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임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사무실에 필요 이상 매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고, 그들에게 내가 자주 그곳에 못가도 전혀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됨을 알았다.
집에서 책도 보고 집안 일도 했다. 집에 혼자 있다보니 먹어서 냉장고 청소를 자꾸 하려는 경향이 있다. 주의가 요망되는 부분이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그리고 이왕이면 그들과 편하고 즐거운 관계를 유지하며 일하고 싶어서 매일 나갔었던 것 같다. 그전에는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만 사무실에 나갔었다. 이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내가 그 일자리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놓아버리자 한정없는 자유가 생겼다.
인자랑 오후에 하봉암 느티나무를 보러갔다. 문인자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내가 느타나무 옆에 있던 오래 된 연못이 훍으로 메꿔져 아쉽다고 하자 몇 번이나 와서 쳐다본다고 아쉽다고 그러냐며 나의 감정을 뭉개버린다. 아마 자신의 감정이 힘들어지면 아무리 하잖은 일이라도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랄 것이다. 문인자는 장은영이랑 비슷한 냉정한 과의 사람이다.