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을 판매원으로 하는 다단계업체는 주로 서울 강남 논현동에 몰려 있다. 아무래도 강남에 위치한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폼도 나고, 다른 사람들 데려오기 수월하니까…."
한 다단계 피해 대학생의 말처럼 다단계의 메카는 서울 강남이었다. 특히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단계업체들은 지하철 7호선 학동역 주변에 몰려 있었다. 가구골목 뒤로 들어서자마자 20대 초반 학생들이 거리를 몰려다녔다.
'좋은 아르바이트 있다'가 다단계의 첫발
지난 5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논현초등학교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전화를 걸고 있었다. 누군가를 다단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작업중이었다.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 있다. 한번 해보지 않겠냐?"
"회사에 며칠간 자리가 났다. 한번 와서 일해보지 않겠냐?"
"방학동안 할 일 없으면 나랑 같이 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두 달만 더 일하면 다음 직위로 승진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월급이 200(만원)이나 나온다"며 다단계 홍보에 열을 올리던 여학생과 인터뷰를 했다.
- 이곳에 있는 업체들이 주로 무슨 일을 하나?
"유통이나 무역 등의 일을 한다. 다단계업체들도 있고."
- 회원들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
"20대 초반이 대부분이고, 20대 후반과 30대 순이다."
- 사투리를 쓰는 걸 보니 지역에서 온 모양인데 서울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나?
"회사에서 원룸을 얻어줘 그곳에서 생활한다. 방값은 회사에서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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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논현동의 한 다단계 업체에 모여 있는 대학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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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월급은 얼마나 되나?
"120만원~130만원 정도다.”
- 일한 지는 얼마나 됐고, 무슨 일을 하고 있나?
"5개월 됐다. 회의도 하고, 미팅도 하고, 교육도 받는다."
- 뚜렷이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월급이 120만원을 받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회사가 좋기 때문에…."
- 이곳에 다단계업체가 많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많나?
"여기서 전화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단계를 하고 있다. 전화내용을 들어보면 알 것이다."
- 왜 강남에 다단계업체가 많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강남에 회사가 있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에게 강남에서 일한다는 것은 꿈이 아닌가. 그리고 강남지역 학생들이 돈이 많아 500만원 어치의 물품 판매가 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강남에 다단계업체들이 많은 것 같다."
주변상인들 "다단계 대학생, 컵라면으로 끼니 때워"
주변 상인들은 이들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논현초등학교 근처에서 야식집을 운영하는 곽원근씨는 그들을 바라보는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여기 있는 대학생 다단계 판매원들은 돈이 없어서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 공원에서 컵라면에 식빵 나눠먹는 것도 자주 보는데 씁쓸하다."
또한 편의점 점원 최아무개(대학생)씨는 자신도 다단계를 경험해봤다며 빨리 빠져 나오는 게 최선책이라고 충고했다.
"다단계 학생들이 오면 라면밖에 안 사간다. 여기서 돈 버는 건 정말 소수다. 돈 잘 번다고 홍보하지만 사실 그렇게 홍보하는 사람들도 결국 여기서 라면 먹는 건 똑같다."
논현동에서 6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이점숙씨에 따르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꽃집 앞 초등학교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아침, 저녁 9시를 전후로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초등학교로 우르르 왔다가 좀 지나면 골목 곳곳으로 사라진다. 여기엔 대학교도 없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단계 합숙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논현동에서 만난 다단계 대학생들은 아직도 '꿈'을 꾸고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곧 큰돈을 만지게 될 것이라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논현초등학교에서 만난 또 다른 다단계 판매원은 대학생인 기자에게 이렇게 권유하기도 했다.
"한번 상담 받아봐라.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봐야 시급 3000원 넘기 힘들다. 상담 받고 나서 하기 싫으면 나오면 되고, 좋으면 하는 거다."
과연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그들의 꿈들이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반품 피해가 1위... 심지어 35%만 환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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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피라미드 운동본부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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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다단계 맞나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산 것 모두 반품하려고 하는데 회사에서 안 해준대요."
다단계업체 피해자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상반기 동안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에 접수된 상담사례만해도 5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대다수 피해자들은 전화로 자신의 피해사례를 호소하고 있다.
