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신라시대 대국통 자장율사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와 조성한 영축총림 통도사 금강계단. 매일 오전9시30분부터 오후2시30분까지 개방해 참배가 가능하다. 화엄산림대법회에 동참해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금강계단의 진신사리를 참배할 수 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53 선지식’ 찾는 과정으로 가르침 배워
경봉스님 처음 개설 … 40여 년째 거행
통도사 개산조 자장율사 ‘화엄의 대가’
화엄산림대법회(華嚴山林大法會). 불지종가 국지대찰 영축총림 통도사가 40년 넘게 매년 동짓달을 맞아 펼치는 법석(法席)이다. 1971년 12월 경봉(鏡峰)스님에 의해 처음 시작된 통도사 화엄산림은 영남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법문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불자들로 만원을 이룬다.
올해도 12월3일부터 12월31일까지 매일 통도사 설법전에서 화엄산림대법회를 봉행한다. 경향 각지의 사찰에서 다양한 형식의 법회가 거행되지만,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처럼 각 분야의 최고봉에 이른 스님들이 한 달간 잇달아 법문을 설하는 경우는 그리흔치 않다.
지금의 화엄산림이 시작된 것은 경봉스님(1892~1982)에 의해서다.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하며 납자들과 재가불자들을 인도한 경봉스님은 <화엄경(華嚴經)>을 배우고 실천하면 고해(苦海)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엄의 진리’를 알면 언제나 즐거운 극락(極樂)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은사 성해(聖海)스님의 권유로 통도사 감무(監務) 소임을 보던 경봉스님은 어느 날 <화엄경>에 있는 한 구절을 보고 환희심을 냈다. “종일수타보(終日數他寶) 자무반전분(自無半錢分)”이란 부분이다. “하루 종일 남의 보배를 세어도, 나에게는 반 푼어치의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자기 수행과 공부의 중요성을 인식한 경봉스님은 그 길로 감무 소임을 놓고 양산 내원사를 거쳐 직지사 천불선원의 제산스님과 오대산 상원사 한암스님 회상에 들어가 수행정진에 몰두했다. 각고의 정진으로 구경(究竟)의 경지에 오른 경봉스님은 통도사 극락암으로 돌아와 후학을 제접하고 가르침을 폈다.
경봉스님은 <화엄경>에 의지해 공부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에 이르는 길임을 확신했다. 극락암에서 대중들에게 <화엄경>을 설법하고, 1975년에 화엄경강설회(華嚴經講說會)라는 명칭으로 처음 화엄산림의 법좌(法座)를 편 것도 이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대부분 사중(寺中)에 있는 대덕 스님을 중심으로 법문을 했다. 첫해에는 월하ㆍ벽안ㆍ관응ㆍ무불ㆍ홍법ㆍ도열ㆍ종범ㆍ지안 스님 등이 화엄경을 설했다.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은 “경봉 큰스님께서 입재와 회향 법문을 하셨다”고 회고했다. 통도사에서 화엄경강설회가 열리자 신도들의 호응이 컸다. 진리에 목말라하던 불자들에게 시원한 감로수와 같은 법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경봉스님은 화엄경강설회를 화엄산림으로 명칭을 바꾸고 법사들도 사중은 물론 외부에서도 초청해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이후 매년 동짓달이면 통도사에서 거행되는 화엄산림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은 당연하다. 매일 원근에서 찾아온 1000여명 이상의 불자들이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환희심을 느끼는 화엄산림이 열리면 통도사는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로 변한다.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은 “경봉 큰스님은 출가하기 전에 사서삼경을 마쳤고, 출가 후에는 <화엄경>과 <법화경> 등 경전을 두루 섭렵하셨다”면서 “교학을 마친 후에 참선 정진을 하셨다”고 회고했다. 원산스님은 “경봉 큰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매년 개최하는 화엄산림은 재가불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의 정수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사실 통도사는 <화엄경>과 인연이 깊은 도량이다. 개산조(開山祖)인 신라시대 대국통(大國統) 자장(慈藏, 590~658) 스님은 대율사일 뿐 아니라 화엄대가였다. 한국불교 계율의 비조(鼻祖)인 자장스님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화엄경>을 강설한 스님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도사의 화엄산림은 개산조인 자장스님의 뜻을 계승하는 유구한 전통의 법연(法筵)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의미가 있다.
