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장 ------ 비무
팔인.
무림사에 영원히 남을 대륙영웅비무대회에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최종비무에 나선 팔인의 고수들은 다음과 같았다.
화북 팽가의 소가주, 십자천도 팽가수!
팔대에 걸쳐 내려온 중원명가 팽가 사상 세 번째로 뛰어나다는 젊
은 기재!
그의 도법은 지극히 패도적이어서 일도에 만근거암을 두 쪽낼 정
도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이번 비무대회에서 십초 이상 도법을 시
전해 본 적이 없었다.
헌원세가의 삼공자, 팔황진천강 헌원대웅!
지난 칠백년 이래 장법으로 천하에 우뚝 군림해온 헌원세가 중에
서도 가장 뛰어난 고수로 지칭되는 젊은 기재다.
나이는 십팔 세로 이번 비무대회에 참가한 무림인 중에 가장 나이
가 어렸으나, 그의 가문의 독문장법인 천풍팔십이장법으로 유수한
무림명숙들을 무참히 격파시킨 장법의 대가였다.
곤륜의 차기장령 애유정!
이번 비무에서 유일하게 홍일점으로 최후 팔인으로 끼어든 미녀
고수!
무림거파인 대곤륜에 일천 후기지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재질
을 갖춰 차기 곤륜장문인으로 선정된 여인이기도 했다.
그 미세와 재능이 뛰어나 곤륜팡에서는 그녀를 보물 취급하여 일
면 곤륜지옥이라 부르기도 한다.
허나 나이어린 소녀라고 그녀를 깔보았다가는 큰 경을 치루고 만
다. 그녀는 팔인 중에서도 가장 수법이 잔혹해 대부분 그녀와 상대
를 했던 무림인들은 큰 중상을 입고 비무대를 내려갔으니 말이다.
천풍문의 소문주, 무영신편 담사황!
중원유수의 문파인 육문 중에 일문인 천풍문의 소문주가 바로 이
사람이다.
올해 나이 이십 팔세.
지극히 차갑고 냉혹한 성격이며 그 잔혹한 손속은 곤륜지옥 애유
정을 능가할 정도다.
그의 무영신편은 아예 형체도 없는 투명한 것으로 일단 시전을
하면 상대는 편의 모습조차 확인할 수 없다.
그는 이제까지 이 무형신편으로 다섯 사람의 팔다리를 못 쓰게 만
들었다.
남해공자 천군악!
전설적인 기인인 남해쌍신의 수제자!
신비의 섬인 남해의 삼신도에서 온 그는 기공괴초로 상대를 여유
있게 굴복시켰다.
성격은 매우 호탕한 편으로 무공은 팔인 중에서 가장 추측할 수
없는 신비한 인물이다.
약관의 나이로 용모 또한 반안이 무색할 정도로 수려하여 이번
비무대회에 구경을 나온 무림의 여협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들 오인은 모두 정도의 협사들이었다.
그리고 이중에 사인은 바로 육문칠가의 인물들로 과연 육문칠가
의 위세가 어떠한 것인지를 무림천하에 각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삼인!
위에서 언급한 오인이 남궁세가에서 보낸 무림명첩을 받고 참가
한 인물들이었다면 나머지 삼인은 각기 관문을 통과하여 이번 대륙
영웅비무대회에 참가한 신비인들이었다.
혈포인------
이름도 성도 나이도 모른다.
그는 그저 자신을 혈포인이라 불렀으며, 그에 어울리게끔 머리끝
부터 발끝까지 온통 시뻘건 혈포를 두른 괴인이었다.
복면을 쓰고 있어 진면목을 전혀 알수 없는 괴인.
허나 그의 무공만은 지극히 패도적이면서 괴이독랄하여 한다하는
무림의 노명숙들조차도 혈포인의 무학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짐작
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음성이 약간 굵고 메마른 것으로 보아 대략 이십대로 짐작이 갈
뿐이다.
녹포인------
혈포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이번 대륙영
웅비무대회에 참가한 신비의 괴인.
철조!
녹포인은 흡사 독구리 발톱처럼 생긴 쇠갈고리를 손에 끼어 사용
을 하는데 그 위력이 지극히 강맹하고 패도적이어서 이제까지 그는
일초이상 그것을 시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난 무공으로 따지자면 이제까지 열거한 인물들 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
금천풍호.
