 카레와 밥을 먹는다.
아 오이시이(맛있다.) 또다시 히치를 한다.
그아저씨 저앞에 관광지라고 그곳에 내려준다.
바다에는 섬들이 많고 그옆으로는 공원과 절이 있다.
암벽을 집같이 꾸며놓고 그안에 불상도 있고...
어째든 첨으로 관광지같은 곳을 구경했다. 한참을 구경하고 또 히치를 한다.
이 아저씬 말이 많다. 안되는 영어도 써가면서...
주소도 알려달라고 자기 주소도 알려준다. 왜지?
이시노마끼까지 왔다. 지도상에 오나가와가 바닷가길래 푯말을 작성해 걷기 시작한다.
여기 도심지가 의외로 크다.
거의 외곽으로 빠져나갈무렵 왠 봉고차에 탄 아저씨가 나더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오나가와는 시골이고 가는 차도 별루없고 해수욕장도 없단다.
괜찮으면 자기집에서 하루 자고가라고...
자기도 젊었을때 여행을 많이다녀 그리해주고 싶단다.
더욱이 부인이 등산을 가서 오늘은 자기 혼자란다. 처음엔 마다하다 승락을 해버렸다.
내심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큰집에 장식품 또한 고급스럽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가서 맥주를 사온다.
한캔먹고 나가서 식사하자고... 식사하러 나갈때 게타(일본나막신)를 신어보란다.
꺼떡꺼떡 움직여서 중심잡기가 힘들다.
양아치들 걷듯이 직직 끌으면 쉽단다. 그리하니 걷기가 쉬워졌다.
굉장히 재밌다. 기회가 돼면 한번들 신어보세용~~
이아저씬 아베이고 같이일하는 직원인 카쿠타와 셋이서 만났다.
우린 분위기좋은 식당 옥상야외 테라스에서 맛있는 요리와 술을 마셨다.
노미호다이(음주무제한)라고 맘껏 마시란다.
이 식당에선 사장이건 종업원이건 아베에게 깍듯하다.
이 지역 유지쯤 돼나보다. 아님 단골손님이던가.
한명씩 와서 아베에게 인사하고 나에게도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욘사마(배용준)가 왔다고... 다들 즐거워한다.
난 순식간에 유명인이 돼버렸다.
카쿠타는 나에게 하고있던 아대를 선물로 주었고, 그걸본 아베는 나에게 게타를 선물로 주었다.
이 식당 사장은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술이라며 서비스를 한다. 별 맛은 없었지만서도...
오늘은 이렇게 좋은사람들과 좋은식당에서 맛있는 요리와 맛있는 술과 함께한다.
우연히 잡아탄 트럭기사 스즈키가 자기아는 버스회사 사장이
모리오까(이시노마끼에서 한 200키로쯤 북쪽이다.)까지 간다고 그쪽으로 연결해 준다.
이사장은 야나가와인데 한국인 3세이다.
날보고 좋아한다. 한국말은 아버지, 어머니 밖에 모른다.
우연히 처음으로 한국인을 만났다.
모리오까엔 자기누나가 사는데 매형은 빠찡코를 한단다. 거기서 점심먹고 가란다.
빠찡코가게 한 구석 사무실에 갔다.
빠찡코사장, 누나, 사장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까지...
빠찡코사장과 누나만 서툴긴 하지만 한국말을 한다.
점심으로 스시(생선초밥)를 배달시켜줬다.
냉장고에 있는 김치도 꺼내온다. 한국에서 넘어온거라고 많이 먹으란다. 맛있다.
난 김치를 한통 다 먹어버렸다.
내가 하루 20키로쯤 걸었다니까 오늘부턴 김치힘으로 40키로는 너끈할꺼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빠찡코사장은 헤어질때 명함을 한장 준다. 안좋은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그도 그럴것이 이사람은 마피아니까...
어그제 본 동네 마피아하곤 차원이 틀리다. 말도 별루없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벤츠에 BMW까지 타보았다. 좋은 차는 역시 틀리더군...
빠찡코가게를 나와 또다시 걷기시작한다.
내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참을 비를 피해 있다가 어쩔까 생각한다.
호텔에서 묵을까 아님 텐트를 칠까? 호텔은 역시 무리다. 6000엔 이상 하니까.
오늘은 텐트를 치고 내일도 비가오면 숙소에서 묵자 위안을 한다.
난 항상 어려운일이 당치면 이렇게 생각한다. 여려운 일은 잠시뿐이다.
조금만 참으면 좋은날은 금방 찾아온다... 비를 맞으며 무려 4시간을 걸었다.