반품상담이 43.3% 차지
"어떻게 물건을 반품할지 몰라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요. 전체 상담건의 40% 이상이 반품하는 방법을 묻는 겁니다."
지난 3일 찾아간 운동본부 오상록 간사의 말이다. 2005년 상담자료에 따르면 전체 상담 건수 729건 중 청약철회(반품)에 대한 상담이 316건으로 무려 43.3%에 이른다. 그러나 다단계판매를 그만두고, 제품청약을 철회하려고 해도 절차나 과정을 몰라 고스란히 금전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청약철회를 거절당했다며 운동본부에 상담을 의뢰했다. 그는 청약철회를 하기 위해 다단계업체인 T사를 방문했지만 이 회사는 제품 포장지가 없다는 이유로 최초 구매가의 35%만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자 이 회사는 청약철회를 거절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이에 오 간사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 제17조 제2항(다단계판매원에게 책임있는 사유로 재화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라도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을 근거로 청약철회를 해준 적이 있다. 이 경우 최초 구입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는 구입액의 90∼95%를 환불받게 된다.
또한 다단계업체인지 아닌지를 문의하는 전화도 꽤 많다. 오 간사는 "교육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업체에 대해 알고 가는 사람은 100명에 5명도 안 된다"며 "홈페이지 좀 가보겠다고 하면 엉뚱한 회사 홈페이지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년 운동본부에 접수된 202건의 청년층 피해사례를 보면 다단계회사라는 걸 알고 사업장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까운 친구의 소개를 받아 가볍게 생각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솜방망이 처벌 악용, 업체 정보공개 안해
다단계업체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점도 큰 문제점이다. 법으로는 다단계 판매원에게 관련수첩을 교부하거나 다단계 판매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수당 지급현황에 관해 고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다단계업체 스스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동본부의 상담내용을 보면 판매원수첩을 교부받은 사람은 40.5%로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다단계업체 정보공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법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시정명령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편 운동본부는 지난 2000년 1월 다단계 피해를 입은 친구, 가족 등이 있는 누리꾼들이 만든 온라인카페에서 시작했다. 운동본부는 ▲다단계 피해 예방활동 ▲정확한 정보제공 ▲다단계의 상황과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3년 4월 사무실을 연 이래 현재 2명의 활동가가 상근하고 있다. 조만간 다단계 피해 방지를 위한 운동본부를 '다단계피해감시센터'로 전환할 예정이다.
방문·다단계 판매 “대학생이 봉!”
○…최근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어학교재·자격증 교재 등의 기만적 판매행위와 대학 재학생을 판매원으로 끌어들이려는 다단계 판매회사들의 유혹이 기승을 부려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대학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방문 판매의 경우
△ 어학교재를 노상에서 구입한 뒤 계약이 잘못되어 반품을 요청하면 반품(청약철회) 거부
△ 텔레마케팅으로 구입한 어학교재 청약철회시 과도한 위약금 요구
△ 부실한 어학교재를 사은품 증정으로 현혹하여 판매
△ 자격증 시험합격 및 취업까지 시켜준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여 판매
△ 경품행사에 당첨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알리어 구매계약 체결 △반품기간을 줄여 얘기하거나 사업자 주소, 전화번호, 판매사원 이름을 기재하지 않거나 또한 잘못된 내용을 기재한 계약서 교부
△ 설문조사를 하는 것처럼 속여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파악한 후 계약서 미교부 상태에서 배달
△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미성년자와의 구매계약 체결 등 수법이 교묘하고 다양한 실정이다.
이같은 방문판매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 계약을 체결했거나 제품이 배달되었더라도 제품 구입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청약 철회의사를 14일 이내에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낸다.
△ 주소·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신용카드등 개인정보를 함부로 알려주지 않는다.
△ 텔레마케터(전화 권유 판매원)의 감언이설을 주의한다.
△ 제품 판매처의 전화번호나 제품가격 등이 기재된 계약서를 반드시 요구하여 받아야 한다.
대학 재학생들의 다단계 피해사례를 보면
△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다는 말에 따라갔다가 다단계판매 교육을 받음.
