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있어서 거리가 잿빛으로 우중충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장대한이 운전을 하면서 서경숙에게 물었다.
“민병삼 캠프에서 일했어요. 선거가 끝나 조금 한가해요.”
서경숙은 장대한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민병삼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할일이 많겠네요.”
“저보고도 같이 일하자고 그래요.”
“그래서 같이 일하기로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만 민정수석실로 출근하기로 했어요. 괜찮을까요?”
“결정을 했으니 어쩔 수가 없지요. 하지만 공직에서 일을 하면 매사에 삼가고 조심해야 돼요. 워낙 경계하는 사람이 많아요.”
장대한의 말에 서경숙은 기분이 우울해졌다.
장대한은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포천 쪽으로 달렸다. 시내를 벗어나자 도로가 한적해졌다. 서경숙은 차창으로 비오는 풍경을 내다보았다. 산속의 숲이 초록빛으로 울창했다. 장대한은 퇴계원 근처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서경숙은 장대한과 함께 담배를 피웠다.
“갤러리는 어때요?”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유커랜드는 공사를 시작했어요?”
“시작했어요.”
“사드 때문에 어렵지 않나요?”
“다양한 시설을 꾸밀 겁니다. 놀이동산도 만들고… 세계적인 먹거리 장터도 만들고….”
장대한이 어두운 낯빛으로 대답했다. 중국을 상대로 무역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드 때문에 큰 손실을 입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커피까지 마신 뒤에 다시 출발했다.
수락산 뒤쪽은 전방이 가까워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차창을 스쳐 지나가는 산이며 들이 아름다웠다. 곳곳에 군부대도 있었다.
차가 의정부를 지나 포천을 향해 달렸다. 포천 쪽에 한탄강이 있었다. 장대한이 유커랜드를 건설하면서 한탄강 쪽에 하천부지를 불하받았다고 했다. 유커랜드의 남쪽 끝에 있었다. 강가에 수양버들이 있고 매운탕집을 했던 허름한 슬레이트집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아 황폐했다.
“어때요?”
차에서 내리자 장대한이 강을 보면서 물었다.
“좋네요.”
서경숙이 장대한의 옆에 서서 대답했다. 강은 수량이 풍부했다.
장대한이 차 트렁크에서 낚시도구를 꺼내 펼치는 동안 서경숙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꺼내 커피를 끓였다. 장대한이 휴대용 파라솔을 펴고 의자를 놓았다.
“낚시를 하지 않아도 좋네요. 커피 드세요.”
서경숙은 의자에 앉았다. 탁자며 의자까지 조립식으로 되어 있었다.
“예.”
장대한이 서경숙의 옆에 와서 앉았다.
강은 유유히 흘러갔다. 산천은 푸르고 풀과 나무는 신록이 무성했다. 장대한은 낚시를 하고 서경숙은 옆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경숙씨도 낚시를 할래?”
“아니요. 저는 구경이나 할게요.”
강에서의 낚시는 쉽지 않았다. 물살이 빨라서 찌가 마구 움직였다. 물고기는 좀처럼 입질을 하지 않았다.
장대한은 오랫동안 찌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경숙은 지루했으나 한가하기도 했다. 민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경숙! 요즘 뭘하는데 코빼기도 안보여? 얘, 우리 골프 한번 치자. 날씨도 좋은데 방구석 신세만 질 수 있어?”
민 언니는 다짜고짜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요. 언제요?”
서경숙은 골프장에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너 편한 시간에 해야지. 잘나가는 니가 우리 시간에 맞출 수 있니? 호호…….”
민 언니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럼 금요일쯤 어때요? 내가 예약해 놓을게요.”
“나야 좋지. 수련이도 좋아할 거야.”
“그럼 그렇게 잡을게요.”
서경숙은 민 언니와 한바탕 수다를 떨었다. 통화를 끝내고 골프장에 전화를 걸어 예약했다. 박윤수 화백의 전시회 때문에 심은지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 장대한도 몇몇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러나 더 이상 할일이 없었다. 서경숙은 돗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햇살이 따갑고 부드러워 졸음이 밀려왔다.
“자는 거야?”
서경숙은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장대한이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눈을 떴다.
“잠이 들었나봐요. 햇살이 좋아서….”
서경숙은 웃으면서 눈을 비볐다.
“날씨가 좋아. 햇살이 따갑기는 하지만 뜨겁지는 않고….”
장대한이 옆에 와서 앉았다. 그러나 곧 폭염이 시작될 것이고 장마가 몰려올 것이다.
“많이 잡았어요?”
“한 마리도 못 잡았어. 전혀 안 잡히네. 입질도 하지 않아. 아마 낚시가 잘되는 철이 아닌 모양이야.”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서 물고기들이 깊은 곳으로 들어간대요. 언젠가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럼 낚시를 깊은 곳에 드리워야 하겠군.”
장대한이 너털거리고 웃었다. 서경숙은 장대한이 펼쳐놓은 낚싯대로 갔다. 낚시의자에 앉아서 물위에 떠있는 찌를 응시했다. 물고기는 입질은 하지 않고 물결을 따라 찌가 흔들리고 있었다.
서경숙은 강 건너를 응시했다. 강 건너는 산이 푸르고 모내기가 끝난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 하고 갑니다
참재미 있어요
즐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