여기는 스포츠공원인데 오늘은 이곳에 텐트를 친다.
비가오기때문에 텐트안엔 습기가 많다. 찝찝하다.
그래도 6000엔 버는건데 참아야지...
새벽부터 노인들이 거뭐냐 골프비슷한거 그거하느라 딱딱소리를 낸다.
그것도 내 텐트둘레에서. 여기 노인들도 잠이 별루 없나보다.
슬며시 텐트를 열고 나가본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날씨가 맑게 개였다.
한 할머닌 잠을 깨워 미안하단다. 몇몇 할아버진 내가 방해한양 힐끔 힐끔 째려본다.
오늘은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가야겠다.
벌써 동경을 벗어나 500키로를 넘게 왔으니...
스포츠공원 축구장에 가본다. 초등학생 축구경기가 있어 구경을 한다.
애들 축구지만 감독, 코치, 심판, 부모들까지... 모든걸 갖추고 시함을 한다.
볼보이에 축구장 주변엔 물통까지 비치해놨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하다. 신장과 스피드에서 많이 밀린다.
머리하나정도는 더 크니까. 애들이지만 개인기며 팀웍이며 짜임새가 있다.
일방적인 우세로 5:1로 경기가 끝났다.
스포츠 공원을 조금더 둘러본다.
농구장, 축구장, 야구장, 테니스장, 암벽등반 연습장까지... 역시 좋다.
모두들 프로는 아니지만 열심이다.
잠시구경을 하고 다시 또 출발을 한다.
이와테의 어느 한적한 조각공원에서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한다.
빨래를 조각상들에 하나씩 널어놓고 나는 벤치에서 낮잠을 잔다.
해가질무렵 또다시 출발을 한다.
이내 트럭이 한대 잡힌다. 13톤이나 돼는 트럭인데 이런 큰 트럭은 처음이다.
43살된 야스가히라이다.
이 아저씬 이노헤까지 가는데 내일아침에 조금더 북으로 간다고
집에서 자고 내일도 같이 가잔다. 2리터짜리 생맥주를 하나사들고 집으로 갔다.
집에는 50세된 사이코(이름이다.)와 같이사는데 같이 산 지 한 10년 됐단다.
사이코에게는 아들둘 딸둘이 있는데 전남편의 자식들이고,
막내딸만이 야스가히라가 양녀로 입양해 같이 키웠단다.
같이 사는데 오늘은 집에 없다. 오늘은 고기파티다.
고기에 맥주를 금새비우고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다.
이쪽은 강원도와 가까워서인지 진로보다 경월소주가 유명하다.
한 1리터는 마셨나보다.
야스가히라는 나더러 이짱이란다.(짱은 보통 애들한테 쓰는데...^^)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지만 호수근처까지 야스가히라가 데려다 주었다.
오늘은 호수에서 수영좀 해야지...
조금을 걸어서 호수에 도착했다.
난 젊은 사람들이 많을줄 기대했는데 전부 가족끼리다.
기분이 우울해진다.
오늘은 여기서 텐트치고 놀려고 했는데... 좀더 가야겠다.
수영은 하지않고 벤치에 앉아 구경만 한다.
점심때쯤 일어서려는데 한국에 있는 형한테 전화가 온다.
막내 외삼촌이 돌아가셨다고... 낚시하시다 사고로... 40이 훨씬 넘게까지 독신으로 사셨는데...
기분이 찹찹하다...
여러분 잠시나마 먼저떠나간 영혼을 위해 잠시 묵념합시다.
그리고 여행중에는 항상 긴장하면서 사고없이 다니세요...
한참을 벤치에 앉아 있는다.
앞에 놀던 꼬마가 커피와 핫도그를 갖다준다.
같이 온 할아버지가 안되보였는지 시켰나보다.
그 할아버지 가게가서 맥주도 사다줬다.
다시 기운을 내보자. 또 걷기 시작한다. 한참을 걷는다.
우연히 차가 한대선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아저씨, 아줌마, 사내녀석 둘... 애들이란 참 좋은것 같다.
모든걸 잊게 해주니까... 그아저씨 자기집에서 자고 가란다.
보답으로 카드마술을 몇가지 보여줬다. 집에 계신 할아버지와 얘기도 나누었다.
어째든 혼슈의 끝이 가까와오고 있다.
드디어 홋카이도행이다.
11시 40분배도 오는도중에 혼슈의 가장북쪽 땅끝에서 기념비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혼슈의 가장북쪽에 있는 오마항구에서 배에 올라
2시간여만에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에 도착했다.
과자를 먹기위해 배를 따러나선 갈매기때들과 함께...