△ 친구의 권유로 네트워크마케팅 이라는(실제 마케팅 이론은 불법피라미드 나 다단계, 정상적인 네트워크마케팅이 유사.. 공통적인 좋은 점만 부각시켜 강의) 강의를 들은 후 업체 사람들의 강압적인 말과 행동으로 교육·합숙 강요
△ 청약철회에 대한 규정을 모르는 것을 악용하여 물건의 포장을 뜯은 후 사용하게 하여 반품을 방해
△ 다단계업체의 소개로 사채업자를 통해 학자금 대출 명목으로 물건 구입비 마련
△ 하위판매원 모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신용불량자 전락 등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런 피해의 예방을 위해서는
△ 다단계판매원에게 수첩 교부 여부를 파악하고 내용을 숙지한다.
△ 잘못된 계약시 다단계판매원은 3개월 이내(소비자는 14일)에 즉시 청약철회 의사를 표시하여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낸다.
△ 소비자피해보상 기능을 하는 직접판매공제조합(02-566-1202) 또는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02-2058-0831)을 통해 피해보상 및 상담을 요청한다 등이다.
'환상 마케팅'이 앗아간 35만명 생계
"꿈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29일 부천에서 만난 제이유 다단계사업 피해자 김영희(가명, 49)씨는 이렇게 안타까워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250% 수당 지급'이라는 '환상 마케팅'으로 자신을 속인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을 원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30여년 동안 미싱을 밟았다는 그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상가 등을 팔아 제이유그룹의 다단계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126점'이라는 허망한 숫자뿐이었다. 그것이 2억3000만원을 투자한 결과였다.
"왜 제이유라는 사기꾼 회사를 만나서 이렇게 당했는지 모르겠다. 월부도 카드도 외상도 할 줄 몰랐던 사람인데…. 제이유는 태풍처럼 내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6억 투자했지만 빚만... 개인파산 신청 이어 아내와도 이혼
검찰이 주 회장의 사기·공금횡령·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제이유 다단계사업 피해자들이 주 회장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일명 '제이유 고소인단'(고소인단)은 지난 16일과 30일 두차례에 걸쳐 총 84명의 피해자들을 모아 주 회장을 사기혐의로 동부지검에 고소했다.
주 회장은 "소비가 소득이 된다"는 '소비생활 마케팅'을 내세워 제이유그룹을 국내 최대 다단계업체로 급성장시켰다. '물건을 사서 쓰기만 해도 수당을 준다'는 그의 마켓팅 논리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 들었다.
주 회장의 '소비생활 마케팅'을 단순화해 설명하면 이렇다. 약 250만원을 투자하면 120만 PV(Point Value)를 얻게 되고 이는 1점의 '생활소비점수'가 된다. 1점당 PV의 250% 즉 300만원(매출액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했다. 실제 기자가 만난 피해자들은 수억원을 투자하고도 제대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피해자수와 피해액은 각각 35만명과 2조7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이는 제이유그룹이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점수 90만점에 300만원을 곱한 액수다)
박한수(가명, 37)씨는 다단계사업을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퇴직금(6000만원)과 아파트 담보대출(1억5000만원) 등 6억여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남은 건 빚밖에 없었다.
"제이유는 수당을 지급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매출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그나마 조금씩 들어오던 수당마저 다시 매출로 전환해야 했다. 결국 각종 대출이자와 카드 수수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도저히 변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결국 지난해 2월에는 개인파산을 신청하기에 이르렀고, 지난 6월에는 아내와도 이혼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는 "제이유를 통해 경제적으로 손해본 것도 많지만 그간의 인간관계가 완전히 박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손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제이유는 계속 새로운 매출을 해야만 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사행성 가득한 마케팅으로 변질시켰다"며 "어쩔 수 없이 대출 이자라도 메울 수당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끌어와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명예퇴직한 후 제이유 다단계사업에 뛰어들어 2억5000만원을 날린 안세운(가명, 53)씨도 이 '사행성 가득한 마케팅'을 이렇게 증언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 대기업도 당기순이익 5%를 내기 어려운데 어떻게 매출액의 150%를 수당으로 줄 수 있나. 좀 미심쩍어 하면 석유탐사, 제주도 오락관광단지와 강화도 실버타운 건설, 유람선 사업 등으로 수익을 내서 수당을 보존해주겠다고 사업자들을 현혹했다."