<화엄경> 현담을 비롯해, 세주묘엄품, 비로자나품, 여래출현품, 입법게품에 이르기까지 경전의 진수를 총망라해 통달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가 바로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이다.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은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화엄경>은 부처님 가르침을 단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귀한 경전”이라면서 “마치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는 학업의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엄산림대법회에서 사자후를 전하는 법사들은 선, 교, 율 각 분야에서 태두(泰斗)에 비견되는 스님들이다. 첫날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스님의 입재법문으로 시작되는 화엄산림대법회는 마지막 날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의 회향법문으로 마무리 된다. 도문ㆍ인환ㆍ암도ㆍ월파 스님 등 원로의원은 물론 혜남(통도사 율주)ㆍ법산(동국대 명예교수)ㆍ종범(전 중앙승가대 총장)ㆍ종진(해인사 율주)ㆍ무비(전 교육원장)ㆍ혜총(전 포교원장)ㆍ지안(고시위원장)ㆍ각성(화엄사 회주) 스님 등 우리 시대의 선지식으로 존경받는 법사들이 법좌에 오른다. 이밖에도 수불(범어사 주지)ㆍ지현(송광사 율주) 스님과 해월(해인사 강주)ㆍ수진(해인정사 주지)ㆍ용학(범어사 강주)ㆍ도일(송광사 율원장)ㆍ현진(통도사 강주)ㆍ덕문(통도사 율원장)ㆍ도암(송광사 강주) 스님도 법문을 설한다.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은 “화엄산림대법회처럼 오랜 기간 장엄하게 법회를 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불자들이 스님들의 다양한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불자들의 동참을 권했다.
한껏 추워지는 겨울 날씨, 동장군의 위세도 통도사에서 열리는 화엄산림대법회의 열기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 통도사 대웅전 적멸보궁에 걸린 자장율사의 게송은 진신사리를 모신 도량에서 봉행되는 화엄산림대법회에 동참하는 대중에게 전하는 가르침과 다름없다. “示跡雙林問幾秋(시적쌍림문기추), 文殊留寶待時求(문수유보대시구), 全身舍利今猶在(전신사리금유재), 普使群生禮不休(보사군생예불휴)” “쌍림에서 열반에 드신 지 몇 해인가, 문수보살이 보배를 가지고 때를 기다렸네, 부처님 사리 여기에 모셨으니, 수많은 중생들로 하여금 쉼 없이 예경케 하라”
화엄산림대법회 일정 및 법사 명단
12월3일(화) 방장 원명스님(입재법문),
우진스님(전 통도사 강주) 12월4일(수) 혜남스님(통도사 율주) 12월5일(목) 법산스님(동국대 명예교수) 12월6일(금) 도문스님(원로의원) 12월7일(토) 혜거스님(탄허문화재단 이사장) 12월8일(일) 종범스님(전 중앙승가대 총장) 12월9일(월) 무여스님(축서사 회주) 12월10일(화) 인환스님(원로의원) 12월11일(수) 암도스님(원로의원) 12월12일(목) 지현스님(송광사 율주) 12월13일(금) 해월스님(해인사 강주) 12월14일(토) 종진스님(해인사 율주) 12월15일(일) 무비스님(전 교육원장) 12월16일(월) 혜총스님(전 포교원장) 12월17일(화) 수불스님(범어사 주지) 12월18일(수) 수진스님(해인정사 주지) 12월19일(목) 용학스님(범어사 강주) 12월20일(금) 반산스님(원각사 주지) 12월21일(토) 지안스님(고시위원장) 12월22일(일) 도일스님(송광사 율원장) 12월23일(월) 성림스님(통도사 선덕) 12월24일(화) 현진스님(통도사 강주) 12월25일(수) 덕문스님(통도사 율원장) 12월26일(목) 심산스님(홍법사 주지) 12월27일(금) 도암스님(송광사 강주) 12월28일(토) 각성스님(화엄사 회주) 12월29일(일) 월파스님(원로의원) 12월30일(월) 중선스님(수도암 감원) 12월31일(화) 원산스님(통도사 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