운이좋으면 돌고래 때도 볼수 있다고 한다.
내가 동경을 출발한지 10일만에 홋카이도의 땅을 밟았다.
항구는 역시 도시다. 난 여행중 도시를 벗어나는게 가장 짜증이 난다.
도시는 어딜가나 똑같으니까...
하코다테에서 에사히까지 왔다.
여기 캠프장에 텐트를 치고 마침 오늘 동네 마쯔리(일본축제)가 있다길래 구경하러 가본다.
큰 마차(옛날 전차였나보다.)위에 꼬마들이 북을치고 젊은이들은 피리를 불고
삼지창을 들고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이 전차를 가지고 동네 가게마다 들러 축원을 기원한다.
그러면 주인이 나와 술, 음료수, 안주를 내오고, 금일봉과 청주를 건낸다.
이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것이 이곳 에사히의 마쯔리이다.
오늘이 하이라이트란다.
어제 그전차가 한 10대는 모여있다.
동네마다 한대씩인가보다. 배모양을 한것도 있고, 전차위에는 장군이 한명씩 서 있다.
돌아가면서 북과 피리를 분다.
동네장로들이 점수도 메긴다.
점심으로 딸기우유를 한잔하고 쿠마이시까지 간다.
잠시바다에서 해수욕을 구경하고 근처의 캠프장에 들른다.
입장료가 400엔이다.
난 모르고 들어갔는데 텐트를 치려니 텐트앞에 모두 표식이 하나씩 붙어있어서 알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맥주를 한잔하는데 웬 벌이한마리가 내주위를 맴돈다.
도망쳐다녀도 달아나질 않는다. 한 30분쯤 쫓아다녔나보다.
그놈 날 3번이나 물었다. 벌침은 아니고 이빨로 물었나보다.
누구 벌잘아시는분 입으로 물기도 하나요? 겨우 화장실에 숨어 벗어날수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텐트치려 한 장소가 이놈 집이였나보다.
난 다시 짐을꾸려 다른곳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기분이 나쁘다.
다들 한가이 바베큐파티나 하고, 입장료도 있고, 벌도 날 싫어하고...
오늘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좋은 곳이 있나 찾아본다. 없다. 날이 저문다.
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른쪽은 바다고 왼쪽은 산이다.
이곳 홋카이도에는 곰이 있단다.
그것도 이곳 쿠마이시(곰바위)엔 특히나 많이...
좋은곳이 없기에 계속 걷는다. 살짝 겁도난다.
저 어두컴컴한 산속에서 굶주린 곰이 언제 뛰쳐나올지 모르니까.
한 3시간은 걸었나보다.
어느차가 한대 내옆에 선다.
어디까지 가냐고, 가는곳까지 데려다 준다고, 아무래도 내가 위험해 보였나보다.
그 아줌마 내가 어제 있었던 캠프장까지 데려다 준다.
오늘 내가 뭘했는지 모르겠다.
어제 그자리로 다시 돌아오다니... 아까 그 이상한 양아치 두놈의 차에 타면서 그랬다.
미치노에키(도로의 역: 휴게소이다.)에 양아치 두놈이 있길래
그놈들 가면 출발해야지 했는데... 분명 떠나는걸 봤는데... 내앞에 차를 세운다.
이 양아치 차는 뒤창문은 아에 새까망게 락카칠을 하고, 치장이란 치장은 다 해놨다.
운전석도 아에 뉘여놓고 운전을 한다.
여하튼 그때부터 재수가 없었다.
지금은 이곳엔 에사히의 막바지에 오른 마쯔리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이 있기마련이다.
스스로 위안을 한다.
이곳 바다는 경치가 아름답다
아침에 느즈막히 바다에 들어가 본다.
바다속 깊숙이까지 보인다.
점심때가 지나서야 슬슬 출발을 해본다.
오늘은 삿뽀로까지 가볼까 한다.
한 300키로가 남긴 했지만 운이 좋으면 될꺼라 믿는다.
역시 삿뽀로는 무리였나 한참을 걸어서야 삿뽀로는 아니지만
어제간 쿠마이시까지 간다고 한 아줌마가 차를 태워준다.
조개 캐는 아줌만데 다리를 좀 절고 뚱뚱한데 운전은 험하게 한다.
중간에 오니기리(삼각김밥)와 치킨 몇조각을 사준다.
점심을 못먹었는데 다행이다.
쿠마이시에서 또 걷기 시작한다.
한 15키로앞에 캠프장이 있으므로 히치가 안되면 거기까지 가려한다.
한 4키로쯤 걸었는데 짚차가 한데 선다.