그는 늘 상대와 이백초 가량 접전을 벌인 뒤에 간신히 제압하여
팔인에 낀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금천풍호를 결승전까지
오른 팔인 중에서 가장 약한 사람으로 꼽고 있었다.
이제까지 비무를 벌이는 것으로 보아 실력이라고 보기보다는 운
이 좋아 승리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만큼 가까스로 팔인 중에 끼었
기 때문이다.
허나 심신이 절로 황홀해질만큼 뛰어난 용모 때문에 여협들의 눈
빛을 가장 따갑게 받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했다.
* * *
사시경!
둥둥둥둥......
아홉 명의 건장한 장한들이 한꺼번에 울리는 북소리에 맞춰 비무
대회에 오늘의 주인공들인 팔인이 등장하는 것으로 역사적인 대륙
영웅비무대회의 최후 결전은 시작되었다.
눈과 눈, 헤아릴수 없는 수 많은 인파의 눈길이 오직 비무대회에
쏠리고......
와아아......
와......
이제나 저제나 하고 가슴을 졸이던 수많은 군웅들은 일제히 대
위의 팔인을 향해 남궁세가가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남궁초량!
그는 육문칠가의 주인들과 자리를 나란히 한 채 조용히 관전을 했
다.
그러다가 그는 금천풍호가 대 위를 오르는 순간 그에게 가벼운 미
소를 던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허나 그것은 너무 은밀했는지라 아무도 그것을 눈치 채는 사람은
없었다.
비무의 상대는 제비뽑기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십자천도 팽가수 대 무영신편 담사황!
팔황진천장 헌원대웅 대 혈포인!
남해공자 천군악 대 녹포인!
곤륜지옥 애유정 대 금천풍호!
금천풍호는 제비뽑기에 의한 대진표를 받아들고는 고소를 떠올렸다.
(제기랄! 골치 아프게 됐군! 하필이면 첫 상대가 여인이라니......)
고르고 골라 뽑힌 첫상대!
과연 행운인가 불행인가?
* * *
첫 번째 승부가 시작되었다.
십자천도 팽가수와 무영신편 담사황.
천하가 인정하는 육문칠가의 명예를 걸고 대표로 나선 이들.
우르릉......!
번쩍!
획! 획! 획!
그들의 비무는 실전을 방불케 할만큼 치열하고 격렬했다.
그들이 편과 도를 허공에 난무시킬 때마다 비무대 주위 십여 장은
강기의 폭풍으로 인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들의 신형은 육안으로는 채 분간할수 없을 정도로 기쾌하게 움
직였고 베고 거두고 후려치는 일식 일식은 그야말로 눈을 황홀하게
하는 신공절초가 아닌 것이 없었다.
쿠우우우...... 쿠우......
대기를 가르며 뇌음과 함께 담사황의 몸을 양단할듯이 쪼개어 들
어오는 팽가수의 도의 위력은 실로 가공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팽가수가 앞서 보여주었던 공세와는 천양지차였
다.
중인들은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 순간, 그들이 느끼는 것은 한결 같았다.
(과연 육문칠가의 후예들 답구나...... 아직 무공경륜이 앝은 저
나이에 벌써 일파의 장문지존에 버금갈 지경이라니......!)
(아아! 저 같은 인물이 계속해서 육문칠가에서 배출되는 한 다른
문파는 영원히 무림 위에 군림할 수 없으리라!)
비무대 아래에서 관전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하는 군웅들.
그들은 스스로 무공에 자부를 하여 이번 대륙영웅비무대회에 참
가를 한 사람들이었다.
허나, 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팽가수와 담사황의 무공을 보고는
감탄과 더불어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칠백년 간 중원무림에 우뚝 군림을 해 온 육문칠가의 진산절학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순간에도 비무대 위의 두 사람의 승부는 이제 절정으로 치
달리는 듯 더욱 빠르고 강맹한 신공절학들이 폭포수처럼 펼쳐졌다.
연신 숨을 몰아쉴 틈도 주지 않고 대기를 쪼개며 번개처럼 쏘아져
들어오는 팽가수의 도에 무영신편은 조금 밀리는듯 보였다.
헌데 순간이었다.
"야합------!"
돌연 비무대가 떠나갈 것 같은 대갈과 함께 담사황의 공세가 이제
까지와는 달리 일변하는 것이 아닌가?
슈우욱------ 슈욱------!
츠팟------!