또 매출이 많아야 높은 수당을 받기 때문에 물건을 대량으로 살 수밖에 없다. 일상생활에서 다 소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와 관련 김영희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출까지 받아서 1600만원어치 물건을 샀다. 주로 화장품이나 칼슘·비타민제 같은 건강식품이다. 교회에 다니는데 어버이날 교회행사에 비타민과 칼슘제를 1000개 기부했다. 또 해외로 선교가는 사람이 있으면 화장품이나 홍삼 등을 몇 상자씩 선물하곤 했다. 이걸 팔 수도 없었다. 구매가보다 싸게 팔면 제명조치를 받기 때문이다."
박세직·서한샘·김강자·견미리 등 유명인사들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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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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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주 회장의 환상 마케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250% 수당 지급' 외에 다른 배경이 있었다. 저명인사들이 자문위원단 등 제이유그룹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도 '제이유 열풍'에 한몫을 했다는 얘기다.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제이유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계열사인 생활경제TV(SBN) 회장을 맡았다. 박세직 전 올림픽조직위원장과 김강자 전 총경, 신구범 전 제주지사 등은 제이유그룹의 홍보활동에 나서거나 사업자로 등록해 직접 투자한 경우다.
김영희씨의 증언이다.
"서한샘 전 의원도 교육상품을 팔았고, '신바람' 황수관 박사도 있었다. 견미리씨는 전진대회 사회도 보고 남편은 전국 다니면서 사업을 했다. 대중가수 박강성씨도 사업자로 활동했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있는 사람을 모셔놓고 사업자들을 뻑가게 만들었다. 신뢰할 만한 인사들이 나오는데 제이유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나."
여기에 박한수씨도 덧붙였다.
"숫자에 밝은 회계사들도 많이 들어왔다. 40명의 회계사를 거느린 회계법인 대표가 '충분히 검증해봤는데 실현가능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니 (제이유 다단계사업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또 돈에 밝은 은행권 출신들도 많았다. 그 사람들도 이 마켓팅이 된다고 했다. 밖에서 보기에 우리가 허구에 속아넘어간 것 같지만 제이유 내부에서는 나름대로 논리가 있었던 셈이다."
물론 주 회장의 카리스마도 사람들을 제이유 다단계사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박씨는 '달변'을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워낙 달변가여서 누구든지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다. 의심하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말을 잘한다. 다단계사업 하기 전에 학원가에서 알아주는 영어강사였다고 한다."
안세운씨도 "제이유그룹 내부에서는 그는 영웅이고 애국자"라며 "심지어는 주 회장을 대통령으로 세우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씨는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회사가 주 회장 1인에게 너무 많이 집중돼 있다"며 "주 회장에 의해 회사가 좌지우지 되고 교주처럼 신격화돼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주 회장에게 중형 선고해 다단계 기생 못하도록 만들어야"
기자가 만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주 회장을 구속하고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희씨는 "더 이상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며 "주 회장을 구속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 회장이 2002년엔가 구속되고 풀려난 뒤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이번에도 제대로 사법처리 하지 않고 풀려나면 또다시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라고 '강력한 사법처리'를 주문했다.
박한수씨도 "피해자가 35만명이라고 하지만 그 가족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돈 빌린 형제, 친척, 금융기관 등 한두 사람이 엮인 게 아니기 때문에 터지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주 회장은 사기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안세운씨는 "국내 최대 다단계업체 총수인 주 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해 더 이상 다단계가 기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법부에서 유야무야 넘어가면 새로운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또다른 피해자모임인 '제이유 사업자 비상대책위'(비대위)와 주 회장은 지난 5월 25일 피해보상책에 합의했다. 합의각서에 따르면 제이유백화점 1일 매출액의 5% 입금 등이 피해보상책으로 제시돼 있다.