낚시하러 온 아저씨 둘인데 삿뽀로로 돌아간단다.
저녁 8시쯤이 되어서 삿뽀로에 도착했다.
그 아저씬 오오도리공원에 내려준다.
거기엔 탑이 하나있는데 노란불빛에 침 이쁘게 생겼다.
그 탑에서 흘러나오는 캐롤송 비슷한 음악을 들으며 한참동안 앉아있는다.
겨울에 온 느낌이다. 날씨도 쌀쌀하다. 아니 춥다.
나는 화장실에서 긴팔에 긴바지로 갈아입는다.
아까 앉아있던 벤취에서 우연히 한국말을 들었다.
말을 붙여보려 했으나 꼬마엔 울고있고 부모는 달래고 있어서 관뒀다.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 본다.
여긴 무슨 아프리카풍의 북을 치는 이들과 댄스를 열심히 연습하는 이들,
묘기자전거, 스케이트보드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여자들이 더 열심인거 같다.
한국에서 어떤 여자가 묘기자전거를 하겠나? 여기선 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탄 여자는 벤취위로 뛰어올르기도 한다.
한 12시쯤 되어서야 집으로들 돌아간다.
나도 일어서려는데 저옆이 시끄럽다.
왠 서양놈이 하나가 칼자루 3개를 들고 돌리기 묘기를 하고 있다. 일본어도 썩 잘한다.
다들 즐거워한다. 나도 잘 알아먹진 못하겠지만 재밌다.
외발자전거위에서 불봉을 돌리며 쇼가 끝났다.
역시나 돈내노란다. 난 큰가방을 짊어메고 있어서 눈에 딱 뛰었는데...
그냥 모른척하고 와버렸다.
오늘밤은 꼴딱 새려 했는데 그래도 내일을 위해 좀 자야겠다.
텐트를 칠까도 생각해 봤는데 그냥 노숙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여기 나카지마공원의 벤취위에 자리를 편다.
이렇게 나의 목적이였던 동경에서 삿뽀로까지의 여정은 12일만에 끝났다.
원래는 홋카이도를 한 열흘쯤 돌려했는데... 부모님의 걱정으로 일정을 단축시킨 것이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는건 다음에 또 올 빌미를 만들어 주기에...
이젠 동경에 돌아갈 방법을 생각중이다.
신칸센을 타고갈까, 배를 타고갈까, 아님 다시 히치를 할까?
나까지마공원에서의 하루의 홈리스 생활을 접고 삿뽀로를 구경한다.
공원을 한바퀴돌고 라면을 한번 먹어보러 발길을 옮긴다.
어떤할아버지가 가장 유명하다고 데려다준 케야키라면집에서 미소(된장)라면을 먹었다.
10시 30분부터 영업인데 내가들어간 시간도 그때다.
시작하자마자 자리가 꽉찼다.
뭣도 모르고 쇼유(간장)라면을 시켰다가 쪽당했다. 여긴 미소라면밖에 없단다.
진한 라면국물 한사발 마신다. 오늘 하루는 든든하겠다.
유명하다는건 조금의 차이지만 사람들은 그걸 느낄수 있나보다.
어제 갔던 오오도리공원에 가보았다.
가족들, 관광객들, 촬영팀까지 공원이 미여터진다. 삿뽀로 역에 가보았다.
동경까지 가장싼 신칸센이 24000엔이란다.
그돈이면 비행기도 탈수 있겠다.
내가 동경에서 여기 삿뽀로까지 오는데 2만엔도 채안들었으니 역시나 신칸센이나 비행기는 무리다.
오오도리공원에 잠시 앉았다가 다시 동경으로의 귀환을 위해 출발한다.
어떤 쪽발이(키작은)할아범 시비를 건다. 정말 작다.
내가 벤취에 앉아서도 눈높이가 같으니... 이 할아범 날 쳐다보길래 나도 한번 봤다.
그러고 나선 나한테 뭐라 짓거리며 시비를 건다.
내가 한건 암것두 없는데... 자격지심인가 보다.
뭐라 얘기하는지 못알아먹겠길래 그냥 피해서 와버렸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그뒤가 고달프다.
오늘도 2시부터 8시까지 쭉 걸었다.
그것도 내가 싫어하는 도시를 빠져나오느라고...
여긴 어딘지 모르겠지만 남쪽으로 가는 36번 도로 옆의 작은 공원이다.
텐트를 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고단한 하루도 비에 씻겨 내려가가를 바라며 눈을 감는다.
첫댓글 좋은 여행기 잘읽고 갑니다..
벌도 물기도 합니다. 히치라니, 굉장하다는 말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