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국에서 는 이들 재활용품 거두어가는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에게 갑을 관계가 유지 되고 있듯이, 이들 환경업체 종사자들도, 영구와 임만조, 모두 밑바닥 인생이지만, 이들에게서도 갑(甲) 을(乙)관계가 성립되고 있다.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쓰레기와 할 수 없는 쓰레기를 확실하게 선별 되어 비닐 자루에 담겨 있지 않다거나, 그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재활용품 수거업체와 환경 업체 차량이, 그리고 음식물수거 업체 차량도 왔다가 수거를 거부하고 그냥 가버린다. 수거한 쓰레기통과 음식물 쓰레기통도 제자리에 놓지 않고, 쓰레기와 음식물찌꺼기도 어질러 놓고는 그대로 가버린다.
비워진 쓰레기통들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것들을 제자리에 놓을 수 없느냐고 말을 못한다. 경비원들은 주인의식이 없는 이들에게 저 자세로 비위를 맞추느라 애를 써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말로만 아파트 경비원이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환경업무와 관련된 일로 낮과 밤 매달린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명칭만 아파트경비원이지 실질적인 임무인 아파트단지를 순찰한다거나, 아파트경내 경계경비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아파트 안에서 발생되는 생활용품쓰레기들을 분리수거를 하고, 수시로 단지 안에 싸리 빗자루를 들고 나가서 비질을 해야 한다.
야간에 아파트 단지 내를 돌면서 순찰을 하고, 경비를 하는 일을 못 한다. 영구가 살고 있는 곳은 소규모 아파트다. 한사람이 낮으로만 경비원 일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출입을 하면서 현관 문 쪽 전등을 아침에는 끄고 저녁이면 켠다. 그러나 이곳 해맞이아파트는 단지 내에 각 동을 경비원들이 돌며 아침저녁 전등 끄고 켜기를 해야 한다.
으레 경비원이 다니면서 끄고 켜기를 하는 것이라고 의식화 되어 있다. 그 동에 사는 주민들이 출입을 하면서 어두울 때나 날이 밝을 때 벽에 설치 되어있는 스위치를 눌러 꺼주고 켜주기를 바라는 경비원은 마당쇠신분을 착각한 사치스런 생각이다.
단지 내, 가로등과 각종 조형물의 전등을 신경 써야 하며, 풀 뽑기를 해야 하며, 어린이놀이터와 드넓은 아파트단지 내 청소까지 경비 업무가 아닌 일을 아님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는 것처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 속에 일부분 경비원법이 있지만 이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하는 조항들이다. 적용치 않는 법은 차라리 삭제를 해버리면 맘이라도 편 할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헌법이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보호를 받는 법이 되고 있음은 서글픈 일이다.
지금 영구가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에는 입주를 시작 한지는 한 달째가 채 안 돼,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아 힘들다. 그야 말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근무 할 수 없다. 정문에 설치 된 차량을 출입 시키는 차단기를 일일이 손으로 조작을 하고 있다. 잠시 1초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운전기사들은 핸들만 잡으면 바빠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수시로 걸러 오는 무전기, 인터폰, 비상전화기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고 깜박 하는 동안에 차단기 열어 주는 것이 늦어지면 잠시를 기다려 주지 못하고 크랙 숀을 눌러 댄다. 적재함 탑을 씌운 차량이나 낯선 차다 싶으면 어디 가느냐. 무슨 일로 왔느냐 메모를 하고 통과 시켜야 한다. 신축아파트가 아닌 기존 아파트는 입주자들의 차량들이 관리사무실에 차번호가 등록이 되어 있어서 출입을 할 때 차단기가 자동으로 작동을 하면 경비원이 수월하다.
영구의 뒤에 조인 B조 동료 한사람인 이창복이 근무할 때였다. 이삿짐 차량이 통과하면서 차단기 끝 부분을 부러뜨려서 근무자가 변상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지금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영구는 나이가 들면서 집에서는 초저녁잠이 많은 편이었다. 9시나 늦어도 10시면 잠들고 했었다. 그러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는 저녁 8~12시까지 잠자는 시간이다. 자정이 넘으면 교대 자와 교대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잠이 들지 않는다. 눈꺼풀이 무겁고 눈은 쓰리면서도 잠들지 못하고 지괴감에 빠져 든다. 마음속에 온갖 잡념들이 떠오른다.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만큼이나 어렵고 현실에 맞지 않은 이런 일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구상을 하느라 잠을 자야할 저녁시간에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잠들지 못하고 뜬눈으로 주어진 수면시간을 흘러 보내버리고 막상 근무를 하다 보면 바닷가 모래위에 누각처럼 되고 만다. 근로계약서를 경비원에게도 주라는 소리를 하지 못하고 만다. 저녁마다 잠들지 못하고 구상했던 부당한 것들을 관리사무소에 말하기도 맞지 않은 것 같고 용역본사에 전화를 하려해도 선 듯 용기가 나지 않는다.
현실과 어긋나는 경비원신임교육문제를 개선한다든지 아예 폐지해야 하는 것이 좋다고 청와대 민원실에 아니면 국민 신문고에 올려 볼까 구상하다보면 잠들지 못한다. 쥐들 나라에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는 좋은 방법을 알지만, 용감한 쥐가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겠다고 나서주는 쥐가 없는 쥐들 나라처럼 되고 만다.
영구가 청년 때인 옛날이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국가기관에 발령 받았지만 남에게 구속 받기 싫어서 발령 받은 3일 만에 사직을 했다. 남에게 구속받기 싫어 어렵게 합격한 직장도 내 던져 버렸었다. 평생을 직장이라고는 가져 보지 않고 나이가 들어 경비원 생활을 하면서 주민들과 아파트 동대표나 임원들에게 인격을 무시당해야 하나, 법에도 없는 일을 그냥 해야 하나, 이런 잡념들 때문에 맘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또 늙은 나이에 일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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