하지만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고소인단은 비대위와 주 회장의 합의내용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고소인단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영업방식에 변화가 없고 여전히 250% 수당 지급을 미끼로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백화점 하루 매출의 5%를 떼서 보상금으로 갈음한다는 것은 새로운 피해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단계 업체 잠입 르포] "계약금 마련하려 정자까지 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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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쉬운 대학생들이 주타깃 "떼돈 번다" 바람넣고 돈 꾸는법 전수 라면으로 끼니 때우다 빚만 지기 일쑤
다단계 업체들이 고소득과 취업을 미끼로 실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에 올 5월까지 접수된 피해사례는 340건. 작년 한 해 156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단계 업체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 실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자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A 다단계 업체의 ‘판매사원모집설명회’에 잠입했다. 기자가 겪어본 ‘피라미드’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다단계로 수백만원의 돈을 벌 수 있어요.” 집중 세뇌가 절정에 이른 사흘째였다.
기자가 판매원이 되고 싶다고 하자 김모(23) 실버는 “블루가 되기 위해서는 350만원이 필요해요. 어떻게 마련할 거죠?”라고 물었다.
A 회사에서는 블루-레드-실버-골드마스터-사파이어마스터-에메랄드마스터-다이아몬드마스터로 판매원의 등급을 나누고 있다. 골드마스터부터는 이사진이다. “부모님께 말씀드려 볼까요?”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씨는 “부모님께서는 아직 ‘다단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으세요. 우리가 다 도와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말했다.
“남자 애들은 정자은행에 정자를 판다는 애들도 있고 여자 애들은 제모수술 핑계를 대기도 해요. 무용과 애들은 주로 무용복을 산다고 하고 돈을 타죠.”
기자가 “저는 어쩌죠?”라고 묻자 김씨는 “‘오리지널(친구에게 돈 빌리기)’을 해보고 나머지는 학자금대출 하자”고 말했다.
김씨는 강남역에 있는 G론을 추천하며 투자한 지 3개월 내에 대부분의 판매원들이 빌린 돈을 다 갚는다고 했다.
G론은 A회사에 돈을 투자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주민등록등본·재학증명서·통장만 있으면 신용불량자가 아닌 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
기자가 계약하기를 망설이는 듯하자 김씨는 “우리 애들 매일 가는 동사무소에 가면 재학증명서랑 다 알아서 발부해 줘요”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한 달간 판매원으로 근무한 현모(20)씨는 “ ‘C-list(고객파악서)’를 작성할 때부터 대학생들을 선호한다.
학자금대출을 하기 위해서다”라면서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주요 공략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모(21) 블루는 “업라인(상위판매원)들이 시나리오를 짜서 친구에게 어떻게 돈을 빌릴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남학생들은 보통 차를 렌트했는데 사고가 났다거나 여자 친구를 임신시켜서 중절수술할 돈이 필요하다는 시나리오를 이용한다고 했다.
A회사에선 돈을 마련한 뒤에야 물건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중소기업의 기능성 속옷·화장품·건강보조식품·의료기기 등이다. 모두 수십만원대다. 이 중 마음에 드는 물건 350만원어치를 고른 뒤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블루가 되는 것이다.
7명의 판매원들과 인터뷰해보니, 계약서를 상위판매원이 보관하고 공제증서도 발급해주지 않았다. 계약서에는 계약날짜와 환불가능한 시기가 적혀 있기 때문에 환불을 할 때에는 계약서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
골드마스터 이모(24)씨는 “방학 때는 골드시즌이니까 9일 만에 레드가 되고 6개월 만에 골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바람을 넣었다.
이씨는 골드마스터가 되면 10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신참내기 블루들 대부분은 계약금 350만원과 세월만 잃고 만다.
양모(21)씨는 3명을 소개해서 직접 소개비로 받은 130만원이 4개월 동안 번 돈의 전부라고 말했다. “한 번 친구 데려올 때마다 10만원 정도는 소개비로 써요. 쓴 돈이 더 많죠.”
그는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닐 예정이었으나 ‘업라인’의 훼방으로 두 달 동안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양씨 등 대부분의 판매원들은 점심을 매점에서 라면으로 때우고 저녁은 굶기 일쑤였다. 양씨는 “100만원대를 번다는 실버가 밥 한 번 사준 적이 없다.
업라인도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는다”고 했다. 김모(21·대학생)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다 지난 학기에 F학점을 받았다.
컴퓨터능력시험에도 낙방했지만 번 돈은 없다. 장모(21·대학생)씨는 “이사진은 돈을 잘 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만 입는데 자세히 보면 항상 같은 것이다. 정말 1000만원을 넘게 버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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