이어 담사황의 무영편이 마치 영활한 독사처럼 날름거리며 팽가
수의 전신요혈을 파고드는 것이었다.
이 일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가공할 비전일식이었다.
이것은 너무 절묘했으며 또한 빨랐다.
사람의 몸으로 이것을 피한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
(졌다!)
(담사황의 승리다!)
(아아! 천풍문에 저런 숨은 절기가 있었다니......!)
그 순간, 중인들의 뇌리를 벼락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었다.
헌데 진짜 놀라운 것은 바로 팽가수의 모습이었다.
그는 돌연한 공세에 당황하기는커녕 담담한 표정으로 돌연 허공에
대고 도로 커다란 반원을 그리는 것이 아닌가?
단지 그것뿐.
허나,
"으------ 윽------!"
쿵!
담사황의 입에서 나직한 비명소리와 함께 그의 신형이 뒤로 일장
이나 튕겨 나가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으웩------!"
앉으며 그는 한덩어리 씨뻘건 핏덩이를 토해냈다.
뭐가 어떻게 된 것인가?
"......?"
"......?"
그 광경을 지켜보던 중인들은 돌변한 이 사태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바로 그 순간, 비무대 좌측에서 백색의 깃발이 번쩍 올라갔다.
"좌! 팽공 승!"
뒤어어,
"와아...... 아......!"
"와......!"
돌연 관중석으로부터 해일 같은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그렇다.
팽가수가 승리한 것이다.
팽가수는 바닥에 앉은 채 넋을 잃고 있는 담사황에게 다가가 공손
히 포권지례를 하고 그의 손을 잡아 끌고는 비무대 아래로 내려갔
다.
그의 깨끗한 행동에 군웅들은 일제히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금천풍호는 그 광경을 보며 담담한 미소를 떠올렸다.
(팽가의 도법! 상상외로 강하다! 저 정도라면 애초에 내가 생각
했던 것보다 적어도 배는 강한 편이다!)
그렇다.
확실히 팽가수가 지금 보여준 일도는 금천풍호로서도 태만히 할
수 없는 절초였던 것이다.
(만일...... 절도 소리극 어르신의 적룡십팔도와 팽가의 도법과
부딪친다면......?)
순간 금천풍호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스르르 피어올랐다.
그렇다.
그는 단지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비무를 벌이고 있는 상대의 초식을 간파하여 일일이 자신의
무학과 비교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 * *
두 번째 비무.
팔황진천장 헌원대웅과 혈포인!
팔황진천장 헌원대웅------!
확실히 그의 장법은 하늘도 놀랄 지경이었다.
매식마다 일장에 구변을 포함하고 있고 그것은 쉴 새 없이 구르는
마차바퀴처럼 끊임없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변화.
그 속에 포함된 변화의 수는 이루 헤아릴수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 아홉번 속에는 각기 철근거암도 단숨에 가루로 만들어
버릴만큼 가공할 경력이 담겨있어 스치기만 해도 절명을 면치 못할
만큼 무시무시했다.
헌데, 녹포인.
놀랍게도 그는 그런 헌원대웅의 천풍팔십이장법을 유유하게 상대
하는 것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그 역시 장법으로 헌원대웅을 상대하고 있는데 그위
력이 결코 헌원대웅의 천풍팔십이장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
었다.
오오!
지난 칠백년간 중원무림 위에 도도히 군림해온 육문칠가!
그 육문칠가 중의 으뜸이 바로 천하제일가라고는 하나 그것은 어
디까지나 통례적인 무공을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장법만 가지
고 따진다면 그 으뜸은 바로 헌원세가였다.
헌데, 혈포인은 헌원세가의 독문장법을 여유있게 상대하고 있으
니......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금천풍호의 눈에 번쩍 이채가 스쳤다.
(놀랍구나. 저 혈포인의 장법은 헌원대웅이 펼치는 장의 변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허나...... 헌원대웅의 내공이 부족하여 천풍
팔십이장법을 완전히 십이성 연성하지 못해서 그렇지 장법만을 따
진다면 확실히 천풍팔십이장법이 한 수 위다!)
금천풍호는 내심으로 이번 판은 혈포인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짐
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그때부터 십초가 지나기 전에 혈포인의 일장에 헌
원대웅은 삼장이나 날아가 쓰러지는 수모를 당했다.
금천풍호는 궁금했다.
(대체 저 혈포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